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따라잡기] ‘총기 강도’…잡고 보니 평범한 ‘농민’

입력 2017.04.24 (08:33) 수정 2017.04.24 (0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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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지난주 목요일 경북 경산의 한 농촌 마을에서 은행 총기 강도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한적한 시골 마을에서 대낮에, 그것도 실탄까지 발사되는 강도 행각에 주민들은 큰 불안에 떨었습니다.

사건 발생 55시간 만인 지난 토요일 밤 용의자가 검거됐는데, 인근에 사는 평범한 40대 농민이었습니다.

마을 방범 대장으로 활동한 그를, 이웃 주민들은 평소 누구보다 성실했던 사람으로 기억하고 있었습니다.

범행에 사용된 총기는 사제 총기도 아니고, 미국산 권총이었는데, 어떻게 평범한 농민이 이 총기를 소지하고 있었던 걸까요.

강도 행각의 전말을 따라가 보겠습니다.

<리포트>

경찰의 손에 이끌려 모습을 드러낸 남성.

지난 20일, 경북 경산에서 발생한 권총 강도 피의자 43살 김 모 씨입니다.

<녹취> "(총이랑 총알은 어디서 구했어요?) 죄송합니다."

실탄까지 쏘며 대담한 강도 행각을 벌인 김 씨.

사건 당시 어눌하고 짧은 한국말을 사용해 '외국인'으로 추정되기도 했지만, 사건 발생 농협에서 불과 6킬로미터 떨어진 마을에 사는 평범한 '농민'이었습니다.

<인터뷰> 정상진 (경북 경산경찰서장/지난 22일): "범죄에 이용한 걸로 추정되는 자전거를 싣고 이동하는 1톤 트럭을 발견, 용의자를 특정할 수 있었습니다."

평범한 농민이 권총 강도 피의자가 된 건 지난 20일 정오 무렵입니다.

한적한 농촌 마을의 농협 안으로 난데없이 괴한이 총기를 들고 나타납니다.

검정색 자루를 직원에게 집어 던지며 돈을 담으라고 위협합니다.

<인터뷰> 정상진 (경북 경산경찰서장): "“담아”라는 이야기를 서너 번 했고요 처음에. 그다음에 “핸드폰”이라는 소리를 한번 했습니다. 안에서 핸드폰으로 신고하려는 그런 조짐이 조금 보였기 때문에. 그리고 마지막에 “안에, 안에” 금고 안에 들어가라는 소리죠. "

당시 은행 안에는 직원 3명 뿐이었는데, 남성 직원 1명과 몸싸움을 벌이다 실탄 한 발을 발사했습니다.

범행에 걸린 시간은 불과 4분.

현금 1천5백60여만 원을 챙기고 직원들을 은행 금고에 가둔 뒤, 자전거를 타고 유유히 사라졌습니다.

<인터뷰> 정상진 (경북 경산경찰서장): "(남성 직원이) 돈을 담아주는 순간 (강도가) 이제 돈을 확인하려고 이렇게 총구가 옆으로 가는 것을 보고 손으로 탈취하려고 시도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권총 한 발을 발사했습니다."

긴박한 상황이 벌어졌지만, 한적한 농촌 마을의 특성상 주변에선 바로 눈치를 채지 못했습니다.

<인터뷰> 범행 현장 인근 주민 (음성변조): "여기는 촌 동네라서 (농협은) 아침에 문 열면 좀 많이 바쁘고 점심때 가끔 가보면 손님 많이 없거든요. 점심시간 되면 각자 점심 먹는다고 바쁘고 그렇잖아요."

총기까지 등장한 만큼, 2차 범행 우려에 농촌 마을은 불안에 떨었습니다.

<인터뷰> 범행 현장 인근 주민 (음성변조): "주민들이 불안하다고. 총알을 가지고 있으니까. 언제 어느 때 나한테 날아올지 모르잖아요. 불안해 못 살겠어."

CCTV로 추적을 했지만, 강도 용의자는 농협에서 불과 1백50미터 떨어진 곳에서 종적을 감춥니다.

사건 현장 주변이 인적이 드문데다, CCTV도 많지 않아 도주 경로를 쫓는데 어려움이 컸습니다.

<인터뷰> 윤창호 (경북 경산경찰서 경감): "범행 현장에서 150미터 정도 떨어진 사거리에서 (농로로 갔는데) 자전거를 타고 가다가 차량으로 갈아탔을 가능성도 있고, 도보로 이동했을 수도 있고 또한 공범이 있어가지고 태워서 갈 수도 있기 때문에 다방면으로…."

자칫 수사가 난항에 빠질 수도 있었던 상황.

현상금까지 내건 경찰은 범행 55시간만인 지난 토요일 밤 가족 모임 참석차 충북 단양의 한 리조트에 있던 김 씨를 검거합니다.

범행에 사용된 권총 1정과 실탄 18발 중 11발이 김 씨의 주거지 인근 지하수 관정에서 발견됐습니다.

훔친 돈 1천5백여만 원 가운데 1천1백여만 원도 인근 창고에서 나왔습니다.

김 씨는 검거 직후 "빚이 많아서 그랬다"며 범행 일체를 시인했습니다.

<인터뷰> 정상진 (경북 경산경찰서장): "(공범이 있습니까?) 현재까지는 본인은 없다고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김 씨는 평소 지역 방범대장으로 활동하며 마을 일에도 적극적이었습니다.

범행 직후에는 마을로 돌아와 평소처럼 생활했습니다.

<인터뷰> 마을 주민 (음성변조): "(사건 당일) 마을에 있었어요. 저 뿐만 아니고 다른 사람도 다 보고, 밭에 일도 하고."

평범한 농민이었다는 김 씨의 강도 행각 소식에 이웃 주민들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습니다.

<인터뷰> 마을 주민 (음성변조): "충격적이지 상상을 못했지. 굉장히 정직하고 성실한 사람이지. 법 없이도 살 사람이야. 탄원서라도 있으면 내 서명이라도 해 주고 싶다."

<인터뷰> 마을 주민 (음성변조): "(마을)방범대장도 했어요. 이런 일은 꿈에도 절대 생각 안 했죠. 너무 착하다 사람이. 절대 그럴 사람이 아닌데."

김 씨의 지인들은 김 씨가 복숭아 농사를 지으며 생활했는데, 빚 때문에 힘들어했다고 전했습니다.

<인터뷰> 마을 주민 (음성변조): "(사정을) 다 알 수는 없는 건데, 힘들었던 것 같아요. 자기 밑에 아이가 넷인데, 농토는 많이 없고 이러니까 안 힘들겠어요."

<인터뷰> 마을 주민 (음성변조): "(김 씨가) 돌아가신 아버님 빚을 다 떠안으면서 생계도 힘든데 이자까지 갚으려니까 카드론 대출받고 다른 데 일반 대출받고 이러다 보니 (빚이) 꽉 차 버렸다는 이야기가 나오던데요. "

이렇듯 총기와는 전혀 무관할 것 같은 김 씨가 어떻게 총기를 구했는지, 총기 규제에 구멍이 뚫린 건 아닌지 의문이 커졌습니다.

총기는 사제가 아닌 45구경 권총이고, 사건 현장에서 발견된 탄피를 확인한 결과, 1943년 미국에서 생산된 실탄이었습니다.

<인터뷰> 실탄사격장 관계자 (음성변조) : "(강도가 쏜 총알은) 2차 (세계) 대전 때 쓴 탄인데, (강도가) 저 탄을 어디서 구했지?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미국에서도 지금 총포사 간다고 해서 구할 수 있는 탄은 아니거든요."

경찰은 김 씨에 대해 특수강도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하고, 총기 입수 경로를 추궁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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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04-24 08:41:32
    • 수정2017-04-24 09:0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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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목요일 경북 경산의 한 농촌 마을에서 은행 총기 강도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한적한 시골 마을에서 대낮에, 그것도 실탄까지 발사되는 강도 행각에 주민들은 큰 불안에 떨었습니다.

사건 발생 55시간 만인 지난 토요일 밤 용의자가 검거됐는데, 인근에 사는 평범한 40대 농민이었습니다.

마을 방범 대장으로 활동한 그를, 이웃 주민들은 평소 누구보다 성실했던 사람으로 기억하고 있었습니다.

범행에 사용된 총기는 사제 총기도 아니고, 미국산 권총이었는데, 어떻게 평범한 농민이 이 총기를 소지하고 있었던 걸까요.

강도 행각의 전말을 따라가 보겠습니다.

<리포트>

경찰의 손에 이끌려 모습을 드러낸 남성.

지난 20일, 경북 경산에서 발생한 권총 강도 피의자 43살 김 모 씨입니다.

<녹취> "(총이랑 총알은 어디서 구했어요?) 죄송합니다."

실탄까지 쏘며 대담한 강도 행각을 벌인 김 씨.

사건 당시 어눌하고 짧은 한국말을 사용해 '외국인'으로 추정되기도 했지만, 사건 발생 농협에서 불과 6킬로미터 떨어진 마을에 사는 평범한 '농민'이었습니다.

<인터뷰> 정상진 (경북 경산경찰서장/지난 22일): "범죄에 이용한 걸로 추정되는 자전거를 싣고 이동하는 1톤 트럭을 발견, 용의자를 특정할 수 있었습니다."

평범한 농민이 권총 강도 피의자가 된 건 지난 20일 정오 무렵입니다.

한적한 농촌 마을의 농협 안으로 난데없이 괴한이 총기를 들고 나타납니다.

검정색 자루를 직원에게 집어 던지며 돈을 담으라고 위협합니다.

<인터뷰> 정상진 (경북 경산경찰서장): "“담아”라는 이야기를 서너 번 했고요 처음에. 그다음에 “핸드폰”이라는 소리를 한번 했습니다. 안에서 핸드폰으로 신고하려는 그런 조짐이 조금 보였기 때문에. 그리고 마지막에 “안에, 안에” 금고 안에 들어가라는 소리죠. "

당시 은행 안에는 직원 3명 뿐이었는데, 남성 직원 1명과 몸싸움을 벌이다 실탄 한 발을 발사했습니다.

범행에 걸린 시간은 불과 4분.

현금 1천5백60여만 원을 챙기고 직원들을 은행 금고에 가둔 뒤, 자전거를 타고 유유히 사라졌습니다.

<인터뷰> 정상진 (경북 경산경찰서장): "(남성 직원이) 돈을 담아주는 순간 (강도가) 이제 돈을 확인하려고 이렇게 총구가 옆으로 가는 것을 보고 손으로 탈취하려고 시도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권총 한 발을 발사했습니다."

긴박한 상황이 벌어졌지만, 한적한 농촌 마을의 특성상 주변에선 바로 눈치를 채지 못했습니다.

<인터뷰> 범행 현장 인근 주민 (음성변조): "여기는 촌 동네라서 (농협은) 아침에 문 열면 좀 많이 바쁘고 점심때 가끔 가보면 손님 많이 없거든요. 점심시간 되면 각자 점심 먹는다고 바쁘고 그렇잖아요."

총기까지 등장한 만큼, 2차 범행 우려에 농촌 마을은 불안에 떨었습니다.

<인터뷰> 범행 현장 인근 주민 (음성변조): "주민들이 불안하다고. 총알을 가지고 있으니까. 언제 어느 때 나한테 날아올지 모르잖아요. 불안해 못 살겠어."

CCTV로 추적을 했지만, 강도 용의자는 농협에서 불과 1백50미터 떨어진 곳에서 종적을 감춥니다.

사건 현장 주변이 인적이 드문데다, CCTV도 많지 않아 도주 경로를 쫓는데 어려움이 컸습니다.

<인터뷰> 윤창호 (경북 경산경찰서 경감): "범행 현장에서 150미터 정도 떨어진 사거리에서 (농로로 갔는데) 자전거를 타고 가다가 차량으로 갈아탔을 가능성도 있고, 도보로 이동했을 수도 있고 또한 공범이 있어가지고 태워서 갈 수도 있기 때문에 다방면으로…."

자칫 수사가 난항에 빠질 수도 있었던 상황.

현상금까지 내건 경찰은 범행 55시간만인 지난 토요일 밤 가족 모임 참석차 충북 단양의 한 리조트에 있던 김 씨를 검거합니다.

범행에 사용된 권총 1정과 실탄 18발 중 11발이 김 씨의 주거지 인근 지하수 관정에서 발견됐습니다.

훔친 돈 1천5백여만 원 가운데 1천1백여만 원도 인근 창고에서 나왔습니다.

김 씨는 검거 직후 "빚이 많아서 그랬다"며 범행 일체를 시인했습니다.

<인터뷰> 정상진 (경북 경산경찰서장): "(공범이 있습니까?) 현재까지는 본인은 없다고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김 씨는 평소 지역 방범대장으로 활동하며 마을 일에도 적극적이었습니다.

범행 직후에는 마을로 돌아와 평소처럼 생활했습니다.

<인터뷰> 마을 주민 (음성변조): "(사건 당일) 마을에 있었어요. 저 뿐만 아니고 다른 사람도 다 보고, 밭에 일도 하고."

평범한 농민이었다는 김 씨의 강도 행각 소식에 이웃 주민들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습니다.

<인터뷰> 마을 주민 (음성변조): "충격적이지 상상을 못했지. 굉장히 정직하고 성실한 사람이지. 법 없이도 살 사람이야. 탄원서라도 있으면 내 서명이라도 해 주고 싶다."

<인터뷰> 마을 주민 (음성변조): "(마을)방범대장도 했어요. 이런 일은 꿈에도 절대 생각 안 했죠. 너무 착하다 사람이. 절대 그럴 사람이 아닌데."

김 씨의 지인들은 김 씨가 복숭아 농사를 지으며 생활했는데, 빚 때문에 힘들어했다고 전했습니다.

<인터뷰> 마을 주민 (음성변조): "(사정을) 다 알 수는 없는 건데, 힘들었던 것 같아요. 자기 밑에 아이가 넷인데, 농토는 많이 없고 이러니까 안 힘들겠어요."

<인터뷰> 마을 주민 (음성변조): "(김 씨가) 돌아가신 아버님 빚을 다 떠안으면서 생계도 힘든데 이자까지 갚으려니까 카드론 대출받고 다른 데 일반 대출받고 이러다 보니 (빚이) 꽉 차 버렸다는 이야기가 나오던데요. "

이렇듯 총기와는 전혀 무관할 것 같은 김 씨가 어떻게 총기를 구했는지, 총기 규제에 구멍이 뚫린 건 아닌지 의문이 커졌습니다.

총기는 사제가 아닌 45구경 권총이고, 사건 현장에서 발견된 탄피를 확인한 결과, 1943년 미국에서 생산된 실탄이었습니다.

<인터뷰> 실탄사격장 관계자 (음성변조) : "(강도가 쏜 총알은) 2차 (세계) 대전 때 쓴 탄인데, (강도가) 저 탄을 어디서 구했지?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미국에서도 지금 총포사 간다고 해서 구할 수 있는 탄은 아니거든요."

경찰은 김 씨에 대해 특수강도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하고, 총기 입수 경로를 추궁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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