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스타] 방송 종사자 106명 “하루 19시간 노동”

입력 2017.05.11 (1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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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0월 26일, CJ E&M 드라마 '혼술남녀'의 조연출 故 이한빛 씨가 고된 노동환경과 폭력적인 분위기를 이기지 못하고 자살했다.

그로부터 약 6개월 후, 유가족과 청년유니온 등 26개의 노동조합과 시민사회단체는 tvN '혼술남녀' 신입 조연출 사망사건 대책위원회(이하 대책위)를 구성해 CJ E&M의 책임인정과 사과, 재발방지 대책 수립을 요구하고 있다.

또한 대책위는 故 이한빛 PD의 죽음이 고인만의 문제가 아니라고 판단하여 방송콘텐츠 제작 현장 종사자들의 실태를 알 수 있도록 제보센터를 운영했다. 현재 수많은 드라마 제작 노동자들이 1주일에 70쪽이 넘는 대본을 촬영하느라 장시간, 고강도 노동을 하며 촬영 현장 내 여러 언어·성폭력에 시달리고 있기 때문이다.

제보를 받기 시작한 지난 4월 19일부터 4월 24일까지 5일간 106건의 제보가 쏟아졌다.

대책위에 따르면 106건의 제보를 토대로 계산한 결과 방송 제작자들의 평균 노동시간은 하루에 19.18시간(최소 12시간, 최대 23시간)이며 제작기간 중 평균 휴일은 월평균 4일(일주일 0.9일)이었다.

또한 대책위는 방송 제작 환경의 문제점을 크게 군대식 문화, 부족한 수면시간, 임금지급 지연과 열정페이로 나눠 각각 몇 개의 제보를 공개했다.

대책위는 이를 공개하면서 "이 바닥이 원래 그렇다. 방송산업의 관행이다. 어쩔 수 없다는 말로 일하는 사람들의 노동인권이 무시돼선 안될 것"이라고 호소했다.

① 언어폭력, 성폭력 기반 '군대식 문화'



제보 No.103

"나의 소원은 전화기를 꺼 놓고 일주일 동안 잠만 자는 것이었고 하루에도 열두 번 언어폭력을 들었다. 새끼 어떤 새끼 일상적이었고 나의 자존감은 바닥을 쳤다. 하루에도 몇 번씩 사고가 나서 죽어버렸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고 스트레스는 고스란히 위염으로 다가와서 밤중에는 토를 하는 일도 많았다. 예산 안에서 움직여야 하는 일, 배우들의 압박, 사람들의 시선은 발가벗은 채로 명동 한가운데 서 있는 느낌이었다"

제보 NO.123

"XX 너가 일을 X같이 하니까 현장이 느려지는 거 아니야"

명백히 연출 본인의 실수임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실수를 감추기 위해 툭하면 사람들 앞에서 조연출을 세워두고 욕을 하는 연출. 연출이 회사 선배이기 때문에 욕설을 들어도 참아야만 했다.

제보 NO.55

"남자친구 있니? 그럼 처녀 아니겠네?"부터 시작해서 "너랑 자고 싶다"까지 상상을 초월하는 멘트들. 이 바닥은 쓰레기구나 더럽다는 말로 합리화시키면서 그냥 물 흘러가듯이 지나 보내고 버텼던 것 같습니다.

② 부족한 수면시간, 수면 장소 미제공

사진 : 플리커(아이디-Alex Isse Neutron)사진 : 플리커(아이디-Alex Isse Neutron)

제보 NO.124

"Tvn의 경우 전날 촬영이 늦게 끝나 집에 갈 수 없을 때 또는 지방 촬영시 촬영팀이 묵을 숙소나 비용이 제공되지 않고 사비로 찜질방을 가야 함"

제보 NO.31

"6일 동안 누워서 잠든 시간이 6시간이었던 적이 있습니다"

제보 NO.18

"도저히 잠을 이겨낼 수 없어 편집실 바닥에서 자고 있는데 와서 깨운 뒤 '몇 시간 잤어? 네 시간? (숨 들이키며) 왜 이렇게 많이 자!!"

③ 임금 지급 지연, 턱없이 낮은 임금


제보 NO.127

"처음 나간 현장에서 사수에게 임금을 떼여 식비 교통비 제외하고 일급 2만원 정도를 받고 일했습니다. 문제제기를 하자 내가 너 경험 시켜주는 건데 페이 얘기를 왜 하냐며 싸가지가 없다는 식으로 이야기했습니다"

제보 NO.61

"8년 차인 지금도 미니시리즈 기준으로 웬만해선 시간당 최저임금조차 받지 못한다. 물론 야간수당 시간외수당을 포함하지 않았음에도 최저임금에 미치지 못한다"

④ 다쳐도 보상받지 못하고, 아파도 병원가지 못한다

제보 NO.122

"FD시절에는 며칠 동안 잠을 못 자며 일을 하다가 새벽에 과로로 쓰러진 적이 있었습니다. 모두 퇴근하고 저 혼자뿐이었고, 다른 팀 어느 누구도 저를 발견하지 못했습니다. 몇 시간이 지난 후 정신을 차렸는데 방송국 복도였고, 저는 몸 상태가 너무 안 좋아서 아침에 양해를 구하고 병원에 다녀오려고 했습니다. 그때 PD에게 '일하기 싫어서 농땡이 부리러 가느냐'라는 소리를 들었습니다"

제보 NO.38

"실제로 조명팀 동료들은 연속적 밤샘 근로에 운전까지 병행하다 사고로 사망한 사례가 있었다"

제보 NO.111

"제작사들은 산재보험이나 보험이 안되어있을 경우가 많고 특히 연습 중에 무리하게 이끌다 다치게 해도 보험이 안돼 책임을 못지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다쳐서 일 못 하면 생계는 어떻게 할까요? 전 오래돼서 소급 적용도 받을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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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스타 강지수 kbs.kangji@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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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K스타] 방송 종사자 106명 “하루 19시간 노동”
    • 입력 2017-05-11 17:54:32
    K-STAR
지난해 10월 26일, CJ E&M 드라마 '혼술남녀'의 조연출 故 이한빛 씨가 고된 노동환경과 폭력적인 분위기를 이기지 못하고 자살했다.

그로부터 약 6개월 후, 유가족과 청년유니온 등 26개의 노동조합과 시민사회단체는 tvN '혼술남녀' 신입 조연출 사망사건 대책위원회(이하 대책위)를 구성해 CJ E&M의 책임인정과 사과, 재발방지 대책 수립을 요구하고 있다.

또한 대책위는 故 이한빛 PD의 죽음이 고인만의 문제가 아니라고 판단하여 방송콘텐츠 제작 현장 종사자들의 실태를 알 수 있도록 제보센터를 운영했다. 현재 수많은 드라마 제작 노동자들이 1주일에 70쪽이 넘는 대본을 촬영하느라 장시간, 고강도 노동을 하며 촬영 현장 내 여러 언어·성폭력에 시달리고 있기 때문이다.

제보를 받기 시작한 지난 4월 19일부터 4월 24일까지 5일간 106건의 제보가 쏟아졌다.

대책위에 따르면 106건의 제보를 토대로 계산한 결과 방송 제작자들의 평균 노동시간은 하루에 19.18시간(최소 12시간, 최대 23시간)이며 제작기간 중 평균 휴일은 월평균 4일(일주일 0.9일)이었다.

또한 대책위는 방송 제작 환경의 문제점을 크게 군대식 문화, 부족한 수면시간, 임금지급 지연과 열정페이로 나눠 각각 몇 개의 제보를 공개했다.

대책위는 이를 공개하면서 "이 바닥이 원래 그렇다. 방송산업의 관행이다. 어쩔 수 없다는 말로 일하는 사람들의 노동인권이 무시돼선 안될 것"이라고 호소했다.

① 언어폭력, 성폭력 기반 '군대식 문화'



제보 No.103

"나의 소원은 전화기를 꺼 놓고 일주일 동안 잠만 자는 것이었고 하루에도 열두 번 언어폭력을 들었다. 새끼 어떤 새끼 일상적이었고 나의 자존감은 바닥을 쳤다. 하루에도 몇 번씩 사고가 나서 죽어버렸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고 스트레스는 고스란히 위염으로 다가와서 밤중에는 토를 하는 일도 많았다. 예산 안에서 움직여야 하는 일, 배우들의 압박, 사람들의 시선은 발가벗은 채로 명동 한가운데 서 있는 느낌이었다"

제보 NO.123

"XX 너가 일을 X같이 하니까 현장이 느려지는 거 아니야"

명백히 연출 본인의 실수임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실수를 감추기 위해 툭하면 사람들 앞에서 조연출을 세워두고 욕을 하는 연출. 연출이 회사 선배이기 때문에 욕설을 들어도 참아야만 했다.

제보 NO.55

"남자친구 있니? 그럼 처녀 아니겠네?"부터 시작해서 "너랑 자고 싶다"까지 상상을 초월하는 멘트들. 이 바닥은 쓰레기구나 더럽다는 말로 합리화시키면서 그냥 물 흘러가듯이 지나 보내고 버텼던 것 같습니다.

② 부족한 수면시간, 수면 장소 미제공

사진 : 플리커(아이디-Alex Isse Neutron)
제보 NO.124

"Tvn의 경우 전날 촬영이 늦게 끝나 집에 갈 수 없을 때 또는 지방 촬영시 촬영팀이 묵을 숙소나 비용이 제공되지 않고 사비로 찜질방을 가야 함"

제보 NO.31

"6일 동안 누워서 잠든 시간이 6시간이었던 적이 있습니다"

제보 NO.18

"도저히 잠을 이겨낼 수 없어 편집실 바닥에서 자고 있는데 와서 깨운 뒤 '몇 시간 잤어? 네 시간? (숨 들이키며) 왜 이렇게 많이 자!!"

③ 임금 지급 지연, 턱없이 낮은 임금


제보 NO.127

"처음 나간 현장에서 사수에게 임금을 떼여 식비 교통비 제외하고 일급 2만원 정도를 받고 일했습니다. 문제제기를 하자 내가 너 경험 시켜주는 건데 페이 얘기를 왜 하냐며 싸가지가 없다는 식으로 이야기했습니다"

제보 NO.61

"8년 차인 지금도 미니시리즈 기준으로 웬만해선 시간당 최저임금조차 받지 못한다. 물론 야간수당 시간외수당을 포함하지 않았음에도 최저임금에 미치지 못한다"

④ 다쳐도 보상받지 못하고, 아파도 병원가지 못한다

제보 NO.122

"FD시절에는 며칠 동안 잠을 못 자며 일을 하다가 새벽에 과로로 쓰러진 적이 있었습니다. 모두 퇴근하고 저 혼자뿐이었고, 다른 팀 어느 누구도 저를 발견하지 못했습니다. 몇 시간이 지난 후 정신을 차렸는데 방송국 복도였고, 저는 몸 상태가 너무 안 좋아서 아침에 양해를 구하고 병원에 다녀오려고 했습니다. 그때 PD에게 '일하기 싫어서 농땡이 부리러 가느냐'라는 소리를 들었습니다"

제보 NO.38

"실제로 조명팀 동료들은 연속적 밤샘 근로에 운전까지 병행하다 사고로 사망한 사례가 있었다"

제보 NO.111

"제작사들은 산재보험이나 보험이 안되어있을 경우가 많고 특히 연습 중에 무리하게 이끌다 다치게 해도 보험이 안돼 책임을 못지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다쳐서 일 못 하면 생계는 어떻게 할까요? 전 오래돼서 소급 적용도 받을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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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스타 강지수 kbs.kangji@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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