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따라잡기] “쉿! 조용히 해주세요”…북촌 한옥마을의 고민

입력 2018.05.15 (08:33) 수정 2018.05.15 (0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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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내 집이 이런 집이라면, 보기만 해도 멋지죠.

바로 서울 북촌한옥 마을의 집인데요.

시청자 여러분들 중에도 한번 방문해보고 이런 집에 살아봤으면 좋겠다, 생각해보신 분들 많으실텐데요.

그런데, 북촌한옥 마을 주민들의 만족도는 어떨까요?

우리 동네 찾아와주면 고맙고, 덕분에 관광명소도 되고 할 것 같지만 정작 주민들은 주말이면 몰려드는 관광객들 때문에 소음과 쓰레기, 또 사생활 침해로 고통을 호소하고 있습니다.

지자체에 대책 마련을 요구하며 거리 집회에 까지 나선 북촌 한옥마을의 고민을 함께 들여다보시죠.

[리포트]

지난 주말, 북촌한옥마을 입구입니다.

아침 일찍부터 관광버스 여러 대가 줄지어 들어옵니다.

[김명복/관광버스 기사 : "태국에서 단체로 39명이에요. 한국에 오면 청와대, 경복궁하고 한옥마을을 제일 필수 코스로 하죠."]

서울을 찾은 관광객들에겐 필수코스로 자리매김한 북촌 한옥마을.

하루 평균 7천여 명 이상이 찾고 있습니다.

한복을 입고 경복궁과 한옥마을을 둘러보는 게 외국인 관광객들 사이에선 하나의 코스가 되고 있다는데요.

한옥마을 안으로 들어가 보니, 좁은 골목은 어느새 발디딜 틈 없이 인파로 가득합니다.

야트막한 언덕을 따라 길 양편으로 한옥이 빼곡이 있는 풍경.

좁은 길을 따라 걸어 올라가며 기와 지붕 아래에서 사진을 찍거나 대문 앞 계단 주춧돌에 걸터 앉아 쉬어 가기도 합니다.

[이미선/관광객 : "한국적인 모습을 찾고 싶잖아요. 그런데 서울에서 찾을 수 있는 가장 가까운 곳이 아닐까 싶은데요."]

[홍병문/관광객 : "쉽게 접근할 수 있고, 그리고 힐링이 될 수 있는 그런 장소라고 개인적으로 생각합니다."]

고즈넉한 골목은 어느새 휴대전화 카메라 셔터 소리로 가득 찼습니다.

끊임없는 관광객들의 방문.

과연 이 한옥에 살고 있는 사람들은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한옥마을 주민/음성변조 : "문을 두드리고 이러니까 신경이 (쓰이고) 스트레스 받죠. 문고리가 닳았잖아요. 밑에가. 얼마나 이렇게 했으면 닳았잖아요. 여기가 다."]

오죽하면, 이제는 주민들이 사는 곳이니 조용히 해달라는 안내판이 곳곳에 붙어있습니다.

관광객들이 많이 몰리는 주말이나 연휴에는 주민들의 고통이 배가 됩니다.

[한옥마을 주민/음성변조 : "밤마다 덜덜덜덜 그게 그 밤에 관광객들 오는 캐리어 끄는 소리더라고요."]

[한옥마을 주민/음성변조 : "아침에는 '아, 이제 하루가 또 시작됐구나' 알람을 맞출 필요가 없을 정도로 길 한가운데에서 자는 느낌 정도."]

급기야 북촌 한옥마을 주민들은 더 이상 참을 수 없다며 거리 집회에 나서게 됐습니다.

이 곳에 산지 50년이 넘었다는 김연주 씨.

관광객들의 방문을 처음부터 반대한 것은 아닙니다.

[김연주/북촌한옥마을 주민 : "우리는 살 수가 없습니다. 관광객들로부터 고통을 받고 있어요. 이렇게 써서 붙여 놨단 말이에요. 그런데 그 아래에 관광객이 이렇게 써놓고 갔어요. 그건 네 문제지 이렇게 써놓고 간 거예요."]

관광객들이 한옥마을에 대한 좋은 이미지를 가졌으면 하고 그동안 참아왔지만, 늦은 밤에도 불쑥불쑥 집 안으로 들어오는 일부 관광객들 때문에 온가족이 시달렸다고 합니다.

[김연주/북촌한옥마을 주민 : "빼꼼히 한두 명 이렇게 들어와서 보면 그 다음에는 와르르 들어오는 거예요. 50~60명이 애가 잠옷 입고 있는 사이에 와르르 들어와 버린 거예요. 애 혼자 자는데. 엄마 무서워서 못 살겠다고 다시 학교 기숙사로 들어가 버린 거죠."]

대문을 열어놓는 날에는 한바탕 난리가 났습니다.

[김연주/북촌한옥마을 주민 : "그 분들이 쫙 빠지고 난 다음에는 항아리도 깨져있고 야생화도 다 캐가고 정신없이 막 해놓는 거예요."]

창문 한 번 마음 편히 열지 못하는 요즘, 차라리 관광객에게 알려지기 전 예전이 그리워 졌습니다.

마루에 앉아 있으면, 집안을 훑어보는 관광객들과 눈이 마주치는 것도 일상이 됐습니다.

[북촌 한옥마을 주민 : "어느 날 보니까 저희 집 뒷담벼락에 (북촌) 4경이라고 딱 이렇게 시멘트에다 박아놨어요. 그래서 사람들이 거기서 내다보는 거예요."]

대문을 열어놓고 살던 시절은 이제 추억이 돼버렸습니다.

[한옥마을 주민/음성변조 : "저희 집만 해도 문을 열어놨었는데요 예전에. 저희 집 문 옆이 바로 화장실인데 그냥 볼일을 보고 가버리더라고요. 이게 한 두 사례가 아니어서 아예 그 화장실을 폐쇄시켜놨어요."]

하지만, 한옥 보존을 이유로 관광객 대상 시설 개선이 전면 금지되면서 북촌 한옥마을 내에는 관광객을 위한 별도의 편의시설을 마련하는 것조차 쉽지 않습니다.

하루가 멀다하고 관광객들은 늘고 있지만, 정작 주민들은 주말이면 다른 곳으로 도피하는 것이 일상이 됐습니다.

[한옥마을 주민/음성변조 : "연휴 같을 때는 집에서 좀 오래 동안 쉬고 싶고 한데 못 쉬고 이제 오히려 저희는 밖으로 더 나가려고 하는 거 같아요."]

[정은균/관광객 : "구경 오는 사람은 편하게 자연스럽게 우리의 옛 고유의 정취를 느끼면서 걸을 수 있는 좋은 장소 같은데 실제로 여기 살고 계시는 분들은 우리가 느끼는 만큼 불편함도 많을 거 같은 그런 생각이 많이 드네요."]

관할 구청에서는 정숙관광 캠페인을 펼쳐오고 있지만 주민들은 실효성 있는 대책마련을 호소하고 있습니다.

[종로구청 관계자/음성변조 : "대책 중에 하나가 생활 시간과 관광 시간을 분리하자라고 말씀을 드렸어요. 권고사항으로 최대한 이 때는 단체관광객들이 들어오지 않게끔 저희가 유도를 하려고 하거든요."]

[김연주/북촌한옥마을 주민 : "사진 한 장만 찍고 가면 되는데 참 야박하게 군다고 그런데 그 분은 여기에 평생 한 번밖에 안 오실 분인지 모르지만 나는 하루에 내가 그런 분을 상대하는 사람이 수백 명이기 때문에 하루 종일 이야기 해. 거기서 사진 찍으면 다음 사람 들어옵니다. 죄송합니다."]

관광의 명소 북촌 한옥의 고민, 시청자 여러분들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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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스 따라잡기] “쉿! 조용히 해주세요”…북촌 한옥마을의 고민
    • 입력 2018-05-15 08:42:28
    • 수정2018-05-15 09:1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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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내 집이 이런 집이라면, 보기만 해도 멋지죠.

바로 서울 북촌한옥 마을의 집인데요.

시청자 여러분들 중에도 한번 방문해보고 이런 집에 살아봤으면 좋겠다, 생각해보신 분들 많으실텐데요.

그런데, 북촌한옥 마을 주민들의 만족도는 어떨까요?

우리 동네 찾아와주면 고맙고, 덕분에 관광명소도 되고 할 것 같지만 정작 주민들은 주말이면 몰려드는 관광객들 때문에 소음과 쓰레기, 또 사생활 침해로 고통을 호소하고 있습니다.

지자체에 대책 마련을 요구하며 거리 집회에 까지 나선 북촌 한옥마을의 고민을 함께 들여다보시죠.

[리포트]

지난 주말, 북촌한옥마을 입구입니다.

아침 일찍부터 관광버스 여러 대가 줄지어 들어옵니다.

[김명복/관광버스 기사 : "태국에서 단체로 39명이에요. 한국에 오면 청와대, 경복궁하고 한옥마을을 제일 필수 코스로 하죠."]

서울을 찾은 관광객들에겐 필수코스로 자리매김한 북촌 한옥마을.

하루 평균 7천여 명 이상이 찾고 있습니다.

한복을 입고 경복궁과 한옥마을을 둘러보는 게 외국인 관광객들 사이에선 하나의 코스가 되고 있다는데요.

한옥마을 안으로 들어가 보니, 좁은 골목은 어느새 발디딜 틈 없이 인파로 가득합니다.

야트막한 언덕을 따라 길 양편으로 한옥이 빼곡이 있는 풍경.

좁은 길을 따라 걸어 올라가며 기와 지붕 아래에서 사진을 찍거나 대문 앞 계단 주춧돌에 걸터 앉아 쉬어 가기도 합니다.

[이미선/관광객 : "한국적인 모습을 찾고 싶잖아요. 그런데 서울에서 찾을 수 있는 가장 가까운 곳이 아닐까 싶은데요."]

[홍병문/관광객 : "쉽게 접근할 수 있고, 그리고 힐링이 될 수 있는 그런 장소라고 개인적으로 생각합니다."]

고즈넉한 골목은 어느새 휴대전화 카메라 셔터 소리로 가득 찼습니다.

끊임없는 관광객들의 방문.

과연 이 한옥에 살고 있는 사람들은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한옥마을 주민/음성변조 : "문을 두드리고 이러니까 신경이 (쓰이고) 스트레스 받죠. 문고리가 닳았잖아요. 밑에가. 얼마나 이렇게 했으면 닳았잖아요. 여기가 다."]

오죽하면, 이제는 주민들이 사는 곳이니 조용히 해달라는 안내판이 곳곳에 붙어있습니다.

관광객들이 많이 몰리는 주말이나 연휴에는 주민들의 고통이 배가 됩니다.

[한옥마을 주민/음성변조 : "밤마다 덜덜덜덜 그게 그 밤에 관광객들 오는 캐리어 끄는 소리더라고요."]

[한옥마을 주민/음성변조 : "아침에는 '아, 이제 하루가 또 시작됐구나' 알람을 맞출 필요가 없을 정도로 길 한가운데에서 자는 느낌 정도."]

급기야 북촌 한옥마을 주민들은 더 이상 참을 수 없다며 거리 집회에 나서게 됐습니다.

이 곳에 산지 50년이 넘었다는 김연주 씨.

관광객들의 방문을 처음부터 반대한 것은 아닙니다.

[김연주/북촌한옥마을 주민 : "우리는 살 수가 없습니다. 관광객들로부터 고통을 받고 있어요. 이렇게 써서 붙여 놨단 말이에요. 그런데 그 아래에 관광객이 이렇게 써놓고 갔어요. 그건 네 문제지 이렇게 써놓고 간 거예요."]

관광객들이 한옥마을에 대한 좋은 이미지를 가졌으면 하고 그동안 참아왔지만, 늦은 밤에도 불쑥불쑥 집 안으로 들어오는 일부 관광객들 때문에 온가족이 시달렸다고 합니다.

[김연주/북촌한옥마을 주민 : "빼꼼히 한두 명 이렇게 들어와서 보면 그 다음에는 와르르 들어오는 거예요. 50~60명이 애가 잠옷 입고 있는 사이에 와르르 들어와 버린 거예요. 애 혼자 자는데. 엄마 무서워서 못 살겠다고 다시 학교 기숙사로 들어가 버린 거죠."]

대문을 열어놓는 날에는 한바탕 난리가 났습니다.

[김연주/북촌한옥마을 주민 : "그 분들이 쫙 빠지고 난 다음에는 항아리도 깨져있고 야생화도 다 캐가고 정신없이 막 해놓는 거예요."]

창문 한 번 마음 편히 열지 못하는 요즘, 차라리 관광객에게 알려지기 전 예전이 그리워 졌습니다.

마루에 앉아 있으면, 집안을 훑어보는 관광객들과 눈이 마주치는 것도 일상이 됐습니다.

[북촌 한옥마을 주민 : "어느 날 보니까 저희 집 뒷담벼락에 (북촌) 4경이라고 딱 이렇게 시멘트에다 박아놨어요. 그래서 사람들이 거기서 내다보는 거예요."]

대문을 열어놓고 살던 시절은 이제 추억이 돼버렸습니다.

[한옥마을 주민/음성변조 : "저희 집만 해도 문을 열어놨었는데요 예전에. 저희 집 문 옆이 바로 화장실인데 그냥 볼일을 보고 가버리더라고요. 이게 한 두 사례가 아니어서 아예 그 화장실을 폐쇄시켜놨어요."]

하지만, 한옥 보존을 이유로 관광객 대상 시설 개선이 전면 금지되면서 북촌 한옥마을 내에는 관광객을 위한 별도의 편의시설을 마련하는 것조차 쉽지 않습니다.

하루가 멀다하고 관광객들은 늘고 있지만, 정작 주민들은 주말이면 다른 곳으로 도피하는 것이 일상이 됐습니다.

[한옥마을 주민/음성변조 : "연휴 같을 때는 집에서 좀 오래 동안 쉬고 싶고 한데 못 쉬고 이제 오히려 저희는 밖으로 더 나가려고 하는 거 같아요."]

[정은균/관광객 : "구경 오는 사람은 편하게 자연스럽게 우리의 옛 고유의 정취를 느끼면서 걸을 수 있는 좋은 장소 같은데 실제로 여기 살고 계시는 분들은 우리가 느끼는 만큼 불편함도 많을 거 같은 그런 생각이 많이 드네요."]

관할 구청에서는 정숙관광 캠페인을 펼쳐오고 있지만 주민들은 실효성 있는 대책마련을 호소하고 있습니다.

[종로구청 관계자/음성변조 : "대책 중에 하나가 생활 시간과 관광 시간을 분리하자라고 말씀을 드렸어요. 권고사항으로 최대한 이 때는 단체관광객들이 들어오지 않게끔 저희가 유도를 하려고 하거든요."]

[김연주/북촌한옥마을 주민 : "사진 한 장만 찍고 가면 되는데 참 야박하게 군다고 그런데 그 분은 여기에 평생 한 번밖에 안 오실 분인지 모르지만 나는 하루에 내가 그런 분을 상대하는 사람이 수백 명이기 때문에 하루 종일 이야기 해. 거기서 사진 찍으면 다음 사람 들어옵니다. 죄송합니다."]

관광의 명소 북촌 한옥의 고민, 시청자 여러분들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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