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왜 빠르게 침몰했나?…“수밀구역 모두 열려 있었다”

입력 2018.04.12 (21:22) 수정 2018.04.12 (2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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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2014년 4월 16일. 세월호 참사는 오전 8시 48분부터 시작됩니다.

배 바닥이 하늘을 향한 완전 전복 시점은 10시 17분, 길이 146미터, 배 무게만 7천 톤에 육박하는 대형 여객선이 불과 1시간여 만에 완전히 뒤집힌 겁니다.

침몰 원인 등 규명돼야할 사안들이 많지만 이렇게 큰 배가 왜 그렇게 짧은 시간에 침몰했는지도 반드시 밝혀내야 할 의혹입니다.

구조 실패 또는 구조 방기, 구조의 문제는 뒤로 하더라도, 빠른 침몰이 304명 사망이라는 대형 참사로 이어진 핵심 원인 중 하나이기 때문입니다.

KBS 특별취재팀이 인양된 선체의 사진들을 바탕으로 선체조사위 관계자들과 유족들을 상대로 취재한 결과, 빠른 침몰의 원인이 될 수 있는 몇 가지 정황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김민지 기자가 자세히 전해드립니다.

[리포트]

4년의 상처를 고스란히 간직한 채 누워 있는 세월호,

배 안으로 들어가자, 맨 아랫층 기관구역과 연결된 곳에 구멍처럼 보이는 곳.

[정성욱/4.16 가족협의회 인양분과장 : "여기도 마찬가지고 저 앞에 구멍, 저기도 막혀 있어야 하고 그런데 이런 구멍이 기관실까지 다 열려 있다는 거죠."]

대형배는 침몰해도, 중요 구역에 물이 새는 것을 막아주는 장치가 필요합니다.

바로 수밀 장치들인데, 이것들이 열려 있는 겁니다.

절대 물이 새면 안되는 맨 아랫층 기관 구역 수밀장치가 모두 열려 있었습니다.

바로 위 1층 화물칸의 해치 10개도 열려 있었습니다.

이 수밀장치들은 왜 열려있는걸까?

KBS가 입수한 이 사진, 조타실 내부의 수밀문 제어 장칩니다.

기관구역 수밀문은 이 버튼 하나로도 자동 폐쇄가 가능합니다.

문이 열렸는지를 보여주는 램프도 있어 누구든 쉽게 알 수 있습니다.

침몰 당시 이 조타실에는 선장과 선원 8명이 있었는데도 문은 닫히지 않았습니다.

[정성욱/4.16 가족협의회 인양분과장 : "왜 이렇게 열어놓고 다녔는지 관리감독하는 사람들은 제대로 확인했는지 책임은 반드시 물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검찰 수사와 재판 모두 세월호가 인양되기 이전에 모두 끝났습니다.

이젠 뭍에 올라온 세월호와, 선장, 선원들에 대한 추가 조사가 불가피한 상황입니다.

KBS 뉴스 김민지입니다.

[앵커]

이번엔 이세중 기자와 함께 자세한 얘기 나눠보겠습니다.

이 기자, 올해 초 네덜란드에서 진행된 모형 배 실험에 동행 취재를 했죠?

[기자]

네, 네덜란드의 마린이라는 해양연구소에서 세차례 실험이 진행됐는데, 이 가운데 침수 속도를 검증하는 2차 실험을 현지에서 취재했습니다.

[앵커]

침수 속도가 중요한 규명 과제였다는 얘긴데, 실험은 어떻게 진행됐나요?

[기자]

네, 세월호 내부와 똑같이 만든 모형 배를 직접 침몰 시키면서 물이 들어오는 과정을 확인하는 실험이었습니다.

일단 실험은 배의 맨 아랫층, 기관구역인 E데크와 1층 화물칸 D데크에 있는 수밀 장치들을 열었다 닫았다하며 진행됐습니다.

실험 결과를 보니, 일단 최초 침수는 2층 화물칸 C데크의 깨진 창문에서 시작됐습니다.

또 이 창문들 위에 있는 통풍구, 맨 아랫층 기관구역으로 연결된 이 통풍구로 물이 흘러 들어가면서 기관구역까지 잠기게 된 겁니다.

차가 드나드는 선미램프 등에서 침수가 시작됐다는 당시 검찰수사결과와는 다른 내용입니다.

[앵커]

그렇다면 이 수밀장치들이 침몰 직후 바닥에 부딪히면서, 혹은 인양될 때 열렸을 가능성은 없는 건가요?

[기자]

앞서 설명해드린 배 맨 아랫층 기관구역은 절대로 물이 새면 안되는, 특별 관리 구역입니다.

그래서 여기엔 맨홀이나 수밀문 같은 수밀장치들이 여러 개 있는데요,

일단 맨홀의 경우엔 통로가 아니어서 장비가 없으면 열 수 없도록 단단히 밀폐돼 있는 곳입니다.

수밀문도 비슷합니다.

이런 수밀장치는 한번 닫히면 다시 여는 게 쉽지 않아 사고 당시부터 열려 있었다고 보는 게 합리적입니다.

다만 1층 화물칸과 맨 아랫층 기관구역을 수직으로 연결하는 해치의 경우, 사고 이후 열렸을 가능성이 남아 있어 추가 조사가 이뤄지고 있습니다.

[앵커]

그렇다면 이 수밀장치가 평소에 열려 있었을 가능성이 높다, 이런 얘긴데 왜 그런걸까요?

[기자]

아직 조사가 이뤄지지 않아 정확히 확인된 건 없습니다.

하지만 선원들이 평소 편하게 이 문들을 오가기 위해 열어뒀다는 추정이 유력합니다.

선조위 한 관계자는 선원들이 수밀문에 대한 개념조차 부족해 보였다고 털어놨습니다.

다시 말해 비상시에 반드시 수밀문은 닫아야 한다는 점을 처음부터 몰랐을 수도 있다는 이야깁니다.

이 부분에 대한 추가 조사가 불가피해보입니다.

[앵커]

최근에 또 새로 확인된 문제가 있었다면서요?

[기자]

네, 세월호의 배수굽니다.

배수구에 거꾸로 바닷물이 들어오는 것을 막는 밸브가 있는데 이게 고장났다는 게 이번 취재로 확인된 겁니다.

여기로도 물이 들어오다보니 침몰 속도가 빨라졌을 수 있어, 선체조사위원회가 네덜란드에서 현지 실험을 다시하는 방안을 검토중입니다.

[앵커]

세월호 참사 이후 4번 째 4월 16일이 다음 주 월요일입니다.

이른바 '기레기'라고 까지 불리며 세월호 진상규명 방해의 공범자로 지목된 저희의 모습을 반성하기 위해 KBS 보도본부 구성원들은 앞으로 연속보도를 이어갈 예정입니다.

유가족 뿐 아니라 국민이 겪은 깊은 상처를 조금이라도 보듬을 수 있는 길은 진상규명이란 원칙 아래, 함께 고민하고, 함께 풀어나가야 할 취재물들을 계속해서 전해드리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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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월호 왜 빠르게 침몰했나?…“수밀구역 모두 열려 있었다”
    • 입력 2018-04-12 21:23:45
    • 수정2018-04-12 21:54:03
    뉴스 9
[앵커]

2014년 4월 16일. 세월호 참사는 오전 8시 48분부터 시작됩니다.

배 바닥이 하늘을 향한 완전 전복 시점은 10시 17분, 길이 146미터, 배 무게만 7천 톤에 육박하는 대형 여객선이 불과 1시간여 만에 완전히 뒤집힌 겁니다.

침몰 원인 등 규명돼야할 사안들이 많지만 이렇게 큰 배가 왜 그렇게 짧은 시간에 침몰했는지도 반드시 밝혀내야 할 의혹입니다.

구조 실패 또는 구조 방기, 구조의 문제는 뒤로 하더라도, 빠른 침몰이 304명 사망이라는 대형 참사로 이어진 핵심 원인 중 하나이기 때문입니다.

KBS 특별취재팀이 인양된 선체의 사진들을 바탕으로 선체조사위 관계자들과 유족들을 상대로 취재한 결과, 빠른 침몰의 원인이 될 수 있는 몇 가지 정황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김민지 기자가 자세히 전해드립니다.

[리포트]

4년의 상처를 고스란히 간직한 채 누워 있는 세월호,

배 안으로 들어가자, 맨 아랫층 기관구역과 연결된 곳에 구멍처럼 보이는 곳.

[정성욱/4.16 가족협의회 인양분과장 : "여기도 마찬가지고 저 앞에 구멍, 저기도 막혀 있어야 하고 그런데 이런 구멍이 기관실까지 다 열려 있다는 거죠."]

대형배는 침몰해도, 중요 구역에 물이 새는 것을 막아주는 장치가 필요합니다.

바로 수밀 장치들인데, 이것들이 열려 있는 겁니다.

절대 물이 새면 안되는 맨 아랫층 기관 구역 수밀장치가 모두 열려 있었습니다.

바로 위 1층 화물칸의 해치 10개도 열려 있었습니다.

이 수밀장치들은 왜 열려있는걸까?

KBS가 입수한 이 사진, 조타실 내부의 수밀문 제어 장칩니다.

기관구역 수밀문은 이 버튼 하나로도 자동 폐쇄가 가능합니다.

문이 열렸는지를 보여주는 램프도 있어 누구든 쉽게 알 수 있습니다.

침몰 당시 이 조타실에는 선장과 선원 8명이 있었는데도 문은 닫히지 않았습니다.

[정성욱/4.16 가족협의회 인양분과장 : "왜 이렇게 열어놓고 다녔는지 관리감독하는 사람들은 제대로 확인했는지 책임은 반드시 물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검찰 수사와 재판 모두 세월호가 인양되기 이전에 모두 끝났습니다.

이젠 뭍에 올라온 세월호와, 선장, 선원들에 대한 추가 조사가 불가피한 상황입니다.

KBS 뉴스 김민지입니다.

[앵커]

이번엔 이세중 기자와 함께 자세한 얘기 나눠보겠습니다.

이 기자, 올해 초 네덜란드에서 진행된 모형 배 실험에 동행 취재를 했죠?

[기자]

네, 네덜란드의 마린이라는 해양연구소에서 세차례 실험이 진행됐는데, 이 가운데 침수 속도를 검증하는 2차 실험을 현지에서 취재했습니다.

[앵커]

침수 속도가 중요한 규명 과제였다는 얘긴데, 실험은 어떻게 진행됐나요?

[기자]

네, 세월호 내부와 똑같이 만든 모형 배를 직접 침몰 시키면서 물이 들어오는 과정을 확인하는 실험이었습니다.

일단 실험은 배의 맨 아랫층, 기관구역인 E데크와 1층 화물칸 D데크에 있는 수밀 장치들을 열었다 닫았다하며 진행됐습니다.

실험 결과를 보니, 일단 최초 침수는 2층 화물칸 C데크의 깨진 창문에서 시작됐습니다.

또 이 창문들 위에 있는 통풍구, 맨 아랫층 기관구역으로 연결된 이 통풍구로 물이 흘러 들어가면서 기관구역까지 잠기게 된 겁니다.

차가 드나드는 선미램프 등에서 침수가 시작됐다는 당시 검찰수사결과와는 다른 내용입니다.

[앵커]

그렇다면 이 수밀장치들이 침몰 직후 바닥에 부딪히면서, 혹은 인양될 때 열렸을 가능성은 없는 건가요?

[기자]

앞서 설명해드린 배 맨 아랫층 기관구역은 절대로 물이 새면 안되는, 특별 관리 구역입니다.

그래서 여기엔 맨홀이나 수밀문 같은 수밀장치들이 여러 개 있는데요,

일단 맨홀의 경우엔 통로가 아니어서 장비가 없으면 열 수 없도록 단단히 밀폐돼 있는 곳입니다.

수밀문도 비슷합니다.

이런 수밀장치는 한번 닫히면 다시 여는 게 쉽지 않아 사고 당시부터 열려 있었다고 보는 게 합리적입니다.

다만 1층 화물칸과 맨 아랫층 기관구역을 수직으로 연결하는 해치의 경우, 사고 이후 열렸을 가능성이 남아 있어 추가 조사가 이뤄지고 있습니다.

[앵커]

그렇다면 이 수밀장치가 평소에 열려 있었을 가능성이 높다, 이런 얘긴데 왜 그런걸까요?

[기자]

아직 조사가 이뤄지지 않아 정확히 확인된 건 없습니다.

하지만 선원들이 평소 편하게 이 문들을 오가기 위해 열어뒀다는 추정이 유력합니다.

선조위 한 관계자는 선원들이 수밀문에 대한 개념조차 부족해 보였다고 털어놨습니다.

다시 말해 비상시에 반드시 수밀문은 닫아야 한다는 점을 처음부터 몰랐을 수도 있다는 이야깁니다.

이 부분에 대한 추가 조사가 불가피해보입니다.

[앵커]

최근에 또 새로 확인된 문제가 있었다면서요?

[기자]

네, 세월호의 배수굽니다.

배수구에 거꾸로 바닷물이 들어오는 것을 막는 밸브가 있는데 이게 고장났다는 게 이번 취재로 확인된 겁니다.

여기로도 물이 들어오다보니 침몰 속도가 빨라졌을 수 있어, 선체조사위원회가 네덜란드에서 현지 실험을 다시하는 방안을 검토중입니다.

[앵커]

세월호 참사 이후 4번 째 4월 16일이 다음 주 월요일입니다.

이른바 '기레기'라고 까지 불리며 세월호 진상규명 방해의 공범자로 지목된 저희의 모습을 반성하기 위해 KBS 보도본부 구성원들은 앞으로 연속보도를 이어갈 예정입니다.

유가족 뿐 아니라 국민이 겪은 깊은 상처를 조금이라도 보듬을 수 있는 길은 진상규명이란 원칙 아래, 함께 고민하고, 함께 풀어나가야 할 취재물들을 계속해서 전해드리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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