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후] 비리 사학이 ‘파면’을 다루는 법
입력 2018.03.03 (10:19)
수정 2018.03.03 (1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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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후] 비리 사학이 ‘파면’을 다루는 법](/data/layer/602/2018/03/EGq55Q8ujO5Ur.jpg)
[취재후] 비리 사학이 ‘파면’을 다루는 법
한 사립학교 교사가 파면됐다. 학교는 성추행·명예훼손·비밀누설 등을 문제 삼았다. 학교측의 집요한 문제제기 그리고 파면결정까지 4개월이 걸렸다.
학교의 문제제기에 앞서 이 학교와 재단은 서울시 교육청으로부터 감사를 받았다. 그리고 지난해 8월 교육청은 교장을 파면하라는 처분을 내렸다. 감사결과 횡령·배임·가족에게 일감 몰아주기 등 교비 10억 7천여만 원을 불법 집행한 사실이 확인됐기 때문이다.
그런데 교장은 교육청의 파면 요구가 있은지 반년이 지나고도 현직에 그대로 남아있다.
교육청의 처분요구는 말 그대로 요구일뿐, 실제 징계 수위를 정하는 건 학교 징계위원회다. 불합리해 보일 수 있지만 현재 사립학교법상으로는 그렇다.
취재해보니 비리 당사자로 지목된 이 학교 교장은 재단 설립자였다. 이 때문이었을까? 비리사실이 드러난 사학재단은 교장과 교사의 '파면'을 다루는 방식이 확연히 달랐다.
요구는 '요구일 뿐'?
서울시교육청은 지난해 8월 서울 관악구 비리 사학 감사 결과를 발표했다.
교육청은 감사에서 이 학교 비리가 설립자 일가의 이익과 밀접히 닿아있다고 판단했다.
설립자인 교장의 딸은 '방과후학교' 위탁계약을 독점했다. 학교장 직계 존·비속이나 배우자와는 영리 계약을 할 수 없다는 지침을 위반했다.
아들은 급식 때 쓸 김치를 학교에 납품해 이익을 얻었다. 아들이 운영한다는 영농조합 주소는 학교법인 명의 부동산이다. 역시 불법이다.
설립자 남편인 재단이사는 출판사를 운영한다. 이 출판사는 학교 내 창고에 폐자재와 도서를 쌓아둔 뒤 학생 교육을 위한 '사료(史料)관'이라고 우겨 학교로부터 돈을 챙겼다. 남편은 법인 명의로 된 차를 자신의 차처럼 사용했다.
이런 사실을 교육청에 알린 건 다름 아닌 이 학교 교사 정 모 교사였다.
학교측은 교육청 감사 뒤인 지난해 9월 정 교사를 직위해제했다. 정 교사는 이 처분이 파면을 위한 사전 조치라고 주장했고 실제 3개월 뒤 파면이 됐다.
교육청은 정 교사에 대한 인사조치가 부당하다고 판단되면 그 즉시 학교 법인에 철회를 요구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 경우에도 요구는 '요구일 뿐'이다. 학교장 파면 요구조차 실행하지 않고 있는 게 이 학교 법인이다. 임원 자격이 취소된 남편 역시 이사직을 유지하고 있다. 정 교사는 최악의 경우 복직을 위해 몇 년간 법적 투쟁을 해야 하는 처지에 몰렸다.
교육청이 이런 학교에 불이익을 줄 수 있는 방법은 제한적이다. 이른바 '사학의 자율성'이 '법령에 근거한 처분'보다 앞선다고 전문가들은 설명한다.
"성추행범이다" Vs. "공익제보자다"
공익제보자인 정 모 교사는 지난해 12월 학생을 성추행했다는 이유로 파면됐다. 경찰에 고발도 당한 상태다.
"정 교사는 공익제보자가 아닙니다. 성추행 문제를 덮으려고 학교 비리를 제보한 거예요. 곧이 곧대로 믿으면 안 됩니다."
학교 측은 2016년 말 정 교사 성추행 문제가 불거졌다고 설명한다. 성추행 조사로 압박을 받자 지난해 7월 학교 비리를 교육청에 알렸다는 것이다. 학교는 학생 십수 명이 정 교사로부터 강제 추행을 당했다고 주장한다.
"학교 측 자료는 조작됐습니다. 공익제보의 신빙성을 떨어뜨리기 위해 신고자인 저를 공격하는 겁니다."
정 교사는 학교가 학생들을 협박, 회유해 진술을 조작했다고 주장한다. 정 교사 자신도 2년 전 학교로부터 동료 교사의 행실을 문제 삼는 경위서를 쓸 것을 요구받았다고 한다. 학교가 이 동료 교사를 해임하려 거짓 진술을 강요했다는 것이다. 해당 교사는 결국 학교를 떠났다.
[생각해 봅시다] 진실은?
정 교사가 실제 성추행을 저질렀는지 아닌지를 가늠할 수 있는 몇 가지 증거가 있다.
① 검찰의 '불기소 결정서'
검찰은 지난해 9월 정 교사 성추행 혐의와 관련해 증거가 충분하지 않다고 결론을 내렸다.
학교는 지난해 교육청 감사를 받은 뒤 정 교사 비위를 본격적으로 조사했다. 그리고 성추행을 문제 삼아 고발을 했다.
하지만 검찰은 지난해 9월 정 교사에 대해 성추행 혐의가 없다고 봤다. 피해자로 지목된 학생들의 진술이 일치하지 않고, 정 교사의 행동에 고의가 없었다는 게 불기소 결정의 이유다.
② 소청심사위의 '직위해제 처분 취소청구' 기각
교원소청심사위원회는 지난해 11월, 정 교사가 제기한 ‘직위해제 처분 취소 청구’를 기각했다.
교사에 내려진 징계와 처분이 부당한지 아닌지를 가리는 곳이 교원소청심사위원회다. 정 교사는 지난해 11월 학교로부터 직위해제를 당한 뒤 처분이 부당하다며 심사를 요구했다.
학교 측이 이겼고, 정 교사가 졌다. 소청위원회는 "정 교사가 손가락에 침을 묻혀 (화장 한 학생들) 얼굴에 댄 사실이 있고, 이에 (학생들이) 찝찝하고 무시당하는 느낌, 막 대하는 느낌을 받았다고 진술"했는데 이것이 직위해제 사유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③ '아니오' 항목 없는 성추행 설문지
지난해 12월 학교는 특별조사팀을 꾸려 정 교사 성추행 여부를 조사했다.
학교는 지난해 11월 '학교 성추행 특별전수조사팀'을 구성했다. 12월에는 학생 4백 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를 했다.
최근 5년간 정 교사가 학생을 성추행이나 성희롱했는지를 묻는 설문이었다. 질문은 오직 한 사람, 정 교사를 겨냥했다.
설문의 공정성에 의심을 품게 하는 것은 답변 항목이다. 각각의 성추행 사례에 대한 답을 "경험한 적 있다", "본 적 있다", "들은 적 있다" 3가지 중 1가지를 고르게 구성해놨다. "모른다"나 "아니오"라는 항목은 아예 없었다. 설문에 응한 학생 가운데 일부는 "학교 측을 대변하는 한 교사의 말을 듣고 어쩔 수 없이 (성추행) 피해 진술을 했다"고 밝혔다.
④ 교원능력개발평가 중 학생만족도 조사(2012년~2016년)
교원평가 학생만족도 조사 사본 일부다. 학교 측은 2012년부터 정 교사가 학생 성추행으로 물의를 빚었다고 주장했다.
학교 측은 정 교사가 학생들을 수년간 성추행했다고 주장한다. 근거는 매년 학생들이 인터넷에서 작성하는 교원능력개발평가 중 학생만족도 조사다. 학생이 익명으로 교사 평가를 할 수 있는 시스템이다.
학생만족도 조사에서 "뽀뽀가 부담스럽다", "깨물지 말아요. 아파요" 같은 학생들의 진술이 있다고 학교 측은 설명한다. 학교측은 절대 조작할 수 없는 증거로, 현재 CD로 보관 중인 자료라고 덧붙였다. 또 "정 교사가 여교사가 아니라 남교사였다면 당장 구속될 일"이라고 했다.
진술이 사실일 경우 성추행 소지가 있어 보이지만 만약 사실이 아니거나 과장된 것이라면 제보자인 교사의 입장은 억울할 수 밖에 없는 사안이다. 학교 측은 정 교사의 교원평가와 다른 선생님들에 대한 평가를 비교해보자는 취재진 제안에는 응하지 않았다.
현재 학교 측은 다른 성추행 피해 학생들을 찾아내 서울 관악경찰서에 수사를 의뢰한 상태다.
정 교사는 공익제보자로서 부당한 처우를 받지 않도록 해달라며 공익제보자 등록을 했고 지난주에 공익제보자로 인정을 받았다. 현재 서울시 교육청은 정 교사에 대한 학교측의 조치가 적법한 것인지 조사 중이다.
[연관 기사] [뉴스9] [단독] 사학비리 적발됐지만…설립자 ‘건재’, 제보 교사는 ‘파면’
학교의 문제제기에 앞서 이 학교와 재단은 서울시 교육청으로부터 감사를 받았다. 그리고 지난해 8월 교육청은 교장을 파면하라는 처분을 내렸다. 감사결과 횡령·배임·가족에게 일감 몰아주기 등 교비 10억 7천여만 원을 불법 집행한 사실이 확인됐기 때문이다.
그런데 교장은 교육청의 파면 요구가 있은지 반년이 지나고도 현직에 그대로 남아있다.
교육청의 처분요구는 말 그대로 요구일뿐, 실제 징계 수위를 정하는 건 학교 징계위원회다. 불합리해 보일 수 있지만 현재 사립학교법상으로는 그렇다.
취재해보니 비리 당사자로 지목된 이 학교 교장은 재단 설립자였다. 이 때문이었을까? 비리사실이 드러난 사학재단은 교장과 교사의 '파면'을 다루는 방식이 확연히 달랐다.
요구는 '요구일 뿐'?

교육청은 감사에서 이 학교 비리가 설립자 일가의 이익과 밀접히 닿아있다고 판단했다.
설립자인 교장의 딸은 '방과후학교' 위탁계약을 독점했다. 학교장 직계 존·비속이나 배우자와는 영리 계약을 할 수 없다는 지침을 위반했다.
아들은 급식 때 쓸 김치를 학교에 납품해 이익을 얻었다. 아들이 운영한다는 영농조합 주소는 학교법인 명의 부동산이다. 역시 불법이다.
설립자 남편인 재단이사는 출판사를 운영한다. 이 출판사는 학교 내 창고에 폐자재와 도서를 쌓아둔 뒤 학생 교육을 위한 '사료(史料)관'이라고 우겨 학교로부터 돈을 챙겼다. 남편은 법인 명의로 된 차를 자신의 차처럼 사용했다.
이런 사실을 교육청에 알린 건 다름 아닌 이 학교 교사 정 모 교사였다.
학교측은 교육청 감사 뒤인 지난해 9월 정 교사를 직위해제했다. 정 교사는 이 처분이 파면을 위한 사전 조치라고 주장했고 실제 3개월 뒤 파면이 됐다.
교육청은 정 교사에 대한 인사조치가 부당하다고 판단되면 그 즉시 학교 법인에 철회를 요구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 경우에도 요구는 '요구일 뿐'이다. 학교장 파면 요구조차 실행하지 않고 있는 게 이 학교 법인이다. 임원 자격이 취소된 남편 역시 이사직을 유지하고 있다. 정 교사는 최악의 경우 복직을 위해 몇 년간 법적 투쟁을 해야 하는 처지에 몰렸다.
교육청이 이런 학교에 불이익을 줄 수 있는 방법은 제한적이다. 이른바 '사학의 자율성'이 '법령에 근거한 처분'보다 앞선다고 전문가들은 설명한다.
"성추행범이다" Vs. "공익제보자다"

"정 교사는 공익제보자가 아닙니다. 성추행 문제를 덮으려고 학교 비리를 제보한 거예요. 곧이 곧대로 믿으면 안 됩니다."
학교 측은 2016년 말 정 교사 성추행 문제가 불거졌다고 설명한다. 성추행 조사로 압박을 받자 지난해 7월 학교 비리를 교육청에 알렸다는 것이다. 학교는 학생 십수 명이 정 교사로부터 강제 추행을 당했다고 주장한다.
"학교 측 자료는 조작됐습니다. 공익제보의 신빙성을 떨어뜨리기 위해 신고자인 저를 공격하는 겁니다."
정 교사는 학교가 학생들을 협박, 회유해 진술을 조작했다고 주장한다. 정 교사 자신도 2년 전 학교로부터 동료 교사의 행실을 문제 삼는 경위서를 쓸 것을 요구받았다고 한다. 학교가 이 동료 교사를 해임하려 거짓 진술을 강요했다는 것이다. 해당 교사는 결국 학교를 떠났다.
[생각해 봅시다] 진실은?
정 교사가 실제 성추행을 저질렀는지 아닌지를 가늠할 수 있는 몇 가지 증거가 있다.
① 검찰의 '불기소 결정서'

학교는 지난해 교육청 감사를 받은 뒤 정 교사 비위를 본격적으로 조사했다. 그리고 성추행을 문제 삼아 고발을 했다.
하지만 검찰은 지난해 9월 정 교사에 대해 성추행 혐의가 없다고 봤다. 피해자로 지목된 학생들의 진술이 일치하지 않고, 정 교사의 행동에 고의가 없었다는 게 불기소 결정의 이유다.
② 소청심사위의 '직위해제 처분 취소청구' 기각

교사에 내려진 징계와 처분이 부당한지 아닌지를 가리는 곳이 교원소청심사위원회다. 정 교사는 지난해 11월 학교로부터 직위해제를 당한 뒤 처분이 부당하다며 심사를 요구했다.
학교 측이 이겼고, 정 교사가 졌다. 소청위원회는 "정 교사가 손가락에 침을 묻혀 (화장 한 학생들) 얼굴에 댄 사실이 있고, 이에 (학생들이) 찝찝하고 무시당하는 느낌, 막 대하는 느낌을 받았다고 진술"했는데 이것이 직위해제 사유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③ '아니오' 항목 없는 성추행 설문지

학교는 지난해 11월 '학교 성추행 특별전수조사팀'을 구성했다. 12월에는 학생 4백 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를 했다.
최근 5년간 정 교사가 학생을 성추행이나 성희롱했는지를 묻는 설문이었다. 질문은 오직 한 사람, 정 교사를 겨냥했다.
설문의 공정성에 의심을 품게 하는 것은 답변 항목이다. 각각의 성추행 사례에 대한 답을 "경험한 적 있다", "본 적 있다", "들은 적 있다" 3가지 중 1가지를 고르게 구성해놨다. "모른다"나 "아니오"라는 항목은 아예 없었다. 설문에 응한 학생 가운데 일부는 "학교 측을 대변하는 한 교사의 말을 듣고 어쩔 수 없이 (성추행) 피해 진술을 했다"고 밝혔다.
④ 교원능력개발평가 중 학생만족도 조사(2012년~2016년)

학교 측은 정 교사가 학생들을 수년간 성추행했다고 주장한다. 근거는 매년 학생들이 인터넷에서 작성하는 교원능력개발평가 중 학생만족도 조사다. 학생이 익명으로 교사 평가를 할 수 있는 시스템이다.
학생만족도 조사에서 "뽀뽀가 부담스럽다", "깨물지 말아요. 아파요" 같은 학생들의 진술이 있다고 학교 측은 설명한다. 학교측은 절대 조작할 수 없는 증거로, 현재 CD로 보관 중인 자료라고 덧붙였다. 또 "정 교사가 여교사가 아니라 남교사였다면 당장 구속될 일"이라고 했다.
진술이 사실일 경우 성추행 소지가 있어 보이지만 만약 사실이 아니거나 과장된 것이라면 제보자인 교사의 입장은 억울할 수 밖에 없는 사안이다. 학교 측은 정 교사의 교원평가와 다른 선생님들에 대한 평가를 비교해보자는 취재진 제안에는 응하지 않았다.
현재 학교 측은 다른 성추행 피해 학생들을 찾아내 서울 관악경찰서에 수사를 의뢰한 상태다.
정 교사는 공익제보자로서 부당한 처우를 받지 않도록 해달라며 공익제보자 등록을 했고 지난주에 공익제보자로 인정을 받았다. 현재 서울시 교육청은 정 교사에 대한 학교측의 조치가 적법한 것인지 조사 중이다.
[연관 기사] [뉴스9] [단독] 사학비리 적발됐지만…설립자 ‘건재’, 제보 교사는 ‘파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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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취재후] 비리 사학이 ‘파면’을 다루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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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2018-03-03 10:19:54
- 수정2018-03-03 15:17:02
한 사립학교 교사가 파면됐다. 학교는 성추행·명예훼손·비밀누설 등을 문제 삼았다. 학교측의 집요한 문제제기 그리고 파면결정까지 4개월이 걸렸다.
학교의 문제제기에 앞서 이 학교와 재단은 서울시 교육청으로부터 감사를 받았다. 그리고 지난해 8월 교육청은 교장을 파면하라는 처분을 내렸다. 감사결과 횡령·배임·가족에게 일감 몰아주기 등 교비 10억 7천여만 원을 불법 집행한 사실이 확인됐기 때문이다.
그런데 교장은 교육청의 파면 요구가 있은지 반년이 지나고도 현직에 그대로 남아있다.
교육청의 처분요구는 말 그대로 요구일뿐, 실제 징계 수위를 정하는 건 학교 징계위원회다. 불합리해 보일 수 있지만 현재 사립학교법상으로는 그렇다.
취재해보니 비리 당사자로 지목된 이 학교 교장은 재단 설립자였다. 이 때문이었을까? 비리사실이 드러난 사학재단은 교장과 교사의 '파면'을 다루는 방식이 확연히 달랐다.
요구는 '요구일 뿐'?

교육청은 감사에서 이 학교 비리가 설립자 일가의 이익과 밀접히 닿아있다고 판단했다.
설립자인 교장의 딸은 '방과후학교' 위탁계약을 독점했다. 학교장 직계 존·비속이나 배우자와는 영리 계약을 할 수 없다는 지침을 위반했다.
아들은 급식 때 쓸 김치를 학교에 납품해 이익을 얻었다. 아들이 운영한다는 영농조합 주소는 학교법인 명의 부동산이다. 역시 불법이다.
설립자 남편인 재단이사는 출판사를 운영한다. 이 출판사는 학교 내 창고에 폐자재와 도서를 쌓아둔 뒤 학생 교육을 위한 '사료(史料)관'이라고 우겨 학교로부터 돈을 챙겼다. 남편은 법인 명의로 된 차를 자신의 차처럼 사용했다.
이런 사실을 교육청에 알린 건 다름 아닌 이 학교 교사 정 모 교사였다.
학교측은 교육청 감사 뒤인 지난해 9월 정 교사를 직위해제했다. 정 교사는 이 처분이 파면을 위한 사전 조치라고 주장했고 실제 3개월 뒤 파면이 됐다.
교육청은 정 교사에 대한 인사조치가 부당하다고 판단되면 그 즉시 학교 법인에 철회를 요구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 경우에도 요구는 '요구일 뿐'이다. 학교장 파면 요구조차 실행하지 않고 있는 게 이 학교 법인이다. 임원 자격이 취소된 남편 역시 이사직을 유지하고 있다. 정 교사는 최악의 경우 복직을 위해 몇 년간 법적 투쟁을 해야 하는 처지에 몰렸다.
교육청이 이런 학교에 불이익을 줄 수 있는 방법은 제한적이다. 이른바 '사학의 자율성'이 '법령에 근거한 처분'보다 앞선다고 전문가들은 설명한다.
"성추행범이다" Vs. "공익제보자다"

"정 교사는 공익제보자가 아닙니다. 성추행 문제를 덮으려고 학교 비리를 제보한 거예요. 곧이 곧대로 믿으면 안 됩니다."
학교 측은 2016년 말 정 교사 성추행 문제가 불거졌다고 설명한다. 성추행 조사로 압박을 받자 지난해 7월 학교 비리를 교육청에 알렸다는 것이다. 학교는 학생 십수 명이 정 교사로부터 강제 추행을 당했다고 주장한다.
"학교 측 자료는 조작됐습니다. 공익제보의 신빙성을 떨어뜨리기 위해 신고자인 저를 공격하는 겁니다."
정 교사는 학교가 학생들을 협박, 회유해 진술을 조작했다고 주장한다. 정 교사 자신도 2년 전 학교로부터 동료 교사의 행실을 문제 삼는 경위서를 쓸 것을 요구받았다고 한다. 학교가 이 동료 교사를 해임하려 거짓 진술을 강요했다는 것이다. 해당 교사는 결국 학교를 떠났다.
[생각해 봅시다] 진실은?
정 교사가 실제 성추행을 저질렀는지 아닌지를 가늠할 수 있는 몇 가지 증거가 있다.
① 검찰의 '불기소 결정서'

학교는 지난해 교육청 감사를 받은 뒤 정 교사 비위를 본격적으로 조사했다. 그리고 성추행을 문제 삼아 고발을 했다.
하지만 검찰은 지난해 9월 정 교사에 대해 성추행 혐의가 없다고 봤다. 피해자로 지목된 학생들의 진술이 일치하지 않고, 정 교사의 행동에 고의가 없었다는 게 불기소 결정의 이유다.
② 소청심사위의 '직위해제 처분 취소청구' 기각

교사에 내려진 징계와 처분이 부당한지 아닌지를 가리는 곳이 교원소청심사위원회다. 정 교사는 지난해 11월 학교로부터 직위해제를 당한 뒤 처분이 부당하다며 심사를 요구했다.
학교 측이 이겼고, 정 교사가 졌다. 소청위원회는 "정 교사가 손가락에 침을 묻혀 (화장 한 학생들) 얼굴에 댄 사실이 있고, 이에 (학생들이) 찝찝하고 무시당하는 느낌, 막 대하는 느낌을 받았다고 진술"했는데 이것이 직위해제 사유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③ '아니오' 항목 없는 성추행 설문지

학교는 지난해 11월 '학교 성추행 특별전수조사팀'을 구성했다. 12월에는 학생 4백 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를 했다.
최근 5년간 정 교사가 학생을 성추행이나 성희롱했는지를 묻는 설문이었다. 질문은 오직 한 사람, 정 교사를 겨냥했다.
설문의 공정성에 의심을 품게 하는 것은 답변 항목이다. 각각의 성추행 사례에 대한 답을 "경험한 적 있다", "본 적 있다", "들은 적 있다" 3가지 중 1가지를 고르게 구성해놨다. "모른다"나 "아니오"라는 항목은 아예 없었다. 설문에 응한 학생 가운데 일부는 "학교 측을 대변하는 한 교사의 말을 듣고 어쩔 수 없이 (성추행) 피해 진술을 했다"고 밝혔다.
④ 교원능력개발평가 중 학생만족도 조사(2012년~2016년)

학교 측은 정 교사가 학생들을 수년간 성추행했다고 주장한다. 근거는 매년 학생들이 인터넷에서 작성하는 교원능력개발평가 중 학생만족도 조사다. 학생이 익명으로 교사 평가를 할 수 있는 시스템이다.
학생만족도 조사에서 "뽀뽀가 부담스럽다", "깨물지 말아요. 아파요" 같은 학생들의 진술이 있다고 학교 측은 설명한다. 학교측은 절대 조작할 수 없는 증거로, 현재 CD로 보관 중인 자료라고 덧붙였다. 또 "정 교사가 여교사가 아니라 남교사였다면 당장 구속될 일"이라고 했다.
진술이 사실일 경우 성추행 소지가 있어 보이지만 만약 사실이 아니거나 과장된 것이라면 제보자인 교사의 입장은 억울할 수 밖에 없는 사안이다. 학교 측은 정 교사의 교원평가와 다른 선생님들에 대한 평가를 비교해보자는 취재진 제안에는 응하지 않았다.
현재 학교 측은 다른 성추행 피해 학생들을 찾아내 서울 관악경찰서에 수사를 의뢰한 상태다.
정 교사는 공익제보자로서 부당한 처우를 받지 않도록 해달라며 공익제보자 등록을 했고 지난주에 공익제보자로 인정을 받았다. 현재 서울시 교육청은 정 교사에 대한 학교측의 조치가 적법한 것인지 조사 중이다.
[연관 기사] [뉴스9] [단독] 사학비리 적발됐지만…설립자 ‘건재’, 제보 교사는 ‘파면’
학교의 문제제기에 앞서 이 학교와 재단은 서울시 교육청으로부터 감사를 받았다. 그리고 지난해 8월 교육청은 교장을 파면하라는 처분을 내렸다. 감사결과 횡령·배임·가족에게 일감 몰아주기 등 교비 10억 7천여만 원을 불법 집행한 사실이 확인됐기 때문이다.
그런데 교장은 교육청의 파면 요구가 있은지 반년이 지나고도 현직에 그대로 남아있다.
교육청의 처분요구는 말 그대로 요구일뿐, 실제 징계 수위를 정하는 건 학교 징계위원회다. 불합리해 보일 수 있지만 현재 사립학교법상으로는 그렇다.
취재해보니 비리 당사자로 지목된 이 학교 교장은 재단 설립자였다. 이 때문이었을까? 비리사실이 드러난 사학재단은 교장과 교사의 '파면'을 다루는 방식이 확연히 달랐다.
요구는 '요구일 뿐'?

교육청은 감사에서 이 학교 비리가 설립자 일가의 이익과 밀접히 닿아있다고 판단했다.
설립자인 교장의 딸은 '방과후학교' 위탁계약을 독점했다. 학교장 직계 존·비속이나 배우자와는 영리 계약을 할 수 없다는 지침을 위반했다.
아들은 급식 때 쓸 김치를 학교에 납품해 이익을 얻었다. 아들이 운영한다는 영농조합 주소는 학교법인 명의 부동산이다. 역시 불법이다.
설립자 남편인 재단이사는 출판사를 운영한다. 이 출판사는 학교 내 창고에 폐자재와 도서를 쌓아둔 뒤 학생 교육을 위한 '사료(史料)관'이라고 우겨 학교로부터 돈을 챙겼다. 남편은 법인 명의로 된 차를 자신의 차처럼 사용했다.
이런 사실을 교육청에 알린 건 다름 아닌 이 학교 교사 정 모 교사였다.
학교측은 교육청 감사 뒤인 지난해 9월 정 교사를 직위해제했다. 정 교사는 이 처분이 파면을 위한 사전 조치라고 주장했고 실제 3개월 뒤 파면이 됐다.
교육청은 정 교사에 대한 인사조치가 부당하다고 판단되면 그 즉시 학교 법인에 철회를 요구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 경우에도 요구는 '요구일 뿐'이다. 학교장 파면 요구조차 실행하지 않고 있는 게 이 학교 법인이다. 임원 자격이 취소된 남편 역시 이사직을 유지하고 있다. 정 교사는 최악의 경우 복직을 위해 몇 년간 법적 투쟁을 해야 하는 처지에 몰렸다.
교육청이 이런 학교에 불이익을 줄 수 있는 방법은 제한적이다. 이른바 '사학의 자율성'이 '법령에 근거한 처분'보다 앞선다고 전문가들은 설명한다.
"성추행범이다" Vs. "공익제보자다"

"정 교사는 공익제보자가 아닙니다. 성추행 문제를 덮으려고 학교 비리를 제보한 거예요. 곧이 곧대로 믿으면 안 됩니다."
학교 측은 2016년 말 정 교사 성추행 문제가 불거졌다고 설명한다. 성추행 조사로 압박을 받자 지난해 7월 학교 비리를 교육청에 알렸다는 것이다. 학교는 학생 십수 명이 정 교사로부터 강제 추행을 당했다고 주장한다.
"학교 측 자료는 조작됐습니다. 공익제보의 신빙성을 떨어뜨리기 위해 신고자인 저를 공격하는 겁니다."
정 교사는 학교가 학생들을 협박, 회유해 진술을 조작했다고 주장한다. 정 교사 자신도 2년 전 학교로부터 동료 교사의 행실을 문제 삼는 경위서를 쓸 것을 요구받았다고 한다. 학교가 이 동료 교사를 해임하려 거짓 진술을 강요했다는 것이다. 해당 교사는 결국 학교를 떠났다.
[생각해 봅시다] 진실은?
정 교사가 실제 성추행을 저질렀는지 아닌지를 가늠할 수 있는 몇 가지 증거가 있다.
① 검찰의 '불기소 결정서'

학교는 지난해 교육청 감사를 받은 뒤 정 교사 비위를 본격적으로 조사했다. 그리고 성추행을 문제 삼아 고발을 했다.
하지만 검찰은 지난해 9월 정 교사에 대해 성추행 혐의가 없다고 봤다. 피해자로 지목된 학생들의 진술이 일치하지 않고, 정 교사의 행동에 고의가 없었다는 게 불기소 결정의 이유다.
② 소청심사위의 '직위해제 처분 취소청구' 기각

교사에 내려진 징계와 처분이 부당한지 아닌지를 가리는 곳이 교원소청심사위원회다. 정 교사는 지난해 11월 학교로부터 직위해제를 당한 뒤 처분이 부당하다며 심사를 요구했다.
학교 측이 이겼고, 정 교사가 졌다. 소청위원회는 "정 교사가 손가락에 침을 묻혀 (화장 한 학생들) 얼굴에 댄 사실이 있고, 이에 (학생들이) 찝찝하고 무시당하는 느낌, 막 대하는 느낌을 받았다고 진술"했는데 이것이 직위해제 사유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③ '아니오' 항목 없는 성추행 설문지

학교는 지난해 11월 '학교 성추행 특별전수조사팀'을 구성했다. 12월에는 학생 4백 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를 했다.
최근 5년간 정 교사가 학생을 성추행이나 성희롱했는지를 묻는 설문이었다. 질문은 오직 한 사람, 정 교사를 겨냥했다.
설문의 공정성에 의심을 품게 하는 것은 답변 항목이다. 각각의 성추행 사례에 대한 답을 "경험한 적 있다", "본 적 있다", "들은 적 있다" 3가지 중 1가지를 고르게 구성해놨다. "모른다"나 "아니오"라는 항목은 아예 없었다. 설문에 응한 학생 가운데 일부는 "학교 측을 대변하는 한 교사의 말을 듣고 어쩔 수 없이 (성추행) 피해 진술을 했다"고 밝혔다.
④ 교원능력개발평가 중 학생만족도 조사(2012년~2016년)

학교 측은 정 교사가 학생들을 수년간 성추행했다고 주장한다. 근거는 매년 학생들이 인터넷에서 작성하는 교원능력개발평가 중 학생만족도 조사다. 학생이 익명으로 교사 평가를 할 수 있는 시스템이다.
학생만족도 조사에서 "뽀뽀가 부담스럽다", "깨물지 말아요. 아파요" 같은 학생들의 진술이 있다고 학교 측은 설명한다. 학교측은 절대 조작할 수 없는 증거로, 현재 CD로 보관 중인 자료라고 덧붙였다. 또 "정 교사가 여교사가 아니라 남교사였다면 당장 구속될 일"이라고 했다.
진술이 사실일 경우 성추행 소지가 있어 보이지만 만약 사실이 아니거나 과장된 것이라면 제보자인 교사의 입장은 억울할 수 밖에 없는 사안이다. 학교 측은 정 교사의 교원평가와 다른 선생님들에 대한 평가를 비교해보자는 취재진 제안에는 응하지 않았다.
현재 학교 측은 다른 성추행 피해 학생들을 찾아내 서울 관악경찰서에 수사를 의뢰한 상태다.
정 교사는 공익제보자로서 부당한 처우를 받지 않도록 해달라며 공익제보자 등록을 했고 지난주에 공익제보자로 인정을 받았다. 현재 서울시 교육청은 정 교사에 대한 학교측의 조치가 적법한 것인지 조사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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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덕훈 기자 standby@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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