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따라잡기] 영세상인 78억 가로챈 ‘마트 사냥꾼’ 검거

입력 2017.07.13 (08:35) 수정 2017.07.13 (10:15)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앵커 멘트>

'마트 사냥꾼'이라고 들어 보셨습니까.

장사가 잘 안 되는 작은 슈퍼마켓을 헐값에 산 다음에, 물건을 외상으로 들여와서 돈만 챙기고 사라지는 사람인데요.

이 마트 사냥꾼 '조직'이 경찰에 적발됐습니다.

이들이 4년 동안 영세상인 등에게서 받아 가로챈 금액만 78억 원에 이르는데요.

책임을 피하기 위해 노숙자나 장애인을 이른바 '바지 사장'으로 내세운 뒤, 고의로 부도를 냈습니다.

돈을 돌려받지 못한 피해자 한 명은 슈퍼마켓에 불을 질러 스스로 목숨을 끊기까지 했습니다.

사건의 전말을 따라가 봤습니다.

<리포트>

지금은 식당으로 변한 이곳엔 재작년까지 슈퍼마켓이 있었습니다.

싼 가격으로 소문 나 손님이 늘 많았다는데요.

<녹취> 주변 상인(음성변조) : "그 사람들 처음에 할인하고 난리를 쳤죠. 경품 행사도 하고 막 사은품도 주고 막 그랬어요."

<녹취> 주변 상인(음성변조) : "경품 행사를 크게 막하고 싸게 해서 단가가 말도 안 되는 단가들이 있기는 있었어요. 뭐 가령 밑에 대형 마트도 있잖아요. 대형 마트와 가격 비교해도 반도 안 되게 파는 품목도 있었으니까……."

그런데 그 뒤에 여러 차례 주인이 바뀌더니 어느 날 문을 닫았습니다.

장사가 잘 되던 마트가 갑자기 왜 폐업한 걸까요.

마트 사냥꾼’ 조직의 손아귀에 있어서였습니다.

이 조직에 가담한 사람은 무려 75명.

이들은 수도권을 돌며, 장사가 잘 안 되는 슈퍼마켓을 일단 헐값에 샀습니다.

<인터뷰> 심재훈(경정/서울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 : "집중적으로 수도권 주변의 부실 마트를 알아봤고 소개꾼을 통해서 알아본 부실 마트를 무조건 사는 거예요."

물건은 외상으로 구매해서 특가 행사로 팔아치웠습니다.

<인터뷰> 심재훈(경정/서울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 : "(물건을) 원가 이하로 팔고 할인 행사를 하면서 매출을 급격하게 올립니다. 그러면 그 매출이 오른 걸 보고 권리금이 같이 올라갑니다. 권리금을 올려서 다른 사람한테 매도하는 겁니다."

경기도 고양시에서 슈퍼마켓을 운영하던 A 씨.

경영난으로 부도 직전까지 몰렸는데, 이때 마트 사냥꾼 총책 김 모 씨가 접근했습니다.

자신이 물건을 잘 팔아 줄 수 있다며, 우선 계약금만 내고 가게를 넘겨받겠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좀 이상한 말을 합니다.

<인터뷰> A 씨(피해자) : "그 사람들이 마트를 넘기는 과정에서 물품 대금을 계약할 당시에 물건을 많이 받으라고 얘기를 하더라고요. 그래서 저는 물건도 많이 창고에 가득 받아놨죠."

물품 대금은 김 씨가 몇 달 뒤에 내겠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그 몇 달이 지나자, 슈퍼마켓은 다른 사람 명의가 돼 있었습니다.

<인터뷰> A 씨(피해자) : "물품 대금을 이 사람이 안 갚고 다른 사람에게 도로 넘겨 버렸어요. 그게 저한테 다시 채무가 돌아온 거죠. 그래서 제가 갚아가는 중이고요."

김 씨에게 사기 당해 가게는 가게대로, 돈은 돈대로 잃은 슈퍼마켓 주인만 5명.

특히 김 씨는 가게가 쉽게 손에 들어오지 않으면, 용역업체 직원을 불러 무단점거하기도 했습니다.

<녹취> "야, 밀어, 밀어, 밀어!"

이 과정에서 폭행도 버젓이 일어났습니다.

그런데 피해자는 슈퍼마켓 주인들뿐만이 아니었습니다.

슈퍼에 물건을 납품하던 영세업자들도 김 씨의 사기 행각에 걸려들었습니다.

수십 년간 가락시장에서 과일 도매업을 해 온 B씨.

추석을 앞두고, 김 씨 일당에게 4천만 원 어치 물건을 외상으로 팔았지만, 돈을 받지 못했습니다.

<녹취> B씨(과일 납품업자/음성변조) : "(김 씨가) 돈을 안 줬으니까요. 한쪽 매장에 한 2,500만 원정도 되고 다른 한쪽 매장에 1,500만 원정도 되고요."

외상값을 받기 위해 김 씨에게 여러 차례 연락했지만, 슈퍼마켓은 이미 다른 사람에게 넘어가 있었습니다.

<녹취> B 씨(과일 납품업자/음성변조) : "시장 상인들이 진짜 밤 12시 반에 일어나요. 새벽 2시까지 가게에 도착해야 해요. 쫓아다니고 어떻게 하냐고요. 벌어서 먹고 살아야 되는데……."

A씨나 B씨처럼, 지금까지 밝혀진 피해자만 150여 명.

김 씨 일당이 빼돌린 외상값과 매매대금만 78억 원에 이릅니다.

이렇게 피해 규모가 커진 이유, 지급기한이 다가올 때마다 이른바 ‘바지 사장’을 내세워 가게를 넘겨 버린 뒤, 빠르게 다른 범행 대상을 물색했기 때문입니다.

<인터뷰> 심재훈(경정/서울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 : "바지 사장들 같은 경우는 카지노 근처에 있는 노숙자라든가 청각 장애인들, 대출이 필요한 사람들, 이런 사람들을 유인했는데 월 200만 원을 주기로 하고 이들을 채용했습니다. 채무 보증금이라든가 외상 대금을 반환할 수 있는 능력이 전혀 없는 사람들이죠."

이후 고의로 부도를 낸 뒤 다른 사람에게 가게를 양도했습니다.

피해자들이 뒤늦게 소송을 걸었지만, 소송 당사자가 김 씨가 아닌 '바지사장'이 되는 구조상 돈은 아직 한 푼도 돌려받지 못했습니다.

그 사이 김 씨 일당은 다른 곳에서 계속해서 사기 행각을 벌였습니다.

2년 전, 경기도 양주의 한 마트에서 50대 여성이 분신한 사건에도 김 씨가 연루돼 있었습니다.

김 씨가 이 슈퍼마켓을 구입하게 해 주겠다며 사업가 이 모 씨에게 계약금 5천만 원을 받았지만, 1년 가까이 계약금도, 마트도 넘겨주지 않은 겁니다.

이 씨의 아내는 직접 돈을 받아오겠다고 집을 나섭니다.

<인터뷰> 심재훈(경정/서울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 : "마트를 넘긴다고 계약금을 받아 놓고 이런저런 핑계를 대면서 넘겨주지 않다가 이에 격분한 피해자의 처가 항의 방문을 했다가 홧김에 분을 못 참아서 결국은 분신자살한 사태까지 이루어졌고……."

주로 영세상인을 노린 이들의 사기 행각.

경찰은 영세 납품업자들이 외상 거래 때 보증보험 증권을 발급 받지 못해 피해가 커졌다고 지적합니다.

<인터뷰> 심재훈(경정/서울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 : "대기업들 같은 경우는 물품을 납품하면서 보증 보험 회사로부터 증권을 받습니다. 손해금을 전부 다 보존을 받습니다. 그러나 영세 상인들 같은 경우는 물품을 직접 납품을 하고 외상으로 하기 때문에 나중에 마트가 부도 나면 정상적으로 대금을 찾을 수 있는 방법이 없습니다."

영세 상인을 보호할 수 있는 제도가 턱없이 부족한 상황.

경찰은 드러나지 않은 피해자가 더 많이 있을 것으로 보고 조사를 계속할 방침입니다.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뉴스 따라잡기] 영세상인 78억 가로챈 ‘마트 사냥꾼’ 검거
    • 입력 2017-07-13 08:38:03
    • 수정2017-07-13 10:15:05
    아침뉴스타임
<앵커 멘트>

'마트 사냥꾼'이라고 들어 보셨습니까.

장사가 잘 안 되는 작은 슈퍼마켓을 헐값에 산 다음에, 물건을 외상으로 들여와서 돈만 챙기고 사라지는 사람인데요.

이 마트 사냥꾼 '조직'이 경찰에 적발됐습니다.

이들이 4년 동안 영세상인 등에게서 받아 가로챈 금액만 78억 원에 이르는데요.

책임을 피하기 위해 노숙자나 장애인을 이른바 '바지 사장'으로 내세운 뒤, 고의로 부도를 냈습니다.

돈을 돌려받지 못한 피해자 한 명은 슈퍼마켓에 불을 질러 스스로 목숨을 끊기까지 했습니다.

사건의 전말을 따라가 봤습니다.

<리포트>

지금은 식당으로 변한 이곳엔 재작년까지 슈퍼마켓이 있었습니다.

싼 가격으로 소문 나 손님이 늘 많았다는데요.

<녹취> 주변 상인(음성변조) : "그 사람들 처음에 할인하고 난리를 쳤죠. 경품 행사도 하고 막 사은품도 주고 막 그랬어요."

<녹취> 주변 상인(음성변조) : "경품 행사를 크게 막하고 싸게 해서 단가가 말도 안 되는 단가들이 있기는 있었어요. 뭐 가령 밑에 대형 마트도 있잖아요. 대형 마트와 가격 비교해도 반도 안 되게 파는 품목도 있었으니까……."

그런데 그 뒤에 여러 차례 주인이 바뀌더니 어느 날 문을 닫았습니다.

장사가 잘 되던 마트가 갑자기 왜 폐업한 걸까요.

마트 사냥꾼’ 조직의 손아귀에 있어서였습니다.

이 조직에 가담한 사람은 무려 75명.

이들은 수도권을 돌며, 장사가 잘 안 되는 슈퍼마켓을 일단 헐값에 샀습니다.

<인터뷰> 심재훈(경정/서울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 : "집중적으로 수도권 주변의 부실 마트를 알아봤고 소개꾼을 통해서 알아본 부실 마트를 무조건 사는 거예요."

물건은 외상으로 구매해서 특가 행사로 팔아치웠습니다.

<인터뷰> 심재훈(경정/서울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 : "(물건을) 원가 이하로 팔고 할인 행사를 하면서 매출을 급격하게 올립니다. 그러면 그 매출이 오른 걸 보고 권리금이 같이 올라갑니다. 권리금을 올려서 다른 사람한테 매도하는 겁니다."

경기도 고양시에서 슈퍼마켓을 운영하던 A 씨.

경영난으로 부도 직전까지 몰렸는데, 이때 마트 사냥꾼 총책 김 모 씨가 접근했습니다.

자신이 물건을 잘 팔아 줄 수 있다며, 우선 계약금만 내고 가게를 넘겨받겠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좀 이상한 말을 합니다.

<인터뷰> A 씨(피해자) : "그 사람들이 마트를 넘기는 과정에서 물품 대금을 계약할 당시에 물건을 많이 받으라고 얘기를 하더라고요. 그래서 저는 물건도 많이 창고에 가득 받아놨죠."

물품 대금은 김 씨가 몇 달 뒤에 내겠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그 몇 달이 지나자, 슈퍼마켓은 다른 사람 명의가 돼 있었습니다.

<인터뷰> A 씨(피해자) : "물품 대금을 이 사람이 안 갚고 다른 사람에게 도로 넘겨 버렸어요. 그게 저한테 다시 채무가 돌아온 거죠. 그래서 제가 갚아가는 중이고요."

김 씨에게 사기 당해 가게는 가게대로, 돈은 돈대로 잃은 슈퍼마켓 주인만 5명.

특히 김 씨는 가게가 쉽게 손에 들어오지 않으면, 용역업체 직원을 불러 무단점거하기도 했습니다.

<녹취> "야, 밀어, 밀어, 밀어!"

이 과정에서 폭행도 버젓이 일어났습니다.

그런데 피해자는 슈퍼마켓 주인들뿐만이 아니었습니다.

슈퍼에 물건을 납품하던 영세업자들도 김 씨의 사기 행각에 걸려들었습니다.

수십 년간 가락시장에서 과일 도매업을 해 온 B씨.

추석을 앞두고, 김 씨 일당에게 4천만 원 어치 물건을 외상으로 팔았지만, 돈을 받지 못했습니다.

<녹취> B씨(과일 납품업자/음성변조) : "(김 씨가) 돈을 안 줬으니까요. 한쪽 매장에 한 2,500만 원정도 되고 다른 한쪽 매장에 1,500만 원정도 되고요."

외상값을 받기 위해 김 씨에게 여러 차례 연락했지만, 슈퍼마켓은 이미 다른 사람에게 넘어가 있었습니다.

<녹취> B 씨(과일 납품업자/음성변조) : "시장 상인들이 진짜 밤 12시 반에 일어나요. 새벽 2시까지 가게에 도착해야 해요. 쫓아다니고 어떻게 하냐고요. 벌어서 먹고 살아야 되는데……."

A씨나 B씨처럼, 지금까지 밝혀진 피해자만 150여 명.

김 씨 일당이 빼돌린 외상값과 매매대금만 78억 원에 이릅니다.

이렇게 피해 규모가 커진 이유, 지급기한이 다가올 때마다 이른바 ‘바지 사장’을 내세워 가게를 넘겨 버린 뒤, 빠르게 다른 범행 대상을 물색했기 때문입니다.

<인터뷰> 심재훈(경정/서울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 : "바지 사장들 같은 경우는 카지노 근처에 있는 노숙자라든가 청각 장애인들, 대출이 필요한 사람들, 이런 사람들을 유인했는데 월 200만 원을 주기로 하고 이들을 채용했습니다. 채무 보증금이라든가 외상 대금을 반환할 수 있는 능력이 전혀 없는 사람들이죠."

이후 고의로 부도를 낸 뒤 다른 사람에게 가게를 양도했습니다.

피해자들이 뒤늦게 소송을 걸었지만, 소송 당사자가 김 씨가 아닌 '바지사장'이 되는 구조상 돈은 아직 한 푼도 돌려받지 못했습니다.

그 사이 김 씨 일당은 다른 곳에서 계속해서 사기 행각을 벌였습니다.

2년 전, 경기도 양주의 한 마트에서 50대 여성이 분신한 사건에도 김 씨가 연루돼 있었습니다.

김 씨가 이 슈퍼마켓을 구입하게 해 주겠다며 사업가 이 모 씨에게 계약금 5천만 원을 받았지만, 1년 가까이 계약금도, 마트도 넘겨주지 않은 겁니다.

이 씨의 아내는 직접 돈을 받아오겠다고 집을 나섭니다.

<인터뷰> 심재훈(경정/서울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 : "마트를 넘긴다고 계약금을 받아 놓고 이런저런 핑계를 대면서 넘겨주지 않다가 이에 격분한 피해자의 처가 항의 방문을 했다가 홧김에 분을 못 참아서 결국은 분신자살한 사태까지 이루어졌고……."

주로 영세상인을 노린 이들의 사기 행각.

경찰은 영세 납품업자들이 외상 거래 때 보증보험 증권을 발급 받지 못해 피해가 커졌다고 지적합니다.

<인터뷰> 심재훈(경정/서울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 : "대기업들 같은 경우는 물품을 납품하면서 보증 보험 회사로부터 증권을 받습니다. 손해금을 전부 다 보존을 받습니다. 그러나 영세 상인들 같은 경우는 물품을 직접 납품을 하고 외상으로 하기 때문에 나중에 마트가 부도 나면 정상적으로 대금을 찾을 수 있는 방법이 없습니다."

영세 상인을 보호할 수 있는 제도가 턱없이 부족한 상황.

경찰은 드러나지 않은 피해자가 더 많이 있을 것으로 보고 조사를 계속할 방침입니다.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