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액상화 현상’ 첫 확인 파장…“천만년 전 포항은 수중도시”

입력 2017.11.20 (14:10) 수정 2017.11.21 (1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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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액상화 현상’ 첫 확인 파장…“천만년 전 포항은 수중도시”

‘액상화 현상’ 첫 확인 파장…“천만년 전 포항은 수중도시”

지난 15일 규모 5.4 지진이 발생한 경북 포항에서 '액상화' 현상이 공식 확인된 가운데 지금까지는 다소 생소했던 '액상화'에 대한 관심과 함께 지진 공포가 확산되고 있다.

액상화란 강한 지진 흔들림으로 땅 아래 있던 흙탕물이 지표면 밖으로 솟아올라 지반이 물렁물렁해지는 현상을 말하는데 통상 매립지나 하천 유역 등 모래가 많은 연약 지반에서 발생하기 쉽다.

[연관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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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액상화 200여 곳” 확인…소규모지만 광범위 진행

액상화 현상 뭐길래?…포항 지진 공포 확산

조선시대 기록 등에도 비슷한 현상을 관측한 기록은 있지만, 근대화 이후 공식적으로 지진 관측 사상 액상화 현상이 국내에서 발견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 2011년 동일본 지진이나 1906년 미국 샌프란시스코 지진 당시에도 해안에서 가까운 지역에 쌓인 퇴적물이 액상화 현상을 일으켜 엄청난 인명피해와 재산피해를 낸 바 있다.

[연관기사]日 ‘액상화’ 현상…매립지 지반 내려앉아


지진 영향 광범위한 '액상화' 정부 공식 확인

행안부 활성단층조사단에 참여중인 손문 부산대학교 지질환경학과 교수팀은 19일 포항 진앙 주변 2㎞ 반경에서 흙탕물이 분출된 흔적 100여 곳을 발견했다.

진앙에서 1∼2㎞ 떨어진 한 논밭에는 바닥과 이랑이 맞닿은 곳에 난 틈새 주변으로 모래와 자갈 등 퇴적물이 올라와 있거나, 200여m 떨어진 부근의 다른 논밭 바닥에서는 수 미터 길이로 모래가 쌓여 있는 모습이 확인됐다.

모래 퇴적층 중간 부위에 길이가 긴 균열이 나 있거나, 물이 채워졌다가 빠진 자리가 동그랗게 푹 꺼져 있기도 했다.

해안가 백사장에 소형 '샌드 볼케이노'도 발견

액상화는 진앙에서 동쪽으로 5.5㎞까지 떨어진 바닷가 근처에서도 나타났다.

강과 바다가 만나는 지점인 흥해읍 칠포리 한 백사장에는 지름 1㎝∼10㎝짜리 소형 샌드 볼케이노(모래 분출구) 수십 개가 발견됐다.

포항 지진(규모 5.4) 진앙 인근 논바닥에 당시의 지진 흔들림으로 땅 아래 있던 흙탕물 등이 지표면 밖으로 솟아오른 '액상화' 연상이 나타났다(사진 위). 포항시 흥해읍 칠포리 한 백사장에는 지름 1㎝∼10㎝짜리 소형 샌드 볼케이노(모래 분출구) 수십 개가 발견됐다(사진 아래). 포항 지진(규모 5.4) 진앙 인근 논바닥에 당시의 지진 흔들림으로 땅 아래 있던 흙탕물 등이 지표면 밖으로 솟아오른 '액상화' 연상이 나타났다(사진 위). 포항시 흥해읍 칠포리 한 백사장에는 지름 1㎝∼10㎝짜리 소형 샌드 볼케이노(모래 분출구) 수십 개가 발견됐다(사진 아래).

"액상화에 대한 준비 안 돼…액상화 지도 구축 시급"

손 교수팀은 "액상화가 발생하면 지표면 위 건물이 일시적으로 물 위에 떠 있는 상태가 된다"며 "기울어진 포항 대성아파트처럼 많은 건물이 액상화 영향으로 피해를 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손 교수는 20일 한 라디오방송과의 인터뷰에서도 "우리나라에서는 액상화에 대한 준비가 별로 안 돼 있었기에 이번에 피해가 더 컸던 것"이라고 지적했다.

손 교수는 "차후 시추조사나 굴착조사를 통해 액상화를 유발시키는 지층의 두께, 깊이 등을 모두 조사한 후에 액상화 정도를 판단할 예정"이라며 "액상화 발생 시 침하 장소에 따라 크기가 달라지기 때문에 기초가 잘못돼 있는 건물들은 넘어갈 수 있다"고 말했다.

또한, 손 교수는 "큰 지진이 있으면 특히 강가라든지 과거 해안가라든지 이런 곳엔 항상 연약지반이 있기 마련"이라며 "그러면 일종의 액상화 현상이 일어나는데, 이걸 미리 조사해놔야 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도심지 같은 경우 액상화 지수를 구해 도면화 시킨다든가 액상화 많이 일어날 지역을 선정하면 기초공사를 강화하고 또 경우에 따라 지반을 개량할 수도 있다"며 "우리나라의 경우 액상화 지수를 구해 그걸 지도화시키는 게 중요한 단계"라며 액상화에 대한 대응책 마련의 필요성을 주장했다.

부산대 손문 교수팀이 19일 경북 포항 흥해읍에서 지진 영향에 따른 액상화 현장을 조사하고 있다. 현장인 논에는 액상화로 물이 솟구치며 같이 올라온 모래가 남아있는 것이 보인다.부산대 손문 교수팀이 19일 경북 포항 흥해읍에서 지진 영향에 따른 액상화 현장을 조사하고 있다. 현장인 논에는 액상화로 물이 솟구치며 같이 올라온 모래가 남아있는 것이 보인다.

과거 포항은 물속 도시, 지반 자체 약해

아울러 "포항 진앙 주변은 천만 년 전까지 물속에 잠겨 있던 지역"이라며 "그래서 원래 포항지역이 굉장히 지반 자체가 약하고, 지층이 젊은 지층으로 구성돼있는 곳"이라고 덧붙였다.

손 교수는 "파일을 박아서 기초공사를 하면 별문제가 없는데 우리나라의 경우 지진으로 인한 액상화에 별로 준비가 안 돼 있다"고 지적했다.

[연관기사]일본, 액상화 방지에 나무 활용

끝으로 그는 "지금 건물들이 피해가 많으니 우리 주변에 뭐가 위험했는지 빨리 위험한 걸 찾은 뒤 정부나 당국에 신고를 하는 게 좋다"고 주민들에게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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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11-20 14:10:35
    • 수정2017-11-21 19:04:32
    취재K
지난 15일 규모 5.4 지진이 발생한 경북 포항에서 '액상화' 현상이 공식 확인된 가운데 지금까지는 다소 생소했던 '액상화'에 대한 관심과 함께 지진 공포가 확산되고 있다.

액상화란 강한 지진 흔들림으로 땅 아래 있던 흙탕물이 지표면 밖으로 솟아올라 지반이 물렁물렁해지는 현상을 말하는데 통상 매립지나 하천 유역 등 모래가 많은 연약 지반에서 발생하기 쉽다.

[연관기사]
[단독] 지반 침하 부르는 ‘액상화 현상’ 국내 첫 확인
정부 “액상화 200여 곳” 확인…소규모지만 광범위 진행

액상화 현상 뭐길래?…포항 지진 공포 확산

조선시대 기록 등에도 비슷한 현상을 관측한 기록은 있지만, 근대화 이후 공식적으로 지진 관측 사상 액상화 현상이 국내에서 발견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 2011년 동일본 지진이나 1906년 미국 샌프란시스코 지진 당시에도 해안에서 가까운 지역에 쌓인 퇴적물이 액상화 현상을 일으켜 엄청난 인명피해와 재산피해를 낸 바 있다.

[연관기사]日 ‘액상화’ 현상…매립지 지반 내려앉아


지진 영향 광범위한 '액상화' 정부 공식 확인

행안부 활성단층조사단에 참여중인 손문 부산대학교 지질환경학과 교수팀은 19일 포항 진앙 주변 2㎞ 반경에서 흙탕물이 분출된 흔적 100여 곳을 발견했다.

진앙에서 1∼2㎞ 떨어진 한 논밭에는 바닥과 이랑이 맞닿은 곳에 난 틈새 주변으로 모래와 자갈 등 퇴적물이 올라와 있거나, 200여m 떨어진 부근의 다른 논밭 바닥에서는 수 미터 길이로 모래가 쌓여 있는 모습이 확인됐다.

모래 퇴적층 중간 부위에 길이가 긴 균열이 나 있거나, 물이 채워졌다가 빠진 자리가 동그랗게 푹 꺼져 있기도 했다.

해안가 백사장에 소형 '샌드 볼케이노'도 발견

액상화는 진앙에서 동쪽으로 5.5㎞까지 떨어진 바닷가 근처에서도 나타났다.

강과 바다가 만나는 지점인 흥해읍 칠포리 한 백사장에는 지름 1㎝∼10㎝짜리 소형 샌드 볼케이노(모래 분출구) 수십 개가 발견됐다.

포항 지진(규모 5.4) 진앙 인근 논바닥에 당시의 지진 흔들림으로 땅 아래 있던 흙탕물 등이 지표면 밖으로 솟아오른 '액상화' 연상이 나타났다(사진 위). 포항시 흥해읍 칠포리 한 백사장에는 지름 1㎝∼10㎝짜리 소형 샌드 볼케이노(모래 분출구) 수십 개가 발견됐다(사진 아래).
"액상화에 대한 준비 안 돼…액상화 지도 구축 시급"

손 교수팀은 "액상화가 발생하면 지표면 위 건물이 일시적으로 물 위에 떠 있는 상태가 된다"며 "기울어진 포항 대성아파트처럼 많은 건물이 액상화 영향으로 피해를 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손 교수는 20일 한 라디오방송과의 인터뷰에서도 "우리나라에서는 액상화에 대한 준비가 별로 안 돼 있었기에 이번에 피해가 더 컸던 것"이라고 지적했다.

손 교수는 "차후 시추조사나 굴착조사를 통해 액상화를 유발시키는 지층의 두께, 깊이 등을 모두 조사한 후에 액상화 정도를 판단할 예정"이라며 "액상화 발생 시 침하 장소에 따라 크기가 달라지기 때문에 기초가 잘못돼 있는 건물들은 넘어갈 수 있다"고 말했다.

또한, 손 교수는 "큰 지진이 있으면 특히 강가라든지 과거 해안가라든지 이런 곳엔 항상 연약지반이 있기 마련"이라며 "그러면 일종의 액상화 현상이 일어나는데, 이걸 미리 조사해놔야 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도심지 같은 경우 액상화 지수를 구해 도면화 시킨다든가 액상화 많이 일어날 지역을 선정하면 기초공사를 강화하고 또 경우에 따라 지반을 개량할 수도 있다"며 "우리나라의 경우 액상화 지수를 구해 그걸 지도화시키는 게 중요한 단계"라며 액상화에 대한 대응책 마련의 필요성을 주장했다.

부산대 손문 교수팀이 19일 경북 포항 흥해읍에서 지진 영향에 따른 액상화 현장을 조사하고 있다. 현장인 논에는 액상화로 물이 솟구치며 같이 올라온 모래가 남아있는 것이 보인다.
과거 포항은 물속 도시, 지반 자체 약해

아울러 "포항 진앙 주변은 천만 년 전까지 물속에 잠겨 있던 지역"이라며 "그래서 원래 포항지역이 굉장히 지반 자체가 약하고, 지층이 젊은 지층으로 구성돼있는 곳"이라고 덧붙였다.

손 교수는 "파일을 박아서 기초공사를 하면 별문제가 없는데 우리나라의 경우 지진으로 인한 액상화에 별로 준비가 안 돼 있다"고 지적했다.

[연관기사]일본, 액상화 방지에 나무 활용

끝으로 그는 "지금 건물들이 피해가 많으니 우리 주변에 뭐가 위험했는지 빨리 위험한 걸 찾은 뒤 정부나 당국에 신고를 하는 게 좋다"고 주민들에게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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