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0억 원 날린 인하대학교의 수상한 투자

입력 2017.04.16 (1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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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하대학교(총장 최순자)가 교비 130억원을 한진해운에 투자해 전액 손실을 봤지만 책임지는 사람은 없다.

인하대는 지난 2012년부터 2015년까지 세 번에 걸쳐 한진해운 채권을 매입했다. 같은 기간 거래된 한진해운 채권이 대부분 1억~2억 원 단위의 소액거래인 데 비해 인하대는 서너 번에 걸쳐 30억 원에서 50억 원 등 뭉텅이로 구매했다. 하지만 올해 2월 한진해운이 파산하면서 인하대는 투자금을 사실상 거의 회수할 수 없게 됐다.

인하대가 투자한 금액은 학교 적립금으로 동문이 모은 학교발전기금. 교육부 등에서 지원받은 연구발전기금 등이다. 결국 이번 투자실패로 인하대는 당분간 장학금, 연구기금은 등 학교발전을 위한 자금운용에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다.

문제는 당시 투자과정에서 수상한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라는데 있다.

2015년 7월 인하대는 갑작스럽게 교비를 이용한 투자대상 채권등급을 A- 에서 BBB- 로 한 단계 내린다. BBB- 는 투자부적격 바로 윗등급이다. 바로 아래 단계가 투기등급으로 평가받기 때문에 위험성이 적지 않은 대상이다. 전문적인 투자회가가 아닌 학교에서 안정적으로 운용해야 할 교비를 위험성이 높은 등급의 채권구매에 사용한 것이다. 공교롭게도 당시 한진해운의 채권 신용등급도 A-에서 BBB- 로 떨어졌다.


문제는 당시 투자등급을 내리면서 정상적으로 거쳐야 할 투자운용위원회의 의결절차를 거치지 않았다는 데 있다. 투자등급을 낮춘 것은 사무처 재무팀이다. 투자등급을 낮추기 직전 인하대가 매입한 한진해운 채권은 무려 80억 원이나 된다. 거액의 교비를 위험성 높은 채권에 투자하면서 정상적인 절차를 거치지 않은 것이다.

게다가 6월과 7월 두 차례 채권을 매입하면서 인하대는 민평3사(민간평가기관 3사)가 책정한 수익률인 6%대보다 낮은 5.6%대에 매입한다. 시장평가기관이 책정한 금액으로 충분히 매입할 수 있는데도 불구하고 낮은 이율로 매입한 것이다. 낮은 금리로 채권을 매입했다는 것은 즉 시장가보다 높은 가격에 채권을 샀다.


채권전문가들은 1~2억 원 단위도 아닌 수십억 원의 채권을 매입하면서 낮은 금리로 매입한 점은 극히 이례적이라고 지적한다. 매입 즉시 장부가에 수천만 원의 손실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즉 매도측은 시가보다 높은 가격을 받은 것이고 매수측은 싸게 매입하면서 손실을 본 셈이다. 갑과 을이 바뀌었다고 볼 수도 있다.

채권투자 대상등급을 낮춘 시점도 의혹을 불러오기에 충분하다. 대한항공 조양호 회장이 한진해운 회장에 취임한 것은 2014년 4월이다. 투자대상등급 변경 3개월 전이다. 조 회장은 인하대의 재단인 정석인하학원의 이사장이다. 즉 재단이사장이 한진해운 회장으로 취임한 지 석 달 후 인하대는 규정상 거쳐야 할 투자운용위원회 회의도 없이 투자대상등급을 한 단계 낮추고 한진해운 채권을 매입했다.

문제가 불거지자 교수회, 교직원노조, 학생회 등으로 구성된 대책위는 진상규명과 함께 채권투자 당시 책임자인 최순자 현 총장이 4월 말까지 퇴진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매일 인하대 정문과 후문에서는 최순자 총장 퇴진을 촉구하는 피케팅이 열리고 있다.

학교측은 그러나 당시는 한진해운 회장이 최은영 前 회장에서 조양호 회장으로 바뀌고 경영정상화 가능성이 높아지는 시기로 높은 채권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던 시기로 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당시 인하대가 매입한 채권은 5년 만기 채권으로 만기가 1년 남은 유통채권이었다. 인하대의 투자결정이 한진해운 정상화 가능성을 높게 본 것이었다면 매도할 때 역시 마찬가지 판단을 하는 게 상식적이다. 하지만 당시 채권을 매도한 측은 인하대와 다른 판단을 한 셈이다. 한진해운은 조양호 회장이 취임한 뒤에도 경영이 정상화되지 못하고 올해 2월 결국 파산하고 말았다.

파산 10개월 전인 2015년 4월 전임 회장 최은영씨는 한진해운이 채권단에 자율협약을 신청하기 직전 보유주식 전량을 매도하면서 수억 원대의 손실을 회피했다. 내부자를 통해 자율협약 신청 정보를 파악해 보유지분을 미리 처분한 셈이다.

인하대가 교비로 한진해운 채권 80억 원을 사들이기 9개월 전이다.

당시 인하대에 채권을 판 사람이 누구인지. 인하대가 규정을 어기면서까지 투자 가능 대상등급을 낮춰 한진해운 채권을 매입한 이유는 무엇인지. 그리고 매입이 적절했다고 해도 굳이 시가보다 비싼 가격에 매입한 이유는 무엇인지 의혹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시민단체들은 오는 18일(화) 검찰에 인하대측 관련자를 업무상 배임혐의 등으로 고발할 방침이다.

[연관기사]
[단독] 인하대, 한진해운 채권 매입 과정 의혹 투성이
또 먹튀?…시민단체 다음 주 관련자 고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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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30억 원 날린 인하대학교의 수상한 투자
    • 입력 2017-04-16 19:03:45
    취재K
인하대학교(총장 최순자)가 교비 130억원을 한진해운에 투자해 전액 손실을 봤지만 책임지는 사람은 없다.

인하대는 지난 2012년부터 2015년까지 세 번에 걸쳐 한진해운 채권을 매입했다. 같은 기간 거래된 한진해운 채권이 대부분 1억~2억 원 단위의 소액거래인 데 비해 인하대는 서너 번에 걸쳐 30억 원에서 50억 원 등 뭉텅이로 구매했다. 하지만 올해 2월 한진해운이 파산하면서 인하대는 투자금을 사실상 거의 회수할 수 없게 됐다.

인하대가 투자한 금액은 학교 적립금으로 동문이 모은 학교발전기금. 교육부 등에서 지원받은 연구발전기금 등이다. 결국 이번 투자실패로 인하대는 당분간 장학금, 연구기금은 등 학교발전을 위한 자금운용에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다.

문제는 당시 투자과정에서 수상한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라는데 있다.

2015년 7월 인하대는 갑작스럽게 교비를 이용한 투자대상 채권등급을 A- 에서 BBB- 로 한 단계 내린다. BBB- 는 투자부적격 바로 윗등급이다. 바로 아래 단계가 투기등급으로 평가받기 때문에 위험성이 적지 않은 대상이다. 전문적인 투자회가가 아닌 학교에서 안정적으로 운용해야 할 교비를 위험성이 높은 등급의 채권구매에 사용한 것이다. 공교롭게도 당시 한진해운의 채권 신용등급도 A-에서 BBB- 로 떨어졌다.


문제는 당시 투자등급을 내리면서 정상적으로 거쳐야 할 투자운용위원회의 의결절차를 거치지 않았다는 데 있다. 투자등급을 낮춘 것은 사무처 재무팀이다. 투자등급을 낮추기 직전 인하대가 매입한 한진해운 채권은 무려 80억 원이나 된다. 거액의 교비를 위험성 높은 채권에 투자하면서 정상적인 절차를 거치지 않은 것이다.

게다가 6월과 7월 두 차례 채권을 매입하면서 인하대는 민평3사(민간평가기관 3사)가 책정한 수익률인 6%대보다 낮은 5.6%대에 매입한다. 시장평가기관이 책정한 금액으로 충분히 매입할 수 있는데도 불구하고 낮은 이율로 매입한 것이다. 낮은 금리로 채권을 매입했다는 것은 즉 시장가보다 높은 가격에 채권을 샀다.


채권전문가들은 1~2억 원 단위도 아닌 수십억 원의 채권을 매입하면서 낮은 금리로 매입한 점은 극히 이례적이라고 지적한다. 매입 즉시 장부가에 수천만 원의 손실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즉 매도측은 시가보다 높은 가격을 받은 것이고 매수측은 싸게 매입하면서 손실을 본 셈이다. 갑과 을이 바뀌었다고 볼 수도 있다.

채권투자 대상등급을 낮춘 시점도 의혹을 불러오기에 충분하다. 대한항공 조양호 회장이 한진해운 회장에 취임한 것은 2014년 4월이다. 투자대상등급 변경 3개월 전이다. 조 회장은 인하대의 재단인 정석인하학원의 이사장이다. 즉 재단이사장이 한진해운 회장으로 취임한 지 석 달 후 인하대는 규정상 거쳐야 할 투자운용위원회 회의도 없이 투자대상등급을 한 단계 낮추고 한진해운 채권을 매입했다.

문제가 불거지자 교수회, 교직원노조, 학생회 등으로 구성된 대책위는 진상규명과 함께 채권투자 당시 책임자인 최순자 현 총장이 4월 말까지 퇴진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매일 인하대 정문과 후문에서는 최순자 총장 퇴진을 촉구하는 피케팅이 열리고 있다.

학교측은 그러나 당시는 한진해운 회장이 최은영 前 회장에서 조양호 회장으로 바뀌고 경영정상화 가능성이 높아지는 시기로 높은 채권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던 시기로 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당시 인하대가 매입한 채권은 5년 만기 채권으로 만기가 1년 남은 유통채권이었다. 인하대의 투자결정이 한진해운 정상화 가능성을 높게 본 것이었다면 매도할 때 역시 마찬가지 판단을 하는 게 상식적이다. 하지만 당시 채권을 매도한 측은 인하대와 다른 판단을 한 셈이다. 한진해운은 조양호 회장이 취임한 뒤에도 경영이 정상화되지 못하고 올해 2월 결국 파산하고 말았다.

파산 10개월 전인 2015년 4월 전임 회장 최은영씨는 한진해운이 채권단에 자율협약을 신청하기 직전 보유주식 전량을 매도하면서 수억 원대의 손실을 회피했다. 내부자를 통해 자율협약 신청 정보를 파악해 보유지분을 미리 처분한 셈이다.

인하대가 교비로 한진해운 채권 80억 원을 사들이기 9개월 전이다.

당시 인하대에 채권을 판 사람이 누구인지. 인하대가 규정을 어기면서까지 투자 가능 대상등급을 낮춰 한진해운 채권을 매입한 이유는 무엇인지. 그리고 매입이 적절했다고 해도 굳이 시가보다 비싼 가격에 매입한 이유는 무엇인지 의혹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시민단체들은 오는 18일(화) 검찰에 인하대측 관련자를 업무상 배임혐의 등으로 고발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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