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따라잡기] ‘사무장 병원’ 차려 놓고 보험금 허위 청구

입력 2017.06.21 (08:34) 수정 2017.06.21 (0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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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멘트>

의료법상 병원은 의사들만 세울 수 있습니다.

의사가 아닌 사람이 병원을 세우는 건 불법인데요.

이런 법망을 피해 의사에게 월급을 주고, 명의를 빌려 세운 병원을 이른바 '사무장 병원'이라고 합니다.

돈을 벌기 위한 이런 사무장 병원의 꼼수가 날로 진화하고 있습니다.

허위, 과다 진료로 보험금을 챙기는 것은 물론, 교통사고 환자 유치를 위해 견인차 기사들에게 로비까지 했습니다.

환자가 오면 진찰도 제대로 안하고 입원부터 시키고 봤는데요.

그렇다보니 병원이 보험금을 노린 가짜 환자들의 아지트 같은 곳이 됐습니다.

사무장 병원의 실태를 따라가 보겠습니다.

<리포트>

지난 3월, 경찰이 서울의 한 한의원을 압수수색합니다.

중국계 한의사 유 모 씨가 원장으로 있는 병원이었습니다.

<인터뷰> 강병훈(수사관/서울지방경찰청 국제범죄수사대) : “중국어가 되게 능통해요. 한국에 이제 중국 관광객들 많이 들어오니까 관광 상품의 하나로 중국인 환자들 유치하려고 (했습니다.)”

겉보기에는 중국 환자 유치에 주력하는 병원으로 보였습니다.

그런데 이 병원에 문제가 있다는 제보가 들어옵니다.

<인터뷰> 강병훈(수사관/서울지방경찰청 국제범죄수사대) : “(해당 병원에) 국내 요양 급여비용이나 민영 보험 누수가 엄청 심했거든요. 건강보험 재정금이나 민영 보험금 누수를 막기 위해서 금융감독원과 협조해서 수사를 시작하게 됐습니다.”

해당 병원은 병실 6개, 병상 25개 정도로 작은 규모입니다.

그런데 지난 4년간 보험사에서 8억 5천만 원, 건강보험공단에서 4억 5천만 원을 받는 등 보험금으로만 13억 원의 매출을 올렸습니다.

병원 규모에 비해 지급된 보험금이 많았습니다.

이 병원의 수상한 점을 처음 포착한 건, 한 보험회사의 조사관입니다.

<인터뷰> 박형채(보험사 보험범죄 조사팀장) : “계속해서 사고를 유발하거나 아니면 가벼운 진단명에도 불구하고 계속해서 입원하는 환자들을 대상으로 면담을 시행하게 됐습니다.”

보험 사기가 의심되는 상황.

환자들을 상대로 면담 조사를 했는데 한 가지 공통점이 있었습니다.

<인터뷰> 박형채(보험사 보험범죄 조사팀장) : “보험사기 치는 사람들이 그 병원에 자주 가는 겁니다. 그 병원에서 어떤 치료를 받았고 실제로 입원을 했는지 안 했는지 구체적으로 물어보니깐 공통점이 실제로 물리치료도 받은 적이 없다. 침술이나 봉술을 받은 적이 없다고 했어요.”

수상한 점은 또 있었습니다.

<인터뷰> 박형채(보험사 보험범죄 조사팀장) : “입원이나 퇴원 관련 사항을 의사가 결정해야 하는데 원무부장이 모든 걸 결정한 것으로 봐서 문제가 있는 병원이고…….”

환자의 입·퇴원 결정을 의사가 아닌, 병원 원무과 부장이 했다는 겁니다.

경찰의 조사 결과 문제의 병원은 이른바 '사무장 병원'.

의사 명의를 빌린 불법 병원이었습니다.

<인터뷰> 장선호(팀장/서울경찰청 국제범죄수사대) : “외국인 한의사를 고용해서 사무장 병원을 개설한 후에 허위 입원이나 과다 진료 등으로 13억 원 상당 이득을 챙긴 사무장 병원 사건입니다.”

실제로 병원을 세운 건 49살 정 모 씨, 병원 운영은 원무부장 조 모 씨가 맡았습니다.

정 씨와 조 씨는 과거 한 병원의 원무과에서 일한 적이 있는데, 그 때 알던 정보로 사무장 병원을 세울 계획을 짰습니다.

<인터뷰> 장선호(팀장/서울경찰청 국제범죄수사대) : “병원장은 이전에 여러 차례 한의원을 운영하다가 재정적으로 큰 어려움을 겪게 되자 월급 의사 자리를 찾던 중 원무부장 조 씨와 정 씨를 알게 됐고, 3명이 공동으로 사무장 병원을 차리게 된 것입니다.”

중국계 한의사인 유 씨를 소개 받아 병원을 차렸습니다.

처음에는 중국 환자를 유치할 목적으로 중국어에 능통한 유 씨를 고용했습니다.

하지만 병원 문을 연 뒤로는 교통사고 환자 유치에 집중했습니다.

여기에는 견인차 운전기사까지 연루돼 있었는데요.

<인터뷰> 장선호(팀장/서울경찰청 국제범죄수사대) : “환자 한 명을 데리고 오면 평균 5만 원 정도 수고비를 주고 약 150회 정도 환자를 알선했습니다.”

교통사고 현장에 출동하는 견인차 기사들을 상대로 로비를 벌이고, 그 대가로 환자를 소개 받았던 겁니다.

견인차 기사들 사이에선 이런 사무장 병원의 영업 방식이 생소하지 않다고 합니다.

<녹취> 김 모 씨(견인차 기사/음성변조) : “사무장이 환자를 유치하기 위해서 하는 경우도 있어요. 당일 치료는 3만 원, (환자가) 입원하게 되면 5만 원, 8만 원까지 주는 병원도 있어요.”

이렇게 끌어 모은 환자에겐 과다 처방으로 보험금을 부풀렸습니다.

경상 환자를 2주 이상 입원하도록 하는 건 다반사, 아예 받은 적도 없는 치료를 차트에 허위로 포함시켰습니다.

<인터뷰> 장선호(팀장/서울경찰청 국제범죄수사대) : “환자들은 민영 보험사에 청구해서 보험금을 받고 의료기관은 마치 치료를 한 것인 양 보험금을 청구하는 수법을 사용했습니다.”

이런 식의 영업 방식이 입소문을 타고 은밀하게 퍼지자, 나중엔 환자들이 알아서 찾아오기까지 했습니다.

보험금을 노린 일명 나이롱 환자, 가짜 환자들의 근거지 같은 곳이 된 겁니다.

<인터뷰> 강병훈(수사관/서울지방경찰청 국제범죄수사대) : “이 병원에 가서 교통사고를 당해서 왔다고 하면 진찰도 제대로 하지 않고 입원시켜준다. 아무 이유도 묻지 않고 바로 입원시켜준다는 정보를 사람들이 알고 있었기 때문에…….”

가짜 환자들이 판치다보니 병실은 병원이 아니라 숙박업소에 가까웠습니다.

<인터뷰> 장선호(팀장/서울경찰청 국제범죄수사대) : “입원 치료를 하는 의료기관은 당직 의료인을 두게 돼 있는데 해당 병원은 당직 의료인을 두지 않아, 병원 관계자가 퇴근한 후에는 혼숙이나 무단이탈 내지 음주를 하는 등 (병동 안이) 천태만상이었던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경찰 수사가 시작되자, 해당 병원은 문을 닫고 다른 곳에 매각됐습니다.

경찰은 병원을 세운 정 씨와 원무부장 조 씨를 구속하고, 명의를 빌려준 병원장 유 씨와 브로커 등 3명을 불구속 입건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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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스 따라잡기] ‘사무장 병원’ 차려 놓고 보험금 허위 청구
    • 입력 2017-06-21 08:35:29
    • 수정2017-06-21 09:1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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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멘트>

의료법상 병원은 의사들만 세울 수 있습니다.

의사가 아닌 사람이 병원을 세우는 건 불법인데요.

이런 법망을 피해 의사에게 월급을 주고, 명의를 빌려 세운 병원을 이른바 '사무장 병원'이라고 합니다.

돈을 벌기 위한 이런 사무장 병원의 꼼수가 날로 진화하고 있습니다.

허위, 과다 진료로 보험금을 챙기는 것은 물론, 교통사고 환자 유치를 위해 견인차 기사들에게 로비까지 했습니다.

환자가 오면 진찰도 제대로 안하고 입원부터 시키고 봤는데요.

그렇다보니 병원이 보험금을 노린 가짜 환자들의 아지트 같은 곳이 됐습니다.

사무장 병원의 실태를 따라가 보겠습니다.

<리포트>

지난 3월, 경찰이 서울의 한 한의원을 압수수색합니다.

중국계 한의사 유 모 씨가 원장으로 있는 병원이었습니다.

<인터뷰> 강병훈(수사관/서울지방경찰청 국제범죄수사대) : “중국어가 되게 능통해요. 한국에 이제 중국 관광객들 많이 들어오니까 관광 상품의 하나로 중국인 환자들 유치하려고 (했습니다.)”

겉보기에는 중국 환자 유치에 주력하는 병원으로 보였습니다.

그런데 이 병원에 문제가 있다는 제보가 들어옵니다.

<인터뷰> 강병훈(수사관/서울지방경찰청 국제범죄수사대) : “(해당 병원에) 국내 요양 급여비용이나 민영 보험 누수가 엄청 심했거든요. 건강보험 재정금이나 민영 보험금 누수를 막기 위해서 금융감독원과 협조해서 수사를 시작하게 됐습니다.”

해당 병원은 병실 6개, 병상 25개 정도로 작은 규모입니다.

그런데 지난 4년간 보험사에서 8억 5천만 원, 건강보험공단에서 4억 5천만 원을 받는 등 보험금으로만 13억 원의 매출을 올렸습니다.

병원 규모에 비해 지급된 보험금이 많았습니다.

이 병원의 수상한 점을 처음 포착한 건, 한 보험회사의 조사관입니다.

<인터뷰> 박형채(보험사 보험범죄 조사팀장) : “계속해서 사고를 유발하거나 아니면 가벼운 진단명에도 불구하고 계속해서 입원하는 환자들을 대상으로 면담을 시행하게 됐습니다.”

보험 사기가 의심되는 상황.

환자들을 상대로 면담 조사를 했는데 한 가지 공통점이 있었습니다.

<인터뷰> 박형채(보험사 보험범죄 조사팀장) : “보험사기 치는 사람들이 그 병원에 자주 가는 겁니다. 그 병원에서 어떤 치료를 받았고 실제로 입원을 했는지 안 했는지 구체적으로 물어보니깐 공통점이 실제로 물리치료도 받은 적이 없다. 침술이나 봉술을 받은 적이 없다고 했어요.”

수상한 점은 또 있었습니다.

<인터뷰> 박형채(보험사 보험범죄 조사팀장) : “입원이나 퇴원 관련 사항을 의사가 결정해야 하는데 원무부장이 모든 걸 결정한 것으로 봐서 문제가 있는 병원이고…….”

환자의 입·퇴원 결정을 의사가 아닌, 병원 원무과 부장이 했다는 겁니다.

경찰의 조사 결과 문제의 병원은 이른바 '사무장 병원'.

의사 명의를 빌린 불법 병원이었습니다.

<인터뷰> 장선호(팀장/서울경찰청 국제범죄수사대) : “외국인 한의사를 고용해서 사무장 병원을 개설한 후에 허위 입원이나 과다 진료 등으로 13억 원 상당 이득을 챙긴 사무장 병원 사건입니다.”

실제로 병원을 세운 건 49살 정 모 씨, 병원 운영은 원무부장 조 모 씨가 맡았습니다.

정 씨와 조 씨는 과거 한 병원의 원무과에서 일한 적이 있는데, 그 때 알던 정보로 사무장 병원을 세울 계획을 짰습니다.

<인터뷰> 장선호(팀장/서울경찰청 국제범죄수사대) : “병원장은 이전에 여러 차례 한의원을 운영하다가 재정적으로 큰 어려움을 겪게 되자 월급 의사 자리를 찾던 중 원무부장 조 씨와 정 씨를 알게 됐고, 3명이 공동으로 사무장 병원을 차리게 된 것입니다.”

중국계 한의사인 유 씨를 소개 받아 병원을 차렸습니다.

처음에는 중국 환자를 유치할 목적으로 중국어에 능통한 유 씨를 고용했습니다.

하지만 병원 문을 연 뒤로는 교통사고 환자 유치에 집중했습니다.

여기에는 견인차 운전기사까지 연루돼 있었는데요.

<인터뷰> 장선호(팀장/서울경찰청 국제범죄수사대) : “환자 한 명을 데리고 오면 평균 5만 원 정도 수고비를 주고 약 150회 정도 환자를 알선했습니다.”

교통사고 현장에 출동하는 견인차 기사들을 상대로 로비를 벌이고, 그 대가로 환자를 소개 받았던 겁니다.

견인차 기사들 사이에선 이런 사무장 병원의 영업 방식이 생소하지 않다고 합니다.

<녹취> 김 모 씨(견인차 기사/음성변조) : “사무장이 환자를 유치하기 위해서 하는 경우도 있어요. 당일 치료는 3만 원, (환자가) 입원하게 되면 5만 원, 8만 원까지 주는 병원도 있어요.”

이렇게 끌어 모은 환자에겐 과다 처방으로 보험금을 부풀렸습니다.

경상 환자를 2주 이상 입원하도록 하는 건 다반사, 아예 받은 적도 없는 치료를 차트에 허위로 포함시켰습니다.

<인터뷰> 장선호(팀장/서울경찰청 국제범죄수사대) : “환자들은 민영 보험사에 청구해서 보험금을 받고 의료기관은 마치 치료를 한 것인 양 보험금을 청구하는 수법을 사용했습니다.”

이런 식의 영업 방식이 입소문을 타고 은밀하게 퍼지자, 나중엔 환자들이 알아서 찾아오기까지 했습니다.

보험금을 노린 일명 나이롱 환자, 가짜 환자들의 근거지 같은 곳이 된 겁니다.

<인터뷰> 강병훈(수사관/서울지방경찰청 국제범죄수사대) : “이 병원에 가서 교통사고를 당해서 왔다고 하면 진찰도 제대로 하지 않고 입원시켜준다. 아무 이유도 묻지 않고 바로 입원시켜준다는 정보를 사람들이 알고 있었기 때문에…….”

가짜 환자들이 판치다보니 병실은 병원이 아니라 숙박업소에 가까웠습니다.

<인터뷰> 장선호(팀장/서울경찰청 국제범죄수사대) : “입원 치료를 하는 의료기관은 당직 의료인을 두게 돼 있는데 해당 병원은 당직 의료인을 두지 않아, 병원 관계자가 퇴근한 후에는 혼숙이나 무단이탈 내지 음주를 하는 등 (병동 안이) 천태만상이었던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경찰 수사가 시작되자, 해당 병원은 문을 닫고 다른 곳에 매각됐습니다.

경찰은 병원을 세운 정 씨와 원무부장 조 씨를 구속하고, 명의를 빌려준 병원장 유 씨와 브로커 등 3명을 불구속 입건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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