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후] 미군기지 오염 공개하라…환경부가 꺼리는 이유는?

입력 2017.04.13 (13:31) 수정 2017.04.13 (1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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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 미군기지 '기름 유출' 사고.. 1년에 3차례꼴

용산 미군기지 내부에서 발생한 기름 유출사고가 지난 25년 동안 84건에 달하는 것으로 뒤늦게 확인됐습니다. 그동안 언론보도 등 간접적으로 알려져 있던 것 보다 6배 이상 많은데요. 자료를 보면 1년에 3번 정도는 꾸준히 기름 유출 사고가 있었던 셈입니다.

이같은 사실은 지난주 국내에서 처음 공개된 미국 국방부 내부 자료를 통해서 드러났는데요. 서울 한복판에 여의도 5배 면적으로 자리 잡은 용산 미군기지는 현재 한미 간에 반환협상이 진행 중입니다. 반환 후에는 생태공원으로 조성될 예정이어서 그동안 베일에 가려졌던 용산기지의 오염 실태에 더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미군 내부 문서에는 1990년부터 2015년까지 용산기지에서 모두 84건의 기름 유출사고가 기록돼 있었는데요. 주한미군 자체 환경관리기준으로 '최악의 유출(Worst Case Discharge)'에 해당하는 1,000갤런(3,780L) 이상 유출 사고는 모두 7건이었습니다. 그 다음으로 '심각한 유출(Significant spill)'에 해당하는 110갤런(400L) 이상 기름 유출사고는 모두 25건이었습니다. 용산기지에서 유출된 기름의 종류는 대부분 경유와 항공유였습니다.

제일 많이 유출된 1997년 10월 사고를 한번 살펴보겠습니다. 경유 7620갤런(약 2만8천리터)이 유출됐는데 이는 중형 자동차 약 400대의 연료탱크를 가득 채웠을 때의 양과 비슷합니다. 기름은 빗물을 타고 배수구로 흘러갔고, 결국 한강으로 유입됐습니다.

노후화된 연료관이 파손되면서 유출이 발생한 건데 유출 사고의 원인 중 가장 많은 경우에 해당합니다. 2002년 5월 항공유 3500갤런(2만1천리터)가 유출됐을 때도 상황은 비슷했습니다. 파손된 연료관에서 새어나온 기름이 서울의 하수도로 유입됐다고 보고서는 적시하고 있습니다.

더구나 기름의 최초 유출 시점과 최종적인 유출량이 확인되지 않는 사고도 5건이나 됩니다. 얼마나 오염이 됐을지 알 수 없다는 겁니다.


생각보다 더 가깝고, 더 심각했던 토양오염

많은 기름이 땅으로 흘러들어 갔다면, 지하는 어떤 상황일까요? 서울시의 협조를 얻어 녹사평역 근처의 관정에서 지하수를 채취해 봤습니다. 지하 15미터 밑에서 길어 올린 지하수 표본에는 3cm 두께의 기름띠가 선명했습니다. 악취도 심해서 코를 막아야 할 정도였는데요.

개인적으로 저도 자주 오갔던 이태원 입구, 녹사평역 지하에 그런 두꺼운 기름층이 있을 줄은 몰랐습니다. 서울시는 지난 2001년 녹사평역 구내 집수정에서 다량의 기름이 발견된 이후 용산 미군기지 주변의 지하 오염실태를 매년 조사하는 한편 정화작업도 벌이고 있는데요.

유류오염이 확인된 4곳은 서울 용산구 남영동 캠프킴 주변 지역, 이태원동 미8군기지 인근의 녹사평 일대 , 동작구 대방동 캠프 그레이 인근 지역, 용산구 동빙고동 유엔사 토양 등 모두 1만 2천제곱미터(약 3천700평)에 달합니다.

더구나 지난해 녹사평 주변의 지하수에서는 1군 발암물질인 벤젠이 리터당 8.8mg, 중추신경계 손상을 초래하는 TPH(석유계총탄화수소)가 리터당 27.7mg 등 국내 허용기준치의 수십 배에서 수백 배가 넘는 유해물질이 검출됐습니다.


가늠하기 어려운 정화비용.. 반환협상 '걸림돌'?

서울시는 용산 기지 주변부 지하수에 대한 오염 정화작업을 벌이고 있지만, 미군기지 내부로 추정되는 오염원에는 접근할 수가 없기 때문에 한계가 분명합니다. 지하 어딘가에서 새어나오는 기름을 계속 퍼올려 폐기 처리하는 수준에 그치고 있는 겁니다.

이런 정화 작업에 지금까지 70억 원에 달하는 비용이 들었는데요. 미국 측의 비용 부담은 없었고, 서울시 예산으로 처리됐습니다. 미군기지 바깥쪽이 이 정도로 오염됐다면 부지 안쪽은 얼마나 더 오염이 심각할지 가늠하기조차 어려운 상황입니다.

미군 반환부지 정화(치유) 절차는 어떨까요? 일단 한미가 함께 토양 오염평가와 위해성 평가 등 공동조사를 해서 실태를 파악합니다. 그렇게 나온 조사결과를 바탕으로 한미 환경공동실문단이 보고를 하면 SOFA 환경분과위원회에서 정화(치유)주체를 결정합니다.

하지만, 관련 규정이 모호한 데다가 미군이 오염 책임을 인정한 적이 거의 없어 지금까지 반환된 미군기지는 현재의 용산구청 부지(아리랑 택시 부지) 단 한곳을 제외하고 모두 한국 정부나 자치단체가 정화(치유)비용을 부담해 왔습니다.

가장 최근부터 살펴보면 지난 2015년 반환된 동두천 캠프캐슬은 국방부가, 지난 2010년 반환된 부산 하야리아부대는 부산시가 정화비용을 부담했는데요. 부산시의 경우 처음 예상했던 정화비용 3억 원에서 50배 이상 늘어난 143억 원의 정화비용을 떠안았습니다. 지금까지 전국에서 반환된 미군기지 50여 곳에 투입된 정화 비용은 정보 공개 청구 등을 통해 확인된 것만 천8백억 원이 넘습니다.

용산기지의 경우 지금까지 반환된 미군기지 가운데 가장 면적이 넓기 때문에 오염 정화비용도 '역대급'이 될 것으로 예상되는데요. 전문가들은 용산기지 정화비용으로 최소 천억 원에서 최대 수천억 원까지 들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당장 올해 말 반환을 목표로 진행 중인 한미간의 협상에서 이같은 정화비용의 부담 문제가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옵니다. 한국이 정화비용을 모두 부담하게 된다면 이를 둘러싸고 국방부와 국토부, 서울시가 갈등을 빚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왜 몰랐나.. 존중받지 못하는 국민의 '알권리'

주한미군과 관련된 모든 사안은 지난 1966년 한미 양국 사이에 체결된 '주한 미군 지위 협정'을 통해 처리됩니다. 우리에게 SOFA(Status of Forces Agreement)라는 이름으로 알려진 협정이죠. 이 SOFA 협정에는 2001년까지 환경 관련 규정 자체가 없었습니다.

2001년에야 합의의사록과 '환경보호에 대한 특별양해각서'를 통해 '대한민국의 환경법령과 기준을 존중'한다는 규정과 환경관리기준(EGS)이 신설됐습니다. 미군기지 내부에서 기름 유출 등 환경사고가 났을 때 한국 정부와 정보를 공유한다는 합의도 이때 처음 만들어졌습니다.

하지만, 2001년 '정보공유' 합의에 따라 미군이 한국 정부와 공유한 환경 사고는 5건에 불과합니다. 기름 유출로 범위를 좁혀보면 4건입니다. 2001년 이후 같은 기간 미군 내부에서는 56건의 기름유출이 보고된 것과 큰 차이가 납니다.

취재진은 한미연합사령부를 통해 미군 측에 정보 공유가 이뤄지지 않은 이유에 대해 질의했습니다. 하지만 "주한미군은 환경보호, 국민 건강 및 공공 안전을 매우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으며, 환경 관리에 책임을 다하고 있다."는 원론적인 답변뿐이었습니다.

이에 관련해 환경부는 "미군기지 내부에서 오염이 발생했다 하더라도 외부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치지 않거나 그 사고의 규모, 오염의 지속성이 경미하다고 판단해서 통보하지 않으면 환경부가 모든 오염사고를 알아내기는 곤란하다"라고 밝혔습니다. 기름 유출 등 심각한 환경사고가 발생하더라도 미군 입장에서 정보 공유가 의무가 아니기 때문에, 미군이 먼저 알려주지 않으면 알 도리가 없다는 겁니다.


모두 미군 책임? 환경부 잘못은 없나?

기지 내부에서 일어나는 일에 대한 모든 정보를 미군이 독점하고 있다는 점에서 환경부의 해명은 일견 설득력이 있어 보입니다. 하지만, 국민의 알권리 보장을 위해 환경부가 최선을 다하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비판의 목소리가 나옵니다. 우리 정부가 알고 있는 내용까지 국민들에게 공개를 꺼리고 있기 때문입니다.

용산 미군기지의 반환을 앞두고 한국 정부와 미군은 2015년부터 지난해 8월까지 3차례에 걸쳐 기지 내부 지하수 오염 실태를 조사했습니다. 이번 조사에서 유류 등으로 인한 심각한 오염이 확인됐다는 이야기가 조사를 참관한 서울시와 연구 실무진 등을 통해 흘러나오고 있습니다.

그러나, 환경부는 미군과 합의가 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조사 결과에 대해서는 공개를 거부하고 있습니다. 국내 환경단체와 민변은 환경부를 상대로 조사결과를 공개하라며 정보공개청구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지난해 12월 서울고등법원에서 내려진 2심 판결까지 승소한 상황인데요.

이에 앞서 1심을 맡았던 서울행정법원은 "조사 결과는 기지 내부의 지하수 오염도를 측정한 객관적 지표에 불과할 뿐 어떤 가치판단이나 왜곡 가능성이 들어있지 않다"면서 "분석결과를 공개한다고 하더라도 국가의 중대한 이익을 크게 해할 우려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또, "주한 미군 측이 정보공개를 반대한다는 사정만으로 한미 양국의 신뢰관계가 훼손될 거라고 보기 어렵다"며 "서울시가 지하수 정화작업을 했음에도 계속 허용 기준치가 넘는 오염물질이 나와 기지가 오염원으로 의심되는 상황으로 국민의 알권리 보장의 필요성이 크다"고 강조했습니다.

지난해 12월 서울고등법원도 1심과 마찬가지로 조사 결과를 공개하라고 판결했지만, 환경부는 여전히 법원 결정에 불복하고 있습니다. 대법원 판결이 남긴 했지만, 법조계 안팎에서는 환경부의 승소 가능성을 낮게 보고 있습니다. 1심과 2심의 사법적 판단이 유지될 확률이 높다는 거지요. 도대체 우리 정부가 무엇을 위해 공개를 거부하고 있는지 납득이 잘 가지 않는 대목입니다.

국내의 반환대상 미군기지 80곳 가운데 지금까지 반환된 기지는 54곳입니다. 이중 27곳에서 국내환경기준을 초과하는 오염이 발견됐습니다.

한미동맹은 물론 중요합니다. 하지만, 미군도 우리 땅을 빌려 쓰고 있는 이상 그 땅이 어떻게 관리되고 있는지는 우리는 분명히 알아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대한민국 국토가 오염됐는데 이에 대한 기초적인 사실까지 확인해 줄 수 없다는 건 이해하기 힘든 일입니다.

법원도 정보공개청구 소송 판결에서 비슷한 문제의식을 드러냈는데요. 우리 정부와 환경부가 곱씹어볼 만한 부분입니다.

00법원 판결문 중 해당 부분입니다.

"용산 미군기지 토지 오염과 같은 사안이 공론의 장에서 논의되는 과정 자체가 실질적으로 국익에 도움이 되는 생산적인 결론을 이끌어내는 데 기여할 수도 있다. 1차 환경조사가 실시됐다는 사실이 언론을 통해 공개된 마당에 그 결과를 공개하지 않는다면 오히려 국민의 주한 미군에 대한 불신을 초래할 우려가 있고, 이로 인해 양국 간 불필요한 외교적 마찰이 생길 수 있다"

[연관기사] [뉴스7] “용산기지 기름유출 84건”…‘정화 비용’ 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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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취재후] 미군기지 오염 공개하라…환경부가 꺼리는 이유는?
    • 입력 2017-04-13 13:31:43
    • 수정2017-04-13 14:01:30
    취재후·사건후

용산 미군기지 '기름 유출' 사고.. 1년에 3차례꼴

용산 미군기지 내부에서 발생한 기름 유출사고가 지난 25년 동안 84건에 달하는 것으로 뒤늦게 확인됐습니다. 그동안 언론보도 등 간접적으로 알려져 있던 것 보다 6배 이상 많은데요. 자료를 보면 1년에 3번 정도는 꾸준히 기름 유출 사고가 있었던 셈입니다.

이같은 사실은 지난주 국내에서 처음 공개된 미국 국방부 내부 자료를 통해서 드러났는데요. 서울 한복판에 여의도 5배 면적으로 자리 잡은 용산 미군기지는 현재 한미 간에 반환협상이 진행 중입니다. 반환 후에는 생태공원으로 조성될 예정이어서 그동안 베일에 가려졌던 용산기지의 오염 실태에 더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미군 내부 문서에는 1990년부터 2015년까지 용산기지에서 모두 84건의 기름 유출사고가 기록돼 있었는데요. 주한미군 자체 환경관리기준으로 '최악의 유출(Worst Case Discharge)'에 해당하는 1,000갤런(3,780L) 이상 유출 사고는 모두 7건이었습니다. 그 다음으로 '심각한 유출(Significant spill)'에 해당하는 110갤런(400L) 이상 기름 유출사고는 모두 25건이었습니다. 용산기지에서 유출된 기름의 종류는 대부분 경유와 항공유였습니다.

제일 많이 유출된 1997년 10월 사고를 한번 살펴보겠습니다. 경유 7620갤런(약 2만8천리터)이 유출됐는데 이는 중형 자동차 약 400대의 연료탱크를 가득 채웠을 때의 양과 비슷합니다. 기름은 빗물을 타고 배수구로 흘러갔고, 결국 한강으로 유입됐습니다.

노후화된 연료관이 파손되면서 유출이 발생한 건데 유출 사고의 원인 중 가장 많은 경우에 해당합니다. 2002년 5월 항공유 3500갤런(2만1천리터)가 유출됐을 때도 상황은 비슷했습니다. 파손된 연료관에서 새어나온 기름이 서울의 하수도로 유입됐다고 보고서는 적시하고 있습니다.

더구나 기름의 최초 유출 시점과 최종적인 유출량이 확인되지 않는 사고도 5건이나 됩니다. 얼마나 오염이 됐을지 알 수 없다는 겁니다.


생각보다 더 가깝고, 더 심각했던 토양오염

많은 기름이 땅으로 흘러들어 갔다면, 지하는 어떤 상황일까요? 서울시의 협조를 얻어 녹사평역 근처의 관정에서 지하수를 채취해 봤습니다. 지하 15미터 밑에서 길어 올린 지하수 표본에는 3cm 두께의 기름띠가 선명했습니다. 악취도 심해서 코를 막아야 할 정도였는데요.

개인적으로 저도 자주 오갔던 이태원 입구, 녹사평역 지하에 그런 두꺼운 기름층이 있을 줄은 몰랐습니다. 서울시는 지난 2001년 녹사평역 구내 집수정에서 다량의 기름이 발견된 이후 용산 미군기지 주변의 지하 오염실태를 매년 조사하는 한편 정화작업도 벌이고 있는데요.

유류오염이 확인된 4곳은 서울 용산구 남영동 캠프킴 주변 지역, 이태원동 미8군기지 인근의 녹사평 일대 , 동작구 대방동 캠프 그레이 인근 지역, 용산구 동빙고동 유엔사 토양 등 모두 1만 2천제곱미터(약 3천700평)에 달합니다.

더구나 지난해 녹사평 주변의 지하수에서는 1군 발암물질인 벤젠이 리터당 8.8mg, 중추신경계 손상을 초래하는 TPH(석유계총탄화수소)가 리터당 27.7mg 등 국내 허용기준치의 수십 배에서 수백 배가 넘는 유해물질이 검출됐습니다.


가늠하기 어려운 정화비용.. 반환협상 '걸림돌'?

서울시는 용산 기지 주변부 지하수에 대한 오염 정화작업을 벌이고 있지만, 미군기지 내부로 추정되는 오염원에는 접근할 수가 없기 때문에 한계가 분명합니다. 지하 어딘가에서 새어나오는 기름을 계속 퍼올려 폐기 처리하는 수준에 그치고 있는 겁니다.

이런 정화 작업에 지금까지 70억 원에 달하는 비용이 들었는데요. 미국 측의 비용 부담은 없었고, 서울시 예산으로 처리됐습니다. 미군기지 바깥쪽이 이 정도로 오염됐다면 부지 안쪽은 얼마나 더 오염이 심각할지 가늠하기조차 어려운 상황입니다.

미군 반환부지 정화(치유) 절차는 어떨까요? 일단 한미가 함께 토양 오염평가와 위해성 평가 등 공동조사를 해서 실태를 파악합니다. 그렇게 나온 조사결과를 바탕으로 한미 환경공동실문단이 보고를 하면 SOFA 환경분과위원회에서 정화(치유)주체를 결정합니다.

하지만, 관련 규정이 모호한 데다가 미군이 오염 책임을 인정한 적이 거의 없어 지금까지 반환된 미군기지는 현재의 용산구청 부지(아리랑 택시 부지) 단 한곳을 제외하고 모두 한국 정부나 자치단체가 정화(치유)비용을 부담해 왔습니다.

가장 최근부터 살펴보면 지난 2015년 반환된 동두천 캠프캐슬은 국방부가, 지난 2010년 반환된 부산 하야리아부대는 부산시가 정화비용을 부담했는데요. 부산시의 경우 처음 예상했던 정화비용 3억 원에서 50배 이상 늘어난 143억 원의 정화비용을 떠안았습니다. 지금까지 전국에서 반환된 미군기지 50여 곳에 투입된 정화 비용은 정보 공개 청구 등을 통해 확인된 것만 천8백억 원이 넘습니다.

용산기지의 경우 지금까지 반환된 미군기지 가운데 가장 면적이 넓기 때문에 오염 정화비용도 '역대급'이 될 것으로 예상되는데요. 전문가들은 용산기지 정화비용으로 최소 천억 원에서 최대 수천억 원까지 들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당장 올해 말 반환을 목표로 진행 중인 한미간의 협상에서 이같은 정화비용의 부담 문제가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옵니다. 한국이 정화비용을 모두 부담하게 된다면 이를 둘러싸고 국방부와 국토부, 서울시가 갈등을 빚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왜 몰랐나.. 존중받지 못하는 국민의 '알권리'

주한미군과 관련된 모든 사안은 지난 1966년 한미 양국 사이에 체결된 '주한 미군 지위 협정'을 통해 처리됩니다. 우리에게 SOFA(Status of Forces Agreement)라는 이름으로 알려진 협정이죠. 이 SOFA 협정에는 2001년까지 환경 관련 규정 자체가 없었습니다.

2001년에야 합의의사록과 '환경보호에 대한 특별양해각서'를 통해 '대한민국의 환경법령과 기준을 존중'한다는 규정과 환경관리기준(EGS)이 신설됐습니다. 미군기지 내부에서 기름 유출 등 환경사고가 났을 때 한국 정부와 정보를 공유한다는 합의도 이때 처음 만들어졌습니다.

하지만, 2001년 '정보공유' 합의에 따라 미군이 한국 정부와 공유한 환경 사고는 5건에 불과합니다. 기름 유출로 범위를 좁혀보면 4건입니다. 2001년 이후 같은 기간 미군 내부에서는 56건의 기름유출이 보고된 것과 큰 차이가 납니다.

취재진은 한미연합사령부를 통해 미군 측에 정보 공유가 이뤄지지 않은 이유에 대해 질의했습니다. 하지만 "주한미군은 환경보호, 국민 건강 및 공공 안전을 매우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으며, 환경 관리에 책임을 다하고 있다."는 원론적인 답변뿐이었습니다.

이에 관련해 환경부는 "미군기지 내부에서 오염이 발생했다 하더라도 외부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치지 않거나 그 사고의 규모, 오염의 지속성이 경미하다고 판단해서 통보하지 않으면 환경부가 모든 오염사고를 알아내기는 곤란하다"라고 밝혔습니다. 기름 유출 등 심각한 환경사고가 발생하더라도 미군 입장에서 정보 공유가 의무가 아니기 때문에, 미군이 먼저 알려주지 않으면 알 도리가 없다는 겁니다.


모두 미군 책임? 환경부 잘못은 없나?

기지 내부에서 일어나는 일에 대한 모든 정보를 미군이 독점하고 있다는 점에서 환경부의 해명은 일견 설득력이 있어 보입니다. 하지만, 국민의 알권리 보장을 위해 환경부가 최선을 다하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비판의 목소리가 나옵니다. 우리 정부가 알고 있는 내용까지 국민들에게 공개를 꺼리고 있기 때문입니다.

용산 미군기지의 반환을 앞두고 한국 정부와 미군은 2015년부터 지난해 8월까지 3차례에 걸쳐 기지 내부 지하수 오염 실태를 조사했습니다. 이번 조사에서 유류 등으로 인한 심각한 오염이 확인됐다는 이야기가 조사를 참관한 서울시와 연구 실무진 등을 통해 흘러나오고 있습니다.

그러나, 환경부는 미군과 합의가 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조사 결과에 대해서는 공개를 거부하고 있습니다. 국내 환경단체와 민변은 환경부를 상대로 조사결과를 공개하라며 정보공개청구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지난해 12월 서울고등법원에서 내려진 2심 판결까지 승소한 상황인데요.

이에 앞서 1심을 맡았던 서울행정법원은 "조사 결과는 기지 내부의 지하수 오염도를 측정한 객관적 지표에 불과할 뿐 어떤 가치판단이나 왜곡 가능성이 들어있지 않다"면서 "분석결과를 공개한다고 하더라도 국가의 중대한 이익을 크게 해할 우려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또, "주한 미군 측이 정보공개를 반대한다는 사정만으로 한미 양국의 신뢰관계가 훼손될 거라고 보기 어렵다"며 "서울시가 지하수 정화작업을 했음에도 계속 허용 기준치가 넘는 오염물질이 나와 기지가 오염원으로 의심되는 상황으로 국민의 알권리 보장의 필요성이 크다"고 강조했습니다.

지난해 12월 서울고등법원도 1심과 마찬가지로 조사 결과를 공개하라고 판결했지만, 환경부는 여전히 법원 결정에 불복하고 있습니다. 대법원 판결이 남긴 했지만, 법조계 안팎에서는 환경부의 승소 가능성을 낮게 보고 있습니다. 1심과 2심의 사법적 판단이 유지될 확률이 높다는 거지요. 도대체 우리 정부가 무엇을 위해 공개를 거부하고 있는지 납득이 잘 가지 않는 대목입니다.

국내의 반환대상 미군기지 80곳 가운데 지금까지 반환된 기지는 54곳입니다. 이중 27곳에서 국내환경기준을 초과하는 오염이 발견됐습니다.

한미동맹은 물론 중요합니다. 하지만, 미군도 우리 땅을 빌려 쓰고 있는 이상 그 땅이 어떻게 관리되고 있는지는 우리는 분명히 알아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대한민국 국토가 오염됐는데 이에 대한 기초적인 사실까지 확인해 줄 수 없다는 건 이해하기 힘든 일입니다.

법원도 정보공개청구 소송 판결에서 비슷한 문제의식을 드러냈는데요. 우리 정부와 환경부가 곱씹어볼 만한 부분입니다.

00법원 판결문 중 해당 부분입니다.

"용산 미군기지 토지 오염과 같은 사안이 공론의 장에서 논의되는 과정 자체가 실질적으로 국익에 도움이 되는 생산적인 결론을 이끌어내는 데 기여할 수도 있다. 1차 환경조사가 실시됐다는 사실이 언론을 통해 공개된 마당에 그 결과를 공개하지 않는다면 오히려 국민의 주한 미군에 대한 불신을 초래할 우려가 있고, 이로 인해 양국 간 불필요한 외교적 마찰이 생길 수 있다"

[연관기사] [뉴스7] “용산기지 기름유출 84건”…‘정화 비용’ 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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