[뉴스 따라잡기] 동료 구한 ‘심폐소생술’의 힘…“골든타임 지켰다”

입력 2017.03.31 (08:34) 수정 2017.03.31 (0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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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멘트>

며칠 전 한국과 잠비아의 20세 이하 축구 경기에서 응급 상황이 벌어졌습니다.

한국 선수가 상대 선수와 심하게 충돌한 직후, 의식을 잃고 그대로 바닥에 쓰러진 겁니다.

스무 살 이하의 어린 선수들이었지만, 이런 상황에 대처하는 건 일사불란했습니다.

평소 배워뒀던 심폐소생술로 침착하게 기도를 확보해 동료 선수를 살려낸 겁니다.

언제, 어디서 벌어질지 모를 이런 위급 상황에서 심폐소생술은 생명을 살리는 기적과도 같은 건데요.

기민한 응급처치로 소중한 생명을 구했던 현장을 한번 따라가 보겠습니다.

<리포트>

지난 27일 천안종합운동장에서 열린 20세 이하 4개국 축구대회 잠비아전입니다.

한국이 4대 1로 앞서던 후반 34분.

<녹취> “자, 크로스! 헤딩!”

공중볼을 경합하던 양 팀 선수가 쓰러진 뒤, 상황이 매우 급하게 돌아갑니다.

<녹취> “빨리! 빨리!”

<녹취> “지금 인공호흡을 하고 있는데요. (지금 응급처치가 빨리 들어가야 할 것 같습니다).”

상대 선수와 부딪힐 때 충격으로 중앙수비수 정태욱 선수가 의식을 잃고 쓰러진 겁니다.

<녹취> “동료선수들이 일단은 기도확보를 하고 인공호흡을 했었고…….”

정 선수는 혀가 말려들어가고, 의식을 잃은 상태였습니다.

<녹취> 정태욱(20세 이하 축구 국가대표) : “저는 공만 딱 헤딩하고 그때부터 기억이 잘 안 나요. 잠비아 선수가 옆에서 크로스로 올렸는데 가운데 쪽으로 공이 떠서 제가 걷어내려고 헤딩을 했는데 옆에서 잠비아 선수가 저를 받았어요.”

정 선수가 의식을 잃은 뒤, 인공호흡까지 걸린 시간은 단 '10초'.

이 10초가 없었다면, 정 선수에겐 더 안타까운 일이 벌어질 수도 있었습니다.

골든타임을 지켜낸 건 김덕철 주심과 동료인 이상민 선수입니다.

<인터뷰> 김덕철(잠비아전 주심) : “호루라기를 불고 팀 주치의를 불러들이고 이제 빨리 이동해보니까 선수는 눈이 뒤집혀가는 상황이었고 이건 빨리 조처를 해야 하겠다고 해서 기도를 열어야겠다 생각을 하고…….”

정태욱 선수가 쓰러진 직후, 이상민 선수가 곧장 심폐소생술에 들어가고, 곧이어 김덕철 심판도 달려와 힘을 보탰습니다.

<인터뷰> 김덕철(잠비아전 주심) : "제가 할 수 있었던 거는 빨리 기도를 확보하고 그다음 상황은 숨을 쉬나 안 쉬나 제가 귀를 갖다 대고 확인을 해야 하는데 빨리 조처를 해야겠다는 의무감, 그것 밖에 생각이 안 들었어요."

김덕철 심판은 5년 전 대학리그 경기 도중에도 이미 비슷한 상황을 겪었습니다.

<인터뷰> 김덕철(잠비아전 주심) : “마찬가지로 공중볼이었고 골키퍼 손하고 선수 머리하고 부딪힌 상황이었어요. 그때는 제가 교육을 받은 게 아니었기 때문에 선수가 그런 상황에 처한 혀가 말려 들어가는 순간에 손으로 혀를 잡고 있었거든요. 손으로 잡고 있으니까 선수는 이제 자연적으로 입을 다물게 되잖아요. 그 여파로 제 손에 이제 흉터까지 조금 났었고요.”

2011년 K리그 경기 도중 신영록 선수가 심장 마비로 쓰러지자, 대한축구협회는 매년 심판을 대상으로 심폐소생술 교육을 해왔습니다.

<녹취> 김동기(팀장/대한축구협회 심판교육기술팀) : “아마추어 축구에서는 연 1~2회 정도 많으면 2~3회 정도는 이런 상황이 벌어지거든요. 대비해서 저희가 전 급수 심판들을 대상으로 교육하고 있죠.”

이상민 선수 역시 축구 선수 대상 심폐소생술 교육을 받은 적 있습니다.

목뼈 미세 골절로 전치 6주의 진단을 받은 정태욱 선수는 이런 심폐소생술 교육 덕분에 더 큰 화를 면할 수 있었던 겁니다.

<녹취> 정태욱(20세 이하 축구 국가대표) : “4주에서 6주 정도 뼈 붙는 시간이 걸린다고 말씀하시던데요. 빨리 치료해서 그라운드에 빨리 나갔으면 좋겠어요.”

지난 22일, 대전의 한 버스에서도 버스 기사가 심폐소생술로 소중한 생명을 살려냈습니다.

80대 노인이 갑자기 의식을 잃고 쓰러지자, 버스 기사는 급히 차를 세우고 심폐소생술을 실시했습니다.

버스 기사의 빠른 대처 덕분에. 이 노인은 1분여가 지나 극적으로 호흡이 돌아왔습니다.

<인터뷰> 이명찬(버스기사) : “노약자분들이 많이 타기 때문에 항상 위급한 상황이 발생할 수 있어요. 그래서 그런 것에 대비해서 회사 내에서 정기적으로 교육을 받고 있습니다.”

지난달 21일 인천의 한 지하철에서도 발 빠른 심폐소생술 덕분에 한 시민이 목숨을 구했습니다.

모두 심폐소생술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주는 장면들입니다.

심정지 환자의 뇌가 산소 없이 버틸 수 있는 시간은 4분.

이 4분의 골든타임 안에 심폐 소생술을 하면, 생존율을 세 배 이상 높일 수 있다고 합니다.

<인터뷰> 강형구(교수/한양대학교 서울병원 응급의학과) : “심폐소생술은 빠르면 빠를수록 좋지만 뇌 손상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4분 이내에 시행하는 것들을 권고하고 있습니다. 눈앞에 쓰러지는 사람이 목격된 경우에서는 바로 환자의 반응과 호흡이 있는지를 확인하고 심폐소생술을 시행해야 합니다.”

날씨가 따뜻해져 등산이나 운동 등 야외 활동이 많아지면, 특히 이런 심정지 환자가 늘어나는데, 주변의 초동 대처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습니다.

<인터뷰> 김동호(서울시 마포구) : “배워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사실 제 주위 분들이 심폐소생술 하는 방법 모르시는 분들이 상당히 많아요.”

<인터뷰> 장혁(서울시 마포구) : “제가 그 상황이었다면 제대로 잘 대처를 했을까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제가 그 상황이 됐다면 무서워서 피할 수도 있었을 텐데…….”

전문가들은 심정지 환자가 발생하면 한 시라도 빨리 심폐소생술에 들어가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합니다.

<인터뷰> 강형구(교수/한양대학교 서울병원 응급의학과) : “실수를 해서 안 하는 것보다는 환자를 살리기 위해서 어떤 처치라도 먼저 시작을 하는 것이 훨씬 중요하고요. 그게 빠르면 빠르게 될수록 환자가 심장이 다시 뛰고 또 의식을 회복할 확률이 높아지기 때문에 어떤 처치라도 빨리 시작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평소에 눈여겨 배워둔 심폐소생술.

응급 상황에서 꺼져가는 환자의 생명을 살리는 가장 빠르고 중요한 방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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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스 따라잡기] 동료 구한 ‘심폐소생술’의 힘…“골든타임 지켰다”
    • 입력 2017-03-31 08:36:17
    • 수정2017-03-31 09:1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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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멘트>

며칠 전 한국과 잠비아의 20세 이하 축구 경기에서 응급 상황이 벌어졌습니다.

한국 선수가 상대 선수와 심하게 충돌한 직후, 의식을 잃고 그대로 바닥에 쓰러진 겁니다.

스무 살 이하의 어린 선수들이었지만, 이런 상황에 대처하는 건 일사불란했습니다.

평소 배워뒀던 심폐소생술로 침착하게 기도를 확보해 동료 선수를 살려낸 겁니다.

언제, 어디서 벌어질지 모를 이런 위급 상황에서 심폐소생술은 생명을 살리는 기적과도 같은 건데요.

기민한 응급처치로 소중한 생명을 구했던 현장을 한번 따라가 보겠습니다.

<리포트>

지난 27일 천안종합운동장에서 열린 20세 이하 4개국 축구대회 잠비아전입니다.

한국이 4대 1로 앞서던 후반 34분.

<녹취> “자, 크로스! 헤딩!”

공중볼을 경합하던 양 팀 선수가 쓰러진 뒤, 상황이 매우 급하게 돌아갑니다.

<녹취> “빨리! 빨리!”

<녹취> “지금 인공호흡을 하고 있는데요. (지금 응급처치가 빨리 들어가야 할 것 같습니다).”

상대 선수와 부딪힐 때 충격으로 중앙수비수 정태욱 선수가 의식을 잃고 쓰러진 겁니다.

<녹취> “동료선수들이 일단은 기도확보를 하고 인공호흡을 했었고…….”

정 선수는 혀가 말려들어가고, 의식을 잃은 상태였습니다.

<녹취> 정태욱(20세 이하 축구 국가대표) : “저는 공만 딱 헤딩하고 그때부터 기억이 잘 안 나요. 잠비아 선수가 옆에서 크로스로 올렸는데 가운데 쪽으로 공이 떠서 제가 걷어내려고 헤딩을 했는데 옆에서 잠비아 선수가 저를 받았어요.”

정 선수가 의식을 잃은 뒤, 인공호흡까지 걸린 시간은 단 '10초'.

이 10초가 없었다면, 정 선수에겐 더 안타까운 일이 벌어질 수도 있었습니다.

골든타임을 지켜낸 건 김덕철 주심과 동료인 이상민 선수입니다.

<인터뷰> 김덕철(잠비아전 주심) : “호루라기를 불고 팀 주치의를 불러들이고 이제 빨리 이동해보니까 선수는 눈이 뒤집혀가는 상황이었고 이건 빨리 조처를 해야 하겠다고 해서 기도를 열어야겠다 생각을 하고…….”

정태욱 선수가 쓰러진 직후, 이상민 선수가 곧장 심폐소생술에 들어가고, 곧이어 김덕철 심판도 달려와 힘을 보탰습니다.

<인터뷰> 김덕철(잠비아전 주심) : "제가 할 수 있었던 거는 빨리 기도를 확보하고 그다음 상황은 숨을 쉬나 안 쉬나 제가 귀를 갖다 대고 확인을 해야 하는데 빨리 조처를 해야겠다는 의무감, 그것 밖에 생각이 안 들었어요."

김덕철 심판은 5년 전 대학리그 경기 도중에도 이미 비슷한 상황을 겪었습니다.

<인터뷰> 김덕철(잠비아전 주심) : “마찬가지로 공중볼이었고 골키퍼 손하고 선수 머리하고 부딪힌 상황이었어요. 그때는 제가 교육을 받은 게 아니었기 때문에 선수가 그런 상황에 처한 혀가 말려 들어가는 순간에 손으로 혀를 잡고 있었거든요. 손으로 잡고 있으니까 선수는 이제 자연적으로 입을 다물게 되잖아요. 그 여파로 제 손에 이제 흉터까지 조금 났었고요.”

2011년 K리그 경기 도중 신영록 선수가 심장 마비로 쓰러지자, 대한축구협회는 매년 심판을 대상으로 심폐소생술 교육을 해왔습니다.

<녹취> 김동기(팀장/대한축구협회 심판교육기술팀) : “아마추어 축구에서는 연 1~2회 정도 많으면 2~3회 정도는 이런 상황이 벌어지거든요. 대비해서 저희가 전 급수 심판들을 대상으로 교육하고 있죠.”

이상민 선수 역시 축구 선수 대상 심폐소생술 교육을 받은 적 있습니다.

목뼈 미세 골절로 전치 6주의 진단을 받은 정태욱 선수는 이런 심폐소생술 교육 덕분에 더 큰 화를 면할 수 있었던 겁니다.

<녹취> 정태욱(20세 이하 축구 국가대표) : “4주에서 6주 정도 뼈 붙는 시간이 걸린다고 말씀하시던데요. 빨리 치료해서 그라운드에 빨리 나갔으면 좋겠어요.”

지난 22일, 대전의 한 버스에서도 버스 기사가 심폐소생술로 소중한 생명을 살려냈습니다.

80대 노인이 갑자기 의식을 잃고 쓰러지자, 버스 기사는 급히 차를 세우고 심폐소생술을 실시했습니다.

버스 기사의 빠른 대처 덕분에. 이 노인은 1분여가 지나 극적으로 호흡이 돌아왔습니다.

<인터뷰> 이명찬(버스기사) : “노약자분들이 많이 타기 때문에 항상 위급한 상황이 발생할 수 있어요. 그래서 그런 것에 대비해서 회사 내에서 정기적으로 교육을 받고 있습니다.”

지난달 21일 인천의 한 지하철에서도 발 빠른 심폐소생술 덕분에 한 시민이 목숨을 구했습니다.

모두 심폐소생술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주는 장면들입니다.

심정지 환자의 뇌가 산소 없이 버틸 수 있는 시간은 4분.

이 4분의 골든타임 안에 심폐 소생술을 하면, 생존율을 세 배 이상 높일 수 있다고 합니다.

<인터뷰> 강형구(교수/한양대학교 서울병원 응급의학과) : “심폐소생술은 빠르면 빠를수록 좋지만 뇌 손상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4분 이내에 시행하는 것들을 권고하고 있습니다. 눈앞에 쓰러지는 사람이 목격된 경우에서는 바로 환자의 반응과 호흡이 있는지를 확인하고 심폐소생술을 시행해야 합니다.”

날씨가 따뜻해져 등산이나 운동 등 야외 활동이 많아지면, 특히 이런 심정지 환자가 늘어나는데, 주변의 초동 대처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습니다.

<인터뷰> 김동호(서울시 마포구) : “배워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사실 제 주위 분들이 심폐소생술 하는 방법 모르시는 분들이 상당히 많아요.”

<인터뷰> 장혁(서울시 마포구) : “제가 그 상황이었다면 제대로 잘 대처를 했을까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제가 그 상황이 됐다면 무서워서 피할 수도 있었을 텐데…….”

전문가들은 심정지 환자가 발생하면 한 시라도 빨리 심폐소생술에 들어가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합니다.

<인터뷰> 강형구(교수/한양대학교 서울병원 응급의학과) : “실수를 해서 안 하는 것보다는 환자를 살리기 위해서 어떤 처치라도 먼저 시작을 하는 것이 훨씬 중요하고요. 그게 빠르면 빠르게 될수록 환자가 심장이 다시 뛰고 또 의식을 회복할 확률이 높아지기 때문에 어떤 처치라도 빨리 시작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평소에 눈여겨 배워둔 심폐소생술.

응급 상황에서 꺼져가는 환자의 생명을 살리는 가장 빠르고 중요한 방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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