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따라잡기] 못 말리는 ‘낙서벽’…곳곳에 흔적 남기기

입력 2017.06.07 (08:33) 수정 2017.06.07 (09:05)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기자 멘트>

여름휴가 기다리시는 분들 많을 텐데요.

올해 휴가지에선 이런 풍경은 좀 보지 않았으면 좋을 것 같습니다.

관광지에 새겨진 낙서인데요.

누군가의 이름이 이렇게 선명하게 새겨져 있습니다.

대나무와 성벽을 파서 낙서를 해뒀는데, 어떻게 새겼는지 노력이 대단할 정도입니다.

국내 유명 관광지마다 이런 낙서는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산과 바다, 문화재 등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는데요.

심지어 해외 유명 관광지에서도 한글로 적힌 낙서가 발견돼 논란이 되기도 했습니다.

낙서로 몸살을 앓고 있는 현장을 한번 따라가 보겠습니다.

<리포트>

전남 담양군에 있는 대나무 숲 죽녹원입니다.

매년 1백만 명이 넘게 찾는 대표적 관광지입니다.

공휴일인 어제도 수많은 사람들이 이 곳을 찾았습니다.

<인터뷰> 장근서(경남 통영시) : “대나무 숲에 오니까 기분도 상쾌해지고 대나무들이 속삭이는 소리가 들리는 것 같은 느낌이 옵니다.”

상쾌한 공기를 맡으며 대나무 숲 아래 산책을 즐기는 여행객들.

하지만 안으로 들어갈수록, 뜻밖의 풍경에 눈살을 찌푸리게 됩니다.

높이 솟은 대나무 표면마다 낙서가 가득합니다.

날카로운 물건으로 새겨 놓은 건데, 낙서의 내용도 다양합니다.

<인터뷰> 김익순(경남 창원시) : “기분이 안 좋고 대나무 이것도 하나의 자연이 이렇게 있는 건데 자연을 훼손하는 거 같기도 하고 그래요.”

<인터뷰> 배찬우(세종시) : “일단 딱 첫인상이 자연이라는 생각이 안 들고요. 인위적으로 사람들이 낙서한 거를 보니까 약간 인상이 찌푸려지는 그런 느낌이 드네요.”

군데 군데 낙서 금지 표지판을 설치해 뒀지만 무용지물입니다.

안으로 갈수록 낙서는 더 많이 발견됩니다.

낙서가 없는 대나무를 찾는 게 더 어렵습니다.

<인터뷰> 장근서(경남 통영시) : “우리만 볼 게 아니고 외국인들이나 다른 사람들이 와서 이 낙서를 보면 또 그 사람이 또 낙서합니다. 그래서 이런 문화는 이제 우리나라 에서 좀 버려야 하지 않을까….”

공원 관계자들이 단속을 하고는 있지만, 축구장 면적에 40배가 넘는 대나무 숲 전부를 일일이 감시하기는 무리입니다.

<녹취> 죽녹원 관계자(음성변조) : “면적이 엄청나게 큰데 전체적인 면적을, 예를 들어 관리하려 그러면 죽녹원 안에 산책길이 여러 군데 있거든요. 그걸 다 인원을 배치해서 관리한다는 것도 (힘들죠.)”

관람에 방해가 되기 때문에 낙서 금지 표지판을 마냥 늘려서 세울수도 없고, 낙서가 된 대나무를 베어낼수도 없는 상황입니다.

<녹취> 죽녹원 관계자(음성변조) : “울타리 가까운 데 거기를 베다 보면 또 안쪽으로 (낙서가) 침범이 된단 말입니다. 일단 거기를 안 베고 있습니다. 관광하러 오시는 분께서 최대한 주의를 해주셔야지, 우리가 더 이상 어떤 방법이 없더라고요.”

인천시 중구에 있는 한 해수욕장.

수도권 시민들이 자주 찾는 이곳에는 인천시에서 뽑은 9가지 볼거리 중 하나인 선녀바위가 있습니다.

멀리서 보면 눈에 띄지 않지만, 가까이 가보면 바위 주변이 온통 낙서 투성이입니다.

인천의 명소라며 찾았던 사람들은 실망을 감추지 못합니다.

<녹취> 여행객 : “갔다는 걸 가슴에만 새겨놓고 머릿속에만 하면 되지, 그걸 다시 와서 보지도 못할 곳에도 해놓잖아요. 무슨 의미가 있는지.”

<녹취> 여행객 : “그런 몰지각한 행동은 이제 그만 해야죠. 문화재뿐만 아니라 자연스럽게 있는 바위에다가 그런 낙서를 한다는 것은 참…….”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남한산성의 사정도 마찬가집니다.

성곽길을 따라가다보면, 성벽은 물론 나무 기둥 곳곳에서 낙서가 발견됩니다.

<녹취> 여행객 : “돌에다 찍어서 하기도 (낙서) 하기도 힘들 텐데 그런 생각도 들고 그렇던데. 장난할 데가 없어 저런 데다 했나 그런 생각이 들죠.”

<녹취> 허완(서울시 강남구) : “문화재에다가 그런 것을 하면 안 되죠. 우리나라 선조들에 대한 그 뭐라고 그럴까, 모독이죠.”

조선시대부터 근대까지의 문화유산을 간직한 전주 한옥마을도 낙서로 몸살을 앓고 있습니다.

보물로 지정된 전주 풍패지관에도 군데군데 낙서가 보이고, 근대 건축물인 성당벽까지 깊게 파인 낙서 자국이 남아 있습니다.

<인터뷰> 박검무(경북 경주시) : “저희만 보고 끝나는 게 아니고 대대손손 다 물려줘야 하는 건데 훼손한다는 것 자체가 인식적으로 문제가 있지 않나 생각합니다.”

이런 낙서벽은 국내에서 그치지 않고, 해외에서도 종종 발견되곤 합니다.

자연환경 훼손을 우려해 1년의 반은 관광객 출입을 금지하는 태국 시밀란 군도.

수심 20미터 아래에서 한글 이름 낙서가 발견돼 현지 방송에 까지 나왔습니다.

<녹취> 현지 방송 : "산호에 새겨진 게 한글입니다. 우선적으로 한국인이 했을 가능성이 높죠."

얼마전에는 이탈리아 피렌체 두오모 성당벽에서도 한글 낙서가 발견돼 논란이 됐습니다.

<인터뷰> 김남조(한양대학교 관광학부 교수) : "사람들은 자기의 영역, 영역을 표시하는 그런 본능을 가지고 있습니다. 기념품을 사서 가는 것처럼 그 장소에 대해 기억 하려는 그런 측면도 없지 않아 있는 것 같습니다. 먼 훗날 내가 다시 이곳을 오게 된다면 내가 이곳을, 여기를 갔다 왔노라고 그런 흔적을 남겨 놓는다는 거죠."

현행법상 경범죄 처벌법 등으로 낙서를 한 사람에게 범칙금 등을 부과할 수는 있지만, 사실상 실효성은 없는 상태입니다.

<인터뷰> 김남조(한양대학교 관광학부 교수) : “벌금을 좀 강하게 부과한다던가 그런 방법이 있고 간접적인 관리 방법은 홍보를 통해서 계몽 활동을 하는 거죠. 분출하려는 그런 욕구를 어느 특정한 장소에 만들어줘서 거기서 마음대로 낙서할 수 있도록 하는 것도 한 방법입니다.”

아무렇지 않게 남긴 낙서로 관광지가 멍들고 있는 만큼, 무엇보다 성숙한 시민 의식이 필요해보입니다.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뉴스 따라잡기] 못 말리는 ‘낙서벽’…곳곳에 흔적 남기기
    • 입력 2017-06-07 08:35:04
    • 수정2017-06-07 09:05:49
    아침뉴스타임
<기자 멘트>

여름휴가 기다리시는 분들 많을 텐데요.

올해 휴가지에선 이런 풍경은 좀 보지 않았으면 좋을 것 같습니다.

관광지에 새겨진 낙서인데요.

누군가의 이름이 이렇게 선명하게 새겨져 있습니다.

대나무와 성벽을 파서 낙서를 해뒀는데, 어떻게 새겼는지 노력이 대단할 정도입니다.

국내 유명 관광지마다 이런 낙서는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산과 바다, 문화재 등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는데요.

심지어 해외 유명 관광지에서도 한글로 적힌 낙서가 발견돼 논란이 되기도 했습니다.

낙서로 몸살을 앓고 있는 현장을 한번 따라가 보겠습니다.

<리포트>

전남 담양군에 있는 대나무 숲 죽녹원입니다.

매년 1백만 명이 넘게 찾는 대표적 관광지입니다.

공휴일인 어제도 수많은 사람들이 이 곳을 찾았습니다.

<인터뷰> 장근서(경남 통영시) : “대나무 숲에 오니까 기분도 상쾌해지고 대나무들이 속삭이는 소리가 들리는 것 같은 느낌이 옵니다.”

상쾌한 공기를 맡으며 대나무 숲 아래 산책을 즐기는 여행객들.

하지만 안으로 들어갈수록, 뜻밖의 풍경에 눈살을 찌푸리게 됩니다.

높이 솟은 대나무 표면마다 낙서가 가득합니다.

날카로운 물건으로 새겨 놓은 건데, 낙서의 내용도 다양합니다.

<인터뷰> 김익순(경남 창원시) : “기분이 안 좋고 대나무 이것도 하나의 자연이 이렇게 있는 건데 자연을 훼손하는 거 같기도 하고 그래요.”

<인터뷰> 배찬우(세종시) : “일단 딱 첫인상이 자연이라는 생각이 안 들고요. 인위적으로 사람들이 낙서한 거를 보니까 약간 인상이 찌푸려지는 그런 느낌이 드네요.”

군데 군데 낙서 금지 표지판을 설치해 뒀지만 무용지물입니다.

안으로 갈수록 낙서는 더 많이 발견됩니다.

낙서가 없는 대나무를 찾는 게 더 어렵습니다.

<인터뷰> 장근서(경남 통영시) : “우리만 볼 게 아니고 외국인들이나 다른 사람들이 와서 이 낙서를 보면 또 그 사람이 또 낙서합니다. 그래서 이런 문화는 이제 우리나라 에서 좀 버려야 하지 않을까….”

공원 관계자들이 단속을 하고는 있지만, 축구장 면적에 40배가 넘는 대나무 숲 전부를 일일이 감시하기는 무리입니다.

<녹취> 죽녹원 관계자(음성변조) : “면적이 엄청나게 큰데 전체적인 면적을, 예를 들어 관리하려 그러면 죽녹원 안에 산책길이 여러 군데 있거든요. 그걸 다 인원을 배치해서 관리한다는 것도 (힘들죠.)”

관람에 방해가 되기 때문에 낙서 금지 표지판을 마냥 늘려서 세울수도 없고, 낙서가 된 대나무를 베어낼수도 없는 상황입니다.

<녹취> 죽녹원 관계자(음성변조) : “울타리 가까운 데 거기를 베다 보면 또 안쪽으로 (낙서가) 침범이 된단 말입니다. 일단 거기를 안 베고 있습니다. 관광하러 오시는 분께서 최대한 주의를 해주셔야지, 우리가 더 이상 어떤 방법이 없더라고요.”

인천시 중구에 있는 한 해수욕장.

수도권 시민들이 자주 찾는 이곳에는 인천시에서 뽑은 9가지 볼거리 중 하나인 선녀바위가 있습니다.

멀리서 보면 눈에 띄지 않지만, 가까이 가보면 바위 주변이 온통 낙서 투성이입니다.

인천의 명소라며 찾았던 사람들은 실망을 감추지 못합니다.

<녹취> 여행객 : “갔다는 걸 가슴에만 새겨놓고 머릿속에만 하면 되지, 그걸 다시 와서 보지도 못할 곳에도 해놓잖아요. 무슨 의미가 있는지.”

<녹취> 여행객 : “그런 몰지각한 행동은 이제 그만 해야죠. 문화재뿐만 아니라 자연스럽게 있는 바위에다가 그런 낙서를 한다는 것은 참…….”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남한산성의 사정도 마찬가집니다.

성곽길을 따라가다보면, 성벽은 물론 나무 기둥 곳곳에서 낙서가 발견됩니다.

<녹취> 여행객 : “돌에다 찍어서 하기도 (낙서) 하기도 힘들 텐데 그런 생각도 들고 그렇던데. 장난할 데가 없어 저런 데다 했나 그런 생각이 들죠.”

<녹취> 허완(서울시 강남구) : “문화재에다가 그런 것을 하면 안 되죠. 우리나라 선조들에 대한 그 뭐라고 그럴까, 모독이죠.”

조선시대부터 근대까지의 문화유산을 간직한 전주 한옥마을도 낙서로 몸살을 앓고 있습니다.

보물로 지정된 전주 풍패지관에도 군데군데 낙서가 보이고, 근대 건축물인 성당벽까지 깊게 파인 낙서 자국이 남아 있습니다.

<인터뷰> 박검무(경북 경주시) : “저희만 보고 끝나는 게 아니고 대대손손 다 물려줘야 하는 건데 훼손한다는 것 자체가 인식적으로 문제가 있지 않나 생각합니다.”

이런 낙서벽은 국내에서 그치지 않고, 해외에서도 종종 발견되곤 합니다.

자연환경 훼손을 우려해 1년의 반은 관광객 출입을 금지하는 태국 시밀란 군도.

수심 20미터 아래에서 한글 이름 낙서가 발견돼 현지 방송에 까지 나왔습니다.

<녹취> 현지 방송 : "산호에 새겨진 게 한글입니다. 우선적으로 한국인이 했을 가능성이 높죠."

얼마전에는 이탈리아 피렌체 두오모 성당벽에서도 한글 낙서가 발견돼 논란이 됐습니다.

<인터뷰> 김남조(한양대학교 관광학부 교수) : "사람들은 자기의 영역, 영역을 표시하는 그런 본능을 가지고 있습니다. 기념품을 사서 가는 것처럼 그 장소에 대해 기억 하려는 그런 측면도 없지 않아 있는 것 같습니다. 먼 훗날 내가 다시 이곳을 오게 된다면 내가 이곳을, 여기를 갔다 왔노라고 그런 흔적을 남겨 놓는다는 거죠."

현행법상 경범죄 처벌법 등으로 낙서를 한 사람에게 범칙금 등을 부과할 수는 있지만, 사실상 실효성은 없는 상태입니다.

<인터뷰> 김남조(한양대학교 관광학부 교수) : “벌금을 좀 강하게 부과한다던가 그런 방법이 있고 간접적인 관리 방법은 홍보를 통해서 계몽 활동을 하는 거죠. 분출하려는 그런 욕구를 어느 특정한 장소에 만들어줘서 거기서 마음대로 낙서할 수 있도록 하는 것도 한 방법입니다.”

아무렇지 않게 남긴 낙서로 관광지가 멍들고 있는 만큼, 무엇보다 성숙한 시민 의식이 필요해보입니다.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