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후] 국회가 감춘 ‘의원님 해외출장’…‘알리오~’

입력 2018.05.06 (10:01) 수정 2018.05.17 (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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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후] 국회가 감춘 ‘의원님 해외출장’…‘알리오~’

[취재후] 국회가 감춘 ‘의원님 해외출장’…‘알리오~’

김기식 전 금융감독원장 사퇴 이후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이 계속 뜨겁다. 국회의원들의 해외출장 문제, 정치자금 사용 문제가 어디 김기식만의 문제겠는가, 국회의원들 다 조사해봤으면 좋겠다, 이런 내용의 청원에 너도나도 이름을 올리는 것이다. 벌써 25만 명을 넘었다.

국회가 해야 할 전수조사..."조사 계획 없다"는 국회

국회의원 전수조사를 하려면 어찌 됐건 국회가 나서야 한다. 법을 만들어서 조사하든, 그냥 바로 조사하든 출발은 국회 몫이라는 거다. 형사처벌이 충분히 가능한 사례가 있다면 사법당국이 수사할 수 있겠지만, '부적절한 관행' 차원이라면 국회가 아닌 다른 주체가 조사하기엔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물론 국회는 조사할 생각이 없어 보인다. 국회는 지난 4일 '피감기관 돈으로 해외출장'을 가는 국회의원들의 오랜 관행에 대한 자체 예방책을 내놨다. 앞으론 금지하겠다는 거다. 사전심사를 해서 꼭 필요한 출장만 허락하겠다는 규정을 만들었다. 과거는 묻지 말고 앞으로만 잘하겠다는 식이다.

공공기관들에 묻기..."얼마 지원했어요?"

뒤늦게라도 이런 대책을 만들었으니 다행이긴 한데, 뭔가 아쉬움은 여전하다. 왜 전수조사를 안 할까. 뭐가 두려울까. 구체적 반성이 있어야 구체적 개선이 있는 게 아니겠는가. KBS 탐사보도부의 문제의식은 여기에서 출발했다.

국회가 결과를 안 내놓으니 '방향을 거꾸로' 가봐야 한다. 국회의원들에게 출장비를 지원한 피감기관들에 물어보는 방법이다. 문제는 질문 대상을 어디까지로 잡느냐는 점이었다. 취재진은 330곳 공공기관을 그 대상으로 삼았다.


왜 330곳인가. '알리오'(www.alio.go.kr)라는 사이트가 있다. 국민 세금으로 운영되는 공공기관들의 경영정보를 공개하는 곳인데, 기자들이 이따금 취재 목적으로 이용하기도 한다. 여기에 등록된 공공기관이 330개다(4월 기준). 물론 이들은 국회 심사를 받는 피감기관이다.

KBS 탐사보도부는 330곳 전체에 19대와 20대 국회의원들에게 출장 지원한 내용을 공개하라고 요청했다. △공공기관이 국민 세금으로 운영된다는 점, △국회의원은 공인이라는 점, △그들의 출장은 공적 활동이라는 점 등으로 정보공개를 압박(?)했다.

정보공개법에 따라 공개 여부를 열흘 안에 답해줘야 하는데, 330개 공공기관 가운데 이 기간 답을 보내준 곳은 299개 기관이었다. ‘KBS 뉴스9’은 지난 4일, 이렇게 입수된 1차 정보를 분석한 결과를 토대로 공공기관 돈으로 출장 간 국회의원들이 과연 얼마나 되는지 그 실태를 보도했다.

[연관기사]
[뉴스9] 의원들 피감기관 지원 출장…부인까지 동반
[뉴스9] 공공기관 전수 조사…235차례 해외 출장비 지원



위에서 보다시피 공공기관 돈으로 출장 간 19대~20대 국회의원들은 159명이었다. 횟수는 235차례다. 한 사람이 여러 번 출장 간 경우 하나하나 횟수를 따로 더했고, 의원들이 단체로 함께 출장을 갔다면 한 명당 한 차례씩 출장 간 것으로 각각 집계했다.


정당별로 비교하면 위와 같다. 더불어민주당과 그 전신 새정치민주연합 합계가 82번, 자유한국당과 그 전신 새누리당의 합계가 126차례다. 다른 정당이 9번이었다.

지원받은 금액은 모두 15억 원이었다. 한 사람이 출장 한번 가는 데 평균 640만 원이 들어간 셈이다. 물론 이건 매우 보수적으로 낮춰 잡은 금액이다. 출장에 동행한 국회의원 보좌진과 국회 관계자, 공공기관 직원들의 출장비를 모두 빼고 순수하게 국회의원만 계산한 금액이다.

출장비 총액만 있는 경우에는 전체 출장자 숫자로 단순하게 N분의 1로 나눠 집계했는데, 통상 비즈니스 석 항공편을 이용하는 국회의원 출장비가 다른 사람보다는 훨씬 많았을 게 뻔하다.

KBS 탐사보도부가 전수조사 해봤지만...

KBS 탐사보도부의 이번 조사는 공공기관 330곳에 대한 나름대로 전수조사라면 전수조사였다. 아직 이런 식의 일괄 분석 결과가 나온 적이 없기 때문에 의미가 있다고 자평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번 결과가 얼마나 '실체'에 근접했는가는 의문의 여지가 여전히 있다.

우선 첫째. 330곳 가운데 아직 31곳이 답을 주지 않았다. 답변을 열흘 연장했다. 답이 늦은 곳일수록 출장 지원 내용이 있을 가능성이 더 높다고 봐야 한다. 실제 답을 보내준 299곳 가운데 대부분은 3~4일 안에 신속히 답을 보냈다. "지원 내용 없음"으로 말이다. 답변 날짜가 뒤로 갈수록 취재진이 원하는(?) 답이 오는 경우가 많았다. 나머지 내용도 수집해야 한다.

둘째. 공공기관 330곳에 들어가지 않는 피감기관들도 있다. KBS 탐사보도부는 시민들의 관심이 높을 때 1차 분석 결과라도 우선 내놓는 게 좋을 거라는 판단과, 공공기관 299곳 정도면 통계적 대표성을 일정 수준 갖추고 있다는 판단을 내렸다.

결국 속 시원한 분석은 국회 스스로 하면 딱 좋다. 그런데 안 한다. 앞으로도 안 할 것이다. 진짜 실체는 온전히 알 수 없다. 그러나 분명한 건 분석 대상을 얼마로 설정하든, 이번 299개 공공기관을 통해서도 또렷이 알 수 있다는 점이다. 여야 의원 모두 많이들 출장 갔다는 사실 말이다. 피감기관 돈, 즉 국민 세금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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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취재후] 국회가 감춘 ‘의원님 해외출장’…‘알리오~’
    • 입력 2018-05-06 10:01:47
    • 수정2018-05-17 11:12:13
    취재후·사건후
김기식 전 금융감독원장 사퇴 이후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이 계속 뜨겁다. 국회의원들의 해외출장 문제, 정치자금 사용 문제가 어디 김기식만의 문제겠는가, 국회의원들 다 조사해봤으면 좋겠다, 이런 내용의 청원에 너도나도 이름을 올리는 것이다. 벌써 25만 명을 넘었다.

국회가 해야 할 전수조사..."조사 계획 없다"는 국회

국회의원 전수조사를 하려면 어찌 됐건 국회가 나서야 한다. 법을 만들어서 조사하든, 그냥 바로 조사하든 출발은 국회 몫이라는 거다. 형사처벌이 충분히 가능한 사례가 있다면 사법당국이 수사할 수 있겠지만, '부적절한 관행' 차원이라면 국회가 아닌 다른 주체가 조사하기엔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물론 국회는 조사할 생각이 없어 보인다. 국회는 지난 4일 '피감기관 돈으로 해외출장'을 가는 국회의원들의 오랜 관행에 대한 자체 예방책을 내놨다. 앞으론 금지하겠다는 거다. 사전심사를 해서 꼭 필요한 출장만 허락하겠다는 규정을 만들었다. 과거는 묻지 말고 앞으로만 잘하겠다는 식이다.

공공기관들에 묻기..."얼마 지원했어요?"

뒤늦게라도 이런 대책을 만들었으니 다행이긴 한데, 뭔가 아쉬움은 여전하다. 왜 전수조사를 안 할까. 뭐가 두려울까. 구체적 반성이 있어야 구체적 개선이 있는 게 아니겠는가. KBS 탐사보도부의 문제의식은 여기에서 출발했다.

국회가 결과를 안 내놓으니 '방향을 거꾸로' 가봐야 한다. 국회의원들에게 출장비를 지원한 피감기관들에 물어보는 방법이다. 문제는 질문 대상을 어디까지로 잡느냐는 점이었다. 취재진은 330곳 공공기관을 그 대상으로 삼았다.


왜 330곳인가. '알리오'(www.alio.go.kr)라는 사이트가 있다. 국민 세금으로 운영되는 공공기관들의 경영정보를 공개하는 곳인데, 기자들이 이따금 취재 목적으로 이용하기도 한다. 여기에 등록된 공공기관이 330개다(4월 기준). 물론 이들은 국회 심사를 받는 피감기관이다.

KBS 탐사보도부는 330곳 전체에 19대와 20대 국회의원들에게 출장 지원한 내용을 공개하라고 요청했다. △공공기관이 국민 세금으로 운영된다는 점, △국회의원은 공인이라는 점, △그들의 출장은 공적 활동이라는 점 등으로 정보공개를 압박(?)했다.

정보공개법에 따라 공개 여부를 열흘 안에 답해줘야 하는데, 330개 공공기관 가운데 이 기간 답을 보내준 곳은 299개 기관이었다. ‘KBS 뉴스9’은 지난 4일, 이렇게 입수된 1차 정보를 분석한 결과를 토대로 공공기관 돈으로 출장 간 국회의원들이 과연 얼마나 되는지 그 실태를 보도했다.

[연관기사]
[뉴스9] 의원들 피감기관 지원 출장…부인까지 동반
[뉴스9] 공공기관 전수 조사…235차례 해외 출장비 지원



위에서 보다시피 공공기관 돈으로 출장 간 19대~20대 국회의원들은 159명이었다. 횟수는 235차례다. 한 사람이 여러 번 출장 간 경우 하나하나 횟수를 따로 더했고, 의원들이 단체로 함께 출장을 갔다면 한 명당 한 차례씩 출장 간 것으로 각각 집계했다.


정당별로 비교하면 위와 같다. 더불어민주당과 그 전신 새정치민주연합 합계가 82번, 자유한국당과 그 전신 새누리당의 합계가 126차례다. 다른 정당이 9번이었다.

지원받은 금액은 모두 15억 원이었다. 한 사람이 출장 한번 가는 데 평균 640만 원이 들어간 셈이다. 물론 이건 매우 보수적으로 낮춰 잡은 금액이다. 출장에 동행한 국회의원 보좌진과 국회 관계자, 공공기관 직원들의 출장비를 모두 빼고 순수하게 국회의원만 계산한 금액이다.

출장비 총액만 있는 경우에는 전체 출장자 숫자로 단순하게 N분의 1로 나눠 집계했는데, 통상 비즈니스 석 항공편을 이용하는 국회의원 출장비가 다른 사람보다는 훨씬 많았을 게 뻔하다.

KBS 탐사보도부가 전수조사 해봤지만...

KBS 탐사보도부의 이번 조사는 공공기관 330곳에 대한 나름대로 전수조사라면 전수조사였다. 아직 이런 식의 일괄 분석 결과가 나온 적이 없기 때문에 의미가 있다고 자평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번 결과가 얼마나 '실체'에 근접했는가는 의문의 여지가 여전히 있다.

우선 첫째. 330곳 가운데 아직 31곳이 답을 주지 않았다. 답변을 열흘 연장했다. 답이 늦은 곳일수록 출장 지원 내용이 있을 가능성이 더 높다고 봐야 한다. 실제 답을 보내준 299곳 가운데 대부분은 3~4일 안에 신속히 답을 보냈다. "지원 내용 없음"으로 말이다. 답변 날짜가 뒤로 갈수록 취재진이 원하는(?) 답이 오는 경우가 많았다. 나머지 내용도 수집해야 한다.

둘째. 공공기관 330곳에 들어가지 않는 피감기관들도 있다. KBS 탐사보도부는 시민들의 관심이 높을 때 1차 분석 결과라도 우선 내놓는 게 좋을 거라는 판단과, 공공기관 299곳 정도면 통계적 대표성을 일정 수준 갖추고 있다는 판단을 내렸다.

결국 속 시원한 분석은 국회 스스로 하면 딱 좋다. 그런데 안 한다. 앞으로도 안 할 것이다. 진짜 실체는 온전히 알 수 없다. 그러나 분명한 건 분석 대상을 얼마로 설정하든, 이번 299개 공공기관을 통해서도 또렷이 알 수 있다는 점이다. 여야 의원 모두 많이들 출장 갔다는 사실 말이다. 피감기관 돈, 즉 국민 세금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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