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후] “18개월 군복무, 언제부터 가능?”…머리 싸맨 국방부 속 사정 보니

입력 2018.03.18 (11:51) 수정 2018.03.19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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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후] “18개월 군복무, 언제부터 가능?”…머리 싸맨 국방부 속 사정 보니

[취재후] “18개월 군복무, 언제부터 가능?”…머리 싸맨 국방부 속 사정 보니

군 복무 기간 단축을 놓고 이래저래 시끄럽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으로 발표된 지 1년이 다 돼가는데, 그 윤곽조차 나오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언제 하겠다는 건지, 어떻게 하겠다는 건지 입대 예정자와 그 부모들은 혼란스럽기만 합니다.

국방부도 시름이 깊은 건 마찬가집니다. 복무 기간 단축이라는 게 무 자르듯 단순한 작업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군 복무 기간 단축은 군 구조 개혁과 국방 예산, 나아가 작전 개념과도 무관치 않은 고차원 방정식이라 할 수 있습니다. 국민들이 '안보 불안'을 느낄 것이란 걱정도 앞섭니다. 국방부 고위관계자에게 물었더니 "시행 시기를 두고 이견이 있어 아직 결정 못 했다", "부서별 입장이 조율 안 됐다"는 답이 돌아왔습니다.

국방부는 이르면 3월 말 최종안을 내놓겠다는 입장인데, 일각에서는 더 늦어질 것이란 우려도 제기됩니다. 복무 기간 단축, 그 해법이 명쾌하게 나오기 어려운 이유를 분석해 봤습니다.

'단계적 감축'은 불가피한 선택

우선 국방부를 가장 고민스럽게 하는 건 전력 공백 문제입니다. 만일 특정 시점에 복무 기간 18개월을 일괄 적용한다면 병력 수급에 차질을 빚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박근혜 정부도 똑같은 공약을 내걸었지만, 병무청이 난색을 보이면서 없던 일이 됐습니다.

그래서 택한 게 '단계적 단축' 방안입니다. 국방부는 올 1월 합동 업무보고에서 현 정부 임기 내인 2022년까지 '단계적으로' 18개월로 줄이겠다고 밝혔습니다. 이미 복무 중인 병사들에게도 혜택을 주면서 조금씩 줄여나가는 방안이 유력해 보입니다.

'첫 18개월 복무자' 배출까지 수 년 걸릴 듯

100% 가정 아래 '단계적 단축'의 예를 하나 들어보겠습니다. 우선 곧 제대할 복무자들 그러니까 2016년 6월 중순 입대자부터 2주 단위로 묶어 보겠습니다. 그리고 2주에 하루씩 일찍 제대를 시킨다고 가정해 보겠습니다. 첫 수혜자는 하루 일찍 내보내고, 2주 뒤 입대자들은 이틀 일찍 내보내고, 4주 뒤 입대자들은 사흘 일찍 보내고, 이런 식입니다. 이렇게 1년 기간을 돌리면 2017년 6월 입대자는 27일 일찍 제대하게 됩니다.

그런데 단축 목표는 92일(3개월) 줄이기입니다. 입대 시점 기준으로 1년 기간 동안 27일이 준다면 92일 치를 줄이는 데는 3년 5개월 기간이 필요합니다. 그렇다면 '첫 18개월 복무자'가 입대하는 시점을 계산할 수 있습니다. 첫 수혜자 입대 시점이 2016년 6월이었으니까 여기에 3년 5개월을 더하면 됩니다. 2020년 초라는 계산이 나오는데, 결국 당장 단계적 단축에 들어가더라도 2년 정도 지나야 첫 18개월 복무자가 나온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따라서 현 정부 임기 내에 첫 '18개월 복무자'가 입대하려면 늦어도 2020년 이전에 시행에 들어가야 한다는 추정이 가능합니다. 물론 2주에 하루씩 줄인다는 가정하에서 말입니다. 국방부는 어떤 방식으로 줄일지 아직 결정된 바 없다고 밝혔습니다. 당장 시작하더라도 공약 이행까지 몇 년이 걸릴지는 알 수 없는 상황입니다.

"입영 적체 해소해야" VS "軍 구조 개편이 우선"

복무 기간 단축 이행 속도를 두고, 국방부 내에서는 크게 두 가지 의견이 대립하고 있습니다. 우선 서둘러야 한다는 주장입니다. 더 늦췄다가는 청년들의 사회 진출의 발목을 잡고 있는 '입영 적체'가 더 심각해진다는 견해입니다.

입영 적체는 지난 2015년 최악으로 치달았습니다. 당시 입대하지 못하고 대기하던 입영 적체자가 5만 2천 명에 이르렀습니다. 이후 사회복무요원 판정 기준을 낮추는 방식으로 적체를 해소했는데, 이번엔 사회복무요원들의 적체 현상이 불거졌습니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사회복무요원 5만 명이 복무를 시작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반면 조기 시행을 부정적으로 보는 시각도 분명합니다. 복무 기간 단축 전에 군 구조 개혁을 어느 정도 마무리해야 한다는 주장입니다. 이른바 '표범처럼 날쌘 군'을 만들어 놓고 그에 맞춰 병력을 줄여야 전력 공백 우려와 안보 불안을 털어낼 수 있다는 것입니다. 국방부가 지난 14일 "복무 기간 감축은 군 정예화를 위한 전투력 강화와 병행하겠다"고 밝힌 것도 이런 맥락으로 풀이됩니다.

현 정부 임기 내 '18개월 복무자' 나올까?

현재로선 군 복무 기간을 언제부터 줄여나가기 시작할지, 그리고 언제부터 18개월을 적용할지 아직 알 수 없습니다. 확실한 건 국방부가 임기 내 시작을 공언했다는 점뿐입니다. 국방부는 "임기 중 병 복무 기간 단축은 시행될 것이며 가능한 한 임기 내에 완료하는 것을 목표로 적극적으로 다양한 방안들을 검토하고 있다"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단계적 감축' 방식에 따르면 첫 18개월 복무자가 나오기까지 수 년이 걸릴 수 있다는 게 걱정입니다. 그래서 지나치게 늦게 시작한다면 대통령 공약의 임기 내 완료에 차질을 빚을 수도 있습니다. 국방부가 염두에 두지 않을 수 없는 또 다른 걱정거리인 셈입니다.

KBS 취재 결과 국방부 고위 관계자는 "올해는 여건상 복무 기간 감축을 시작하기 어렵다"고 밝혔습니다. 이대로 결론 난다면 최소한 올해 제대하는 복무자들은 복무 기간 단축 혜택을 받지 못한다는 얘기입니다. 그리고 첫 18개월 복무자가 나오는 시기도 2021년 이후라고 추정할 수 있습니다.

현 정부 임기 내라는 제한된 시간 속에서 '군구조 개편', '입영 적체', '안보 불안'이 한데 얽힌 고차원 방정식을 국방부가 어떻게 풀어나갈지 주목됩니다.

[단독] 연내 ‘군 복무 단축’ 불발…18개월 단축도 불투명 (2018.0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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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취재후] “18개월 군복무, 언제부터 가능?”…머리 싸맨 국방부 속 사정 보니
    • 입력 2018-03-18 11:51:19
    • 수정2018-03-19 08:30:18
    취재후·사건후
군 복무 기간 단축을 놓고 이래저래 시끄럽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으로 발표된 지 1년이 다 돼가는데, 그 윤곽조차 나오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언제 하겠다는 건지, 어떻게 하겠다는 건지 입대 예정자와 그 부모들은 혼란스럽기만 합니다.

국방부도 시름이 깊은 건 마찬가집니다. 복무 기간 단축이라는 게 무 자르듯 단순한 작업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군 복무 기간 단축은 군 구조 개혁과 국방 예산, 나아가 작전 개념과도 무관치 않은 고차원 방정식이라 할 수 있습니다. 국민들이 '안보 불안'을 느낄 것이란 걱정도 앞섭니다. 국방부 고위관계자에게 물었더니 "시행 시기를 두고 이견이 있어 아직 결정 못 했다", "부서별 입장이 조율 안 됐다"는 답이 돌아왔습니다.

국방부는 이르면 3월 말 최종안을 내놓겠다는 입장인데, 일각에서는 더 늦어질 것이란 우려도 제기됩니다. 복무 기간 단축, 그 해법이 명쾌하게 나오기 어려운 이유를 분석해 봤습니다.

'단계적 감축'은 불가피한 선택

우선 국방부를 가장 고민스럽게 하는 건 전력 공백 문제입니다. 만일 특정 시점에 복무 기간 18개월을 일괄 적용한다면 병력 수급에 차질을 빚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박근혜 정부도 똑같은 공약을 내걸었지만, 병무청이 난색을 보이면서 없던 일이 됐습니다.

그래서 택한 게 '단계적 단축' 방안입니다. 국방부는 올 1월 합동 업무보고에서 현 정부 임기 내인 2022년까지 '단계적으로' 18개월로 줄이겠다고 밝혔습니다. 이미 복무 중인 병사들에게도 혜택을 주면서 조금씩 줄여나가는 방안이 유력해 보입니다.

'첫 18개월 복무자' 배출까지 수 년 걸릴 듯

100% 가정 아래 '단계적 단축'의 예를 하나 들어보겠습니다. 우선 곧 제대할 복무자들 그러니까 2016년 6월 중순 입대자부터 2주 단위로 묶어 보겠습니다. 그리고 2주에 하루씩 일찍 제대를 시킨다고 가정해 보겠습니다. 첫 수혜자는 하루 일찍 내보내고, 2주 뒤 입대자들은 이틀 일찍 내보내고, 4주 뒤 입대자들은 사흘 일찍 보내고, 이런 식입니다. 이렇게 1년 기간을 돌리면 2017년 6월 입대자는 27일 일찍 제대하게 됩니다.

그런데 단축 목표는 92일(3개월) 줄이기입니다. 입대 시점 기준으로 1년 기간 동안 27일이 준다면 92일 치를 줄이는 데는 3년 5개월 기간이 필요합니다. 그렇다면 '첫 18개월 복무자'가 입대하는 시점을 계산할 수 있습니다. 첫 수혜자 입대 시점이 2016년 6월이었으니까 여기에 3년 5개월을 더하면 됩니다. 2020년 초라는 계산이 나오는데, 결국 당장 단계적 단축에 들어가더라도 2년 정도 지나야 첫 18개월 복무자가 나온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따라서 현 정부 임기 내에 첫 '18개월 복무자'가 입대하려면 늦어도 2020년 이전에 시행에 들어가야 한다는 추정이 가능합니다. 물론 2주에 하루씩 줄인다는 가정하에서 말입니다. 국방부는 어떤 방식으로 줄일지 아직 결정된 바 없다고 밝혔습니다. 당장 시작하더라도 공약 이행까지 몇 년이 걸릴지는 알 수 없는 상황입니다.

"입영 적체 해소해야" VS "軍 구조 개편이 우선"

복무 기간 단축 이행 속도를 두고, 국방부 내에서는 크게 두 가지 의견이 대립하고 있습니다. 우선 서둘러야 한다는 주장입니다. 더 늦췄다가는 청년들의 사회 진출의 발목을 잡고 있는 '입영 적체'가 더 심각해진다는 견해입니다.

입영 적체는 지난 2015년 최악으로 치달았습니다. 당시 입대하지 못하고 대기하던 입영 적체자가 5만 2천 명에 이르렀습니다. 이후 사회복무요원 판정 기준을 낮추는 방식으로 적체를 해소했는데, 이번엔 사회복무요원들의 적체 현상이 불거졌습니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사회복무요원 5만 명이 복무를 시작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반면 조기 시행을 부정적으로 보는 시각도 분명합니다. 복무 기간 단축 전에 군 구조 개혁을 어느 정도 마무리해야 한다는 주장입니다. 이른바 '표범처럼 날쌘 군'을 만들어 놓고 그에 맞춰 병력을 줄여야 전력 공백 우려와 안보 불안을 털어낼 수 있다는 것입니다. 국방부가 지난 14일 "복무 기간 감축은 군 정예화를 위한 전투력 강화와 병행하겠다"고 밝힌 것도 이런 맥락으로 풀이됩니다.

현 정부 임기 내 '18개월 복무자' 나올까?

현재로선 군 복무 기간을 언제부터 줄여나가기 시작할지, 그리고 언제부터 18개월을 적용할지 아직 알 수 없습니다. 확실한 건 국방부가 임기 내 시작을 공언했다는 점뿐입니다. 국방부는 "임기 중 병 복무 기간 단축은 시행될 것이며 가능한 한 임기 내에 완료하는 것을 목표로 적극적으로 다양한 방안들을 검토하고 있다"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단계적 감축' 방식에 따르면 첫 18개월 복무자가 나오기까지 수 년이 걸릴 수 있다는 게 걱정입니다. 그래서 지나치게 늦게 시작한다면 대통령 공약의 임기 내 완료에 차질을 빚을 수도 있습니다. 국방부가 염두에 두지 않을 수 없는 또 다른 걱정거리인 셈입니다.

KBS 취재 결과 국방부 고위 관계자는 "올해는 여건상 복무 기간 감축을 시작하기 어렵다"고 밝혔습니다. 이대로 결론 난다면 최소한 올해 제대하는 복무자들은 복무 기간 단축 혜택을 받지 못한다는 얘기입니다. 그리고 첫 18개월 복무자가 나오는 시기도 2021년 이후라고 추정할 수 있습니다.

현 정부 임기 내라는 제한된 시간 속에서 '군구조 개편', '입영 적체', '안보 불안'이 한데 얽힌 고차원 방정식을 국방부가 어떻게 풀어나갈지 주목됩니다.

[단독] 연내 ‘군 복무 단축’ 불발…18개월 단축도 불투명 (2018.0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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