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따라잡기] 강남 땅 노리고…정신질환 재력가 납치·감금

입력 2017.06.05 (08:33) 수정 2017.06.05 (0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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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멘트>

서울 강남 일대에 50억 원대 땅을 갖고 있던 60대 재력가가 갑자기 사라졌습니다.

땅을 급하게 판 뒤, 자취를 감췄는데 이상한 점이 한두 개가 아니었습니다.

이웃들은 이 남성이 땅을 그렇게 갑자기 팔 사람이 절대 아니라고 입을 모았습니다.

가족 없이 혼자 살았던 이 남성은 본인 땅에 대한 애착이 남달라 그동안 웃돈을 준다는 제안에도 땅을 절대 팔지 않았다고 합니다.

사라진 지 2년 만에 이 남성은 최근 한 정신병원에서 발견됩니다.

땅이 팔렸다는 사실조차 몰랐고, 본인도 모르는 사이 혼인 신고까지 돼 있었습니다.

그동안 무슨 일이 벌어졌던 걸까요.

사건의 전말을 따라가 보겠습니다.

<리포트>

지난 3월, 경찰에 수상한 첩보가 입수됩니다.

서울 강남 일대에 수십억 원대 땅을 갖고 있던 60대 재력가 한 모 씨가 갑자기 땅을 팔고, 자취를 감췄다는 내용입니다.

<인터뷰> 전창일(서울지방경찰청 생활범죄팀장) : “동네 주민으로부터 그곳에서 오래 살던 노인이 토지가 매매된 후 행방을 알 수 없다. 그런 얘기를 해서 우리가 탐문 수사를 했습니다.”

20여 년 동안 한 씨가 운영한 주차장 자리에는 새 건물이 들어섰습니다.

가족 없이 혼자 살았고, 정신 질환까지 앓고 있던 한 씨가 땅을 팔았다는 소식에 이웃들은 의아해 했습니다.

<녹취> 이웃 주민 A(음성변조) : “주인인데 컨테이너에서 숙식을 다 하셨어요. 먹고 자고. 외부 사람들하고는 거의 차단하고 살던 상태였어. 어느 날 갑자기 안 보이는 거야 아저씨가. 이상하다 이상하다 그랬었거든요. 조금 있다가 갑자기 건물이 막 들어서는 거예요.”

이웃들이 이상하게 여긴 이유는 또 있었습니다.

한 씨가 본인 땅에 대한 애착이 남달랐다는 겁니다.

<녹취> 이웃주민 B(음성변조) : “이 땅이 참 좋은 땅이잖아요. 그러니까 얼마나 노리는 사람이 많았겠어요. 몇십 년 동안 사람들이. 그런데 끝내는 그 할아버지가 아주 말도 안 먹혀들고 그러니까 포기했는데…….”

<녹취> 이웃 주민 C(음성변조) : “땅이 팔렸다 그래서 파실 분이 아닌데 또 그 할아버지 잘 아시는 분 우리 손님 중의 한 명 있는데 그 분도 건축업 하시는 분인데 이거를 팔아주겠다고 해도 절대로 안한다고 했단 말이에요. 절대 파실 분은 아니에요.”

수상한 장면도 목격됐습니다.

<녹취> 이웃 주민 D(음성변조) : “그때 잡혀가는 것같이 완전히 저기서 쫓겨나듯이 나간 것 같던데. 어떤 사람들이 데리고 가더라고요.”

2년 전 봄, 한 씨가 의문의 남성과 함께 나간 뒤 행방이 묘연해졌다는 겁니다.

경찰이 찾아 나선 지 두 달만인 지난 4월 말, 한 씨는 전북의 한 정신병원에서 발견됩니다.

<녹취> 한○○(피해자/음성변조) : “제가 그분들한테 항상 구금당한 사람처럼 손목을 이렇게 묶여가지고 항상 끌려다니는 입장이었거든요.” (원해서 입원하신 건가요?) “아니요. 제가 원하지는 않았는데 검사만 받고 서울로 가기로 되어있었는데.”

누군가에게 폭행과 납치를 당하고, 병원에 강제로 입원했다고 진술합니다.

<녹취> 한○○(피해자/음성변조) : "(양재동 토지는 누구 거예요?) 제거요. 저죠."

서울 강남의 땅 역시 자신이 팔지 않았다고 합니다.

땅은 누가 팔았고, 한 씨는 어떻게 정신병원에 입원해 있었던 걸까요.

사건의 발단은 2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2015년 1월, 같은 동네에 살던 박 모 씨가 한 씨와 가까워지면서입니다.

<인터뷰> 전창일(서울지방경찰청 생활범죄팀장) : “가끔 피해자하고 마주쳐서 인사하면서 그 사람에 관해서 물어보고 얘기를 듣고 해서 정신질환이 있고 정보기관을 무서워한다는 그런 내용을 알게 됐습니다.”

한때 잘나가던 사업가였던 한 씨.

사업에 실패하면서 판단 능력이 떨어지고, 의사 표현 능력이 서툴게 되는 등 정신 질환을 앓고 있었습니다.

박 씨는 한 씨의 이런 개인사를 지인에게 알렸고, 이는 곧 부동산 투자업을 하는 정 모 씨의 귀에 들어갑니다.

시가 50억 원이 넘는 땅을 가진 재력가가 정신 질환을 앓으며 친척이나 이웃과 교류도 하지 않는다,

또, 수십 년간 혼자서 컨테이너에서 살고 있다는 얘기는 정 씨의 귀를 솔깃하게 했습니다.

<인터뷰> 전창일(서울지방경찰청 생활범죄팀장) : “피해자가 재산을 처분하거나 행방불명이 되더라도 이를 의심하거나 관심을 가질만한 사람이 없다고 판단해서 범행 계획을 세우게 된 것입니다.”

한 씨의 땅을 가로채기로 마음먹은 정 씨는 먼저 60대 여성 김 모 씨를 공범으로 끌어들입니다.

집 한 채를 사주겠다는 조건을 걸고, 한 씨와 허위로 혼인 신고를 하게 했습니다.

이 여성을 한 씨의 법적 보호자로 만든 뒤, 땅을 가로채기로 한 겁니다.

정 씨는 자신이 안기부 직원이라며, 한 씨의 컨테이너에 들이닥쳐 협박과 폭행까지 했습니다.

결국, 토지 매매에 필요한 서류를 빼돌린 정 씨 일당은 한 씨 소유의 땅을 시세보다 헐값에 모두 팔아치워 30억 원을 챙겼습니다.

여기서 끝이 아닙니다.

<인터뷰> 전창일(서울지방경찰청 생활범죄팀장) : “피해자를 자기들이 관리하는 모텔로 차량으로 납치해서 외부 문에 잠금장치를 하고 감금했습니다.”

전국의 빌라와 모텔 등을 옮겨 다니며 한 씨를 7개월 동안이나 감금했습니다.

감시하는 것조차 지친 일당은 한 씨를 정신병원에 가둡니다.

위장 결혼으로 법적 보호자였던 김 씨가 입원에 동의해 가능했던 일입니다.

그렇게 한 씨는 1년 4개월 동안 영문도 모르고 정신병원에 갇혀 있었습니다.

<인터뷰> 전창일(서울지방경찰청 생활범죄팀장) : “자신이 정보기관의 보호를 받는 걸로 생각했고 양재동 땅이라든가 토지가 매매된 사실을 전혀 몰랐습니다.”

한 씨가 그렇게 애지중지했던 재산, 정 씨 일당은 한순간에 모든 걸 날려버렸습니다.

<인터뷰> 전창일(서울지방경찰청 생활범죄팀장) : “일부는 부동산에 잘못 투자해서 투자금을 날렸고 나머지는 정선 카지노에 다니면서 유흥비로 탕진했습니다.”

경찰은 범행을 주도한 정 씨와 허위 혼인 신고를 한 김 모 씨 등을 특수강도 등의 혐의로 구속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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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스 따라잡기] 강남 땅 노리고…정신질환 재력가 납치·감금
    • 입력 2017-06-05 08:35:10
    • 수정2017-06-05 09:1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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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멘트>

서울 강남 일대에 50억 원대 땅을 갖고 있던 60대 재력가가 갑자기 사라졌습니다.

땅을 급하게 판 뒤, 자취를 감췄는데 이상한 점이 한두 개가 아니었습니다.

이웃들은 이 남성이 땅을 그렇게 갑자기 팔 사람이 절대 아니라고 입을 모았습니다.

가족 없이 혼자 살았던 이 남성은 본인 땅에 대한 애착이 남달라 그동안 웃돈을 준다는 제안에도 땅을 절대 팔지 않았다고 합니다.

사라진 지 2년 만에 이 남성은 최근 한 정신병원에서 발견됩니다.

땅이 팔렸다는 사실조차 몰랐고, 본인도 모르는 사이 혼인 신고까지 돼 있었습니다.

그동안 무슨 일이 벌어졌던 걸까요.

사건의 전말을 따라가 보겠습니다.

<리포트>

지난 3월, 경찰에 수상한 첩보가 입수됩니다.

서울 강남 일대에 수십억 원대 땅을 갖고 있던 60대 재력가 한 모 씨가 갑자기 땅을 팔고, 자취를 감췄다는 내용입니다.

<인터뷰> 전창일(서울지방경찰청 생활범죄팀장) : “동네 주민으로부터 그곳에서 오래 살던 노인이 토지가 매매된 후 행방을 알 수 없다. 그런 얘기를 해서 우리가 탐문 수사를 했습니다.”

20여 년 동안 한 씨가 운영한 주차장 자리에는 새 건물이 들어섰습니다.

가족 없이 혼자 살았고, 정신 질환까지 앓고 있던 한 씨가 땅을 팔았다는 소식에 이웃들은 의아해 했습니다.

<녹취> 이웃 주민 A(음성변조) : “주인인데 컨테이너에서 숙식을 다 하셨어요. 먹고 자고. 외부 사람들하고는 거의 차단하고 살던 상태였어. 어느 날 갑자기 안 보이는 거야 아저씨가. 이상하다 이상하다 그랬었거든요. 조금 있다가 갑자기 건물이 막 들어서는 거예요.”

이웃들이 이상하게 여긴 이유는 또 있었습니다.

한 씨가 본인 땅에 대한 애착이 남달랐다는 겁니다.

<녹취> 이웃주민 B(음성변조) : “이 땅이 참 좋은 땅이잖아요. 그러니까 얼마나 노리는 사람이 많았겠어요. 몇십 년 동안 사람들이. 그런데 끝내는 그 할아버지가 아주 말도 안 먹혀들고 그러니까 포기했는데…….”

<녹취> 이웃 주민 C(음성변조) : “땅이 팔렸다 그래서 파실 분이 아닌데 또 그 할아버지 잘 아시는 분 우리 손님 중의 한 명 있는데 그 분도 건축업 하시는 분인데 이거를 팔아주겠다고 해도 절대로 안한다고 했단 말이에요. 절대 파실 분은 아니에요.”

수상한 장면도 목격됐습니다.

<녹취> 이웃 주민 D(음성변조) : “그때 잡혀가는 것같이 완전히 저기서 쫓겨나듯이 나간 것 같던데. 어떤 사람들이 데리고 가더라고요.”

2년 전 봄, 한 씨가 의문의 남성과 함께 나간 뒤 행방이 묘연해졌다는 겁니다.

경찰이 찾아 나선 지 두 달만인 지난 4월 말, 한 씨는 전북의 한 정신병원에서 발견됩니다.

<녹취> 한○○(피해자/음성변조) : “제가 그분들한테 항상 구금당한 사람처럼 손목을 이렇게 묶여가지고 항상 끌려다니는 입장이었거든요.” (원해서 입원하신 건가요?) “아니요. 제가 원하지는 않았는데 검사만 받고 서울로 가기로 되어있었는데.”

누군가에게 폭행과 납치를 당하고, 병원에 강제로 입원했다고 진술합니다.

<녹취> 한○○(피해자/음성변조) : "(양재동 토지는 누구 거예요?) 제거요. 저죠."

서울 강남의 땅 역시 자신이 팔지 않았다고 합니다.

땅은 누가 팔았고, 한 씨는 어떻게 정신병원에 입원해 있었던 걸까요.

사건의 발단은 2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2015년 1월, 같은 동네에 살던 박 모 씨가 한 씨와 가까워지면서입니다.

<인터뷰> 전창일(서울지방경찰청 생활범죄팀장) : “가끔 피해자하고 마주쳐서 인사하면서 그 사람에 관해서 물어보고 얘기를 듣고 해서 정신질환이 있고 정보기관을 무서워한다는 그런 내용을 알게 됐습니다.”

한때 잘나가던 사업가였던 한 씨.

사업에 실패하면서 판단 능력이 떨어지고, 의사 표현 능력이 서툴게 되는 등 정신 질환을 앓고 있었습니다.

박 씨는 한 씨의 이런 개인사를 지인에게 알렸고, 이는 곧 부동산 투자업을 하는 정 모 씨의 귀에 들어갑니다.

시가 50억 원이 넘는 땅을 가진 재력가가 정신 질환을 앓으며 친척이나 이웃과 교류도 하지 않는다,

또, 수십 년간 혼자서 컨테이너에서 살고 있다는 얘기는 정 씨의 귀를 솔깃하게 했습니다.

<인터뷰> 전창일(서울지방경찰청 생활범죄팀장) : “피해자가 재산을 처분하거나 행방불명이 되더라도 이를 의심하거나 관심을 가질만한 사람이 없다고 판단해서 범행 계획을 세우게 된 것입니다.”

한 씨의 땅을 가로채기로 마음먹은 정 씨는 먼저 60대 여성 김 모 씨를 공범으로 끌어들입니다.

집 한 채를 사주겠다는 조건을 걸고, 한 씨와 허위로 혼인 신고를 하게 했습니다.

이 여성을 한 씨의 법적 보호자로 만든 뒤, 땅을 가로채기로 한 겁니다.

정 씨는 자신이 안기부 직원이라며, 한 씨의 컨테이너에 들이닥쳐 협박과 폭행까지 했습니다.

결국, 토지 매매에 필요한 서류를 빼돌린 정 씨 일당은 한 씨 소유의 땅을 시세보다 헐값에 모두 팔아치워 30억 원을 챙겼습니다.

여기서 끝이 아닙니다.

<인터뷰> 전창일(서울지방경찰청 생활범죄팀장) : “피해자를 자기들이 관리하는 모텔로 차량으로 납치해서 외부 문에 잠금장치를 하고 감금했습니다.”

전국의 빌라와 모텔 등을 옮겨 다니며 한 씨를 7개월 동안이나 감금했습니다.

감시하는 것조차 지친 일당은 한 씨를 정신병원에 가둡니다.

위장 결혼으로 법적 보호자였던 김 씨가 입원에 동의해 가능했던 일입니다.

그렇게 한 씨는 1년 4개월 동안 영문도 모르고 정신병원에 갇혀 있었습니다.

<인터뷰> 전창일(서울지방경찰청 생활범죄팀장) : “자신이 정보기관의 보호를 받는 걸로 생각했고 양재동 땅이라든가 토지가 매매된 사실을 전혀 몰랐습니다.”

한 씨가 그렇게 애지중지했던 재산, 정 씨 일당은 한순간에 모든 걸 날려버렸습니다.

<인터뷰> 전창일(서울지방경찰청 생활범죄팀장) : “일부는 부동산에 잘못 투자해서 투자금을 날렸고 나머지는 정선 카지노에 다니면서 유흥비로 탕진했습니다.”

경찰은 범행을 주도한 정 씨와 허위 혼인 신고를 한 김 모 씨 등을 특수강도 등의 혐의로 구속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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