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新’ 집념의 이승훈…‘매스스타트’로 금 노린다

입력 2018.02.15 (22:18) 수정 2018.02.15 (2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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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빙속의 자존심 이승훈이 남자 10,000m 경기에서 4위를 차지했다. 15일 오후 8시 강릉 스피드스케이팅경기장에서 열린 2018 평창 동계올림픽 남자 10,000m 종목에서 이승훈은 12분 55초 54의 개인 최고 기록으로 4위에 올랐다. 2014년 소치 동계올림픽 당시 기록인 13분 11초 68보다 월등히 빠르고, 깜짝 금메달을 차지한 2010 밴쿠버 올림픽 기록(12분 58초 55)보다도 앞선다.

경기장 25바퀴를 돌아야 하는 10,000m에서 이승훈은 막판 근성을 유감없이 보여줬다. 10바퀴가 남은 상황에서 점차 속도를 올리기 시작하더니, 3바퀴를 남겨두고 선두로 치고 나갔다. 끝까지 스퍼트를 올린 이승훈은 12명의 참가 선수 가운데 6명이 뛴 상황에서 1위로 경기를 마무리했다. 하지만 뒤이어 출전한 캐나다의 테드얀 블루먼과 요릿 베르흐스마(네덜란드), 니콜라 투몰레로(이탈리아) 선수에 밀려 최종 4위를 기록했다.

[연관 기사] [영상] 이승훈 2018 평창 동계올림픽 스피드 스케이팅 10,000m 출전 다시보기

경기를 마친 이승훈은 "계산대로 경기가 잘 운영돼 좋은 기록이 나오게 됐다. 목표한 만큼 탔다"며 순위를 넘어 만족하는 모습을 보였다. 올해 서른 살의 이승훈 선수에게 '마의 종목'이라고 불리는 10,000m는 쉽지 않은 도전이었다. 체력 소모가 상당해 다른 종목 경기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승훈은 "내가 포기하면 한국 10,000m는 사라진다"는 책임감으로 경기에 출전했다.

[연관 기사] ‘마의 종목’ 10,000m 나서는 이승훈 “빙속 장거리 명맥 잇는다”

이승훈의 '빙속 인생'은 8살 때 시작됐다. 누나를 따라 우연히 간 스케이트장에서 그의 운명이 바뀌었다. 처음엔 스피드 스케이팅이 아닌 쇼트트랙 유망주로 두각을 보였다. 2008년 전국 동계체육대회 남자 쇼트트랙 3000m 금메달, 2009년 하얼빈 동계유니버시아드에서는 1000m, 1500m, 3000m에서 모두 금메달을 목에 걸며 정상급 선수로 성장했다.

이승훈 쇼트트랙 선수 시절이승훈 쇼트트랙 선수 시절

하지만 시련이 찾아왔다. 2009년 쇼트트랙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탈락한 것이다. 세계적으로도 최정상급인 한국 쇼트트랙 국가대표 선발전은 그 자체로 올림픽 성적과 다름없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이승훈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국가대표에서 떨어지고 폐인처럼살았다. 하지만 결국 '얼음판 위'로 돌아가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2010년 밴쿠버 동계올림픽 스피드 스케이팅 10,000m에 출전한 이승훈 2010년 밴쿠버 동계올림픽 스피드 스케이팅 10,000m에 출전한 이승훈

이 때 이승훈은 인생을 건 승부수를 띄운다. 스피드 스케이팅 장거리 선수로 전향을 결심한 것이다. 근성의 이승훈은 종목을 바꾼 지 1년도 안 돼 출전한 2010년 밴쿠버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남자 10,000m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체력 고갈이 심해 '마의 종목'이라 불리는 10,000m에서 아시아 선수가 정상에 오르며 세계를 놀라게 했다.

이 후 이승훈은 한국 스피드스케이팅의 역사를 새로 쓴다. 그의 실력은 화려한 수상 실적에서 여실히 드러난다.


이승훈이 특히 강세를 보이는 종목은 '매스스타트'다. 매스스타트는 400m 트랙을 16바퀴 돌면서 가장 먼저 결승선을 통과하는 선수가 우승하는 종목으로, 선수마다 지정된 레일이 없는게 특징이다. 자리 싸움을 해야 하는 종목이라 이승훈 선수의 '쇼트트랙 DNA'가 십분 발휘된다. 이승훈은 현재 매스스타트 세계랭킹 1위다.

2017 ISU 스피드스케이팅 월드컵 4차 대회 남자 매스스타트에서 금메달을 딴 이승훈2017 ISU 스피드스케이팅 월드컵 4차 대회 남자 매스스타트에서 금메달을 딴 이승훈

매스스타트는 이번 평창에서 올림픽 정식 종목으로 채택됐다. 이승훈은 정재원과 함께 오는 24일(토) 저녁 8시 45분 매스스타트 준결승전에 나선다. 스피드스케이팅 경기 일정 가운데 가장 마지막이다. 5,000m와 10,000m에서 몸을 푼 이승훈은 주종목인 매스스타트를 정조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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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新’ 집념의 이승훈…‘매스스타트’로 금 노린다
    • 입력 2018-02-15 22:18:37
    • 수정2018-02-15 22:23:04
    종합
한국 빙속의 자존심 이승훈이 남자 10,000m 경기에서 4위를 차지했다. 15일 오후 8시 강릉 스피드스케이팅경기장에서 열린 2018 평창 동계올림픽 남자 10,000m 종목에서 이승훈은 12분 55초 54의 개인 최고 기록으로 4위에 올랐다. 2014년 소치 동계올림픽 당시 기록인 13분 11초 68보다 월등히 빠르고, 깜짝 금메달을 차지한 2010 밴쿠버 올림픽 기록(12분 58초 55)보다도 앞선다.

경기장 25바퀴를 돌아야 하는 10,000m에서 이승훈은 막판 근성을 유감없이 보여줬다. 10바퀴가 남은 상황에서 점차 속도를 올리기 시작하더니, 3바퀴를 남겨두고 선두로 치고 나갔다. 끝까지 스퍼트를 올린 이승훈은 12명의 참가 선수 가운데 6명이 뛴 상황에서 1위로 경기를 마무리했다. 하지만 뒤이어 출전한 캐나다의 테드얀 블루먼과 요릿 베르흐스마(네덜란드), 니콜라 투몰레로(이탈리아) 선수에 밀려 최종 4위를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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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를 마친 이승훈은 "계산대로 경기가 잘 운영돼 좋은 기록이 나오게 됐다. 목표한 만큼 탔다"며 순위를 넘어 만족하는 모습을 보였다. 올해 서른 살의 이승훈 선수에게 '마의 종목'이라고 불리는 10,000m는 쉽지 않은 도전이었다. 체력 소모가 상당해 다른 종목 경기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승훈은 "내가 포기하면 한국 10,000m는 사라진다"는 책임감으로 경기에 출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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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훈의 '빙속 인생'은 8살 때 시작됐다. 누나를 따라 우연히 간 스케이트장에서 그의 운명이 바뀌었다. 처음엔 스피드 스케이팅이 아닌 쇼트트랙 유망주로 두각을 보였다. 2008년 전국 동계체육대회 남자 쇼트트랙 3000m 금메달, 2009년 하얼빈 동계유니버시아드에서는 1000m, 1500m, 3000m에서 모두 금메달을 목에 걸며 정상급 선수로 성장했다.

이승훈 쇼트트랙 선수 시절
하지만 시련이 찾아왔다. 2009년 쇼트트랙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탈락한 것이다. 세계적으로도 최정상급인 한국 쇼트트랙 국가대표 선발전은 그 자체로 올림픽 성적과 다름없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이승훈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국가대표에서 떨어지고 폐인처럼살았다. 하지만 결국 '얼음판 위'로 돌아가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2010년 밴쿠버 동계올림픽 스피드 스케이팅 10,000m에 출전한 이승훈
이 때 이승훈은 인생을 건 승부수를 띄운다. 스피드 스케이팅 장거리 선수로 전향을 결심한 것이다. 근성의 이승훈은 종목을 바꾼 지 1년도 안 돼 출전한 2010년 밴쿠버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남자 10,000m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체력 고갈이 심해 '마의 종목'이라 불리는 10,000m에서 아시아 선수가 정상에 오르며 세계를 놀라게 했다.

이 후 이승훈은 한국 스피드스케이팅의 역사를 새로 쓴다. 그의 실력은 화려한 수상 실적에서 여실히 드러난다.


이승훈이 특히 강세를 보이는 종목은 '매스스타트'다. 매스스타트는 400m 트랙을 16바퀴 돌면서 가장 먼저 결승선을 통과하는 선수가 우승하는 종목으로, 선수마다 지정된 레일이 없는게 특징이다. 자리 싸움을 해야 하는 종목이라 이승훈 선수의 '쇼트트랙 DNA'가 십분 발휘된다. 이승훈은 현재 매스스타트 세계랭킹 1위다.

2017 ISU 스피드스케이팅 월드컵 4차 대회 남자 매스스타트에서 금메달을 딴 이승훈
매스스타트는 이번 평창에서 올림픽 정식 종목으로 채택됐다. 이승훈은 정재원과 함께 오는 24일(토) 저녁 8시 45분 매스스타트 준결승전에 나선다. 스피드스케이팅 경기 일정 가운데 가장 마지막이다. 5,000m와 10,000m에서 몸을 푼 이승훈은 주종목인 매스스타트를 정조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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