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후] 2년 만에 사고 원인 뒤바꾼 ADD…K-9 폭발사고 여전히 ‘쉬쉬’

입력 2017.08.24 (08:01) 수정 2017.08.24 (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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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전 K-9 자주포 폭발 사고 원인은 무엇이었나요?"(기자)
"담당자가 출장 중이라, 답변을 못합니다."(ADD 대외정책실 담당자)

2년 전 사고 원인을 묻는 KBS의 공식 질의에 대해 국방과학연구소(ADD)가 내놓은 입장입니다. ADD는 담당자 출장 중이라는 이유를 들며 모르쇠로 일관했습니다. 20대 청년 두 명의 목숨을 앗아간 의문의 사고, 그 원인을 규명하기 위한 취재 문의에 ADD는 사실 확인조차 거부했습니다.

[연관 기사] [뉴스9] “K-9 폭발사고 2년 전에도 발생”…‘원인 미상’ 종결

보도 다음날 입을 꾹 닫고 있던 ADD가 자료를 냈습니다. 그리고 폭발 사고 사실을 인정했습니다. ADD는 '입장 자료'라는 것을 내고 "K-9용 시험포를 이용한 제퇴기의 품질적합성검사 중 사고가 발생했다"고 밝혔습니다. 취재 착수 하루만입니다.

제퇴기는 K-9 포신의 가장 끝에 달린 주요 부품입니다. 사격 때 포신에서 방출되는 고온의 화염을 감소시켜 주는 역할을 합니다. 제퇴기와 같은 주요 부품은 양산되기 전에 ADD에서 성능 시험을 거쳐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폭발 사고가 났다는 겁니다. 사고 양상이 청년 장병 2명의 목숨을 앗아간 지난 18일과 유사했다는 KBS 지적에 대해서도 이견을 드러내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ADD가 추가로 밝힌 입장을 자세히 뜯어보면 의아한 대목이 한둘이 아닙니다. 가장 눈에 띄는 건 자체 판단했다는 사고 원인 대목입니다.

ADD는 "군이 운용하는 조건보다 가혹한 환경에서 제퇴기의 강도, 안전성을 확인하기 위한 시험"이었다면서 "20% 이상 압력이 높은 장약을 사용했다"고 밝혔습니다. 그리고 "이를 사용한 연속적이고 가혹한 사격 조건이 사고를 유발한 것으로 판단했다"고 강조했습니다.



정리하자면 K-9 포가 견디기 어려운 가혹한 사격을 연속해서 한 게 사고 원인이었다는 겁니다. 그런데 ADD가 입장 자료에서 새롭게 밝힌 이 설명은 2년 전 ADD 보고서에서 스스로 밝힌 것과 완전히 다른 내용으로 확인됩니다. KBS가 확보한 보고서에서 ADD는 "전기식 발사 장치가 미격발 상태이었음에도 원인 미상의 사유로 발사가 진행됐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2년 전에는 격발 버튼을 누르지 않았는데 발사가 이뤄졌다는 것을 사고 원인으로 진단한 겁니다. 지난 18일 군에서 발생한 K-9 자주포 폭발 사고에서 제기된 의문과 정확히 일치합니다. ADD가 2년 만에 사고 원인에 대한 판단을 왜 바꿨는지, 그리고 현재 새롭게 도출된 판단은 어떤 분석을 거친 것인지는 밝히지 않고 있습니다.


그리고 '가혹한 발사'가 있었는지도 의문입니다. 당시 시험에 참여한 현장 요원은 "20% 폭발력이 높은 특수 장약을 쓰는 건 맞다"면서도 "양산 예정인 K-9 자주포 포신, 폐쇄기의 탈착을 반복해 가며 시험하기 때문에 자주포 1문에 대해서만 가혹한 시험을 하는 건 아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ADD가 밝힌 시험 내용도 현장 요원 설명과 전혀 다릅니다. ADD는 'K-9 제퇴기' 시험이었다고 설명하는 반면, 당시 시험 요원은 K-9 자주포로 'K-55 제퇴기' 시험을 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K-55는 K-9과 전혀 다른 자주포입니다. 하루 만에 나온 ADD 입장 자료는 KBS가 확보한 취재 기록, 현장 증언과 너무나 동떨어져 있습니다.

'명품 무기'. K-9 앞에 빠지지 않고 붙었던 수식어입니다. 1980년대 후반 개발에 착수한 뒤, ADD와 삼성테크윈(現 한화테크윈)은 불과 7년 만에 시제품을 만들어내고 10년 만에 양산을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공(功)은 공이고 과(過)는 과'란 말이 있습니다. 공으로 과를 덮을 수 없다는 얘기입니다. 행여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이른바 요즘 '적폐'로 분류되는 힘 있는 자들의 논리일 겁니다. 피땀 흘려 개발한 '명품' K-9 자주포 이름에 오명을 덧씌우기 전에 철저히 '과'를 규명할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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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취재후] 2년 만에 사고 원인 뒤바꾼 ADD…K-9 폭발사고 여전히 ‘쉬쉬’
    • 입력 2017-08-24 08:01:17
    • 수정2017-08-24 08:01:38
    취재후·사건후
"2년 전 K-9 자주포 폭발 사고 원인은 무엇이었나요?"(기자)
"담당자가 출장 중이라, 답변을 못합니다."(ADD 대외정책실 담당자)

2년 전 사고 원인을 묻는 KBS의 공식 질의에 대해 국방과학연구소(ADD)가 내놓은 입장입니다. ADD는 담당자 출장 중이라는 이유를 들며 모르쇠로 일관했습니다. 20대 청년 두 명의 목숨을 앗아간 의문의 사고, 그 원인을 규명하기 위한 취재 문의에 ADD는 사실 확인조차 거부했습니다.

[연관 기사] [뉴스9] “K-9 폭발사고 2년 전에도 발생”…‘원인 미상’ 종결

보도 다음날 입을 꾹 닫고 있던 ADD가 자료를 냈습니다. 그리고 폭발 사고 사실을 인정했습니다. ADD는 '입장 자료'라는 것을 내고 "K-9용 시험포를 이용한 제퇴기의 품질적합성검사 중 사고가 발생했다"고 밝혔습니다. 취재 착수 하루만입니다.

제퇴기는 K-9 포신의 가장 끝에 달린 주요 부품입니다. 사격 때 포신에서 방출되는 고온의 화염을 감소시켜 주는 역할을 합니다. 제퇴기와 같은 주요 부품은 양산되기 전에 ADD에서 성능 시험을 거쳐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폭발 사고가 났다는 겁니다. 사고 양상이 청년 장병 2명의 목숨을 앗아간 지난 18일과 유사했다는 KBS 지적에 대해서도 이견을 드러내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ADD가 추가로 밝힌 입장을 자세히 뜯어보면 의아한 대목이 한둘이 아닙니다. 가장 눈에 띄는 건 자체 판단했다는 사고 원인 대목입니다.

ADD는 "군이 운용하는 조건보다 가혹한 환경에서 제퇴기의 강도, 안전성을 확인하기 위한 시험"이었다면서 "20% 이상 압력이 높은 장약을 사용했다"고 밝혔습니다. 그리고 "이를 사용한 연속적이고 가혹한 사격 조건이 사고를 유발한 것으로 판단했다"고 강조했습니다.



정리하자면 K-9 포가 견디기 어려운 가혹한 사격을 연속해서 한 게 사고 원인이었다는 겁니다. 그런데 ADD가 입장 자료에서 새롭게 밝힌 이 설명은 2년 전 ADD 보고서에서 스스로 밝힌 것과 완전히 다른 내용으로 확인됩니다. KBS가 확보한 보고서에서 ADD는 "전기식 발사 장치가 미격발 상태이었음에도 원인 미상의 사유로 발사가 진행됐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2년 전에는 격발 버튼을 누르지 않았는데 발사가 이뤄졌다는 것을 사고 원인으로 진단한 겁니다. 지난 18일 군에서 발생한 K-9 자주포 폭발 사고에서 제기된 의문과 정확히 일치합니다. ADD가 2년 만에 사고 원인에 대한 판단을 왜 바꿨는지, 그리고 현재 새롭게 도출된 판단은 어떤 분석을 거친 것인지는 밝히지 않고 있습니다.


그리고 '가혹한 발사'가 있었는지도 의문입니다. 당시 시험에 참여한 현장 요원은 "20% 폭발력이 높은 특수 장약을 쓰는 건 맞다"면서도 "양산 예정인 K-9 자주포 포신, 폐쇄기의 탈착을 반복해 가며 시험하기 때문에 자주포 1문에 대해서만 가혹한 시험을 하는 건 아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ADD가 밝힌 시험 내용도 현장 요원 설명과 전혀 다릅니다. ADD는 'K-9 제퇴기' 시험이었다고 설명하는 반면, 당시 시험 요원은 K-9 자주포로 'K-55 제퇴기' 시험을 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K-55는 K-9과 전혀 다른 자주포입니다. 하루 만에 나온 ADD 입장 자료는 KBS가 확보한 취재 기록, 현장 증언과 너무나 동떨어져 있습니다.

'명품 무기'. K-9 앞에 빠지지 않고 붙었던 수식어입니다. 1980년대 후반 개발에 착수한 뒤, ADD와 삼성테크윈(現 한화테크윈)은 불과 7년 만에 시제품을 만들어내고 10년 만에 양산을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공(功)은 공이고 과(過)는 과'란 말이 있습니다. 공으로 과를 덮을 수 없다는 얘기입니다. 행여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이른바 요즘 '적폐'로 분류되는 힘 있는 자들의 논리일 겁니다. 피땀 흘려 개발한 '명품' K-9 자주포 이름에 오명을 덧씌우기 전에 철저히 '과'를 규명할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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