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생자 29명 모두 떠났지만…참사 원인은 아직 ‘오리무중’

입력 2017.12.26 (15:39) 수정 2017.12.26 (1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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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생자 29명 모두 떠났지만…참사 원인은 아직 ‘오리무중’

희생자 29명 모두 떠났지만…참사 원인은 아직 ‘오리무중’

충북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로 희생된 29명의 영결식이 26일 오전까지 순차적으로 모두 마무리된 가운데 이번 참사와 관련해 대두된 3가지 쟁점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화재 원인과 소방당국의 현장에서 초동대처 문제, 그리고 건물의 불법증축과 용도변경 문제가 그것이다.

[연관기사]
제천 화재참사 부실 대응 규명, 소방 합동조사단 활동 착수
경찰, 제천 참사 건물 소방관리 업체 압수수색

아직도 오리무중…발화 원인은?

경찰은 지금까지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29명의 희생자가 난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는 지난 21일 오후 3시쯤 1층 주차장 천장에서 건물 관리인이 얼음을 깨는 작업을 마친 뒤 50분 쯤 뒤 천장에서 시작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즉 용접 작업 등을 하다 불꽃이 튀어 바로 불이 난 것이 아니고 작업이 끝나고 나중에 열선이나 발열등 같은 것이 과열돼 불이 났을 것이라는 얘기다.

경찰 수사본부 관계자는 "건물 관리인은 도구 없이 손으로 천장의 얼음을 깼다고 진술했다"며 "폐쇄회로(CC)TV상 건물 관리인이 작업한 시간과 1층 천장에서 불꽃이 튄 시간과는 50분 정도 차이가 있다"고 말했다.

따라서 1층 천장에서 시작한 불이 시설 설비의 문제인지, 앞서 이뤄진 작업으로 인한 것인지는 정밀 조사가 필요한 상황이다.

정확한 발화지점과 발화원인 규명에는 최소한 10일에서 보름 이상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25일 충북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현장에서 경찰 과학수사대가 주차장 천장을 조사하고 있다. 화재 원인을 조사중인 경찰은 필로티 주차장 천장에 설치된 보온등 과열이 원인이라는 주장에 대해서도 확인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25일 충북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현장에서 경찰 과학수사대가 주차장 천장을 조사하고 있다. 화재 원인을 조사중인 경찰은 필로티 주차장 천장에 설치된 보온등 과열이 원인이라는 주장에 대해서도 확인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소방 당국의 초동 대처 적정했나?

현재 유가족들이 가장 문제를 삼고 있는 부분은 화재 초기 소방당국의 구조를 위한 초동대처다.

화재 발생 이후 짧게는 1시간에서 길게는 4시간 이후까지 건물 내부에 있던 희생자와 통화가 이뤄졌다는 유족들의 증언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유가족이 화재 진압과정에서 내부의 가족과 통화를 했으며 구조요청이 이어지는 상황에서도 적극적인 구조활동이 이뤄지지 못한 점에 분노하고 있다.

이에 대해 소방당국은 유가족들의 입장은 충분히 이해하지만 현장 상황에서 판단할 수 있는 최선의 결정으로 화재진압 및 구조 활동을 펼쳤다는 입장이다.

이 점에 대해서는 현재 전문가 및 일반인들의 의견도 분분한 실정이다.

그 누구도 유가족들의 바람처럼 곧바로 2층 여탕의 유리창을 깨고 진입 및 구조를 단행했어야 했다고 단정할 수 없는 상황이다.

하지만 화재 현장 주변의 불법주차차량 및 굴절사다리의 고장, 대형 LPG 가스통에 대한 위험요소 제거 등으로 인한 소위 골든타임을 놓쳤다는 점은 계속 논란으로 남을 것으로 보인다.

화재 발생 초기 피해자들의 구조요청 전화가 이어지던 상황에서도 현장에 출동한 소방관들이 신속한 초기대응을 하지 못한 부분에 대해 유가족들은 진상 규명을 요구하고 있다.화재 발생 초기 피해자들의 구조요청 전화가 이어지던 상황에서도 현장에 출동한 소방관들이 신속한 초기대응을 하지 못한 부분에 대해 유가족들은 진상 규명을 요구하고 있다.

화 키운 불법증축 및 용도변경…행정 몰랐나?

최악의 참사를 낸 제천 스포츠센터는 당국의 허가 없이 증축이 이뤄지고 용도가 변경되는 등 불법투성이 건물로 드러났다.

2011년 신축 당시 7층이었던 이 건물은 이후 2차례에 걸쳐 8층과 9층으로 증축됐으며 정식허가 없이 구조가 변경됐다.

이번 화재 당시 1층 화재 발화지점과 드라이비트 외벽을 제외하면 8층과 9층이 가장 큰 불길에 휩싸였으며 탈출을 방해하는 요소로 작용했다.

사방이 트여있어야 할 지점이 아래 사진 처럼 아크릴이나 천막 등으로 막히며 불쏘시개 역할은 물론 유독가스의 배출을 막아 피해를 키웠다는 얘기다.

29명의 사망자를 낸 충북 제천 스포츠센터 건물 8·9층에 테라스가 불법으로설치되고 옥탑 기계실은 주거 공간으로 편법 사용된 것으로 드러났다. 사진은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 사고 나흘째인 24일 현장 모습. 빨간 원 안이 증축된 8∼9층. 29명의 사망자를 낸 충북 제천 스포츠센터 건물 8·9층에 테라스가 불법으로설치되고 옥탑 기계실은 주거 공간으로 편법 사용된 것으로 드러났다. 사진은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 사고 나흘째인 24일 현장 모습. 빨간 원 안이 증축된 8∼9층.

유족측 "발화 원인·구조작업 문제점 진상 규명돼야"

그런데도 행정기관이 이런 불법증축과 용도변경 사실을 제대로 파악조차 하지 못했다는 것도 의문점이다.

유족들은 "장례 절차가 끝나가지만, 이번 참사는 절대 잊혀져서는 안 된다"며 "발화 원인과 구조 작업의 문제점 등 진상 규명이 명확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소규모 도시나 농촌 지역 소방 안전 구조 매뉴얼을 현실에 맞게 개선하고 인력과 장비를 늘려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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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희생자 29명 모두 떠났지만…참사 원인은 아직 ‘오리무중’
    • 입력 2017-12-26 15:39:02
    • 수정2017-12-26 15:54:03
    취재K
충북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로 희생된 29명의 영결식이 26일 오전까지 순차적으로 모두 마무리된 가운데 이번 참사와 관련해 대두된 3가지 쟁점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화재 원인과 소방당국의 현장에서 초동대처 문제, 그리고 건물의 불법증축과 용도변경 문제가 그것이다.

[연관기사]
제천 화재참사 부실 대응 규명, 소방 합동조사단 활동 착수
경찰, 제천 참사 건물 소방관리 업체 압수수색

아직도 오리무중…발화 원인은?

경찰은 지금까지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29명의 희생자가 난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는 지난 21일 오후 3시쯤 1층 주차장 천장에서 건물 관리인이 얼음을 깨는 작업을 마친 뒤 50분 쯤 뒤 천장에서 시작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즉 용접 작업 등을 하다 불꽃이 튀어 바로 불이 난 것이 아니고 작업이 끝나고 나중에 열선이나 발열등 같은 것이 과열돼 불이 났을 것이라는 얘기다.

경찰 수사본부 관계자는 "건물 관리인은 도구 없이 손으로 천장의 얼음을 깼다고 진술했다"며 "폐쇄회로(CC)TV상 건물 관리인이 작업한 시간과 1층 천장에서 불꽃이 튄 시간과는 50분 정도 차이가 있다"고 말했다.

따라서 1층 천장에서 시작한 불이 시설 설비의 문제인지, 앞서 이뤄진 작업으로 인한 것인지는 정밀 조사가 필요한 상황이다.

정확한 발화지점과 발화원인 규명에는 최소한 10일에서 보름 이상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25일 충북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현장에서 경찰 과학수사대가 주차장 천장을 조사하고 있다. 화재 원인을 조사중인 경찰은 필로티 주차장 천장에 설치된 보온등 과열이 원인이라는 주장에 대해서도 확인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소방 당국의 초동 대처 적정했나?

현재 유가족들이 가장 문제를 삼고 있는 부분은 화재 초기 소방당국의 구조를 위한 초동대처다.

화재 발생 이후 짧게는 1시간에서 길게는 4시간 이후까지 건물 내부에 있던 희생자와 통화가 이뤄졌다는 유족들의 증언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유가족이 화재 진압과정에서 내부의 가족과 통화를 했으며 구조요청이 이어지는 상황에서도 적극적인 구조활동이 이뤄지지 못한 점에 분노하고 있다.

이에 대해 소방당국은 유가족들의 입장은 충분히 이해하지만 현장 상황에서 판단할 수 있는 최선의 결정으로 화재진압 및 구조 활동을 펼쳤다는 입장이다.

이 점에 대해서는 현재 전문가 및 일반인들의 의견도 분분한 실정이다.

그 누구도 유가족들의 바람처럼 곧바로 2층 여탕의 유리창을 깨고 진입 및 구조를 단행했어야 했다고 단정할 수 없는 상황이다.

하지만 화재 현장 주변의 불법주차차량 및 굴절사다리의 고장, 대형 LPG 가스통에 대한 위험요소 제거 등으로 인한 소위 골든타임을 놓쳤다는 점은 계속 논란으로 남을 것으로 보인다.

화재 발생 초기 피해자들의 구조요청 전화가 이어지던 상황에서도 현장에 출동한 소방관들이 신속한 초기대응을 하지 못한 부분에 대해 유가족들은 진상 규명을 요구하고 있다.
화 키운 불법증축 및 용도변경…행정 몰랐나?

최악의 참사를 낸 제천 스포츠센터는 당국의 허가 없이 증축이 이뤄지고 용도가 변경되는 등 불법투성이 건물로 드러났다.

2011년 신축 당시 7층이었던 이 건물은 이후 2차례에 걸쳐 8층과 9층으로 증축됐으며 정식허가 없이 구조가 변경됐다.

이번 화재 당시 1층 화재 발화지점과 드라이비트 외벽을 제외하면 8층과 9층이 가장 큰 불길에 휩싸였으며 탈출을 방해하는 요소로 작용했다.

사방이 트여있어야 할 지점이 아래 사진 처럼 아크릴이나 천막 등으로 막히며 불쏘시개 역할은 물론 유독가스의 배출을 막아 피해를 키웠다는 얘기다.

29명의 사망자를 낸 충북 제천 스포츠센터 건물 8·9층에 테라스가 불법으로설치되고 옥탑 기계실은 주거 공간으로 편법 사용된 것으로 드러났다. 사진은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 사고 나흘째인 24일 현장 모습. 빨간 원 안이 증축된 8∼9층.
유족측 "발화 원인·구조작업 문제점 진상 규명돼야"

그런데도 행정기관이 이런 불법증축과 용도변경 사실을 제대로 파악조차 하지 못했다는 것도 의문점이다.

유족들은 "장례 절차가 끝나가지만, 이번 참사는 절대 잊혀져서는 안 된다"며 "발화 원인과 구조 작업의 문제점 등 진상 규명이 명확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소규모 도시나 농촌 지역 소방 안전 구조 매뉴얼을 현실에 맞게 개선하고 인력과 장비를 늘려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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