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나라” vs “어서 오라”…이외수 바라보는 두 가지 시선

입력 2017.12.19 (18:10) 수정 2017.12.19 (1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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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천 “떠나라” vs 함양 “어서 오라”…이외수 거취는?

화천 “떠나라” vs 함양 “어서 오라”…이외수 거취는?

소설가 이외수가 며칠 사이 뉴스의 중심에 섰다.

작가의 소설이나 새로 나온 책 때문이 아니다. 자신의 거취(말 그대로 사는 곳)를 두고 한 곳에서는 '떠나라'고 외치고 있고 다른 곳에서는 '어서 오라'고 상반된 입장을 보이면서 언론들이 앞다퉈 이외수의 근황을 전하고 있기 때문이다.

화천군 "마을 떠나라" vs 함양군 "귀향 대환영"

도대체 어떤 일이 있었길래, 또 무슨 사연으로 이외수가 이런 불편한 지경에 이르렀을까 궁금해진다.

소설가 이외수는 경남 함양에서 태어나 초등학교 4학년까지 다니다 강원도 인제군으로 이사를 가면서 그곳에서 초등학교와 중·고등학교를 졸업했고 대학교도 중퇴할 때까지 춘천에서 다녔다.

태어난 곳은 경상남도 함양이지만 유년기와 사춘기, 그리고 청년기를 모두 강원도에서 보낸 셈이다.

이런 인연으로 강원도 화천군은 지난 2012년 8월 상서면 다목리 감성마을에 '이외수 문학관'을 짓고 이 작가를 감성마을 촌장으로 임명하는 등 이 작가 유치를 위해 공을 들였다.

이런 노력으로 생존 작가의 이름을 붙인 최초의 문학관이 있는 감성마을은 문학 동호인들과 산행인들이 많이 찾는 화천군의 관광명소가 됐다.

감성마을은 지난 2012년 8월 강원도 화천군 상서면 다목리에 개관한 이외수 문학관이 있는 곳이다. 이외수문학관은 문학 동호인들과 산행인들이 많이 찾는 관광명소가 됐다.감성마을은 지난 2012년 8월 강원도 화천군 상서면 다목리에 개관한 이외수 문학관이 있는 곳이다. 이외수문학관은 문학 동호인들과 산행인들이 많이 찾는 관광명소가 됐다.

화천군의회 "5년치 감성마을 대부료 내라"

하지만 지난 8월 화천군이 주최한 세계평화안보문학축전 행사에서 이 작가가 최문순 화천군수에게 취중 모욕적인 발언을 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지역 여론이 나빠졌고, 화천군의회에서 이 발언을 문제삼으면서 사태가 커졌다.

[연관기사]
“이외수 작가 화천군 떠나라”…‘폭언 논란’에 시끌시끌
‘폭언 논란’ 이외수 “입이 열개라도…” 사과, 파문 잠재울까?

급기야 19일에는 화천군의회 행정사무조사특별위원회가 감성마을 촌장인 이외수 작가를 퇴거 조치할 것을 결정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군의회 조사특위가 '그동안 화천군 공유재산인 감성마을을 불법적으로 점유하고 무상으로 사용한 이 작가에게 5년간 대부료를 소급 추징하고, 이에 응하지 않을 경우 집필실을 비우는 것(퇴거)은 물론 적법한 행정조치를 취한다'는 내용의 감성마을 행정사무감사 결과보고서를 채택한 것이다.

조사특위의 결과 보고서는 오는 21일 화천군의회 본회의에 상정돼 채택 여부가 결정될 예정인데 만약 보고서가 채택되면 이 작가는 감성마을을 떠날 수 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 10월 27일 강원도 화천군의회 본회의장에서 이흥일 군의원이 “이외수 작가가 취중에 화천군수에게 모욕적인 발언을 했다”며 사과를 촉구하는 발언을 하고 있다.지난 10월 27일 강원도 화천군의회 본회의장에서 이흥일 군의원이 “이외수 작가가 취중에 화천군수에게 모욕적인 발언을 했다”며 사과를 촉구하는 발언을 하고 있다.

경남 함양군 "집필·생활공간 마련, 언제든 환영"

이 작가의 고향인 경남 함양군이 화천군의회의 이 같은 결정에 맞춰 재빠르게 보도자료를 하나 냈다.

이 작가가 고향으로 돌아올 수 있도록 집필 공간과 생활 공간을 마련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작가는 함양군 수동면 백연리 상백마을에서 태어나 상내백초교를 4학년까지 다녔다.

가끔씩 고향을 찾았던 작가가 "말년에는 고향에서 집필 생활을 하고 싶다"는 말을 전해들은 함양군이 그동안 집필 공간을 물색했고, 작가 고향 마을과 가까운 안의면 율림마을에 있는 '전례 놀이체험공방'을 집필과 생활 공간으로 선정했다는 것이다.

올해 함양군은 예산 2억5천만원으로 10여 년 된 2층짜리 건물을 개축하고 냉난방시설을 교체했다. 이어 체험공방 안 6개 방에 집필 공간과 생활공간 등을 마련해 놓고 있다고도 자랑했다.

이노태 함양군 문화관광과장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이 작가가 보름 전 함양을 방문했으며 현재 사는 화천군과 함양군에서 한 해에 반반씩 생활하겠다"는 말을 했다고 전했다.

이 과장은 "이불 등 이 작가의 생활도구 일부가 함양에 도착했으며 이틀간 자고 갔다"라며 "하지만 언제 이사를 올지는 정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 작가 고향 마을과 가까운 안의면 율림마을의 ‘전례 놀이체험공방’. 올해 군 예산 2억5천만원으로 10여 년 된 2층짜리 건물을 개축하고 냉난방시설을 교체했다.(사진제공:경남 함양군)이 작가 고향 마을과 가까운 안의면 율림마을의 ‘전례 놀이체험공방’. 올해 군 예산 2억5천만원으로 10여 년 된 2층짜리 건물을 개축하고 냉난방시설을 교체했다.(사진제공:경남 함양군)

이외수 "화천 감성마을 애정 변함 없다"

그러나 정작 이외수 작가가 거처를 옮길 지는 본인 외에는 아무도 예상할 수 없는 상태다.

이 작가는 18일 지역의 한 신문과 전화 인터뷰를 통해 "10년에 걸쳐 땀과 열정으로 일군 화천 감성마을에 대한 애정에 변함없다"며 "파문 당사자끼리 이미 해결된 문제인데 퇴출까지 거론하는 것은 감정적 면이 많이 작용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화천군과의 관계가 나빠지지 않기를 바란다"면서 "감정적 대응보다는 이성적 판단으로 잘 해결될 것으로 믿는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고향인 경남 함양 이주와 관련해서도 "결정된 것이 없다"고 말했다.

소설가 이외수를 두고 벌어지고 있는 두 마을의 시선이 사뭇 흥미롭게 느껴질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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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떠나라” vs “어서 오라”…이외수 바라보는 두 가지 시선
    • 입력 2017-12-19 18:10:20
    • 수정2017-12-19 18:42:27
    취재K
소설가 이외수가 며칠 사이 뉴스의 중심에 섰다.

작가의 소설이나 새로 나온 책 때문이 아니다. 자신의 거취(말 그대로 사는 곳)를 두고 한 곳에서는 '떠나라'고 외치고 있고 다른 곳에서는 '어서 오라'고 상반된 입장을 보이면서 언론들이 앞다퉈 이외수의 근황을 전하고 있기 때문이다.

화천군 "마을 떠나라" vs 함양군 "귀향 대환영"

도대체 어떤 일이 있었길래, 또 무슨 사연으로 이외수가 이런 불편한 지경에 이르렀을까 궁금해진다.

소설가 이외수는 경남 함양에서 태어나 초등학교 4학년까지 다니다 강원도 인제군으로 이사를 가면서 그곳에서 초등학교와 중·고등학교를 졸업했고 대학교도 중퇴할 때까지 춘천에서 다녔다.

태어난 곳은 경상남도 함양이지만 유년기와 사춘기, 그리고 청년기를 모두 강원도에서 보낸 셈이다.

이런 인연으로 강원도 화천군은 지난 2012년 8월 상서면 다목리 감성마을에 '이외수 문학관'을 짓고 이 작가를 감성마을 촌장으로 임명하는 등 이 작가 유치를 위해 공을 들였다.

이런 노력으로 생존 작가의 이름을 붙인 최초의 문학관이 있는 감성마을은 문학 동호인들과 산행인들이 많이 찾는 화천군의 관광명소가 됐다.

감성마을은 지난 2012년 8월 강원도 화천군 상서면 다목리에 개관한 이외수 문학관이 있는 곳이다. 이외수문학관은 문학 동호인들과 산행인들이 많이 찾는 관광명소가 됐다.
화천군의회 "5년치 감성마을 대부료 내라"

하지만 지난 8월 화천군이 주최한 세계평화안보문학축전 행사에서 이 작가가 최문순 화천군수에게 취중 모욕적인 발언을 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지역 여론이 나빠졌고, 화천군의회에서 이 발언을 문제삼으면서 사태가 커졌다.

[연관기사]
“이외수 작가 화천군 떠나라”…‘폭언 논란’에 시끌시끌
‘폭언 논란’ 이외수 “입이 열개라도…” 사과, 파문 잠재울까?

급기야 19일에는 화천군의회 행정사무조사특별위원회가 감성마을 촌장인 이외수 작가를 퇴거 조치할 것을 결정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군의회 조사특위가 '그동안 화천군 공유재산인 감성마을을 불법적으로 점유하고 무상으로 사용한 이 작가에게 5년간 대부료를 소급 추징하고, 이에 응하지 않을 경우 집필실을 비우는 것(퇴거)은 물론 적법한 행정조치를 취한다'는 내용의 감성마을 행정사무감사 결과보고서를 채택한 것이다.

조사특위의 결과 보고서는 오는 21일 화천군의회 본회의에 상정돼 채택 여부가 결정될 예정인데 만약 보고서가 채택되면 이 작가는 감성마을을 떠날 수 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 10월 27일 강원도 화천군의회 본회의장에서 이흥일 군의원이 “이외수 작가가 취중에 화천군수에게 모욕적인 발언을 했다”며 사과를 촉구하는 발언을 하고 있다.
경남 함양군 "집필·생활공간 마련, 언제든 환영"

이 작가의 고향인 경남 함양군이 화천군의회의 이 같은 결정에 맞춰 재빠르게 보도자료를 하나 냈다.

이 작가가 고향으로 돌아올 수 있도록 집필 공간과 생활 공간을 마련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작가는 함양군 수동면 백연리 상백마을에서 태어나 상내백초교를 4학년까지 다녔다.

가끔씩 고향을 찾았던 작가가 "말년에는 고향에서 집필 생활을 하고 싶다"는 말을 전해들은 함양군이 그동안 집필 공간을 물색했고, 작가 고향 마을과 가까운 안의면 율림마을에 있는 '전례 놀이체험공방'을 집필과 생활 공간으로 선정했다는 것이다.

올해 함양군은 예산 2억5천만원으로 10여 년 된 2층짜리 건물을 개축하고 냉난방시설을 교체했다. 이어 체험공방 안 6개 방에 집필 공간과 생활공간 등을 마련해 놓고 있다고도 자랑했다.

이노태 함양군 문화관광과장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이 작가가 보름 전 함양을 방문했으며 현재 사는 화천군과 함양군에서 한 해에 반반씩 생활하겠다"는 말을 했다고 전했다.

이 과장은 "이불 등 이 작가의 생활도구 일부가 함양에 도착했으며 이틀간 자고 갔다"라며 "하지만 언제 이사를 올지는 정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 작가 고향 마을과 가까운 안의면 율림마을의 ‘전례 놀이체험공방’. 올해 군 예산 2억5천만원으로 10여 년 된 2층짜리 건물을 개축하고 냉난방시설을 교체했다.(사진제공:경남 함양군)
이외수 "화천 감성마을 애정 변함 없다"

그러나 정작 이외수 작가가 거처를 옮길 지는 본인 외에는 아무도 예상할 수 없는 상태다.

이 작가는 18일 지역의 한 신문과 전화 인터뷰를 통해 "10년에 걸쳐 땀과 열정으로 일군 화천 감성마을에 대한 애정에 변함없다"며 "파문 당사자끼리 이미 해결된 문제인데 퇴출까지 거론하는 것은 감정적 면이 많이 작용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화천군과의 관계가 나빠지지 않기를 바란다"면서 "감정적 대응보다는 이성적 판단으로 잘 해결될 것으로 믿는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고향인 경남 함양 이주와 관련해서도 "결정된 것이 없다"고 말했다.

소설가 이외수를 두고 벌어지고 있는 두 마을의 시선이 사뭇 흥미롭게 느껴질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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