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년 간 8억 기부, 모습 드러낸 ‘대구 키다리아저씨’ 알고보니…

입력 2017.12.28 (15:43) 수정 2017.12.28 (18:21)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대구 ‘키다리아저씨’는 보통 사람…‘얼굴 없는 천사’ 5천200만원 기부

대구 ‘키다리아저씨’는 보통 사람…‘얼굴 없는 천사’ 5천200만원 기부

한해를 마무리하는 세모에 전국에서 이웃돕기의 훈훈한 미담이 쏟아지고 있다.

[연관기사] 따뜻한 2017년…얼굴 없는 천사, 누구?

대구의 '키다리아저씨'가 올해도 1억여 원을 공동모금회에 전달했다는 소식에 이어 28일에는 전주에서 '얼굴 없는 천사'의 선행 소식이 또 들려왔다.

'키다리 아저씨' 혹은 '얼굴 없는 천사'로 불리는 이들은 어마어마한 부자이거나 대기업을운영하는 회장님이 아니라 알고보면 모두 보통사람이라는 것이 이들을 접촉했던 사람들의 전언이다.

전주 '얼굴 없는 천사' 올해도 6천27만원 놓고 사라져

28일 오전 전주시 노송동주민센터에 성금 기부를 알리는 중년 남성으로부터 전화가 걸려왔다.

전화를 통해 그 남성은 "주민센터 뒤 천사쉼터 나무 아래에 A4용지 박스 한 개와 빨간색 돼지 저금통 한 개를 놓고왔다"고 밝혔다.

직원들이 전화를 끊고 공원으로 나가보니 중년 남성이 말한 곳에 A4복사 용지 박스 등이 놓여있었다.

이 박스 안에서 나온 돈은 6천27만9천210원이었다. 이중 6천만원은 5만원권 지폐 다발이었고 나머지는 빨간 돼지저금통에 들어 있던 동전들이었다.

박스 안쪽에는 "소년·소녀 가장 여러분 힘든 한해 보내느라 고생하셨습니다. 내년에는 더 좋아질 꺼라 생각합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란 쪽지가 들어있었다.

 전북 전주 ‘얼굴 없는 천사’가 28일 오전 11시 26분께 전주시 덕진구 노송동 주민센터 옆 기부천사쉼터 공원에 성금을 놓고가자 주민센터 직원이 금액을 세고 있다(위). 아래 사진은 ‘얼굴 없는 천사’가 소년소녀가장들에게 남긴 편지. 전북 전주 ‘얼굴 없는 천사’가 28일 오전 11시 26분께 전주시 덕진구 노송동 주민센터 옆 기부천사쉼터 공원에 성금을 놓고가자 주민센터 직원이 금액을 세고 있다(위). 아래 사진은 ‘얼굴 없는 천사’가 소년소녀가장들에게 남긴 편지.

18년 동안 신분 숨긴 채 선행…총 성금 5억5천만 원

동사무소 직원들은 지난해와 같은 모양의 A4용지 박스인 데다 그가 남긴 메시지 내용 등을 볼 때 지난 2000년부터 성금을 보내온 사람과 동일인물로 보고 있다.

이 중년 남성은 지난해에도 성금 5천217만원을 보내왔는데, 이로써 2000년에 시작된 얼굴 없는 천사의 기부금액은 총 5억5천813만8천710원으로 불어났다.

[연관기사] “올해도 어김없이”…17년째 얼굴없는 ‘선행’

선행이 18년 동안 이어지면서 그가 누구인지를 확인하려는 각 기관과 언론의 관심이 컸지만 정작 당사자는 여전히 신분을 숨긴 채 선행을 이어가고 있다.

전주시는 "이 돈을 지난해처럼 서노송동 관내 어려운 이웃에게 골고루 나눠줄 계획"이라고 말했다.

대구 키다리아저씨는 올해도 불우한 이웃들을 위해 써달라며 1억여 원의 성금을 전하면서 공동모금회 직원들에게 자필 메모를 남겼다.대구 키다리아저씨는 올해도 불우한 이웃들을 위해 써달라며 1억여 원의 성금을 전하면서 공동모금회 직원들에게 자필 메모를 남겼다.

5년째 나타난 대구 '키다리아저씨' 1억2천만 원 기탁

대구에서는 해마다 이맘때쯤이면 찾아오는 '키다리아저씨'가 올해도 어김 없이 나타났다. 하지만 올해는 조금 달랐다.

5년째 홀연히 등장해 거액의 수표를 내놓고 사라졌지만 올해는 처음으로 공동모금회 직원들을 만나 자신의 얘기를 풀어놨다.

그는 지난 18일 대구사회복지공동모금회 사무실로 전화를 걸어 특유의 경상도 말투로 "주말에 잠깐 시간을 내달라"며 만남을 요청했다.

대구공동모금회 직원 3명과 키다리아저씨 부부는 성탄절을 이틀 앞둔 지난 23일 오후 한 식당에서 만났다.

60대로 보이는 키다리아저씨 부부는 해마다 1억 원 이상을 기부한다고 보기 어려울 만큼 검소한 차림을 하고 있었다.

부부는 1억2천여만 원이 찍힌 자기앞수표가 든 흰 봉투를 내밀었다.

 23일 오후 대구공동모금회 직원들을 만난 키다리아저씨 부부는 이웃돕기에 써달라며 1억2천여 만원짜리 자기앞수표를 기탁했다. 23일 오후 대구공동모금회 직원들을 만난 키다리아저씨 부부는 이웃돕기에 써달라며 1억2천여 만원짜리 자기앞수표를 기탁했다.

"적금들어 기부금 마련"…6년 동안 8억4천만 원 성금

이날 키다리아저씨는 모금회 직원들에게 6년 만에 처음으로 기부를 시작하게 된 계기 등을 털어놨다.

그는 어린 시절 가정형편이 너무 어려워 하고 싶었던 공부를 포기해야 했다고 전했다.

지금도 돈이 남아돌 정도로 잘 살지는 않지만 그때를 생각하며 어려운 이웃에게 도움을 주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고 한다.

이에 근검절약을 생활화하며 돈을 모으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키다리아저씨는 2012년 1월 처음 대구공동모금회를 찾아 익명으로 1억 원을 내놓으며 나눔을 시작했다.

이어 같은 해 12월 대구공동모금회 근처 국밥집에서 1억2천300여만 원을 전달한 뒤 해마다 성탄절 즈음에 1억 원 이상을 기부했다.

지난 6년간 7차례에 걸쳐 그가 기부한 돈은 모두 8억4천여만 원이다. 대구공동모금회 역대 개인 누적 기부액으로는 규모가 가장 크다.

박용훈 대구사회복지공동모금회 사무처장은 “올해도 잊지 않고 거액을 기부해 주신 키다리아저씨에게 대구의 소외된 이웃을 대표해 깊은 감사의 말을 전한다”며 “기부자의 뜻에 따라 대구의 소외된 이웃들에게 소중한 성금을 잘 전달하겠다”고 말했다.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6년 간 8억 기부, 모습 드러낸 ‘대구 키다리아저씨’ 알고보니…
    • 입력 2017-12-28 15:43:50
    • 수정2017-12-28 18:21:23
    취재K
한해를 마무리하는 세모에 전국에서 이웃돕기의 훈훈한 미담이 쏟아지고 있다.

[연관기사] 따뜻한 2017년…얼굴 없는 천사, 누구?

대구의 '키다리아저씨'가 올해도 1억여 원을 공동모금회에 전달했다는 소식에 이어 28일에는 전주에서 '얼굴 없는 천사'의 선행 소식이 또 들려왔다.

'키다리 아저씨' 혹은 '얼굴 없는 천사'로 불리는 이들은 어마어마한 부자이거나 대기업을운영하는 회장님이 아니라 알고보면 모두 보통사람이라는 것이 이들을 접촉했던 사람들의 전언이다.

전주 '얼굴 없는 천사' 올해도 6천27만원 놓고 사라져

28일 오전 전주시 노송동주민센터에 성금 기부를 알리는 중년 남성으로부터 전화가 걸려왔다.

전화를 통해 그 남성은 "주민센터 뒤 천사쉼터 나무 아래에 A4용지 박스 한 개와 빨간색 돼지 저금통 한 개를 놓고왔다"고 밝혔다.

직원들이 전화를 끊고 공원으로 나가보니 중년 남성이 말한 곳에 A4복사 용지 박스 등이 놓여있었다.

이 박스 안에서 나온 돈은 6천27만9천210원이었다. 이중 6천만원은 5만원권 지폐 다발이었고 나머지는 빨간 돼지저금통에 들어 있던 동전들이었다.

박스 안쪽에는 "소년·소녀 가장 여러분 힘든 한해 보내느라 고생하셨습니다. 내년에는 더 좋아질 꺼라 생각합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란 쪽지가 들어있었다.

 전북 전주 ‘얼굴 없는 천사’가 28일 오전 11시 26분께 전주시 덕진구 노송동 주민센터 옆 기부천사쉼터 공원에 성금을 놓고가자 주민센터 직원이 금액을 세고 있다(위). 아래 사진은 ‘얼굴 없는 천사’가 소년소녀가장들에게 남긴 편지.
18년 동안 신분 숨긴 채 선행…총 성금 5억5천만 원

동사무소 직원들은 지난해와 같은 모양의 A4용지 박스인 데다 그가 남긴 메시지 내용 등을 볼 때 지난 2000년부터 성금을 보내온 사람과 동일인물로 보고 있다.

이 중년 남성은 지난해에도 성금 5천217만원을 보내왔는데, 이로써 2000년에 시작된 얼굴 없는 천사의 기부금액은 총 5억5천813만8천710원으로 불어났다.

[연관기사] “올해도 어김없이”…17년째 얼굴없는 ‘선행’

선행이 18년 동안 이어지면서 그가 누구인지를 확인하려는 각 기관과 언론의 관심이 컸지만 정작 당사자는 여전히 신분을 숨긴 채 선행을 이어가고 있다.

전주시는 "이 돈을 지난해처럼 서노송동 관내 어려운 이웃에게 골고루 나눠줄 계획"이라고 말했다.

대구 키다리아저씨는 올해도 불우한 이웃들을 위해 써달라며 1억여 원의 성금을 전하면서 공동모금회 직원들에게 자필 메모를 남겼다.
5년째 나타난 대구 '키다리아저씨' 1억2천만 원 기탁

대구에서는 해마다 이맘때쯤이면 찾아오는 '키다리아저씨'가 올해도 어김 없이 나타났다. 하지만 올해는 조금 달랐다.

5년째 홀연히 등장해 거액의 수표를 내놓고 사라졌지만 올해는 처음으로 공동모금회 직원들을 만나 자신의 얘기를 풀어놨다.

그는 지난 18일 대구사회복지공동모금회 사무실로 전화를 걸어 특유의 경상도 말투로 "주말에 잠깐 시간을 내달라"며 만남을 요청했다.

대구공동모금회 직원 3명과 키다리아저씨 부부는 성탄절을 이틀 앞둔 지난 23일 오후 한 식당에서 만났다.

60대로 보이는 키다리아저씨 부부는 해마다 1억 원 이상을 기부한다고 보기 어려울 만큼 검소한 차림을 하고 있었다.

부부는 1억2천여만 원이 찍힌 자기앞수표가 든 흰 봉투를 내밀었다.

 23일 오후 대구공동모금회 직원들을 만난 키다리아저씨 부부는 이웃돕기에 써달라며 1억2천여 만원짜리 자기앞수표를 기탁했다.
"적금들어 기부금 마련"…6년 동안 8억4천만 원 성금

이날 키다리아저씨는 모금회 직원들에게 6년 만에 처음으로 기부를 시작하게 된 계기 등을 털어놨다.

그는 어린 시절 가정형편이 너무 어려워 하고 싶었던 공부를 포기해야 했다고 전했다.

지금도 돈이 남아돌 정도로 잘 살지는 않지만 그때를 생각하며 어려운 이웃에게 도움을 주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고 한다.

이에 근검절약을 생활화하며 돈을 모으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키다리아저씨는 2012년 1월 처음 대구공동모금회를 찾아 익명으로 1억 원을 내놓으며 나눔을 시작했다.

이어 같은 해 12월 대구공동모금회 근처 국밥집에서 1억2천300여만 원을 전달한 뒤 해마다 성탄절 즈음에 1억 원 이상을 기부했다.

지난 6년간 7차례에 걸쳐 그가 기부한 돈은 모두 8억4천여만 원이다. 대구공동모금회 역대 개인 누적 기부액으로는 규모가 가장 크다.

박용훈 대구사회복지공동모금회 사무처장은 “올해도 잊지 않고 거액을 기부해 주신 키다리아저씨에게 대구의 소외된 이웃을 대표해 깊은 감사의 말을 전한다”며 “기부자의 뜻에 따라 대구의 소외된 이웃들에게 소중한 성금을 잘 전달하겠다”고 말했다.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