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후] “미운 우리 대냥이가 달라졌어요!”

입력 2017.04.12 (11:00) 수정 2017.04.12 (1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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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한 대학교 건물 천장에서 고양이 울음 소리가 들립니다. 대학교 서점 내에선 고양이가 침입한 발자국이 선명하게 남아있습니다. 주인공은 흔히 '대냥이'라고 불리는 대학 캠퍼스 안에 사는 길고양이입니다.

배가 고파 쓰레기통을 뒤지면서 캠퍼스를 어지럽히는가 하면, 추위를 피하고자 기상천외한 장소에 들어가 깜짝 놀라게 하기도 합니다. 발정기엔 암컷을 놓고 수컷끼리 싸우는 날카로운 울음소리까지 내고요. 당연 대냥이를 보는 시선이 곱지 않을 수밖에요.

대냥이가 달라졌어요!

삼육대학교 내의 길고양이 급식소(왼쪽)와 연세대학교 길고양이 중성화 사업 모습(오른쪽)삼육대학교 내의 길고양이 급식소(왼쪽)와 연세대학교 길고양이 중성화 사업 모습(오른쪽)

미운 우리 새끼, 대냥이에게 변화가 생겼습니다. 동물보호단체 카라와 연세대 등 대학교 7곳이 대냥이를 위한 전용 급식소와 쉼터를 만든 이후 부터입니다. 급식소를 캠퍼스 내 곳곳에 설치하고, 동아리 학생들이 당번을 정해 일정량의 사료를 주니, 대냥이들이 먹이를 찾아 대학 내로 들어오는 일이 확실히 줄어들었습니다. 쓰레기통을 굳이 뒤지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겠죠.

대냥이 중성화 사업도 큰 도움이 되고 있습니다. 개체 수 조절도 될뿐더러 발정기에 내는 울음소리도 줄어들어 관련 민원이 크게 줄어든 겁니다. 통상 포획 작업 후 중성화 표시가 없는 대냥이들은 동물보호단체가 운영하는 동물병원에서 하루 이틀 안정화 작업 후, 중성화 수술을 진행합니다. 이 때 간단한 건강 검진도 함께 실시한다고 하는데요, 아픈 곳이 있으면 치료를 끝마친 뒤 다시 자신들의 영역, 대학 캠퍼스로 방사된다고 합니다.

대학 간 네트워크로 확산

서울대학교 내 설치된 길고양이 보금자리서울대학교 내 설치된 길고양이 보금자리

골칫덩이라고만 여겨졌던 대냥이. 하지만 따뜻한 보살핌으로 함께 공생할 수 있다는 것을 체험한 학생들이 많아지자, 이제는 길고양이 돌봄을 위한 대학 간 네트워크도 활발해지고 있습니다.

알록달록하고 기하학적인 보금자리. 서울대 대냥이 '르네'와 그 친구들을 위한 보금자리인 '르네상스' 입니다. 수의학과와 건축 디자인 등 다양한 학과, 다양한 학교의 학생들이 함께 제작한 건데요. SNS를 통해 후원금 144만 원을 모아 2달이 넘는 깐깐한 제작과정을 거쳐 만들었습니다.

이 학생들은 앞으로 전국의 10개 대학교에 대냥이들을 위한 특색있는 보금자리를 지어주고자 스토리펀딩을 준비하고 있는데, 문의가 폭주한다고 합니다.

현재 대학 내 고양이 돌봄 모임은 전국에 2~30개 정도로, 각 대학 캠퍼스에는 적게는 10마리에서 많게는 50마리가 넘는 대냥이들이 살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동물보호단체 카라 전진경 상임이사는 "길고양이와 공존할 수 있다는 것을 하나의 작은 사회인 대학캠퍼스에서부터 실천하고 배울 수 있다면 캠퍼스 밖 사회에서도 자연스럽게 이어져 하나의 좋은 선례가 될 수 있다"고 대냥이 돌봄 열풍의 의미를 해석했습니다.

한편 일본은 1990년대 와세다 대학에서 처음 길고양이 돌봄 동아리가 만들어진 이후, 전국 각지의 대학에서 동아리가 결성되었다고 하는데요. 현재까지도 전국 심포지엄을 개최하며 캠퍼스 내 길고양이와의 공존 방법을 다양하게 논의하는 등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습니다.

이제 막 시작된 우리 대학 내 길고양이 돌봄 문화도 사람과 동물의 공존을 위한 좋은 선례가 될 수 있을지 기대됩니다. 

[연관기사] [뉴스7] 대학에 사는 고양이 ‘대냥이’…공생 방법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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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취재후] “미운 우리 대냥이가 달라졌어요!”
    • 입력 2017-04-12 11:00:26
    • 수정2017-04-12 11:38:16
    취재후·사건후
서울의 한 대학교 건물 천장에서 고양이 울음 소리가 들립니다. 대학교 서점 내에선 고양이가 침입한 발자국이 선명하게 남아있습니다. 주인공은 흔히 '대냥이'라고 불리는 대학 캠퍼스 안에 사는 길고양이입니다.

배가 고파 쓰레기통을 뒤지면서 캠퍼스를 어지럽히는가 하면, 추위를 피하고자 기상천외한 장소에 들어가 깜짝 놀라게 하기도 합니다. 발정기엔 암컷을 놓고 수컷끼리 싸우는 날카로운 울음소리까지 내고요. 당연 대냥이를 보는 시선이 곱지 않을 수밖에요.

대냥이가 달라졌어요!

삼육대학교 내의 길고양이 급식소(왼쪽)와 연세대학교 길고양이 중성화 사업 모습(오른쪽)
미운 우리 새끼, 대냥이에게 변화가 생겼습니다. 동물보호단체 카라와 연세대 등 대학교 7곳이 대냥이를 위한 전용 급식소와 쉼터를 만든 이후 부터입니다. 급식소를 캠퍼스 내 곳곳에 설치하고, 동아리 학생들이 당번을 정해 일정량의 사료를 주니, 대냥이들이 먹이를 찾아 대학 내로 들어오는 일이 확실히 줄어들었습니다. 쓰레기통을 굳이 뒤지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겠죠.

대냥이 중성화 사업도 큰 도움이 되고 있습니다. 개체 수 조절도 될뿐더러 발정기에 내는 울음소리도 줄어들어 관련 민원이 크게 줄어든 겁니다. 통상 포획 작업 후 중성화 표시가 없는 대냥이들은 동물보호단체가 운영하는 동물병원에서 하루 이틀 안정화 작업 후, 중성화 수술을 진행합니다. 이 때 간단한 건강 검진도 함께 실시한다고 하는데요, 아픈 곳이 있으면 치료를 끝마친 뒤 다시 자신들의 영역, 대학 캠퍼스로 방사된다고 합니다.

대학 간 네트워크로 확산

서울대학교 내 설치된 길고양이 보금자리
골칫덩이라고만 여겨졌던 대냥이. 하지만 따뜻한 보살핌으로 함께 공생할 수 있다는 것을 체험한 학생들이 많아지자, 이제는 길고양이 돌봄을 위한 대학 간 네트워크도 활발해지고 있습니다.

알록달록하고 기하학적인 보금자리. 서울대 대냥이 '르네'와 그 친구들을 위한 보금자리인 '르네상스' 입니다. 수의학과와 건축 디자인 등 다양한 학과, 다양한 학교의 학생들이 함께 제작한 건데요. SNS를 통해 후원금 144만 원을 모아 2달이 넘는 깐깐한 제작과정을 거쳐 만들었습니다.

이 학생들은 앞으로 전국의 10개 대학교에 대냥이들을 위한 특색있는 보금자리를 지어주고자 스토리펀딩을 준비하고 있는데, 문의가 폭주한다고 합니다.

현재 대학 내 고양이 돌봄 모임은 전국에 2~30개 정도로, 각 대학 캠퍼스에는 적게는 10마리에서 많게는 50마리가 넘는 대냥이들이 살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동물보호단체 카라 전진경 상임이사는 "길고양이와 공존할 수 있다는 것을 하나의 작은 사회인 대학캠퍼스에서부터 실천하고 배울 수 있다면 캠퍼스 밖 사회에서도 자연스럽게 이어져 하나의 좋은 선례가 될 수 있다"고 대냥이 돌봄 열풍의 의미를 해석했습니다.

한편 일본은 1990년대 와세다 대학에서 처음 길고양이 돌봄 동아리가 만들어진 이후, 전국 각지의 대학에서 동아리가 결성되었다고 하는데요. 현재까지도 전국 심포지엄을 개최하며 캠퍼스 내 길고양이와의 공존 방법을 다양하게 논의하는 등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습니다.

이제 막 시작된 우리 대학 내 길고양이 돌봄 문화도 사람과 동물의 공존을 위한 좋은 선례가 될 수 있을지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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