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후] “노량진은 창살 없는 감옥”…청년들의 애환 예술로 위로

입력 2017.07.24 (15: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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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량진 하면 어떤 풍경이 떠오르시나요? 학원과 고시원이 빽빽하게 들어선 모습, 가방을 등에 메고도 두꺼운 책 여러 권을 들고 있는 학생들의 모습, 길거리에서 컵밥을 먹으며 영어단어를 외우고 있는 모습. 노량진 학원가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풍경들인데요. 아침부터 저녁까지 고시원과 학원을 오가며 쳇바퀴 같은 하루를 반복하는 공무원 준비생들. 이들에겐 영화나 책을 보며 문화 체험을 하는 잠깐의 시간도 사치로 느껴질 것입니다.


이런 공시생들의 마음을 위로하듯 노량진 학원가 한복판에 예술 공간이 들어섰습니다. 한 대형 학원에서 21일부터 28일까지 8일간 마련한 짧은 전시회인데요. 실제 공시생들이 북적이던 학원 강의실을 예술 공간으로 꾸며 공시생의 삶을 표현한 작품들이 전시되고 있습니다. 매일 1천 명씩 무료 커피도 제공하고 있습니다. 공짜 커피 마시려고 들렀다가 익숙한 듯 달라져 버린 강의실 모습을 보며 공시생들은 어떤 생각을 했을지 들어봤습니다.


전시회가 있는 학원 건물에서 아르바이트와 공부를 병행하고 있는 경찰 공무원 준비생 손경락 씨는 대학 졸업 뒤 3년 넘게 공무원 시험공부를 하고 있습니다. 손 씨는 매일 아침 새벽 5시에 일어나 학원 문을 열고, 아르바이트를 하다가 밤늦게까지 공부하고 저녁 10시에 귀가하는 삶을 살고 있는데요. 몸 하나 겨우 누울 수 있을 정도의 공부방에서 생활하고 있습니다.

손 씨는 "(강의실이 있는) 위층에서는 치열하고 공부하고 있는데 전시회에는 음악도 흘러나오고 편안해 다른 세상에 온 것 같다"며, "주변에 문화 공간이 없었는데 오랜만에 이런 곳에 오게 돼 의미 있고 좋았다"고 말합니다.

그라피티가 그려진 벽면 한편에 '합격하자'는 말을 적은 경찰 공무원 준비생 박진솔 씨는 노량진을 '창살 없는 감옥' 같다고 표현합니다. 박 씨는 "밖에 나가고 싶은데 나가서 놀기에는 마음이 안 좋고 (공시생들의) 생활 방식도 비슷해서 답답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는데요. 짧은 점심시간을 틈타 전시회에 온 박 씨는 "공부하다가 지쳐있는 마음도 쉴 수도 있고, 다시 초심으로 돌아가기도 한 것 같아서 좋았다"고 말합니다.


공무원을 준비하는 청년 수는 2011년 18만 5천 명에서 지난해 25만 7천 명으로 8.9%(7만 2천 명)나 증가한 것으로 추산됩니다. 취업 준비생 10명 가운데 4명꼴로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고 있는 건데요. 정부가 공무원 추가 채용 방침을 발표하면서 공시생 쏠림 현상은 더 늘어날 것이란 지적도 나옵니다.

전문가들은 공시생이 늘고 있는 이유는 질 좋은 일자리가 절대적으로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말합니다. 결국, 그 책임은 고용창출력을 확보하지 못한 한국 사회에 있다는 설명입니다.

학원이 밀집한 노량진으로 몰려갈 수밖에 없는 청년들, 수년의 세월을 참고 견디며 '합격'이란 공통된 희망을 향해 나아가는 이들에게 어떤 위로가 필요할까요.

[연관 기사] [뉴스7] 공시생의 애환…예술로 위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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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취재후] “노량진은 창살 없는 감옥”…청년들의 애환 예술로 위로
    • 입력 2017-07-24 15:49:08
    취재후·사건후
노량진 하면 어떤 풍경이 떠오르시나요? 학원과 고시원이 빽빽하게 들어선 모습, 가방을 등에 메고도 두꺼운 책 여러 권을 들고 있는 학생들의 모습, 길거리에서 컵밥을 먹으며 영어단어를 외우고 있는 모습. 노량진 학원가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풍경들인데요. 아침부터 저녁까지 고시원과 학원을 오가며 쳇바퀴 같은 하루를 반복하는 공무원 준비생들. 이들에겐 영화나 책을 보며 문화 체험을 하는 잠깐의 시간도 사치로 느껴질 것입니다.


이런 공시생들의 마음을 위로하듯 노량진 학원가 한복판에 예술 공간이 들어섰습니다. 한 대형 학원에서 21일부터 28일까지 8일간 마련한 짧은 전시회인데요. 실제 공시생들이 북적이던 학원 강의실을 예술 공간으로 꾸며 공시생의 삶을 표현한 작품들이 전시되고 있습니다. 매일 1천 명씩 무료 커피도 제공하고 있습니다. 공짜 커피 마시려고 들렀다가 익숙한 듯 달라져 버린 강의실 모습을 보며 공시생들은 어떤 생각을 했을지 들어봤습니다.


전시회가 있는 학원 건물에서 아르바이트와 공부를 병행하고 있는 경찰 공무원 준비생 손경락 씨는 대학 졸업 뒤 3년 넘게 공무원 시험공부를 하고 있습니다. 손 씨는 매일 아침 새벽 5시에 일어나 학원 문을 열고, 아르바이트를 하다가 밤늦게까지 공부하고 저녁 10시에 귀가하는 삶을 살고 있는데요. 몸 하나 겨우 누울 수 있을 정도의 공부방에서 생활하고 있습니다.

손 씨는 "(강의실이 있는) 위층에서는 치열하고 공부하고 있는데 전시회에는 음악도 흘러나오고 편안해 다른 세상에 온 것 같다"며, "주변에 문화 공간이 없었는데 오랜만에 이런 곳에 오게 돼 의미 있고 좋았다"고 말합니다.

그라피티가 그려진 벽면 한편에 '합격하자'는 말을 적은 경찰 공무원 준비생 박진솔 씨는 노량진을 '창살 없는 감옥' 같다고 표현합니다. 박 씨는 "밖에 나가고 싶은데 나가서 놀기에는 마음이 안 좋고 (공시생들의) 생활 방식도 비슷해서 답답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는데요. 짧은 점심시간을 틈타 전시회에 온 박 씨는 "공부하다가 지쳐있는 마음도 쉴 수도 있고, 다시 초심으로 돌아가기도 한 것 같아서 좋았다"고 말합니다.


공무원을 준비하는 청년 수는 2011년 18만 5천 명에서 지난해 25만 7천 명으로 8.9%(7만 2천 명)나 증가한 것으로 추산됩니다. 취업 준비생 10명 가운데 4명꼴로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고 있는 건데요. 정부가 공무원 추가 채용 방침을 발표하면서 공시생 쏠림 현상은 더 늘어날 것이란 지적도 나옵니다.

전문가들은 공시생이 늘고 있는 이유는 질 좋은 일자리가 절대적으로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말합니다. 결국, 그 책임은 고용창출력을 확보하지 못한 한국 사회에 있다는 설명입니다.

학원이 밀집한 노량진으로 몰려갈 수밖에 없는 청년들, 수년의 세월을 참고 견디며 '합격'이란 공통된 희망을 향해 나아가는 이들에게 어떤 위로가 필요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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