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의 심장부 노린 테러…누가, 왜?

입력 2017.04.04 (11:23) 수정 2017.04.04 (14: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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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제2의 도시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발생한 테러로 유럽이 또다시 공포에 휩싸였다. 지난달 22일 영국 런던 의사당 주변에서 '차량과 흉기를 이용한 테러'가 발생한 지 2주도 안 돼 발생한 러시아의 상트페테르부르크 지하철역에서 폭발물 테러로 유럽이 테러 위협의 한 복판에 있음을 다시 확인됐다.

[연관기사] 러 지하철 폭탄테러…“50여명 사상”

이번 상트페테르부르크 테러는 지난해 3월 22일 브뤼셀 시내 말벡 전철역에서 발생했던 자살폭탄테러와 '닮은꼴'이다. 브뤼셀 테러 이후 유럽의 각국들은 주요 도시의 기차역이나 지하철역에 테러 기도를 차단하기 위해 무장 군인이나 경찰이 배치하는 등 경계를 강화했지만, 테러를 사전에 막지 못했다. 지하철과 같은 대중교통수단이 테러에 취약하다는 점이 또다시 드러난 셈이다.

  

테러 용의자는 과격 이슬람 단체 소속?

이번 테러는 중앙아시아 출신의 20대 자폭 테러범이 저지른 것으로 추정된다고 현지 수사당국 소식통이 인테르팍스 통신에 밝혔다. 이 소식통은 "지하철에 타고 있던 자폭 테러범이 폭발장치를 작동시킨 것으로 보인다"며 "잠정 자료를 보면 이 남성은 중앙아시아 출신의 23세 남성"이라고 전했다.

소식통은 "폭발 현장에서 발견된 시신 잔해들에 대한 조사 결과 자폭 테러 가능성이 큰 것으로 파악됐다"며 "최종 결론은 시신에 대한 유전자 감식 뒤에 내릴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자폭 테러 용의자는 러시아에서 활동이 금지된 과격 이슬람 단체 소속으로 알려졌다. 그는 폭발물을 배낭에 넣어 지하철로 갖고 들어간 것으로 파악됐다.

하지만 이번 테러와 관련해 자신들의 소행이라고 밝힌 단체는 아직 없다. 따라서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세력인 이슬람 국가(IS)처럼 여러 차례 테러를 저질러온 전문 테러집단의 소행이든, 러시아 체제에 불만을 품은 자생적 테러리스트인 '외로운 늑대'의 소행인지는 러시아 수사 당국의 수사가 진행돼야 확인될 것으로 보인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테러가 발생한 상트페테르부르크의 ‘테흐놀로기체스키 인스티투트’역을 방문해 현장을 둘러보고 있다. (사진=EPA)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테러가 발생한 상트페테르부르크의 ‘테흐놀로기체스키 인스티투트’역을 방문해 현장을 둘러보고 있다. (사진=EPA)

테러범이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를 노린 이유는?

그렇다면 테러범들이 이 시점에 왜 러시아를 노렸을까? 또 러시아의 수도가 아닌 상트페테르부르크를 공격했을까?

이와 관련해 중동과 이슬람 테러에 정통한 국립외교원의 인남식 교수는 자신의 페이스북 계정에 올린 글에서 이번 테러가 푸틴에게 직접 도발하는 메시지를 담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인남식 교수는 "왜 모스크바가 아니었을까 궁금했다. 물론 상트가 문화와 예술의 중심지이자 러시아의 자존심이기도 하지만, 푸틴의 심사를 건드리려는 것은 아닐까 싶었다. 푸틴 고향 사람들이 살해당했다. 상트는 푸틴의 고향이자 정치적 배경이 되는 도시였기 때문에 테러단체 입장에서는 푸틴에게 직접 도발하는 메시지를 담고 싶었을 수도 있었다. 더욱이 오늘은 푸틴이 상트에서 열린 경제포럼에 참석하고 있었다."고 분석했다.

인남식 교수는 이어 "아랍 대중의 눈으로 보면 아사드(시리아 대통령)가 학살자다. IS도 많은 사람을 죽이고 분탕질 치고 있어 주로 외국인에게 IS가 학살자로 비치고 있다면, 정작 아랍 내부에서는 아사드의 잔인한 자기 백성 살해가 훨씬 더 비참하고 고통스럽다.

그런데 국제사회는 IS 궤멸에만 관심이 있지, 정작 IS 발호의 한 원인이라 할 수 있는 아사드를 퇴진시키는 데는 이제 무기력하다. 이 상황에서 러시아와 이란이 학살자 아사드를 옹위하고 나서니 웬만한 아랍의 청년들이라면 IS보다 더 나쁜 아사드를 지키는 러시아가 왜 안 밉겠는가?"라고 덧붙였다.

독재 정권을 지켜주면서 독재의 왕 노릇을 하는 푸틴에 대한 반감이 이번 테러의 원인일 수도 있다는 것이다.

3일(현지시각) 이스라엘 텔아비브의 시청 건물이 희생자들을 애도하기 위해 러시아 국기의 삼색 빛을 발하고 있다 (사진=EPA)3일(현지시각) 이스라엘 텔아비브의 시청 건물이 희생자들을 애도하기 위해 러시아 국기의 삼색 빛을 발하고 있다 (사진=EPA)

"활동 중인 지하디스트 1천 명 이상"

이번 상트페테르부르크 테러를 계기로 유럽 각국은 테러 경계의 고삐를 더 바짝 조일 것으로 전망된다. 각국은 자생적 테러범인 '외로운 늑대'로 돌변할 수 있는 우범자들에 대한 정보 확보와 동향 파악에 주력하면서 이라크와 시리아에서 활동하다가 돌아오는 유럽 출신 지하디스트들에 대한 경계수위도 한층 높일 것으로 보인다.

최근 들어 IS는 유럽의 동조세력에 대해 이라크·시리아로 건너와서 싸우는 대신에 유럽 현지에서 테러 등을 통해 싸울 것을 부추기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유럽 출신 IS 조직원들이 유럽으로 숨어들어 보복테러에 나설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이에 앞서 질 드 케르쇼브 EU 대(對)테러조정관은 지난해 12월 'EU 내무장관 회의'에 제출한 자료에서 이라크와 시리아에서 활동 중인 유럽 출신 지하디스트(이슬람 성전주의자)가 2천~2천500명에 이르는데 지금까지 600~1천 명이 전투 중에 숨지고 1천200~1천750명은 유럽으로 귀환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유럽 출신 지하디스트 중 다수는 이라크와 시리아에서 상황이 좋지 않아서 돌아오는 것이고, 일부는 특별한 임무를 갖고 유럽으로 보내질 수도 있을 것"이라면서 '귀환 지하디스트'에 의한 테러 가능성을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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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푸틴의 심장부 노린 테러…누가, 왜?
    • 입력 2017-04-04 11:23:31
    • 수정2017-04-04 14:41:29
    취재K
러시아 제2의 도시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발생한 테러로 유럽이 또다시 공포에 휩싸였다. 지난달 22일 영국 런던 의사당 주변에서 '차량과 흉기를 이용한 테러'가 발생한 지 2주도 안 돼 발생한 러시아의 상트페테르부르크 지하철역에서 폭발물 테러로 유럽이 테러 위협의 한 복판에 있음을 다시 확인됐다.

[연관기사] 러 지하철 폭탄테러…“50여명 사상”

이번 상트페테르부르크 테러는 지난해 3월 22일 브뤼셀 시내 말벡 전철역에서 발생했던 자살폭탄테러와 '닮은꼴'이다. 브뤼셀 테러 이후 유럽의 각국들은 주요 도시의 기차역이나 지하철역에 테러 기도를 차단하기 위해 무장 군인이나 경찰이 배치하는 등 경계를 강화했지만, 테러를 사전에 막지 못했다. 지하철과 같은 대중교통수단이 테러에 취약하다는 점이 또다시 드러난 셈이다.

 
테러 용의자는 과격 이슬람 단체 소속?

이번 테러는 중앙아시아 출신의 20대 자폭 테러범이 저지른 것으로 추정된다고 현지 수사당국 소식통이 인테르팍스 통신에 밝혔다. 이 소식통은 "지하철에 타고 있던 자폭 테러범이 폭발장치를 작동시킨 것으로 보인다"며 "잠정 자료를 보면 이 남성은 중앙아시아 출신의 23세 남성"이라고 전했다.

소식통은 "폭발 현장에서 발견된 시신 잔해들에 대한 조사 결과 자폭 테러 가능성이 큰 것으로 파악됐다"며 "최종 결론은 시신에 대한 유전자 감식 뒤에 내릴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자폭 테러 용의자는 러시아에서 활동이 금지된 과격 이슬람 단체 소속으로 알려졌다. 그는 폭발물을 배낭에 넣어 지하철로 갖고 들어간 것으로 파악됐다.

하지만 이번 테러와 관련해 자신들의 소행이라고 밝힌 단체는 아직 없다. 따라서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세력인 이슬람 국가(IS)처럼 여러 차례 테러를 저질러온 전문 테러집단의 소행이든, 러시아 체제에 불만을 품은 자생적 테러리스트인 '외로운 늑대'의 소행인지는 러시아 수사 당국의 수사가 진행돼야 확인될 것으로 보인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테러가 발생한 상트페테르부르크의 ‘테흐놀로기체스키 인스티투트’역을 방문해 현장을 둘러보고 있다. (사진=EPA)
테러범이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를 노린 이유는?

그렇다면 테러범들이 이 시점에 왜 러시아를 노렸을까? 또 러시아의 수도가 아닌 상트페테르부르크를 공격했을까?

이와 관련해 중동과 이슬람 테러에 정통한 국립외교원의 인남식 교수는 자신의 페이스북 계정에 올린 글에서 이번 테러가 푸틴에게 직접 도발하는 메시지를 담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인남식 교수는 "왜 모스크바가 아니었을까 궁금했다. 물론 상트가 문화와 예술의 중심지이자 러시아의 자존심이기도 하지만, 푸틴의 심사를 건드리려는 것은 아닐까 싶었다. 푸틴 고향 사람들이 살해당했다. 상트는 푸틴의 고향이자 정치적 배경이 되는 도시였기 때문에 테러단체 입장에서는 푸틴에게 직접 도발하는 메시지를 담고 싶었을 수도 있었다. 더욱이 오늘은 푸틴이 상트에서 열린 경제포럼에 참석하고 있었다."고 분석했다.

인남식 교수는 이어 "아랍 대중의 눈으로 보면 아사드(시리아 대통령)가 학살자다. IS도 많은 사람을 죽이고 분탕질 치고 있어 주로 외국인에게 IS가 학살자로 비치고 있다면, 정작 아랍 내부에서는 아사드의 잔인한 자기 백성 살해가 훨씬 더 비참하고 고통스럽다.

그런데 국제사회는 IS 궤멸에만 관심이 있지, 정작 IS 발호의 한 원인이라 할 수 있는 아사드를 퇴진시키는 데는 이제 무기력하다. 이 상황에서 러시아와 이란이 학살자 아사드를 옹위하고 나서니 웬만한 아랍의 청년들이라면 IS보다 더 나쁜 아사드를 지키는 러시아가 왜 안 밉겠는가?"라고 덧붙였다.

독재 정권을 지켜주면서 독재의 왕 노릇을 하는 푸틴에 대한 반감이 이번 테러의 원인일 수도 있다는 것이다.

3일(현지시각) 이스라엘 텔아비브의 시청 건물이 희생자들을 애도하기 위해 러시아 국기의 삼색 빛을 발하고 있다 (사진=EPA)
"활동 중인 지하디스트 1천 명 이상"

이번 상트페테르부르크 테러를 계기로 유럽 각국은 테러 경계의 고삐를 더 바짝 조일 것으로 전망된다. 각국은 자생적 테러범인 '외로운 늑대'로 돌변할 수 있는 우범자들에 대한 정보 확보와 동향 파악에 주력하면서 이라크와 시리아에서 활동하다가 돌아오는 유럽 출신 지하디스트들에 대한 경계수위도 한층 높일 것으로 보인다.

최근 들어 IS는 유럽의 동조세력에 대해 이라크·시리아로 건너와서 싸우는 대신에 유럽 현지에서 테러 등을 통해 싸울 것을 부추기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유럽 출신 IS 조직원들이 유럽으로 숨어들어 보복테러에 나설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이에 앞서 질 드 케르쇼브 EU 대(對)테러조정관은 지난해 12월 'EU 내무장관 회의'에 제출한 자료에서 이라크와 시리아에서 활동 중인 유럽 출신 지하디스트(이슬람 성전주의자)가 2천~2천500명에 이르는데 지금까지 600~1천 명이 전투 중에 숨지고 1천200~1천750명은 유럽으로 귀환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유럽 출신 지하디스트 중 다수는 이라크와 시리아에서 상황이 좋지 않아서 돌아오는 것이고, 일부는 특별한 임무를 갖고 유럽으로 보내질 수도 있을 것"이라면서 '귀환 지하디스트'에 의한 테러 가능성을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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