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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대한민국 미혼모입니다] ① “나는 엄마입니다”
입력 2018.04.17 (19:14) 수정 2018.04.18 (08:25) 멀티미디어 뉴스
[나는 대한민국 미혼모입니다] ① “나는 엄마입니다”
"학교에서 처음부터 그렇게 가르치잖아요. 아빠, 엄마가 있는 가정이 정상 가정이라고, 훌륭한 가정이라고…저희도 가족이에요."

혼자 아이를 키우는 엄마는 끝내 눈물을 흘렸다. 예상치 못한 임신과 출산, 양육 과정에서도 도와주는 이는 없었다. 때리고 욕설을 일삼던 아이 아빠는 임신 소식을 듣자 연락을 끊어 버렸고, 가족들마저 등을 돌렸다. '도덕적이지 못하다', '문란하다.' 평생 들어보지 못한 욕설과 모욕적인 언행은 갑작스레 인생에 찾아온 아이와 함께 무자비하게 날아들었다. "그저 난 내 아이를 포기하지 않고, 키우고 싶은 것뿐인데…" 엄마는 한동안 눈물을 닦아냈다.


■ 내 아이, 낳아도 될까요 ?

임신과 출산. 아이를 만난다는 것은 더할 수 없는 큰 축복이다. 아이를 어떻게 키울까 하는 설렘도 담겨 있다. 내 아이가 구김없이 훨훨 꿈을 펼치며 살기를 바라는 행복한 고민도 이 때 시작된다. 그러나 이 순간에 '낙태'와 '입양'이라는 단어를 떠올리는 이들이 있다. 국내 2만 3천여 명. 엄연히 존재하지만, 현실에서는 말하기 꺼렸던 사람들, 바로 '미혼모'다.

저출산이 최대 국정과제로 떠올라 지난 10여 년 동안 100조 원의 예산이 투입됐다. 그러나 미혼모들은 여전히 내 아이를 낳아도 되는지, 내가 길러도 되는지 고민한다. 혼외 출산을 개인 일탈로 보는 사회적 시선 탓에 가족들마저 외면하는 이들이 대부분이다. 매순간 미혼모들은 홀로 선택의 갈림길에 선다.


임신 7개월. 곧 출산을 앞둔 미선(가명, 34세) 씨와 함께 자치단체를 찾았다. 아이 아빠는 물론 가족들조차 미선 씨를 외면하는 상황. 거처 마련조차 쉽지 않은 데다 출산을 어떻게 해야 할 지 막막했기에 지푸라기 라도 잡아보자는 심정이었다. 하지만 미선 씨의 기대와 달리 구청과 주민센터, 보건지소, 어디에서도 마땅한 해결책이 없었다. 관련 부서가 아니라는 답변만이 돌아왔다. 여러 곳을 돌아다닌 끝에 보건소를 찾아서야 임산부들을 위한 철분제 몇 통을 받을 수 있었다.

"자세하게 설명하는 데가 없다는 거. 전화를 다른 곳에 돌리거나 약간 회피한다는 느낌마저 들었어요. 세상에 나 혼자 있는 느낌, 진짜…."

인터넷 검색창에 '미혼모'라는 단어를 검색해 봤다. 상위에 뜬 많은 기관이 미혼모 시설이라기 보다는 '입양' 시설이었다. 운명 처럼 찾아온 내 아이를 혼자서라도 키우고 싶지만, 엄마가 키우기 보다는 다른 이에게 입양 보낼 것을 권하는 사회적 환경이 그대로 반영된 탓이다. 인터넷 검색으로 어렵게 지원 단체를 찾아내고, 미선 씨는 이 단체의 도움을 받아 출산을 위해 이달 초 미혼모 보호 시설에 들어갔다. 가진 돈도 없고, 가족도 외면하는 상황에서도 출산을 결심한 미혼모들이 겪는 가장 큰 어려움은 누가 나를 도와줄 수 있는 지를 어디에서도 알려주지 않는다는 것이다.

■ 편견을 감내하며 살아가는 이들


미혼모들이 직접 만든 단체인 '(사)한국미혼모가족협회'에서 여러 미혼모를 만나 직접 이야기를 나눴다. 성 관념이 많이 변했다고는 하지만 '미혼모'에 대한 부정적 인식만큼은 여전하다는 게 공통적이 얘기다.

"집에 손주가 태어났고, 손주가 너무 재롱떨고 예쁜 짓을 많이 한다 해도, 정작 돌잔치에는 부모님이 아무도 안 부르는 거예요. 이혼한 엄마들도 이혼했다고 힘든 상황에 처하잖아요. 근데 하물며 결혼도 하지 않은 미혼모.. 이런 주변 사회의 시선들은 정말 너무 가혹하거든요." (미혼모 A)

"임신한 지 6개월만 지나도 금방 배가 불러오기 시작하거든요. 직장에 감추기에도 너무 힘들었고, 사람들의 이목이 참 무서웠었던 것 같아요. 결혼해서 남자, 여자가 만나서 당연히 아이를 낳아야 하는데.. '결혼도 않고 혼자서 아이를, 얘 어디 밖에서 놀다가 그렇게 했나 보다' 인식이, 나를 바라보는 시선이, 이렇게 부정적인 거예요." (미혼모 B)

"멋모르고 시작했기 때문에 애를 낳아서 키웠던 거지 제가 만약에 두 번 같은 상황이 된다면 애를 아마 지울 수밖에 없지 않을까 생각은 들어요. 사실 너무 힘이 드니까…. 누구나 다 사랑받을 권리는 있잖아요. 제 아이로 태어났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나쁜 취급을 받는다는 것 자체가…. 사실 너무 마음이 아픈 거죠." (미혼모 C)

■ '미혼모' 시리즈를 시작하며

한국 사회에서 미혼모가 설 자리는 거의 없다. 임신과 출산은 혼인한 여성의 전유물이라는 고정관념이 여전히 지배하고 있는 탓이다. 대부분의 미혼모들은 미혼모라는 사실을 숨기고 들킬까 봐 전전긍긍하며 살아간다. 2016년, 해외로 입양된 아동의 97.9%가 미혼모의 아동이라는 통계는 우리 사회가 여전히 미혼모가 아이를 스스로 키울 수 없는 환경이라는 것을 증명한다. 내 아이를 낳을 권리, 내 아이를 지켜 '엄마'로 살아갈 권리가 과연, 그들에게 없는 것일까? 미혼모를 향한 사회적 편견과 아이를 키우기 어렵도록 하는 제도적 허점들을 짚어보며 그간 언론에서조차 쉽게 조명하지 못했던 '엄마', '미혼모'의 이야기를 나흘에 걸쳐 풀어내고자 한다.

[연속 기획]
[미혼모] ① 나는 대한민국 미혼모입니다
[미혼모] ② “다른 곳에 알아보세요”…견디기 힘든 무관심
  • [나는 대한민국 미혼모입니다] ① “나는 엄마입니다”
    • 입력 2018.04.17 (19:14)
    • 수정 2018.04.18 (08:25)
    멀티미디어 뉴스
[나는 대한민국 미혼모입니다] ① “나는 엄마입니다”
"학교에서 처음부터 그렇게 가르치잖아요. 아빠, 엄마가 있는 가정이 정상 가정이라고, 훌륭한 가정이라고…저희도 가족이에요."

혼자 아이를 키우는 엄마는 끝내 눈물을 흘렸다. 예상치 못한 임신과 출산, 양육 과정에서도 도와주는 이는 없었다. 때리고 욕설을 일삼던 아이 아빠는 임신 소식을 듣자 연락을 끊어 버렸고, 가족들마저 등을 돌렸다. '도덕적이지 못하다', '문란하다.' 평생 들어보지 못한 욕설과 모욕적인 언행은 갑작스레 인생에 찾아온 아이와 함께 무자비하게 날아들었다. "그저 난 내 아이를 포기하지 않고, 키우고 싶은 것뿐인데…" 엄마는 한동안 눈물을 닦아냈다.


■ 내 아이, 낳아도 될까요 ?

임신과 출산. 아이를 만난다는 것은 더할 수 없는 큰 축복이다. 아이를 어떻게 키울까 하는 설렘도 담겨 있다. 내 아이가 구김없이 훨훨 꿈을 펼치며 살기를 바라는 행복한 고민도 이 때 시작된다. 그러나 이 순간에 '낙태'와 '입양'이라는 단어를 떠올리는 이들이 있다. 국내 2만 3천여 명. 엄연히 존재하지만, 현실에서는 말하기 꺼렸던 사람들, 바로 '미혼모'다.

저출산이 최대 국정과제로 떠올라 지난 10여 년 동안 100조 원의 예산이 투입됐다. 그러나 미혼모들은 여전히 내 아이를 낳아도 되는지, 내가 길러도 되는지 고민한다. 혼외 출산을 개인 일탈로 보는 사회적 시선 탓에 가족들마저 외면하는 이들이 대부분이다. 매순간 미혼모들은 홀로 선택의 갈림길에 선다.


임신 7개월. 곧 출산을 앞둔 미선(가명, 34세) 씨와 함께 자치단체를 찾았다. 아이 아빠는 물론 가족들조차 미선 씨를 외면하는 상황. 거처 마련조차 쉽지 않은 데다 출산을 어떻게 해야 할 지 막막했기에 지푸라기 라도 잡아보자는 심정이었다. 하지만 미선 씨의 기대와 달리 구청과 주민센터, 보건지소, 어디에서도 마땅한 해결책이 없었다. 관련 부서가 아니라는 답변만이 돌아왔다. 여러 곳을 돌아다닌 끝에 보건소를 찾아서야 임산부들을 위한 철분제 몇 통을 받을 수 있었다.

"자세하게 설명하는 데가 없다는 거. 전화를 다른 곳에 돌리거나 약간 회피한다는 느낌마저 들었어요. 세상에 나 혼자 있는 느낌, 진짜…."

인터넷 검색창에 '미혼모'라는 단어를 검색해 봤다. 상위에 뜬 많은 기관이 미혼모 시설이라기 보다는 '입양' 시설이었다. 운명 처럼 찾아온 내 아이를 혼자서라도 키우고 싶지만, 엄마가 키우기 보다는 다른 이에게 입양 보낼 것을 권하는 사회적 환경이 그대로 반영된 탓이다. 인터넷 검색으로 어렵게 지원 단체를 찾아내고, 미선 씨는 이 단체의 도움을 받아 출산을 위해 이달 초 미혼모 보호 시설에 들어갔다. 가진 돈도 없고, 가족도 외면하는 상황에서도 출산을 결심한 미혼모들이 겪는 가장 큰 어려움은 누가 나를 도와줄 수 있는 지를 어디에서도 알려주지 않는다는 것이다.

■ 편견을 감내하며 살아가는 이들


미혼모들이 직접 만든 단체인 '(사)한국미혼모가족협회'에서 여러 미혼모를 만나 직접 이야기를 나눴다. 성 관념이 많이 변했다고는 하지만 '미혼모'에 대한 부정적 인식만큼은 여전하다는 게 공통적이 얘기다.

"집에 손주가 태어났고, 손주가 너무 재롱떨고 예쁜 짓을 많이 한다 해도, 정작 돌잔치에는 부모님이 아무도 안 부르는 거예요. 이혼한 엄마들도 이혼했다고 힘든 상황에 처하잖아요. 근데 하물며 결혼도 하지 않은 미혼모.. 이런 주변 사회의 시선들은 정말 너무 가혹하거든요." (미혼모 A)

"임신한 지 6개월만 지나도 금방 배가 불러오기 시작하거든요. 직장에 감추기에도 너무 힘들었고, 사람들의 이목이 참 무서웠었던 것 같아요. 결혼해서 남자, 여자가 만나서 당연히 아이를 낳아야 하는데.. '결혼도 않고 혼자서 아이를, 얘 어디 밖에서 놀다가 그렇게 했나 보다' 인식이, 나를 바라보는 시선이, 이렇게 부정적인 거예요." (미혼모 B)

"멋모르고 시작했기 때문에 애를 낳아서 키웠던 거지 제가 만약에 두 번 같은 상황이 된다면 애를 아마 지울 수밖에 없지 않을까 생각은 들어요. 사실 너무 힘이 드니까…. 누구나 다 사랑받을 권리는 있잖아요. 제 아이로 태어났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나쁜 취급을 받는다는 것 자체가…. 사실 너무 마음이 아픈 거죠." (미혼모 C)

■ '미혼모' 시리즈를 시작하며

한국 사회에서 미혼모가 설 자리는 거의 없다. 임신과 출산은 혼인한 여성의 전유물이라는 고정관념이 여전히 지배하고 있는 탓이다. 대부분의 미혼모들은 미혼모라는 사실을 숨기고 들킬까 봐 전전긍긍하며 살아간다. 2016년, 해외로 입양된 아동의 97.9%가 미혼모의 아동이라는 통계는 우리 사회가 여전히 미혼모가 아이를 스스로 키울 수 없는 환경이라는 것을 증명한다. 내 아이를 낳을 권리, 내 아이를 지켜 '엄마'로 살아갈 권리가 과연, 그들에게 없는 것일까? 미혼모를 향한 사회적 편견과 아이를 키우기 어렵도록 하는 제도적 허점들을 짚어보며 그간 언론에서조차 쉽게 조명하지 못했던 '엄마', '미혼모'의 이야기를 나흘에 걸쳐 풀어내고자 한다.

[연속 기획]
[미혼모] ① 나는 대한민국 미혼모입니다
[미혼모] ② “다른 곳에 알아보세요”…견디기 힘든 무관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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