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똑! 기자 꿀! 정보] 걷는 곳이 곧 역사…대구 근대 문화 골목

입력 2017.06.21 (08:40) 수정 2017.06.21 (0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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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똑!기자 꿀!정보, 걷기 좋은 골목길 소개하는 시간입니다.

오늘은 대구로 가볼 텐데요.

대구 하면 저는 사과, 여름에 굉장히 더운 곳 이 정도 생각나는데, 정말 제가 너무 조금 알고 있는 거더라고요.

걷기 괜찮은 길이 은근 많은 곳이 대굽니다.

이 시간에 김광석 길을 소개해드리기도 했었는데, 근대문화유산들이 잘 보존된 그런 곳들이 많다고 합니다.

정지주 기자, 오늘은 어떤 골목이죠?

<기자 멘트>

대구에 몇 개의 골목이 있을까요?

천 개나 있다는데요.

모든 골목이 다 나름의 이야기를 갖고 있겠지만, 대구에는 좀 의미 있는 길이 있습니다.

근대문화골목인데요.

근대문화유산이 도심 속에 그대로 보존된 그런 길입니다.

근대골목 투어라는 이름으로 묶인 5개 코스 가운데 2코스 구간인데요.

천천히 걷다 보면 100년 전 거리를 걷는 듯한 그런 착각에 빠진다고 합니다.

경상도 지역에서 가장 먼저 지어졌다는 성당도 있고요,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 저항 시인 이상화의 집도 있습니다.

한때 철거 위기에 몰리기도 했지만 시민들이 강력 보존했다고 하네요.

걷는 곳이 역삽니다.

대구로 바로 떠나 보시죠.

<리포트>

마치 물감 풀어놓은 듯하죠.

파란 하늘을 뚫을 듯한 높은 건물과 옛 건물들이 묘하게 어울립니다.

지금 흐르는 <동무 생각>에 등장하는 장소죠.

청라언덕입니다.

여기서부터 곳곳이 역사인 근대문화골목 시작입니다.

<인터뷰> 배명숙(골목 문화해설사) : “대구 중구 근대문화골목은 살아있는 대구의 역사를 만날 수 있는 골목입니다. 한국 전쟁 당시에 다른 지역에 비해서 피해가 크지 않아 비교적 전시, 전후 생활상을 잘 유지하고 있어서 많은 관광객들에게 사랑받는 골목입니다.”

대구 근대골목은 5코스로 운영 중인데요, 그중 오늘은 가장 인기 많다는 1.64km의 2코스 가봅니다.

워낙 볼거리 많아 최소 2시간은 잡아야 한다는데요.

도심과 어우러진 역사 속 걸으면 고즈넉한 고택에 도착합니다.

바로 대구 출신 저항 시인이죠.

이상화 시인이 말년에 기거했던 곳인데요.

2008년 복원된 이상화 시인의 고택.

친구들과 제자들을 맞이하던 사랑방엔 이상화 시인이 읽었던 책도 보관되어 있고요.

생을 마감한 안방도 이상화 시인의 삶을 고스란히 담고 있습니다.

끝내 봄을 누리지 못한 이상화 시인.

대표작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를 통해 그의 민족정신과 예술혼을 느껴봅니다.

<녹취> “푸른 하늘 푸른 들이 맞붙은 곳으로 가르마 같은 논길을 따라 울타리 너머 아씨같이 구름 뒤에서 반갑다 웃네”

<녹취> “시 참 좋지?”

<인터뷰> 곽광일(부산시 동래구) : “감회가 새롭네요. 옛날의 숨결이 느껴지네요.”

이상화 고택을 나와 조금 더 걷다 보면 특별한 추억 만들 수 있는 장소 만납니다.

어딘가 익숙한 이곳, 바로 드라마 촬영지였죠.

드라마 ‘파랑새의 집’ 여자주인공도 이 우체통에 편지를 넣었는데요.

드라마에 나왔던 그대롭니다.

이 빨간 우체통, 이름도 있는데요.

바로 느린 우체통입니다.

<녹취> “저희 느린 우체통에 엽서 쓰려고요.”

우선 관광 안내소에서 엽서를 산 뒤, 예쁜 글도 적고 주소도 꼼꼼히 씁니다.

이렇게 느린 우체통에 넣으면요.

오늘의 추억이 1년 뒤에 배달됩니다.

<인터뷰> 이혜정(부산시 해운대구) : “저희가 1년 뒤에 오늘 쓴 사연을 받게 되면 그때 추억도 새록새록 생각이 날 것 같고 행복할 것 같아서 쓰게 되었습니다.”

회색빛 좁은 계단 길, 뭔가 의미심장해 보이죠?

3·1 만세 운동 길입니다.

3·1운동 당시 청라언덕 주변에 있던 학생들이 대한 독립 만세를 외치며 이 골목을 지나 시내로 모였다고 전해지는데요.

<녹취> “우리보다 어려. 중학생이야.”

<녹취> “중학생이야?”

<녹취> “여중 2학년에 재학 중이라잖아.”

<녹취> “맞네.”

<인터뷰> 권수연(대구시 북구) : “저희보다 어린데 3·1운동에 참여했던 걸 보면 진짜 대단해요.”

<인터뷰> 김연진(대구시 북구) : “이런 분들이 없었으면 우리나라가 이렇게 독립되고 많이 바뀌지 못했을 거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대단하다고 생각해요.”

100년이 흐른 지금도 이 계단에선 그날의 외침이 들리는 듯합니다.

정말 예스러운 골목입니다.

과거에 있는 느낌이죠.

간판만 남은 소아과의원도 보이고요.

더 좁은 골목 지나면요.

근대문화골목에서 꼭 들러야 할 곳 만납니다.

커다란 어항이 먼저 반기는 이곳, 옛날식 다방인데요.

한때 하루 2천 명이 다녀갈 만큼 대구의 명소였던 이곳, 35년째 자리를 지키고 있습니다.

손 글씨 메뉴판도 정겹죠.

옛날 과자는 서비습니다.

<녹취> “뭐 드릴까요?”

<녹취> “쌍화차, 노른자 띄워서요.”

이거 알면, 40대 이상이죠.

옛날식 쌍화차입니다.

땅콩가루, 잣 등 견과류 듬뿍 넣고요.

각종 한약재를 푹 우린 물 붓습니다.

달걀노른자 띄워야 완성입니다.

<녹취> “쌍화차요.”

추억의 장소에서 마시는 쌉쌀하면서도 고소한 쌍화차 한 잔.

이곳에 앉아 있으면 시간은 느리게 흘러갑니다.

<인터뷰> 김형모(대구시 남구) : “우리 부친까지 합치면 한 30년 단골입니다.”

<인터뷰> 정용순(대구시 북구) : “세련되고 좋은 커피숍보다 다방에 오면 옛날 생각이 나잖아요.”

추억에 잠겨, 다시 골목 걷다 보면 한약 냄새 진동하기 시작합니다.

대구는 한약재를 사고파는 약령시로도 유명한데요.

<녹취> “1910년대 우리가 지금 볼 수 없는 아주 귀한 약령시의 모습이에요.”

대구 약령시가 최초로 열린 건 350여 년 전 조선 시대로 거슬러 올라가는데요.

그 긴 역사를 한의약 박물관에 그대로 옮겨 놓았습니다.

지금은 사라져버린 옛날 저울도 만나볼 수 있고요.

여긴 약초꾼의 집입니다.

100년 전 모습을 그대로 재현해놓은 겁니다.

박물관 돌아보며 지친 발, 잠시 족욕으로 쉬게 해볼까요?

<녹취> “혈액순환에 좋은 한약재를 우린 물이에요.”

피부에 좋은 당귀, 피로 해소에 도움을 주는 박하 등 각종 재료가 들어갔습니다.

은은한 한약 냄새도 솔솔 퍼지는데요.

특히 외국인들에겐 색다른 체험입니다.

<인터뷰> 아카시 유리에(일본) : “지금까지 걸으면서 다리가 피곤했는데요. 한약재가 들어간 물에 족욕을 하니까 피로가 풀리는 것 같아 좋아요.”

시간이 멈춘 듯합니다.

100년의 세월이 고스란히 담겼습니다.

과거가 숨 쉬는 대구 근대문화골목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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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똑! 기자 꿀! 정보] 걷는 곳이 곧 역사…대구 근대 문화 골목
    • 입력 2017-06-21 08:35:29
    • 수정2017-06-21 09:1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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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똑!기자 꿀!정보, 걷기 좋은 골목길 소개하는 시간입니다.

오늘은 대구로 가볼 텐데요.

대구 하면 저는 사과, 여름에 굉장히 더운 곳 이 정도 생각나는데, 정말 제가 너무 조금 알고 있는 거더라고요.

걷기 괜찮은 길이 은근 많은 곳이 대굽니다.

이 시간에 김광석 길을 소개해드리기도 했었는데, 근대문화유산들이 잘 보존된 그런 곳들이 많다고 합니다.

정지주 기자, 오늘은 어떤 골목이죠?

<기자 멘트>

대구에 몇 개의 골목이 있을까요?

천 개나 있다는데요.

모든 골목이 다 나름의 이야기를 갖고 있겠지만, 대구에는 좀 의미 있는 길이 있습니다.

근대문화골목인데요.

근대문화유산이 도심 속에 그대로 보존된 그런 길입니다.

근대골목 투어라는 이름으로 묶인 5개 코스 가운데 2코스 구간인데요.

천천히 걷다 보면 100년 전 거리를 걷는 듯한 그런 착각에 빠진다고 합니다.

경상도 지역에서 가장 먼저 지어졌다는 성당도 있고요,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 저항 시인 이상화의 집도 있습니다.

한때 철거 위기에 몰리기도 했지만 시민들이 강력 보존했다고 하네요.

걷는 곳이 역삽니다.

대구로 바로 떠나 보시죠.

<리포트>

마치 물감 풀어놓은 듯하죠.

파란 하늘을 뚫을 듯한 높은 건물과 옛 건물들이 묘하게 어울립니다.

지금 흐르는 <동무 생각>에 등장하는 장소죠.

청라언덕입니다.

여기서부터 곳곳이 역사인 근대문화골목 시작입니다.

<인터뷰> 배명숙(골목 문화해설사) : “대구 중구 근대문화골목은 살아있는 대구의 역사를 만날 수 있는 골목입니다. 한국 전쟁 당시에 다른 지역에 비해서 피해가 크지 않아 비교적 전시, 전후 생활상을 잘 유지하고 있어서 많은 관광객들에게 사랑받는 골목입니다.”

대구 근대골목은 5코스로 운영 중인데요, 그중 오늘은 가장 인기 많다는 1.64km의 2코스 가봅니다.

워낙 볼거리 많아 최소 2시간은 잡아야 한다는데요.

도심과 어우러진 역사 속 걸으면 고즈넉한 고택에 도착합니다.

바로 대구 출신 저항 시인이죠.

이상화 시인이 말년에 기거했던 곳인데요.

2008년 복원된 이상화 시인의 고택.

친구들과 제자들을 맞이하던 사랑방엔 이상화 시인이 읽었던 책도 보관되어 있고요.

생을 마감한 안방도 이상화 시인의 삶을 고스란히 담고 있습니다.

끝내 봄을 누리지 못한 이상화 시인.

대표작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를 통해 그의 민족정신과 예술혼을 느껴봅니다.

<녹취> “푸른 하늘 푸른 들이 맞붙은 곳으로 가르마 같은 논길을 따라 울타리 너머 아씨같이 구름 뒤에서 반갑다 웃네”

<녹취> “시 참 좋지?”

<인터뷰> 곽광일(부산시 동래구) : “감회가 새롭네요. 옛날의 숨결이 느껴지네요.”

이상화 고택을 나와 조금 더 걷다 보면 특별한 추억 만들 수 있는 장소 만납니다.

어딘가 익숙한 이곳, 바로 드라마 촬영지였죠.

드라마 ‘파랑새의 집’ 여자주인공도 이 우체통에 편지를 넣었는데요.

드라마에 나왔던 그대롭니다.

이 빨간 우체통, 이름도 있는데요.

바로 느린 우체통입니다.

<녹취> “저희 느린 우체통에 엽서 쓰려고요.”

우선 관광 안내소에서 엽서를 산 뒤, 예쁜 글도 적고 주소도 꼼꼼히 씁니다.

이렇게 느린 우체통에 넣으면요.

오늘의 추억이 1년 뒤에 배달됩니다.

<인터뷰> 이혜정(부산시 해운대구) : “저희가 1년 뒤에 오늘 쓴 사연을 받게 되면 그때 추억도 새록새록 생각이 날 것 같고 행복할 것 같아서 쓰게 되었습니다.”

회색빛 좁은 계단 길, 뭔가 의미심장해 보이죠?

3·1 만세 운동 길입니다.

3·1운동 당시 청라언덕 주변에 있던 학생들이 대한 독립 만세를 외치며 이 골목을 지나 시내로 모였다고 전해지는데요.

<녹취> “우리보다 어려. 중학생이야.”

<녹취> “중학생이야?”

<녹취> “여중 2학년에 재학 중이라잖아.”

<녹취> “맞네.”

<인터뷰> 권수연(대구시 북구) : “저희보다 어린데 3·1운동에 참여했던 걸 보면 진짜 대단해요.”

<인터뷰> 김연진(대구시 북구) : “이런 분들이 없었으면 우리나라가 이렇게 독립되고 많이 바뀌지 못했을 거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대단하다고 생각해요.”

100년이 흐른 지금도 이 계단에선 그날의 외침이 들리는 듯합니다.

정말 예스러운 골목입니다.

과거에 있는 느낌이죠.

간판만 남은 소아과의원도 보이고요.

더 좁은 골목 지나면요.

근대문화골목에서 꼭 들러야 할 곳 만납니다.

커다란 어항이 먼저 반기는 이곳, 옛날식 다방인데요.

한때 하루 2천 명이 다녀갈 만큼 대구의 명소였던 이곳, 35년째 자리를 지키고 있습니다.

손 글씨 메뉴판도 정겹죠.

옛날 과자는 서비습니다.

<녹취> “뭐 드릴까요?”

<녹취> “쌍화차, 노른자 띄워서요.”

이거 알면, 40대 이상이죠.

옛날식 쌍화차입니다.

땅콩가루, 잣 등 견과류 듬뿍 넣고요.

각종 한약재를 푹 우린 물 붓습니다.

달걀노른자 띄워야 완성입니다.

<녹취> “쌍화차요.”

추억의 장소에서 마시는 쌉쌀하면서도 고소한 쌍화차 한 잔.

이곳에 앉아 있으면 시간은 느리게 흘러갑니다.

<인터뷰> 김형모(대구시 남구) : “우리 부친까지 합치면 한 30년 단골입니다.”

<인터뷰> 정용순(대구시 북구) : “세련되고 좋은 커피숍보다 다방에 오면 옛날 생각이 나잖아요.”

추억에 잠겨, 다시 골목 걷다 보면 한약 냄새 진동하기 시작합니다.

대구는 한약재를 사고파는 약령시로도 유명한데요.

<녹취> “1910년대 우리가 지금 볼 수 없는 아주 귀한 약령시의 모습이에요.”

대구 약령시가 최초로 열린 건 350여 년 전 조선 시대로 거슬러 올라가는데요.

그 긴 역사를 한의약 박물관에 그대로 옮겨 놓았습니다.

지금은 사라져버린 옛날 저울도 만나볼 수 있고요.

여긴 약초꾼의 집입니다.

100년 전 모습을 그대로 재현해놓은 겁니다.

박물관 돌아보며 지친 발, 잠시 족욕으로 쉬게 해볼까요?

<녹취> “혈액순환에 좋은 한약재를 우린 물이에요.”

피부에 좋은 당귀, 피로 해소에 도움을 주는 박하 등 각종 재료가 들어갔습니다.

은은한 한약 냄새도 솔솔 퍼지는데요.

특히 외국인들에겐 색다른 체험입니다.

<인터뷰> 아카시 유리에(일본) : “지금까지 걸으면서 다리가 피곤했는데요. 한약재가 들어간 물에 족욕을 하니까 피로가 풀리는 것 같아 좋아요.”

시간이 멈춘 듯합니다.

100년의 세월이 고스란히 담겼습니다.

과거가 숨 쉬는 대구 근대문화골목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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