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따라잡기] “정제유 투자로 연 60% 수익”…사라진 7백억 원

입력 2017.06.13 (08:34) 수정 2017.06.13 (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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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멘트>

요즘 같은 저금리 시대에 연 60% 수익률을 보장해준다고 하면, 투자자들은 귀가 솔깃할 수 밖에 없겠죠.

석유수입업체 간판을 단 한 회사가 이런 고수익을 내걸고 투자자를 모집했습니다.

동남아시아에서 싼 값에 정제유를 들여와 팔면, 높은 수익을 낼수 있다고 홍보했습니다.

국내에선 경쟁자가 별로 없는 '블루오션' 사업이라며, 직접 동남아에 있는 공장을 보여주기까지 했습니다.

순식간에 7백억 원 넘게 투자금이 모였는데, 이 돈이 모두 사라졌습니다.

1천 여명의 피해자들을 돈을 돌려 받을 길이 없어 막막한 상황인데요.

사건의 전말을 따라가 보겠습니다.

<리포트>

싱가포르에 있는 한 석유 공장입니다.

업체 대표 43살 김 모 씨가 폐유를 정제해 제품으로 만드는 과정을 설명하고 있습니다.

<녹취> 김 모 씨(피의자/음성변조) : “이게 여과지 역할을 하는 거예요. 여기로 기름이 나오는 거예요. 기름을 보면 이게 까만 기름이 아니죠?”

자동차 윤활유 같은 폐유를 정제하는 공장인데, 자신이 이 공장의 지분 절반을 갖고 있다고 합니다.

<녹취> 김 모 씨(피의자/음성변조) : “이걸 정제하면 이제 이렇게 나옵니다. 그리고 조금 더 정제하면 회사에서 설명한 것처럼 기름이 점점 맑아지는 거예요. 장사하는 덴 이게 최곱니다. 저희는 이것만 해요.”

시꺼멓던 폐유를 재활용하면 맑은 빛이 도는 정제유가 되고, 이 정제유는 주로 산업 현장에서 사용됩니다.

김 씨는 정제유를 수입해 팔면 고수익을 얻을 수 있다며 지난 2015년 8월부터 이렇게 투자자를 모집했습니다.

해외에 공장까지 갖고 있다는말에 투자자들은 선뜻 돈을 건넸습니다.

그런데 어떻게 된 일인지 김 씨가 올해 초 경찰에 붙잡힙니다.

<인터뷰> 황호천(서울 강남경찰서 지능범죄수사과) : “투자금의 원금을 보장하고, 원금 이상의 어떤 수익금을 지급하겠다는 약정을 하기 위해서는 금융감독원의 인가나 허가 등을 획득해야 하는데, 그런 인가나 허가를 취득하지 않았기 때문에 유사수신 행위 규제에 대한 법률 위반이란 혐의가 적용된 것이고…….”

김 씨가 투자금을 끌어 모은 업체는 당국에 신고도 되지 않았습니다.

고수익을 보장할만한 여건도 안됐지만, 경찰 조사 결과 이 업체에 투자한 사람은 천 명이 훌쩍 넘고, 피해 금액도 현재까지 7백억 원 정도로 집계되고 있습니다.

<인터뷰> 황호천(서울 강남경찰서 지능범죄수사과) : “투자자 모집에 역점을 두고 지점을 운영했었고, 각 지점의 점장들이 주변 지인이나 입소문 등을 통해서 투자자를 모집했습니다.”

김 씨의 회사는 정제유 사업과는 거리가 멀었고, 투자자를 모으는 데 대부분의 역량을 쏟았다는 게 경찰 조사 결과입니다.

'대리점주'라는 직책을 주고 부산과 대구 등 전국에서 투자 유치 활동을 할 사람도 모았습니다.

피해자들은 이들의 적극적인 홍보를 믿고, 조금이라도 더 수익을 올릴 수 있다는 기대에 거액을 맡겼습니다.

<녹취> A 모 씨(피해자/음성변조) : “하루하루 살아가는 게 완전 지옥이죠. 지옥. 뒤늦게 알았으니까 돈 받을 길은 없고…….”

<녹취> B 모 씨(피해자/음성변조) : “밤에 잠도 안오고 정말. 어떻게 살아가야할지 모르겠어요.”

부산에선 이번 투자 사기 사건과 관련해 피해자들이 법적 대응을 논의 중입니다.

부산에 있는 투자자 27명은 모두 45억 원을 맡겼는데, 김 씨가 구속되면서 한 푼도 돌려받지 못할 처지입니다.

<녹취> B 모 씨(피해자/음성변조) : “5억 원 넘게 (투자)해서 한 달에 이자가 3천만 원 넘게 들어온다고, 이 좋은 걸 왜 안 하냐고 가만히 있으면 이자가 꼬박꼬박 들어오는데 한번 해봐라.”

부산 지역 대리점주 측에서 매달 6%의 배당금을 강조했습니다.

관심을 보이는 사람이 있으면 대리점주 송 모 씨가 인근 원룸에서 사업설명회를 열었습니다.

<녹취> A 모 씨(피해자/음성변조) : “원룸에 가서 평소에 하는 얘기가 투자를 해라 (그러죠.) 대표가 아주 유명한 사람이고 똑똑한 사람이니까 이 사람은 진짜 믿어도 된다.”

울산과 청주, 그리고 싱가포르에 있는 폐유 정제 공장까지 둘러보며 투자자들을 안심시켰습니다.

한국에선 이런 사업을 하는 사람이 많이 없다며 '블루 오션'이라고 강조했다고 합니다.

<녹취> B 모 씨(피해자/음성변조):“처음에 천만 원으로 시작했어요. (그런데) 계속 접근해서 한 번 돈을 넣으면 더 넣으라고 또 전화하고 또 넣으면 또 더 넣으라고 계속 전화하고…….”

모두 2억 3천만 원을 투자했다는 한 주부는 친정 어머니의 노후 자금까지 끌어모아 투자를 했는데, 막막한 상황입니다.

<녹취> B 모 씨(피해자/음성변조) : “홀로 되신 친정어머니 노후 자금, 그리고 제 동생 결혼자금, 제 친구가 적금 담보로 대출해서 빌린 것 그다음에 저희 가족 적금 담보 대출, 제 보험 대출 전부 그런 돈이에요. 그래서 지금 이자하고 원금 갚느라고 거의 파산 지경이에요.”

주변 사람을 데리고 오면, 인센티브를 준다는 말에 지인들에게 이 정제유 투자 사업을 소개했다가 난처해진 사람들도 한 둘이 아닙니다.

<녹취> C 모 씨(피해자/음성변조) : “돈 있는 사람들 소개해주면 너한테 0.5% 인센티브를 주겠다. 누구 소개해줘, 소개해줘 이런 식으로 하는 거죠.”

대리점주들의 투자 유치 경쟁은 순식간에 7백억 원이 모일 정도로 치열했습니다.

<인터뷰> 홍호천(서울 강남경찰서 지능범죄수사대) : “각 지점 대리점장들은 사람을 모아올 때마다 투자 유치 수당 등의 명목으로 사람들이 낸 투자금 대비 5% 내지 많게는 10%까지 수익을 취했습니다.”

하지만 이 업체의 부채 비율은 정상 수준인 2백% 미만을 훨씬 웃도는 3천%대였습니다.

이른바 돌려막기 방식으로 투자금을 운영하고, 현재 통장에는 10억 원만 남아있습니다.

<인터뷰> 홍호천(서울 강남경찰서 지능범죄수사대) : “투자자들에게 약정했던 수익금을 지급하고, 대표를 비롯해 회사 간부들은 개인 유흥 등에 금전을 소비하고, 가수금 형태로도 돈을 사용했습니다.”

경찰은 김 씨 외에도 회사 임원과 대리점주 등 20명을 추가로 입건하고, 투자 피해가 더 없는지 수사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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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스 따라잡기] “정제유 투자로 연 60% 수익”…사라진 7백억 원
    • 입력 2017-06-13 08:35:28
    • 수정2017-06-13 09:0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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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멘트>

요즘 같은 저금리 시대에 연 60% 수익률을 보장해준다고 하면, 투자자들은 귀가 솔깃할 수 밖에 없겠죠.

석유수입업체 간판을 단 한 회사가 이런 고수익을 내걸고 투자자를 모집했습니다.

동남아시아에서 싼 값에 정제유를 들여와 팔면, 높은 수익을 낼수 있다고 홍보했습니다.

국내에선 경쟁자가 별로 없는 '블루오션' 사업이라며, 직접 동남아에 있는 공장을 보여주기까지 했습니다.

순식간에 7백억 원 넘게 투자금이 모였는데, 이 돈이 모두 사라졌습니다.

1천 여명의 피해자들을 돈을 돌려 받을 길이 없어 막막한 상황인데요.

사건의 전말을 따라가 보겠습니다.

<리포트>

싱가포르에 있는 한 석유 공장입니다.

업체 대표 43살 김 모 씨가 폐유를 정제해 제품으로 만드는 과정을 설명하고 있습니다.

<녹취> 김 모 씨(피의자/음성변조) : “이게 여과지 역할을 하는 거예요. 여기로 기름이 나오는 거예요. 기름을 보면 이게 까만 기름이 아니죠?”

자동차 윤활유 같은 폐유를 정제하는 공장인데, 자신이 이 공장의 지분 절반을 갖고 있다고 합니다.

<녹취> 김 모 씨(피의자/음성변조) : “이걸 정제하면 이제 이렇게 나옵니다. 그리고 조금 더 정제하면 회사에서 설명한 것처럼 기름이 점점 맑아지는 거예요. 장사하는 덴 이게 최곱니다. 저희는 이것만 해요.”

시꺼멓던 폐유를 재활용하면 맑은 빛이 도는 정제유가 되고, 이 정제유는 주로 산업 현장에서 사용됩니다.

김 씨는 정제유를 수입해 팔면 고수익을 얻을 수 있다며 지난 2015년 8월부터 이렇게 투자자를 모집했습니다.

해외에 공장까지 갖고 있다는말에 투자자들은 선뜻 돈을 건넸습니다.

그런데 어떻게 된 일인지 김 씨가 올해 초 경찰에 붙잡힙니다.

<인터뷰> 황호천(서울 강남경찰서 지능범죄수사과) : “투자금의 원금을 보장하고, 원금 이상의 어떤 수익금을 지급하겠다는 약정을 하기 위해서는 금융감독원의 인가나 허가 등을 획득해야 하는데, 그런 인가나 허가를 취득하지 않았기 때문에 유사수신 행위 규제에 대한 법률 위반이란 혐의가 적용된 것이고…….”

김 씨가 투자금을 끌어 모은 업체는 당국에 신고도 되지 않았습니다.

고수익을 보장할만한 여건도 안됐지만, 경찰 조사 결과 이 업체에 투자한 사람은 천 명이 훌쩍 넘고, 피해 금액도 현재까지 7백억 원 정도로 집계되고 있습니다.

<인터뷰> 황호천(서울 강남경찰서 지능범죄수사과) : “투자자 모집에 역점을 두고 지점을 운영했었고, 각 지점의 점장들이 주변 지인이나 입소문 등을 통해서 투자자를 모집했습니다.”

김 씨의 회사는 정제유 사업과는 거리가 멀었고, 투자자를 모으는 데 대부분의 역량을 쏟았다는 게 경찰 조사 결과입니다.

'대리점주'라는 직책을 주고 부산과 대구 등 전국에서 투자 유치 활동을 할 사람도 모았습니다.

피해자들은 이들의 적극적인 홍보를 믿고, 조금이라도 더 수익을 올릴 수 있다는 기대에 거액을 맡겼습니다.

<녹취> A 모 씨(피해자/음성변조) : “하루하루 살아가는 게 완전 지옥이죠. 지옥. 뒤늦게 알았으니까 돈 받을 길은 없고…….”

<녹취> B 모 씨(피해자/음성변조) : “밤에 잠도 안오고 정말. 어떻게 살아가야할지 모르겠어요.”

부산에선 이번 투자 사기 사건과 관련해 피해자들이 법적 대응을 논의 중입니다.

부산에 있는 투자자 27명은 모두 45억 원을 맡겼는데, 김 씨가 구속되면서 한 푼도 돌려받지 못할 처지입니다.

<녹취> B 모 씨(피해자/음성변조) : “5억 원 넘게 (투자)해서 한 달에 이자가 3천만 원 넘게 들어온다고, 이 좋은 걸 왜 안 하냐고 가만히 있으면 이자가 꼬박꼬박 들어오는데 한번 해봐라.”

부산 지역 대리점주 측에서 매달 6%의 배당금을 강조했습니다.

관심을 보이는 사람이 있으면 대리점주 송 모 씨가 인근 원룸에서 사업설명회를 열었습니다.

<녹취> A 모 씨(피해자/음성변조) : “원룸에 가서 평소에 하는 얘기가 투자를 해라 (그러죠.) 대표가 아주 유명한 사람이고 똑똑한 사람이니까 이 사람은 진짜 믿어도 된다.”

울산과 청주, 그리고 싱가포르에 있는 폐유 정제 공장까지 둘러보며 투자자들을 안심시켰습니다.

한국에선 이런 사업을 하는 사람이 많이 없다며 '블루 오션'이라고 강조했다고 합니다.

<녹취> B 모 씨(피해자/음성변조):“처음에 천만 원으로 시작했어요. (그런데) 계속 접근해서 한 번 돈을 넣으면 더 넣으라고 또 전화하고 또 넣으면 또 더 넣으라고 계속 전화하고…….”

모두 2억 3천만 원을 투자했다는 한 주부는 친정 어머니의 노후 자금까지 끌어모아 투자를 했는데, 막막한 상황입니다.

<녹취> B 모 씨(피해자/음성변조) : “홀로 되신 친정어머니 노후 자금, 그리고 제 동생 결혼자금, 제 친구가 적금 담보로 대출해서 빌린 것 그다음에 저희 가족 적금 담보 대출, 제 보험 대출 전부 그런 돈이에요. 그래서 지금 이자하고 원금 갚느라고 거의 파산 지경이에요.”

주변 사람을 데리고 오면, 인센티브를 준다는 말에 지인들에게 이 정제유 투자 사업을 소개했다가 난처해진 사람들도 한 둘이 아닙니다.

<녹취> C 모 씨(피해자/음성변조) : “돈 있는 사람들 소개해주면 너한테 0.5% 인센티브를 주겠다. 누구 소개해줘, 소개해줘 이런 식으로 하는 거죠.”

대리점주들의 투자 유치 경쟁은 순식간에 7백억 원이 모일 정도로 치열했습니다.

<인터뷰> 홍호천(서울 강남경찰서 지능범죄수사대) : “각 지점 대리점장들은 사람을 모아올 때마다 투자 유치 수당 등의 명목으로 사람들이 낸 투자금 대비 5% 내지 많게는 10%까지 수익을 취했습니다.”

하지만 이 업체의 부채 비율은 정상 수준인 2백% 미만을 훨씬 웃도는 3천%대였습니다.

이른바 돌려막기 방식으로 투자금을 운영하고, 현재 통장에는 10억 원만 남아있습니다.

<인터뷰> 홍호천(서울 강남경찰서 지능범죄수사대) : “투자자들에게 약정했던 수익금을 지급하고, 대표를 비롯해 회사 간부들은 개인 유흥 등에 금전을 소비하고, 가수금 형태로도 돈을 사용했습니다.”

경찰은 김 씨 외에도 회사 임원과 대리점주 등 20명을 추가로 입건하고, 투자 피해가 더 없는지 수사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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