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래퍼릴레이④] 오디 “음악이든 삶이든 우선 즐거워야죠”

입력 2017.06.28 (11:27) 수정 2017.06.28 (1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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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를 통해 힙합의 매력을 들여다보는 '래퍼릴레이'의 네 번째 주자는 오디(본명 : 오동호 , 24)다.

오디는 압도적인 목소리 톤으로 주목받는 래퍼다. 전 인터뷰 주자인 던밀스는 그를 "빛을 봐야 할 래퍼"라 표현했고 소속사 VMC 대표 딥플로우는 "VMC의 막내지만 얼굴도 실력도 막내가 아닌 래퍼"라고 소개했다.

오디는 2013년 힙합 레이블 비스메이저에 합류했다. 2014년 싱글 앨범 'ODEE'로 데뷔했고 지난해 11월에는 EP앨범 'SLY'를 발매했다.

합정동에 위치한 소속사 사무실에서 오디를 만났다. 그는 "사람들이 잘 안 믿기는 하는데 92년생"이라고 소개했다. 친구들과 홍대에서 술 마시는 것과 멍 때리는 걸 좋아하는 영락없는 만 24세 래퍼 오디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지금 오후 3시인데, 평상시에도 이 시간에 나오나요?
-보통은 지금쯤 일어나고 사무실에는 한 저녁 9시나 10시쯤 나와요. 형들도 작업시간이 비슷해서 다 그때쯤 만나서 해요.

▲요새는 어떤 작업을 하고 계세요?
-일단 최우선으로 준비하는 건 VMC 컴필레이션 앨범(여러 음악가의 노래를 특정 분류에 따라 모은 음반)이고, 외부 프로듀서 형이랑 덩어리진 단위로 음원을 내려고 기획 중이에요.

오디가 지난해 11월에 발매한 SLY에는 8개의 곡이 수록되어 있다. VMC 프로듀서 버기가 모든 곡을 프로듀싱했고 래퍼 던밀스, 우탄, 화지, 넉살, MBA ek가 피처링으로 참여했다. 오디는 SLY에 수록된 8곡 중 특별히 ‘존 도’(John Doe)에서 많은 이야기를 전달할 수 있었고, ‘데자 뷰’(deja vu)는 스타일적으로 재밌게 작업했다고 말했다. 오디가 지난해 11월에 발매한 SLY에는 8개의 곡이 수록되어 있다. VMC 프로듀서 버기가 모든 곡을 프로듀싱했고 래퍼 던밀스, 우탄, 화지, 넉살, MBA ek가 피처링으로 참여했다. 오디는 SLY에 수록된 8곡 중 특별히 ‘존 도’(John Doe)에서 많은 이야기를 전달할 수 있었고, ‘데자 뷰’(deja vu)는 스타일적으로 재밌게 작업했다고 말했다.

▲ 'SLY'가 첫 EP앨범이잖아요. 감회가 남다를 것 같아요.
-이걸 낸 자체에 대한 느낌이 되게 컸어요. 앨범을 내고 그 곡으로 공연할 때 그냥 엄청나게 홀가분했어요. 뭔가 얼을 놓고 멍해지는 느낌이었어요.

▲앨범명 'SLY'(Still Look Young)를 직역하면 '아직 젊어 보여'라는 뜻이잖아요. 앨범의 큰 맥락이나 스토리가 있다면요?
-제 음악이 회의적이고 부정적인 게 많았어요. 어느 날은 한 형이 "너 곡은 무슨 커리어 많이 쌓은 30대 중반의 래퍼가 하는 랩 같다"는 얘기를 하더라고요. 그때 "나는 항상 젊게 살고 싶은데 왜 이런 얘기를 하고 있지?"라는 생각이 들었고 내 나이에 맞는 얘기를 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앨범을 들었을 때 고집이 있는 래퍼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전체적으로 '마이웨이? 나는 혼자서 알아서 갈 거다' 이런 느낌을 받았는데, 제대로 본 게 맞나요?
-그 앨범에서 "나는 젊으니까 이렇게 살 거야!" 라는 이야기를 넣고 싶었어요. 그래서 '마이웨이'라고 느끼신 게 아닐까요. 만약 그렇다면 제가 원했던 바예요(웃음)

▲실제 성격도 그런가요? 웹진 '힙합플레이야'의 라디오 '황치와 넉치'에서 VMC형들이 오디 성격이 고집쟁이라고 하던데요. 그간 DDR(던밀스의 유튜브 채널)에서도 형들에게 지지 않는 모습을 보여줬어요.
-저도 고집이 있는 편이라고 생각해요. 제가 맞다고 생각하는 걸 고집으로 밀고 나가는 편이에요. 음악적으로도 그런 게 있고 평소 성격도 그래요. 얼마 전에 형들이 작업 끝나고 삼겹살 먹으러 가자고 했어요. 다 같이 그냥 갈 수 있는 상황인데 저는 배도 안 고프고 집에 가고 싶어서 집에 갔어요. 재차 가자 해도 안 갔어요(웃음).

래퍼 오디와 소속사 VMC 멤버들래퍼 오디와 소속사 VMC 멤버들

오디는 마포와 연신내에서 어린 시절과 학창시절을 보냈다. 이대부속고등학교에 입학한 후 친구의 추천으로 한국 힙합을 접했다. 힙합이 신기하고 재밌어 힙합 동아리에 들어갔다. 동아리에서 지인들을 초대해 공연하면서 오디도 자연스럽게 가사를 쓰고 랩을 하기 시작했다.

오디는 고등학교 졸업 후 동물생명과학과에 입학했다. 수능 점수에 맞춘 선택이었다. 오디는 1학기 끝나고 휴학했다. 그는 "1년 정도는 내가 하고 싶던 것들을 하고 싶었어요. 그때 상구형(딥플로우)을 엄청 좋아했어요. 상구형 가사가 마음에 되게 남았거든요. 상구형 싸이월드에 적혀있는 번호로 연락해서 상구형한테 레슨을 받았어요. 그러다 상구형이 'VMC같이 할래?'라고 제안했고요. 오디(ODEE)라는 이름도 상구형이 내 이름 오동호에서 OD를 따고 힙합은 E가 2개 있어야 한다고 해서 만든 거예요"라고 말했다.

▲힙합한다고 했을 때 부모님이 뭐라고 하셨어요?
-제가 형이랑 아버지랑 살고 있었거든요. 아버지는 제가 휴학했을 때 너무 화나셔서 2~3주 동안 말을 안 하셨어요. 그러다 일단 "오케이. 하고 싶은 거 하는 거는 존중한다. 그래도 대학은 다시 가서 졸업해야 한다"라고 하셨어요. 그때는 아버지가 어려웠는데 1~2년 지나고 나니 '인생은 내 인생인데 내가 하고 싶은 거 할래'라는 생각이 더 강해져서 대학을 그만뒀어요. 아버지도 지금은 '기왕이면 최고가 되라'면서 응원해주세요.

▲독특한 목소리는 누굴 닮은 건가요?
-아버지를 닮았어요. 아버지와 형하고 셋 다 목소리가 이래요.

사진 : VMC 제공사진 : VMC 제공

▲음악을 만드는 데 있어 무엇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나요?
-일단 가사 잘 쓰는 래퍼를 좋아해요. 저도 가사를 중요하게 생각해서 라인 하나하나 버리지 않게끔 쓰려고 해요. 제 목소리 톤이 많이 특이하면서도 사람들이 지루하게 느낄 수 있는 포인트가 있거든요. 그런 부분에서 목소리를 더 살릴 수 있는 플로우도 많이 고려하고요. 요즘에는 사람들에게 음악적으로 다양한 색깔을 갖고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어요. 그리고 무엇보다 삶이든 음악이든 즐거워야 한다고 생각해요.

▲앞으로 어떤 음악을 하고 싶은가요?
-제가 한국 힙합을 엄청 좋아했고 그 안에 기억에 남는 사람들이 있는 것처럼 다른 사람들이 기억할 수 있는 음악을 만들고 싶어요.

▲본인의 이야기를 담은 노래 '존 도'(John Doe)에서 '내가 원하는 결과는 저기 영화 같은 삶보다 삶이 영화가 되는 그 장면'이라며 끝나는데요.
-영화같이 화려한 삶을 살지 않아도 내 삶이 누군가에게 감명 깊은 영화처럼 남았으면 좋겠어요.

오디는 다음 래퍼 주자로 '화지'를 지목했다. 그는 "래퍼 화지는 내가 생각했을 때 국내에서 가사를 잘 쓰는 래퍼 중 한 명이고 또한 내가 좋아하는 아티스트"라고 설명했다.

[관련기사]
[래퍼릴레이①] 자핑 "컴플렉스 '목소리'가 래퍼 만들었다"
[래퍼릴레이②] 창모 "나를 시험해 보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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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스타 강지수 kbs.kangji@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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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래퍼릴레이④] 오디 “음악이든 삶이든 우선 즐거워야죠”
    • 입력 2017-06-28 11:27:47
    • 수정2017-06-28 11:3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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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를 통해 힙합의 매력을 들여다보는 '래퍼릴레이'의 네 번째 주자는 오디(본명 : 오동호 , 24)다.

오디는 압도적인 목소리 톤으로 주목받는 래퍼다. 전 인터뷰 주자인 던밀스는 그를 "빛을 봐야 할 래퍼"라 표현했고 소속사 VMC 대표 딥플로우는 "VMC의 막내지만 얼굴도 실력도 막내가 아닌 래퍼"라고 소개했다.

오디는 2013년 힙합 레이블 비스메이저에 합류했다. 2014년 싱글 앨범 'ODEE'로 데뷔했고 지난해 11월에는 EP앨범 'SLY'를 발매했다.

합정동에 위치한 소속사 사무실에서 오디를 만났다. 그는 "사람들이 잘 안 믿기는 하는데 92년생"이라고 소개했다. 친구들과 홍대에서 술 마시는 것과 멍 때리는 걸 좋아하는 영락없는 만 24세 래퍼 오디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지금 오후 3시인데, 평상시에도 이 시간에 나오나요?
-보통은 지금쯤 일어나고 사무실에는 한 저녁 9시나 10시쯤 나와요. 형들도 작업시간이 비슷해서 다 그때쯤 만나서 해요.

▲요새는 어떤 작업을 하고 계세요?
-일단 최우선으로 준비하는 건 VMC 컴필레이션 앨범(여러 음악가의 노래를 특정 분류에 따라 모은 음반)이고, 외부 프로듀서 형이랑 덩어리진 단위로 음원을 내려고 기획 중이에요.

오디가 지난해 11월에 발매한 SLY에는 8개의 곡이 수록되어 있다. VMC 프로듀서 버기가 모든 곡을 프로듀싱했고 래퍼 던밀스, 우탄, 화지, 넉살, MBA ek가 피처링으로 참여했다. 오디는 SLY에 수록된 8곡 중 특별히 ‘존 도’(John Doe)에서 많은 이야기를 전달할 수 있었고, ‘데자 뷰’(deja vu)는 스타일적으로 재밌게 작업했다고 말했다.
▲ 'SLY'가 첫 EP앨범이잖아요. 감회가 남다를 것 같아요.
-이걸 낸 자체에 대한 느낌이 되게 컸어요. 앨범을 내고 그 곡으로 공연할 때 그냥 엄청나게 홀가분했어요. 뭔가 얼을 놓고 멍해지는 느낌이었어요.

▲앨범명 'SLY'(Still Look Young)를 직역하면 '아직 젊어 보여'라는 뜻이잖아요. 앨범의 큰 맥락이나 스토리가 있다면요?
-제 음악이 회의적이고 부정적인 게 많았어요. 어느 날은 한 형이 "너 곡은 무슨 커리어 많이 쌓은 30대 중반의 래퍼가 하는 랩 같다"는 얘기를 하더라고요. 그때 "나는 항상 젊게 살고 싶은데 왜 이런 얘기를 하고 있지?"라는 생각이 들었고 내 나이에 맞는 얘기를 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앨범을 들었을 때 고집이 있는 래퍼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전체적으로 '마이웨이? 나는 혼자서 알아서 갈 거다' 이런 느낌을 받았는데, 제대로 본 게 맞나요?
-그 앨범에서 "나는 젊으니까 이렇게 살 거야!" 라는 이야기를 넣고 싶었어요. 그래서 '마이웨이'라고 느끼신 게 아닐까요. 만약 그렇다면 제가 원했던 바예요(웃음)

▲실제 성격도 그런가요? 웹진 '힙합플레이야'의 라디오 '황치와 넉치'에서 VMC형들이 오디 성격이 고집쟁이라고 하던데요. 그간 DDR(던밀스의 유튜브 채널)에서도 형들에게 지지 않는 모습을 보여줬어요.
-저도 고집이 있는 편이라고 생각해요. 제가 맞다고 생각하는 걸 고집으로 밀고 나가는 편이에요. 음악적으로도 그런 게 있고 평소 성격도 그래요. 얼마 전에 형들이 작업 끝나고 삼겹살 먹으러 가자고 했어요. 다 같이 그냥 갈 수 있는 상황인데 저는 배도 안 고프고 집에 가고 싶어서 집에 갔어요. 재차 가자 해도 안 갔어요(웃음).

래퍼 오디와 소속사 VMC 멤버들
오디는 마포와 연신내에서 어린 시절과 학창시절을 보냈다. 이대부속고등학교에 입학한 후 친구의 추천으로 한국 힙합을 접했다. 힙합이 신기하고 재밌어 힙합 동아리에 들어갔다. 동아리에서 지인들을 초대해 공연하면서 오디도 자연스럽게 가사를 쓰고 랩을 하기 시작했다.

오디는 고등학교 졸업 후 동물생명과학과에 입학했다. 수능 점수에 맞춘 선택이었다. 오디는 1학기 끝나고 휴학했다. 그는 "1년 정도는 내가 하고 싶던 것들을 하고 싶었어요. 그때 상구형(딥플로우)을 엄청 좋아했어요. 상구형 가사가 마음에 되게 남았거든요. 상구형 싸이월드에 적혀있는 번호로 연락해서 상구형한테 레슨을 받았어요. 그러다 상구형이 'VMC같이 할래?'라고 제안했고요. 오디(ODEE)라는 이름도 상구형이 내 이름 오동호에서 OD를 따고 힙합은 E가 2개 있어야 한다고 해서 만든 거예요"라고 말했다.

▲힙합한다고 했을 때 부모님이 뭐라고 하셨어요?
-제가 형이랑 아버지랑 살고 있었거든요. 아버지는 제가 휴학했을 때 너무 화나셔서 2~3주 동안 말을 안 하셨어요. 그러다 일단 "오케이. 하고 싶은 거 하는 거는 존중한다. 그래도 대학은 다시 가서 졸업해야 한다"라고 하셨어요. 그때는 아버지가 어려웠는데 1~2년 지나고 나니 '인생은 내 인생인데 내가 하고 싶은 거 할래'라는 생각이 더 강해져서 대학을 그만뒀어요. 아버지도 지금은 '기왕이면 최고가 되라'면서 응원해주세요.

▲독특한 목소리는 누굴 닮은 건가요?
-아버지를 닮았어요. 아버지와 형하고 셋 다 목소리가 이래요.

사진 : VMC 제공
▲음악을 만드는 데 있어 무엇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나요?
-일단 가사 잘 쓰는 래퍼를 좋아해요. 저도 가사를 중요하게 생각해서 라인 하나하나 버리지 않게끔 쓰려고 해요. 제 목소리 톤이 많이 특이하면서도 사람들이 지루하게 느낄 수 있는 포인트가 있거든요. 그런 부분에서 목소리를 더 살릴 수 있는 플로우도 많이 고려하고요. 요즘에는 사람들에게 음악적으로 다양한 색깔을 갖고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어요. 그리고 무엇보다 삶이든 음악이든 즐거워야 한다고 생각해요.

▲앞으로 어떤 음악을 하고 싶은가요?
-제가 한국 힙합을 엄청 좋아했고 그 안에 기억에 남는 사람들이 있는 것처럼 다른 사람들이 기억할 수 있는 음악을 만들고 싶어요.

▲본인의 이야기를 담은 노래 '존 도'(John Doe)에서 '내가 원하는 결과는 저기 영화 같은 삶보다 삶이 영화가 되는 그 장면'이라며 끝나는데요.
-영화같이 화려한 삶을 살지 않아도 내 삶이 누군가에게 감명 깊은 영화처럼 남았으면 좋겠어요.

오디는 다음 래퍼 주자로 '화지'를 지목했다. 그는 "래퍼 화지는 내가 생각했을 때 국내에서 가사를 잘 쓰는 래퍼 중 한 명이고 또한 내가 좋아하는 아티스트"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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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스타 강지수 kbs.kangji@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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