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 변천사

입력 2017.05.17 (16:09) 수정 2017.05.18 (0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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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 변천사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 변천사


[연관 기사] 제37주년 5·18 기념식…역대 최대 규모

"사랑도 명예도 이름도 남김없이 한평생 나가자던 뜨거운 맹세 동지는 간데없고 깃발만 나부껴 새날이 올때까지 흔들리지 말자 세월은 흘러가도 산천은 안다 깨어나서 외치는 뜨거운 함성..."

민중가요 '임을 위한 행진곡'의 앞 구절이다.

'임을 위한 행진곡'은 김종률 광주문화재단 사무처장이 지난 1982년 소설가 황석영 씨의 제안에 따라 광주지역 노래패와 만든 노래다.

5ㆍ18 광주 민주화운동 당시 숨진 윤상원 씨와 노동현장에서 '들불야학'을 운영하다 사망한 그의 대학 후배 박기순 씨의 영혼 결혼식을 모티브로 삼았다.

자연스레 '광주의 5월'을 상징하는 노래로 자리잡았고, 지난 1997년 5ㆍ18이 정부기념일로 지정되면서, 공식 기념식에서 함께 따라 부르는 기념곡이 됐다.


매년 5월 18일이 되면 기념식에 참석한 모두가 따라부르던 '임을 위한 행진곡'은 보수 정권이 들어선 이후 변곡을 겪는다.

우선 이명박 정부 2년차인 지난 2009년 5·18 민주화운동 기념 공식 행사에서 '임을 위한 행진곡'이 빠진 채, 식전 행사로만 제창된다.

그 다음 해인 2010년에는 국가보훈처가 나서, '임을 위한 행진곡' 대신 경기도 민요 '방아타령'을 공식 기념 식순에 편성했다가 5·18 유공자와 유가족의 항의로 철회된 일도 있었다.

그리고 2011년 5·18 민주화운동 기념행사부터는 '제창'이 아닌 '합창'으로 형식을 바꾸게 된다.

기념식에서 '제창곡'은 참석자들이 의무적으로 노래를 불러야 하지만 '합창곡'은 따라 부를 지 여부가 참석자의 선택 사항이 된다.

5·18 유공자와 유가족 등은 항의의 의미로 이후 국가보훈처 주관 기념식에 참석하지 않았으며, 지난 2015년에는 아예 광주시 옛 전남도청 앞 5·18 민주광장에서 별도의 기념식을 거행하기도 했다.


5·18 유공자와 유가족들이 '임을 위한 행진곡'의 제창 여부에 민감한 이유는, 이것이 곧 '5.18 광주민주화운동'에 대한 대국민적 인정과 맞닿아있기 때문이다.

'임을 위한 행진곡'은 제목의 '임'이 김일성과 관련있을 것이라는 일부의 주장과 함께 종북 공격을 받아왔다. 이 소문은 '5.18 광주 민주화운동'에 대한 흠집내기, 음모론과도 맥을 같이 했다.

그렇기 때문에 광주의 상처를 안고 사는 이들에게,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부를 지 여부를 참석자의 선택 사항으로 맡기는 것은 곧 국가에서 '5.18 광주 민주화운동'을 '민주화운동'으로 인정할 지를 빈칸으로 두는 것으로 여겨졌다.


그리고 올해, 문재인 대통령 지시에 따라 9년 만에 다시 5·18 민주화운동 기념식에서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이 허용된다.

문재인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부터 '임을 위한 행진곡'의 5·18 공식 기념곡 제정과 제창을 공약해 왔다.

이와 관련해, 일부 단체에서 "기념식 참석은 하되 회원사 자율 의사에 따라 노래는 부르지 않을 방침"이라고 밝히는 등 '임을 위한 행진곡'에 대한 논란은 완전히 사그러들지 않았다.

다만, '5.18 광주 민주화운동'에 대한 빈칸을 다시 채워 넣자는 결정만으로도, 아직 1980년 광주의 상처를 안고 사는 이들에게는 작은 위로가 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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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 변천사
    • 입력 2017-05-17 16:09:05
    • 수정2017-05-18 09:40:50
    취재K
[연관 기사] 제37주년 5·18 기념식…역대 최대 규모 "사랑도 명예도 이름도 남김없이 한평생 나가자던 뜨거운 맹세 동지는 간데없고 깃발만 나부껴 새날이 올때까지 흔들리지 말자 세월은 흘러가도 산천은 안다 깨어나서 외치는 뜨거운 함성..." 민중가요 '임을 위한 행진곡'의 앞 구절이다. '임을 위한 행진곡'은 김종률 광주문화재단 사무처장이 지난 1982년 소설가 황석영 씨의 제안에 따라 광주지역 노래패와 만든 노래다. 5ㆍ18 광주 민주화운동 당시 숨진 윤상원 씨와 노동현장에서 '들불야학'을 운영하다 사망한 그의 대학 후배 박기순 씨의 영혼 결혼식을 모티브로 삼았다. 자연스레 '광주의 5월'을 상징하는 노래로 자리잡았고, 지난 1997년 5ㆍ18이 정부기념일로 지정되면서, 공식 기념식에서 함께 따라 부르는 기념곡이 됐다. 매년 5월 18일이 되면 기념식에 참석한 모두가 따라부르던 '임을 위한 행진곡'은 보수 정권이 들어선 이후 변곡을 겪는다. 우선 이명박 정부 2년차인 지난 2009년 5·18 민주화운동 기념 공식 행사에서 '임을 위한 행진곡'이 빠진 채, 식전 행사로만 제창된다. 그 다음 해인 2010년에는 국가보훈처가 나서, '임을 위한 행진곡' 대신 경기도 민요 '방아타령'을 공식 기념 식순에 편성했다가 5·18 유공자와 유가족의 항의로 철회된 일도 있었다. 그리고 2011년 5·18 민주화운동 기념행사부터는 '제창'이 아닌 '합창'으로 형식을 바꾸게 된다. 기념식에서 '제창곡'은 참석자들이 의무적으로 노래를 불러야 하지만 '합창곡'은 따라 부를 지 여부가 참석자의 선택 사항이 된다. 5·18 유공자와 유가족 등은 항의의 의미로 이후 국가보훈처 주관 기념식에 참석하지 않았으며, 지난 2015년에는 아예 광주시 옛 전남도청 앞 5·18 민주광장에서 별도의 기념식을 거행하기도 했다. 5·18 유공자와 유가족들이 '임을 위한 행진곡'의 제창 여부에 민감한 이유는, 이것이 곧 '5.18 광주민주화운동'에 대한 대국민적 인정과 맞닿아있기 때문이다. '임을 위한 행진곡'은 제목의 '임'이 김일성과 관련있을 것이라는 일부의 주장과 함께 종북 공격을 받아왔다. 이 소문은 '5.18 광주 민주화운동'에 대한 흠집내기, 음모론과도 맥을 같이 했다. 그렇기 때문에 광주의 상처를 안고 사는 이들에게,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부를 지 여부를 참석자의 선택 사항으로 맡기는 것은 곧 국가에서 '5.18 광주 민주화운동'을 '민주화운동'으로 인정할 지를 빈칸으로 두는 것으로 여겨졌다. 그리고 올해, 문재인 대통령 지시에 따라 9년 만에 다시 5·18 민주화운동 기념식에서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이 허용된다. 문재인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부터 '임을 위한 행진곡'의 5·18 공식 기념곡 제정과 제창을 공약해 왔다. 이와 관련해, 일부 단체에서 "기념식 참석은 하되 회원사 자율 의사에 따라 노래는 부르지 않을 방침"이라고 밝히는 등 '임을 위한 행진곡'에 대한 논란은 완전히 사그러들지 않았다. 다만, '5.18 광주 민주화운동'에 대한 빈칸을 다시 채워 넣자는 결정만으로도, 아직 1980년 광주의 상처를 안고 사는 이들에게는 작은 위로가 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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