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천5백억 파워볼 당첨자는 50대 여성…美 신원 공개 논란

입력 2017.08.25 (1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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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복권 추첨 사상 1인 당첨금으로 역대 최고액인 7억 5,870만 달러(8,548억 원)를 거머쥔 행운의 주인공은 병원 직원으로 일해온 50대 여성이었다.

24일(현지시각) AP통신 등은 숫자 맞추기 복권 ‘파워볼’을 구매해 ‘대박’의 꿈을 이룬 주인공은 매사추세츠주 치코피의 머시 의료센터에서 일하는 메이비스 웨인치크(53)라고 전했다.

웨인치크는 최대 세율이 39.6%인 연방 세금을 제한 4억 8,050만 달러(약 5,400억 원)를 한 번에 받는다.


웨인치크는 이날 언론 인터뷰에서 “23일 저녁 동료 직원이 알려줘 당첨 사실을 알았다”며 “믿을 수가 없어 움직이지도 못했고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는 “복권은 언제나 내 몽상(pipe dream)이었는데 그 몽상이 마침내 현실이 됐다”고 소감을 전했다.

[연관기사] 8천500억 복권 ‘잭팟’, 벼락 8번 연속 맞을 확률

32년간 병원에서 근무했고 31살 된 딸과 26살 아들을 두고 있는 그녀는 당첨금으로 회사를 관두겠다고 말했다. 오늘 밤 무엇을 하겠냐는 질문에는 “그저 침대에 파묻혀 있고 싶다”고 답했다.

웨인치크는 세 장의 파워볼 복권을 샀는데, 2장은 기계에 넣어 번호를 받았고 나머지 한 장은 자신의 생년월일과 생각나는 숫자를 조합해 직접 기입했다. 그 중 자신이 직접 써넣은 복권이 당첨됐다.

당첨 복권을 판매한 상점에도 시선이 쏠렸다.

보스턴에서 서쪽으로 90마일 떨어진 치코피1에서 당첨 복권을 판매한 편의점인 프라이드스테이션 스토어도 50만 달러의 축하금을 받는다. 매장 주인은 축하금 일부를 기부하기로 했다.

복권 판매 편의점도 50만 달러 축하금 수령…매장 주인 “일부 기부”

당첨 복권은 전날 오후 2시 30분에 팔렸다. 추첨은 미 동부시간으로 전날 밤 10시 59분에 진행됐다. 이번 당첨금은 지난해 1월 나온 16억 달러(1조 8,100억 원)에 이어 역대 2위였으나, 당시에는 당첨금이 3명에게 분배돼 1인 당첨금으로는 이번이 최고액이다.

파워볼 추첨은 1부터 69까지 숫자가 적힌 흰색 볼 가운데 5개를 뽑고 마지막 여섯 번째는 빨간색 파워볼 26개 중 하나를 뽑는 방식으로 로또와 비슷하다.

파워볼 당첨금이 이처럼 커진 것은 2015년 10월 흰색 공의 숫자를 59개에서 69개로 늘리면서 당첨확률을 1억 7,500만 분의 1에서 거의 배 가까이 어렵게 해놓았기 때문이다.

여기에다 해마다 늘어나는 미 전역의 복권 판매 금액도 당첨금 증액을 부채질했다.
2016년 미 전역에서 판매된 복권은 800억 달러(90조 5,000억 원)에 달한다. 이는 영화, 음악공연, 스포츠 티켓 발권액을 모두 더한 것보다 많다고 AP통신은 전했다.

CNN에 따르면 6개의 당첨번호를 모두 뽑을 확률은 이론적으로 2억 9,200만분의 1로, 소행성 충돌로 사망할 확률(70만분의 1) 익사 위기에 처한 채 벼락을 맞아 사망할 확률(1억 8,300만분의 1) 네 쌍둥이를 낳을 확률(72만 9,000분의 1)보다도 낮다.


한국은 미공개, 미국은 공개 왜?

이번 미국 파워볼 당첨자에서 보듯이 미국은 ‘대박의 꿈’을 이룬 사람들의 신원을 공개한다.
로또 1등 당첨자의 신원을 알 수 없는 우리나라와는 대조되는 모습이다.

왜 이런 차이가 나는 걸까?

복권위원회 복권총괄과 관계자는 “우리나라는 1등 당첨자와 관련해 법으로 명시하고 있는데 이것이 가장 큰 이유라 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복권 및 복권기금법 제10조 항을 보면 ‘복권사업자 및 복권사업자의 대리인, 사용인 그 밖의 종업원은 당첨자 본인의 동의를 얻지 아니하고는 당첨자를 식별할 수 없는 개인 정보를 공개해서는 안 된다’고 명시하고 있다. 즉 본인이 원하지 않으면 해당 당첨자의 신원을 공개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이와는 반대로 미국은 신원 공개와 관련해 법률적으로 정해진 것은 없다.

복권위원회 복권총괄과 관계자는 “우리나라 당첨자와 달리 미국은 당첨자 대부분이 신원 공개를 찬성하고 있고 공개를 당연하게 생각하고 있다”며 “이는 양국의 문화적 차이로 설명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美, 복권 당첨자 공개 축하 자연스러운 분위기

그는 “우리나라는 당첨되면 주변의 도움 요구 등 시선이 부담스러워 신원을 숨기는 게 대부분이다. 그러나 미국은 우리와는 다르게 자신의 당첨 사실을 알려 많은 사람의 축하를 받길 원하고 있고 미국 사람 대부분도 당첨자를 축하해주는 게 자연스러운 분위기로 받아들인다”고 덧붙였다.


신원 공개 논란…범죄 피해 노출 우려

미국도 최근 수천억 원에 달하는 복권 당첨자의 ‘신원 공개’ 문제를 놓고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지난 2015년 3월 노스캐롤라이나 주(州)에서 복권 당첨자의 신원을 공개하지 않는 법안이 상정됐으나 부결됐었다.

이처럼 당첨자의 신원 공개와 관련해 논란을 빚는 이유는 재정사업과 복권 산업의 흥행 문제가 서로 부딪히기 때문이다.

비공개를 주장하는 측은 정부의 재정압박을 타개하기 위해 당첨자 익명을 보장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여기에 신원자의 노출로 범죄 피해자가 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실제로 지난 1960년 7월 호주의 한 부부는 10만 달러, 지금 우리 돈으로 9억 2,000여만 원의 가치를 지난 로또 복권에 당첨됐다. 당시 호주는 로또 당첨자 실명을 언론에 공개했고 이것이 범죄 행위의 실마리가 됐다. 유괴범은 당시 신문을 보고 이들 부부의 아이를 납치해 거액의 돈을 요구하고 아이를 살해했다. 사건 직후, 호주 정부는 모든 신문에서 로또 당첨자의 이름을 빼도록 지시했다.

우리나라에서도 로또 1등 당첨자가 경찰에 구속되거나 가족끼리 법정 다툼을 벌이는 일이 발생해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반면 당첨자 공개를 주장하는 측은 당첨자를 공개하지 않으면 복권 사업의 신뢰도가 떨어지고 흥행도 실패할 수 있다고 반박하고 있다. 실제 당첨자가 나왔는지 불신이 생길 수 있고, 이에 따라 복권 구매자가 줄어들어 관련 수입도 적어진다는 것이다.

아울러 익명을 보장하더라도 세인들의 관심 때문에 결국 신원이 공개되는 만큼 익명 보장의 실효성도 없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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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8천5백억 파워볼 당첨자는 50대 여성…美 신원 공개 논란
    • 입력 2017-08-25 16:14:20
    취재K
미국 복권 추첨 사상 1인 당첨금으로 역대 최고액인 7억 5,870만 달러(8,548억 원)를 거머쥔 행운의 주인공은 병원 직원으로 일해온 50대 여성이었다.

24일(현지시각) AP통신 등은 숫자 맞추기 복권 ‘파워볼’을 구매해 ‘대박’의 꿈을 이룬 주인공은 매사추세츠주 치코피의 머시 의료센터에서 일하는 메이비스 웨인치크(53)라고 전했다.

웨인치크는 최대 세율이 39.6%인 연방 세금을 제한 4억 8,050만 달러(약 5,400억 원)를 한 번에 받는다.


웨인치크는 이날 언론 인터뷰에서 “23일 저녁 동료 직원이 알려줘 당첨 사실을 알았다”며 “믿을 수가 없어 움직이지도 못했고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는 “복권은 언제나 내 몽상(pipe dream)이었는데 그 몽상이 마침내 현실이 됐다”고 소감을 전했다.

[연관기사] 8천500억 복권 ‘잭팟’, 벼락 8번 연속 맞을 확률

32년간 병원에서 근무했고 31살 된 딸과 26살 아들을 두고 있는 그녀는 당첨금으로 회사를 관두겠다고 말했다. 오늘 밤 무엇을 하겠냐는 질문에는 “그저 침대에 파묻혀 있고 싶다”고 답했다.

웨인치크는 세 장의 파워볼 복권을 샀는데, 2장은 기계에 넣어 번호를 받았고 나머지 한 장은 자신의 생년월일과 생각나는 숫자를 조합해 직접 기입했다. 그 중 자신이 직접 써넣은 복권이 당첨됐다.

당첨 복권을 판매한 상점에도 시선이 쏠렸다.

보스턴에서 서쪽으로 90마일 떨어진 치코피1에서 당첨 복권을 판매한 편의점인 프라이드스테이션 스토어도 50만 달러의 축하금을 받는다. 매장 주인은 축하금 일부를 기부하기로 했다.

복권 판매 편의점도 50만 달러 축하금 수령…매장 주인 “일부 기부”

당첨 복권은 전날 오후 2시 30분에 팔렸다. 추첨은 미 동부시간으로 전날 밤 10시 59분에 진행됐다. 이번 당첨금은 지난해 1월 나온 16억 달러(1조 8,100억 원)에 이어 역대 2위였으나, 당시에는 당첨금이 3명에게 분배돼 1인 당첨금으로는 이번이 최고액이다.

파워볼 추첨은 1부터 69까지 숫자가 적힌 흰색 볼 가운데 5개를 뽑고 마지막 여섯 번째는 빨간색 파워볼 26개 중 하나를 뽑는 방식으로 로또와 비슷하다.

파워볼 당첨금이 이처럼 커진 것은 2015년 10월 흰색 공의 숫자를 59개에서 69개로 늘리면서 당첨확률을 1억 7,500만 분의 1에서 거의 배 가까이 어렵게 해놓았기 때문이다.

여기에다 해마다 늘어나는 미 전역의 복권 판매 금액도 당첨금 증액을 부채질했다.
2016년 미 전역에서 판매된 복권은 800억 달러(90조 5,000억 원)에 달한다. 이는 영화, 음악공연, 스포츠 티켓 발권액을 모두 더한 것보다 많다고 AP통신은 전했다.

CNN에 따르면 6개의 당첨번호를 모두 뽑을 확률은 이론적으로 2억 9,200만분의 1로, 소행성 충돌로 사망할 확률(70만분의 1) 익사 위기에 처한 채 벼락을 맞아 사망할 확률(1억 8,300만분의 1) 네 쌍둥이를 낳을 확률(72만 9,000분의 1)보다도 낮다.


한국은 미공개, 미국은 공개 왜?

이번 미국 파워볼 당첨자에서 보듯이 미국은 ‘대박의 꿈’을 이룬 사람들의 신원을 공개한다.
로또 1등 당첨자의 신원을 알 수 없는 우리나라와는 대조되는 모습이다.

왜 이런 차이가 나는 걸까?

복권위원회 복권총괄과 관계자는 “우리나라는 1등 당첨자와 관련해 법으로 명시하고 있는데 이것이 가장 큰 이유라 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복권 및 복권기금법 제10조 항을 보면 ‘복권사업자 및 복권사업자의 대리인, 사용인 그 밖의 종업원은 당첨자 본인의 동의를 얻지 아니하고는 당첨자를 식별할 수 없는 개인 정보를 공개해서는 안 된다’고 명시하고 있다. 즉 본인이 원하지 않으면 해당 당첨자의 신원을 공개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이와는 반대로 미국은 신원 공개와 관련해 법률적으로 정해진 것은 없다.

복권위원회 복권총괄과 관계자는 “우리나라 당첨자와 달리 미국은 당첨자 대부분이 신원 공개를 찬성하고 있고 공개를 당연하게 생각하고 있다”며 “이는 양국의 문화적 차이로 설명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美, 복권 당첨자 공개 축하 자연스러운 분위기

그는 “우리나라는 당첨되면 주변의 도움 요구 등 시선이 부담스러워 신원을 숨기는 게 대부분이다. 그러나 미국은 우리와는 다르게 자신의 당첨 사실을 알려 많은 사람의 축하를 받길 원하고 있고 미국 사람 대부분도 당첨자를 축하해주는 게 자연스러운 분위기로 받아들인다”고 덧붙였다.


신원 공개 논란…범죄 피해 노출 우려

미국도 최근 수천억 원에 달하는 복권 당첨자의 ‘신원 공개’ 문제를 놓고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지난 2015년 3월 노스캐롤라이나 주(州)에서 복권 당첨자의 신원을 공개하지 않는 법안이 상정됐으나 부결됐었다.

이처럼 당첨자의 신원 공개와 관련해 논란을 빚는 이유는 재정사업과 복권 산업의 흥행 문제가 서로 부딪히기 때문이다.

비공개를 주장하는 측은 정부의 재정압박을 타개하기 위해 당첨자 익명을 보장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여기에 신원자의 노출로 범죄 피해자가 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실제로 지난 1960년 7월 호주의 한 부부는 10만 달러, 지금 우리 돈으로 9억 2,000여만 원의 가치를 지난 로또 복권에 당첨됐다. 당시 호주는 로또 당첨자 실명을 언론에 공개했고 이것이 범죄 행위의 실마리가 됐다. 유괴범은 당시 신문을 보고 이들 부부의 아이를 납치해 거액의 돈을 요구하고 아이를 살해했다. 사건 직후, 호주 정부는 모든 신문에서 로또 당첨자의 이름을 빼도록 지시했다.

우리나라에서도 로또 1등 당첨자가 경찰에 구속되거나 가족끼리 법정 다툼을 벌이는 일이 발생해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반면 당첨자 공개를 주장하는 측은 당첨자를 공개하지 않으면 복권 사업의 신뢰도가 떨어지고 흥행도 실패할 수 있다고 반박하고 있다. 실제 당첨자가 나왔는지 불신이 생길 수 있고, 이에 따라 복권 구매자가 줄어들어 관련 수입도 적어진다는 것이다.

아울러 익명을 보장하더라도 세인들의 관심 때문에 결국 신원이 공개되는 만큼 익명 보장의 실효성도 없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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