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따라잡기] “부딪히고, 구하고, 붙잡고”…도로 위 의인들

입력 2018.05.16 (08:30) 수정 2018.05.16 (0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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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오늘은 요즘 인터넷, 모바일을 뜨겁게 달구고 있는 의인 얘기를 해볼까 합니다.

바로 옆에 보시는 두 명의 시민 영웅인데요,

자신의 차량을 부딪혀 고의로 교통사고를 내며 고속도로 위 큰 사고를 막고 운전자를 구하는가 하면,

경찰관을 매단 채 도망을 가던 차량을 막아 역시 사고를 막은 용기있는 또다른 시민도 있었습니다.

뉴스따라잡기 오늘은, "우리 주변에 이런 이웃이 있어 행복하다" 지금부터 만나보시죠.

[리포트]

지난 12일 오전, 제2 서해안 고속도로.

달리던 차들이 비상등을 켜더니 차례로 차선을 바꿉니다.

["사고 났나?”]

마침, 현장을 달리고 있던 장현철 씨는 이상한 장면을 목격합니다.

빨간색 SUV 차량이 고속도로 중앙분리대를 부딪치며 가고 있는 겁니다.

[장현철/목격자 : “접촉사고가 나서 정차해있는 차인 줄 알았는데 계속 중앙분리대를 부딪치면서 주행 중이더라고요.”]

주변 차량들의 경적에도 별다른 반응이 없었습니다.

[장현철/목격자 : “졸음운전인가 싶어서 다시 차 옆으로 붙어서 경적을 울렸는데 반응이 없어서요.”]

문제의 차량을 따라 달리자 심각한 상황을 확인하게 됩니다.

[“운전자가 쓰러졌다.”]

운전자가 조수석 쪽으로 쓰러져 있다는 겁니다.

[장현철/목격자 : “운전자 상태를 한 번 보니까 정신을 잃으신 것 같았어요.”]

경찰에 신고하려 갓길로 이동하는 사이,

빨간색 SUV는 장 씨의 차량을 앞질러 시야에서 사라져버렸습니다.

그리고 잠시 후 검은색 승용차와 부딪힌 채 멈춰 서 있었는데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진 걸까?

시간을 되돌려, 이번에는 사고 차량의 블랙박스 영상을 같이 보시죠.

별 문제없이 달리는 듯 보였던 빨간색 SUV 차량.

갑자기 고통스런 신음 소리가 들리더니 차량이 왼쪽 중앙분리대를 부딪친 뒤 그대로 달리기 시작합니다.

다른 차량들은 이를 피해 추월해 나가고, 4분 가량이 지났을 무렵, 갑자기 검은 색 승용차가 1차선으로 들어서더니 속도를 줄여 차량과 거리를 좁혀 고의로 사고를 냅니다.

검은색 차량의 운전자는 46살 한영탁 씨.

[한영탁/고속도로 의인 : “경적에도 반응도 없고 조수석 쪽으로 사람이 쓰러져 있었어요. 생각이 없었어요. 그냥 막아야겠다는 생각밖에 안 들었어요. 차는 계속 가니까, 사람은 쓰러져있고……. ”]

차량을 멈추기 위해 고의로 부딪혀 사고를 낸 건데요.

한 씨는 차량을 멈춰 세운 뒤 조수석으로 다가와 잠귄 문을 두드렸습니다.

[한영탁/고속도로 의인 : “우선 차를 막고 운전자부터 확인해야겠다는 생각밖에 없었다니까요. 유리부터 깬다고 쳤어요, 주먹으로. 손이 아팠으니까.”]

이번에는 다른 차 블랙박스에 포착된 한 씨의 모습.

지나가던 차들을 향해 도움을 요청합니다.

[장현철/목격자 : “(차가) 부딪힌 장면을 보게 됐어요. 운전자분이 내려서 창문을 깰 수 있는 도구를 찾는 걸 목격하게 됐고요. 트렁크에 뭐 도구가 있을까 해서 찾아봤는데 제 차에는 딱히 없더라고요.”]

[한영탁/고속도로 의인 : “(누군가) 그냥 ‘망치, 망치’ 그래서. ‘망치 있어요.’ 그러는 거 같았는데, 그래서 망치 받아서 유리를 깼죠.”]

누군가 전해 준 망치로 창문을 깨고 차 문을 연 뒤, 급히 차 시동을 끄고 운전자의 상태를 확인했습니다.

[한영탁/고속도로 의인 : “‘선생님, 선생님’ 그러면서 흔들어서 깨웠거든요. 그랬더니 살짝 눈을 뜨시는데 눈이 동공이 풀린 상태더라고요. 주변에 사람들이 좀 있었어요. ‘119에 신고 좀 해주세요.’ 그러고 나서 계속 말 시키면서 주물러드리고. 내가 한 건 그게 다거든요.”]

계속 말을 건네며 119 구급대원이 올 때까지 자리를 지켰습니다.

[장현철/목격자 : “저라면 못했을 행동 같은데, 신고해서 경찰이 올 때까지 옆을 지켜보는 거 말고는 (할 수 있는 게) 없겠다고 (생각했는데) 저도 이번을 계기로 많은 걸 깨닫게 된 거 같아요.”]

사고 차량의 운전자는 다행히 큰 이상없이 회복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119 구급대원/음성변조 : “머리만 아프다고 이렇게 말씀하셨거든요. 교통사고가 난지도 모르시고 상황에 대해서 아예 기억을 못하고 계셨거든요.”]

[한영탁/고속도로 의인 : “통화를 했어요. 고맙다고 하셨죠, 그분이. 운전자분 목소리가 많이 좋아져서, 아 다행입니다. (그랬죠.)”]

경찰은 한 씨의 용기 있는 행동에 표창장을 수여하기로 했습니다.

[경찰 관계자/음성변조 : "(SUV) 운전자의 직접적인 사고, 또 통행하는 차량의 2차 사고, 대형사고까지 일어날 수 있는 충분한 상황에서 그런 사고를 미리 예방한 부분은 훌륭한 일을 하셨다고 판단해서…….“]

큰 사고를 막기위한 고의 교통사고. 한 씨는 사고 차량의 배상도 정중히 거절했습니다.

한 씨의 차량 제조사에서는 동급의 신형 새차를 선물하기로 했고, 한 복지재단은 의인상을 수여하기도 했습니다.

이번에는 지난 5일, 청주의 한 도롭니다.

교차로 앞 신호가 바뀌자마자 출발한 차가 반대편에서 달려오는 차량 앞으로 가서 막아섭니다.

마주오던 차량을 자세히 봤더니 운전석 차문은 열려있고, 누군가 매달려 끌려옵니다.

[경찰 관계자/음성변조 : “차량 소유주가 무면허인 걸 확인하고 검거를 하려고 했던 거죠.”]

무면허 운전자를 검거하려던 경찰관을 매단 채 그대로 달아났는데, 반대편에서 차량으로 막은 겁니다.

[경찰관계자/음성변조 : “반대 차선에서 신호대기를 하고 있다가 그 모습을 보고 신호 받자마자 위험을 방지하기 위해서 세워 주신 거예요.”]

33살 윤자운 씨는 차를 멈춰 세운 뒤, 열쇠를 뽑아 경찰을 도왔습니다.

30여 미터를 끌려갔던 경찰은 무릎을 다쳐 병원 치료를 받아야 했습니다.

순간적인 판단으로 검거에 도움을 준 시민 영웅에게 경찰은 감사의 표시를 전달했습니다.

[경찰관계자/음성변조 : “감사장을 수여하고 나서 확인해보니깐 경찰서에서 예전에 재직하셨던 전직 경찰관님 자제분이시더라고요. 동생분도 현재 경찰관으로 재직 중인 거로 알고 있습니다."]

순간적으로 아무 생각 없이 반사적으로 몸이 움직였다는 시민 영웅들.

이들은 취재진의 촬영 요청도 정중히 사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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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스 따라잡기] “부딪히고, 구하고, 붙잡고”…도로 위 의인들
    • 입력 2018-05-16 08:37:04
    • 수정2018-05-16 09:0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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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오늘은 요즘 인터넷, 모바일을 뜨겁게 달구고 있는 의인 얘기를 해볼까 합니다.

바로 옆에 보시는 두 명의 시민 영웅인데요,

자신의 차량을 부딪혀 고의로 교통사고를 내며 고속도로 위 큰 사고를 막고 운전자를 구하는가 하면,

경찰관을 매단 채 도망을 가던 차량을 막아 역시 사고를 막은 용기있는 또다른 시민도 있었습니다.

뉴스따라잡기 오늘은, "우리 주변에 이런 이웃이 있어 행복하다" 지금부터 만나보시죠.

[리포트]

지난 12일 오전, 제2 서해안 고속도로.

달리던 차들이 비상등을 켜더니 차례로 차선을 바꿉니다.

["사고 났나?”]

마침, 현장을 달리고 있던 장현철 씨는 이상한 장면을 목격합니다.

빨간색 SUV 차량이 고속도로 중앙분리대를 부딪치며 가고 있는 겁니다.

[장현철/목격자 : “접촉사고가 나서 정차해있는 차인 줄 알았는데 계속 중앙분리대를 부딪치면서 주행 중이더라고요.”]

주변 차량들의 경적에도 별다른 반응이 없었습니다.

[장현철/목격자 : “졸음운전인가 싶어서 다시 차 옆으로 붙어서 경적을 울렸는데 반응이 없어서요.”]

문제의 차량을 따라 달리자 심각한 상황을 확인하게 됩니다.

[“운전자가 쓰러졌다.”]

운전자가 조수석 쪽으로 쓰러져 있다는 겁니다.

[장현철/목격자 : “운전자 상태를 한 번 보니까 정신을 잃으신 것 같았어요.”]

경찰에 신고하려 갓길로 이동하는 사이,

빨간색 SUV는 장 씨의 차량을 앞질러 시야에서 사라져버렸습니다.

그리고 잠시 후 검은색 승용차와 부딪힌 채 멈춰 서 있었는데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진 걸까?

시간을 되돌려, 이번에는 사고 차량의 블랙박스 영상을 같이 보시죠.

별 문제없이 달리는 듯 보였던 빨간색 SUV 차량.

갑자기 고통스런 신음 소리가 들리더니 차량이 왼쪽 중앙분리대를 부딪친 뒤 그대로 달리기 시작합니다.

다른 차량들은 이를 피해 추월해 나가고, 4분 가량이 지났을 무렵, 갑자기 검은 색 승용차가 1차선으로 들어서더니 속도를 줄여 차량과 거리를 좁혀 고의로 사고를 냅니다.

검은색 차량의 운전자는 46살 한영탁 씨.

[한영탁/고속도로 의인 : “경적에도 반응도 없고 조수석 쪽으로 사람이 쓰러져 있었어요. 생각이 없었어요. 그냥 막아야겠다는 생각밖에 안 들었어요. 차는 계속 가니까, 사람은 쓰러져있고……. ”]

차량을 멈추기 위해 고의로 부딪혀 사고를 낸 건데요.

한 씨는 차량을 멈춰 세운 뒤 조수석으로 다가와 잠귄 문을 두드렸습니다.

[한영탁/고속도로 의인 : “우선 차를 막고 운전자부터 확인해야겠다는 생각밖에 없었다니까요. 유리부터 깬다고 쳤어요, 주먹으로. 손이 아팠으니까.”]

이번에는 다른 차 블랙박스에 포착된 한 씨의 모습.

지나가던 차들을 향해 도움을 요청합니다.

[장현철/목격자 : “(차가) 부딪힌 장면을 보게 됐어요. 운전자분이 내려서 창문을 깰 수 있는 도구를 찾는 걸 목격하게 됐고요. 트렁크에 뭐 도구가 있을까 해서 찾아봤는데 제 차에는 딱히 없더라고요.”]

[한영탁/고속도로 의인 : “(누군가) 그냥 ‘망치, 망치’ 그래서. ‘망치 있어요.’ 그러는 거 같았는데, 그래서 망치 받아서 유리를 깼죠.”]

누군가 전해 준 망치로 창문을 깨고 차 문을 연 뒤, 급히 차 시동을 끄고 운전자의 상태를 확인했습니다.

[한영탁/고속도로 의인 : “‘선생님, 선생님’ 그러면서 흔들어서 깨웠거든요. 그랬더니 살짝 눈을 뜨시는데 눈이 동공이 풀린 상태더라고요. 주변에 사람들이 좀 있었어요. ‘119에 신고 좀 해주세요.’ 그러고 나서 계속 말 시키면서 주물러드리고. 내가 한 건 그게 다거든요.”]

계속 말을 건네며 119 구급대원이 올 때까지 자리를 지켰습니다.

[장현철/목격자 : “저라면 못했을 행동 같은데, 신고해서 경찰이 올 때까지 옆을 지켜보는 거 말고는 (할 수 있는 게) 없겠다고 (생각했는데) 저도 이번을 계기로 많은 걸 깨닫게 된 거 같아요.”]

사고 차량의 운전자는 다행히 큰 이상없이 회복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119 구급대원/음성변조 : “머리만 아프다고 이렇게 말씀하셨거든요. 교통사고가 난지도 모르시고 상황에 대해서 아예 기억을 못하고 계셨거든요.”]

[한영탁/고속도로 의인 : “통화를 했어요. 고맙다고 하셨죠, 그분이. 운전자분 목소리가 많이 좋아져서, 아 다행입니다. (그랬죠.)”]

경찰은 한 씨의 용기 있는 행동에 표창장을 수여하기로 했습니다.

[경찰 관계자/음성변조 : "(SUV) 운전자의 직접적인 사고, 또 통행하는 차량의 2차 사고, 대형사고까지 일어날 수 있는 충분한 상황에서 그런 사고를 미리 예방한 부분은 훌륭한 일을 하셨다고 판단해서…….“]

큰 사고를 막기위한 고의 교통사고. 한 씨는 사고 차량의 배상도 정중히 거절했습니다.

한 씨의 차량 제조사에서는 동급의 신형 새차를 선물하기로 했고, 한 복지재단은 의인상을 수여하기도 했습니다.

이번에는 지난 5일, 청주의 한 도롭니다.

교차로 앞 신호가 바뀌자마자 출발한 차가 반대편에서 달려오는 차량 앞으로 가서 막아섭니다.

마주오던 차량을 자세히 봤더니 운전석 차문은 열려있고, 누군가 매달려 끌려옵니다.

[경찰 관계자/음성변조 : “차량 소유주가 무면허인 걸 확인하고 검거를 하려고 했던 거죠.”]

무면허 운전자를 검거하려던 경찰관을 매단 채 그대로 달아났는데, 반대편에서 차량으로 막은 겁니다.

[경찰관계자/음성변조 : “반대 차선에서 신호대기를 하고 있다가 그 모습을 보고 신호 받자마자 위험을 방지하기 위해서 세워 주신 거예요.”]

33살 윤자운 씨는 차를 멈춰 세운 뒤, 열쇠를 뽑아 경찰을 도왔습니다.

30여 미터를 끌려갔던 경찰은 무릎을 다쳐 병원 치료를 받아야 했습니다.

순간적인 판단으로 검거에 도움을 준 시민 영웅에게 경찰은 감사의 표시를 전달했습니다.

[경찰관계자/음성변조 : “감사장을 수여하고 나서 확인해보니깐 경찰서에서 예전에 재직하셨던 전직 경찰관님 자제분이시더라고요. 동생분도 현재 경찰관으로 재직 중인 거로 알고 있습니다."]

순간적으로 아무 생각 없이 반사적으로 몸이 움직였다는 시민 영웅들.

이들은 취재진의 촬영 요청도 정중히 사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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