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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리포트] 日 거대권력에 맞선 지한파 전직 관료
입력 2017.05.27 (10:22) 수정 2017.05.27 (11:36) 특파원 리포트

[연관 기사] [뉴스광장] 아베 또 ‘사학스캔들’…전직 차관이 폭로

문부성 전직 고위관료의 양심 선언이 일본 정계를 뒤흔들고 있다. 지역 사학재단 '가케학원'이 산하 대학에 수의학부를 신설하는 과정에서 정부 측의 특혜가 작용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커지고 있다. 문제의 사학재단 이사장은 아베 총리의 오랜 친구로 알려져 있다. 국유지 헐값 매각 의혹에 총리 부인 아키에 씨가 관여됐다는, 이른바 '아키에 스캔들'에 이어 아베 총리가 또 다시 정치적 위기를 맞고 있다.

'아베'친구의 사학재단에 특혜 의혹

일본 정부는 수의사 과잉을 막는다는 명목으로 지난 50여 년 동안 수의학과 신설을 억제해왔다. 지난해 11월 에히메 현의 오카야마 이카대학이 이례적으로 수의학부 신설 허가를 받았다. 해당 지역에 수의대학이 없다는 이유에서였다. 공교롭게도 재단 이사장이 아베 총리의 친구였다.


지난 17일 아사히 신문이 '문부과학성 내부 문건'이라면서 특혜 의혹을 뒷받침하는 자료를 공개했다. '수의학부 신설 관련 내각부의 전달 사항'이라는 제목의 해당 문건은 지난해 10월 작성된 것으로 돼 있다. '최고 레벨의 뜻'이라며 '2018년 4월 신설을 위해 서둘러 주기 바란다'는 내용이었다. 또다른 문건에도 '총리의 뜻'이라면서 '학부 신설을 서둘러 달라'는 내용이 담겨 있다.


야당은 일제히 특혜 의혹에 대한 진상 규명을 촉구하고 나섰다. 스가 관방장관이 앞장서서 '출처 불명의 신빙성 없는 문건'이라며 방어막을 쳤다. 문부과학성은 해당 문건의 존재를 확인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언론은 의혹을 뒷받침하는 하는 문건들을 잇따라 폭로했다.

"문건은 사실...행정이 왜곡"

지난 25일, 마에카와 전(前) 문부성 사무차관이 기자회견을 통해 정부의 주장을 조목조목 반박했다. '국가 전략특구에서 수의대의 신설과 관련해 사무분야 책임자로 참석했는데, 행정 참여방법과 관련해 매우 의문을 느끼면서 일을 했다'고 주장했다.


언론에 공개된 문건에 대해서는 '재직 중에 공유하고 있던 것으로 확실하게 존재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문부성이 문건의 존재를 확인할 수 없다는 한 것은 매우 유감'이라고 밝혔다.

마에카와 전 차관은 문서 중 '관저의 최고 레벨'이라는 표현과 관련해서는 '관저의 최고 레벨이 누구인지는 모르겠지만, 총리 또는 관방장관 두 사람 중 한 명일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또한 '(총리)관저 또는 내각, 관방 등 정권 핵심의 뜻을 거역할 수 없었던 것 같다'고 언급했다.

마에카와 전 차관은 또 수의대 허가 과정에서 행정이 왜곡됐다고 주장했다. 수의대 신설을 허가할 명백한 근거가 없었으며, 확실하지 않은 근거를 토대로 규제 완화가 이뤄졌다는 것이다. 공평 공정해야할 행정 본연의 자세가 왜곡됐다고 느꼈다고 말했다.

일본 정부가 바빠졌다. 마츠노 문부과학상은 '문건의 존재를 확인할 수 없다'고 거듭 반박했다. 스가 관방장관도 '총리의 지시가 일절 없었다'고 버텼다. 마에카와 차관의 주장에 대해서는 '이미 사직한 사람의 발언'이라면서 '코멘트할 입장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내부고발자에 대한 공격...日도 같아

내부 고발자에 대한 권력의 대응은 어느 곳이나 비슷한 점이 있다. 즉, 증거를 통해 폭로 내용을반박하는 것이 아니라, 폭로자의 이력과 신뢰성을 문제삼는 것이다. 이를테면 '그 사람은 원래 문제가 있는 인물이기 때문에 그 주장도 믿을 수 없다'는 논리를 펴는 것이다.

정부 대변인 격인 스가 관방장관이 수비수에서 공격수로 나섰다. 마에카와 전 차관이 낙하산 인사 문제 때문에 사퇴한 인물이라고 강조하고 나선 것이다. 즉 '낙하산 인사 문제의 책임자로서 스스로 그만둘 의사를 전혀 나타내지 않았고, 자리에 연연하다가, 여론의 비판을 받고 사임했다'라고 비난한 것이다.

사후 고발에 대해 으레 나오는 주장, 즉 '문제가 있었다면 왜 그 당시 말하지 않았냐'는 반박도 예외없이 반복됐다. '자신이 책임자일 때 그러한 사실이 있었다면 당당히 말했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어디선가 많이 들어본 주장 아닌가?

이를 미리 의식한 듯, 마에카와 전 차관도 '낙하산 인사 문제의 감독 책임을 지고 사임한 것은 내 스스로의 의사'라고 강조했다. 또한 사임과 관련해 어떤 원한을 가진 적이 없다고 강조했다.

한국가요를 부른 지한파 관료

마에카와 전 차관의 양심선언은 매우 이례적인 사건이다. 고위 관료를 지낸 사람이 조직의 구조적 문제 또는 상급자의 비리 의혹을 공개 증언한 것은 엄청난 용기를 필요로 한다. 특히 일본이나 한국처럼 집단논리와 권위주의가 관류하는 사회에서는 더욱 그렇다.


우리가 간과하기 쉬운 사실이 한가지 더 있다. 마에카와 차관은 대표적인 지한파 인사 중 한명이다. 지난해 10월 도쿄에서 열린 한글날 기념행사에 참석해, 한국의 사랑노래를 능숙하게 불렀던 바로 그 인물이다.

그는 정치판을 기웃거린 '정치관료'가 아니라 전형적인 문화 분야 전문 관료이다. 비록 낙하산 인사 파동의 책임을 지고 사임했지만, 문화적 소양이 깊은 인물로 알려져 있다. 지금까지 살아온 삶의 궤적을 보면, 엄청난 불이익을 각오하고 양심선언에 나선 배경을 짐작할 수 있다.

집단주의에 굴복하지 않고 거대 권력에 홀로 맞선 전직 관료의 용기, 일본 사회가 여기에 어떻게 응답할 것인지 지켜볼 일이다. 
  • [특파원리포트] 日 거대권력에 맞선 지한파 전직 관료
    • 입력 2017-05-27 10:22:21
    • 수정2017-05-27 11:36:32
    특파원 리포트

[연관 기사] [뉴스광장] 아베 또 ‘사학스캔들’…전직 차관이 폭로

문부성 전직 고위관료의 양심 선언이 일본 정계를 뒤흔들고 있다. 지역 사학재단 '가케학원'이 산하 대학에 수의학부를 신설하는 과정에서 정부 측의 특혜가 작용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커지고 있다. 문제의 사학재단 이사장은 아베 총리의 오랜 친구로 알려져 있다. 국유지 헐값 매각 의혹에 총리 부인 아키에 씨가 관여됐다는, 이른바 '아키에 스캔들'에 이어 아베 총리가 또 다시 정치적 위기를 맞고 있다.

'아베'친구의 사학재단에 특혜 의혹

일본 정부는 수의사 과잉을 막는다는 명목으로 지난 50여 년 동안 수의학과 신설을 억제해왔다. 지난해 11월 에히메 현의 오카야마 이카대학이 이례적으로 수의학부 신설 허가를 받았다. 해당 지역에 수의대학이 없다는 이유에서였다. 공교롭게도 재단 이사장이 아베 총리의 친구였다.


지난 17일 아사히 신문이 '문부과학성 내부 문건'이라면서 특혜 의혹을 뒷받침하는 자료를 공개했다. '수의학부 신설 관련 내각부의 전달 사항'이라는 제목의 해당 문건은 지난해 10월 작성된 것으로 돼 있다. '최고 레벨의 뜻'이라며 '2018년 4월 신설을 위해 서둘러 주기 바란다'는 내용이었다. 또다른 문건에도 '총리의 뜻'이라면서 '학부 신설을 서둘러 달라'는 내용이 담겨 있다.


야당은 일제히 특혜 의혹에 대한 진상 규명을 촉구하고 나섰다. 스가 관방장관이 앞장서서 '출처 불명의 신빙성 없는 문건'이라며 방어막을 쳤다. 문부과학성은 해당 문건의 존재를 확인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언론은 의혹을 뒷받침하는 하는 문건들을 잇따라 폭로했다.

"문건은 사실...행정이 왜곡"

지난 25일, 마에카와 전(前) 문부성 사무차관이 기자회견을 통해 정부의 주장을 조목조목 반박했다. '국가 전략특구에서 수의대의 신설과 관련해 사무분야 책임자로 참석했는데, 행정 참여방법과 관련해 매우 의문을 느끼면서 일을 했다'고 주장했다.


언론에 공개된 문건에 대해서는 '재직 중에 공유하고 있던 것으로 확실하게 존재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문부성이 문건의 존재를 확인할 수 없다는 한 것은 매우 유감'이라고 밝혔다.

마에카와 전 차관은 문서 중 '관저의 최고 레벨'이라는 표현과 관련해서는 '관저의 최고 레벨이 누구인지는 모르겠지만, 총리 또는 관방장관 두 사람 중 한 명일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또한 '(총리)관저 또는 내각, 관방 등 정권 핵심의 뜻을 거역할 수 없었던 것 같다'고 언급했다.

마에카와 전 차관은 또 수의대 허가 과정에서 행정이 왜곡됐다고 주장했다. 수의대 신설을 허가할 명백한 근거가 없었으며, 확실하지 않은 근거를 토대로 규제 완화가 이뤄졌다는 것이다. 공평 공정해야할 행정 본연의 자세가 왜곡됐다고 느꼈다고 말했다.

일본 정부가 바빠졌다. 마츠노 문부과학상은 '문건의 존재를 확인할 수 없다'고 거듭 반박했다. 스가 관방장관도 '총리의 지시가 일절 없었다'고 버텼다. 마에카와 차관의 주장에 대해서는 '이미 사직한 사람의 발언'이라면서 '코멘트할 입장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내부고발자에 대한 공격...日도 같아

내부 고발자에 대한 권력의 대응은 어느 곳이나 비슷한 점이 있다. 즉, 증거를 통해 폭로 내용을반박하는 것이 아니라, 폭로자의 이력과 신뢰성을 문제삼는 것이다. 이를테면 '그 사람은 원래 문제가 있는 인물이기 때문에 그 주장도 믿을 수 없다'는 논리를 펴는 것이다.

정부 대변인 격인 스가 관방장관이 수비수에서 공격수로 나섰다. 마에카와 전 차관이 낙하산 인사 문제 때문에 사퇴한 인물이라고 강조하고 나선 것이다. 즉 '낙하산 인사 문제의 책임자로서 스스로 그만둘 의사를 전혀 나타내지 않았고, 자리에 연연하다가, 여론의 비판을 받고 사임했다'라고 비난한 것이다.

사후 고발에 대해 으레 나오는 주장, 즉 '문제가 있었다면 왜 그 당시 말하지 않았냐'는 반박도 예외없이 반복됐다. '자신이 책임자일 때 그러한 사실이 있었다면 당당히 말했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어디선가 많이 들어본 주장 아닌가?

이를 미리 의식한 듯, 마에카와 전 차관도 '낙하산 인사 문제의 감독 책임을 지고 사임한 것은 내 스스로의 의사'라고 강조했다. 또한 사임과 관련해 어떤 원한을 가진 적이 없다고 강조했다.

한국가요를 부른 지한파 관료

마에카와 전 차관의 양심선언은 매우 이례적인 사건이다. 고위 관료를 지낸 사람이 조직의 구조적 문제 또는 상급자의 비리 의혹을 공개 증언한 것은 엄청난 용기를 필요로 한다. 특히 일본이나 한국처럼 집단논리와 권위주의가 관류하는 사회에서는 더욱 그렇다.


우리가 간과하기 쉬운 사실이 한가지 더 있다. 마에카와 차관은 대표적인 지한파 인사 중 한명이다. 지난해 10월 도쿄에서 열린 한글날 기념행사에 참석해, 한국의 사랑노래를 능숙하게 불렀던 바로 그 인물이다.

그는 정치판을 기웃거린 '정치관료'가 아니라 전형적인 문화 분야 전문 관료이다. 비록 낙하산 인사 파동의 책임을 지고 사임했지만, 문화적 소양이 깊은 인물로 알려져 있다. 지금까지 살아온 삶의 궤적을 보면, 엄청난 불이익을 각오하고 양심선언에 나선 배경을 짐작할 수 있다.

집단주의에 굴복하지 않고 거대 권력에 홀로 맞선 전직 관료의 용기, 일본 사회가 여기에 어떻게 응답할 것인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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