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에서 연주된 北 애국가, 우리에겐 ‘국가보안법’ 위반?

입력 2018.06.27 (0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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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를 위한 버지니아 여성들]의 ‘트럼프 생일축하 행사’ 유튜브 영상. 1시간 14분 52초 쯤부터 패션쇼 배경음악으로 북한 ‘애국가’가 연주되며 연주 뒤 사회자가 “북한의 애국가”라고 소개한다.


■'트럼프 생일 축하' 지지자 행사에서 <북한 애국가> 연주

뉴욕타임스는 그 순간을 '행사의 한 절정'이었다고 묘사했다. 비단 소재를 사용한 화려한 흑백의 아시아풍 드레스가 등장하던 순간, 장엄한 군가풍의 음악이 연주되고 모델은 양팔을 벌려 당당하게 앞으로 행진한 뒤 붉은색 하트 모양의 상징물을 머리 위로 높이 들어올렸다. 그 때 사회자는 말한다. "우리의 위대한 대통령과 그가 이룬 북한과의 협상을 나타내는 저 곡은 바로 북한의 애국가입니다. 우리에게는 역대 어떤 대통령도 하지 못한 일을 해내는 훌륭한 대통령이 있는 것입니다" 라고 말이다.

<트럼프를 위한 버지니아 여성들>이란 이름의 트럼프 대통령 지지자들이, 지난 6월 14일 트럼프 대통령의 72세 생일을 축하하기 위해 마련한 행사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북미정상회담 성과를 칭송하려고 기획한 이벤트였다. 한국의 국가와 똑같은 이름 '애국가'로 불리는 북한의 국가가, 미국의 수도 워싱턴에서 울려퍼진 것이다. 행사는 현지시간 지난 24일 워싱턴 트럼프국제호텔에서 열렸지만, 트럼프대통령은 참석하지 못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자들은 미국의 정치적 스펙트럼 상에서도 가장 보수적인 성향으로 분류된다. 과거 북한을 '악의 축'이라 부르고, 북한의 3대 세습 정권을 국민을 학살하는 최악의 독재자로 불렀던 사람들이 대부분일 것이다. 그런 그들이라도 정치적인 목적에 따라 언제든 북한의 '애국가'쯤은 연주하고 박수를 칠 수 있다. 이는 북미 간 적대 감정이 최고조에 달했을 때 뉴욕 한복판에서 버젓이 북한 지도자들에 대한 찬양가가 울려퍼지던 장면을 연상시킨다.

[연관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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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북한의 최고지도자 3대를 찬양하는 노래도 뉴욕에서 울려퍼져

북한의 연이은 핵실험과 대륙간 탄도미사일 발사 등으로 북미관계가 최악으로 치달았던 지난 2016년에서 2017년 사이, 미국 뉴욕에서 김정은, 김정일, 김일성에 대한 찬가가 차례로 울려퍼진 적이 있다. 북한까지 오가며 활동 중인 미국 내 친북단체들이 후원하는 친북음악회에서였다. 지난 2016년 9월, 당시 유엔총회 참석 차 뉴욕에 온 리용호 북한 외무상 일행이 참석하기도 했던 미국 내 친북 관현악단 '우륵교향악단'의 링컨센터 음악홀 연주회에선 '김정은 찬가'가 앵콜곡으로 연주됐다. 우륵교향악단은 2017년 2월과 2017년 4월에도 비슷한 형태의 음악회를 열고 '김정일 찬가'와 '김일성 찬가'를 각각 연주했다. 관현악곡으로 편곡됐기 때문에 가사는 없었지만, 멜로디는 뚜렷이 귀에 들어왔다.

이런 친북음악회는, 뉴욕에 있는, 북한의 미국 내 유일한 공관인 유엔 주재 북한대표부의 북한 외교관들과, 미국 내 전역의 친북 인사들이 조우하는 자리이기도 하고, 또 태양절과 같은 북한의 행사에 동조하려는 목적으로 기획되기도 하고, 리용호 외무상 같은 북한 인사들의 미국 방문을 환영하기 위해서 열리기도 한다. 어쨌든 미국 내 친북단체들은 이렇게 공개적으로 활동을 하고 있다. 이 당시 미국에서는, 한국에서는 접속이 불가능했던 친북단체의 인터넷 사이트들에도 자유롭게 접속할 수 있었다. 북한 당국의 선전물들이 그대로 올라왔고, 당연히 북한 체제나 김정은을 찬양하는 글들도 있었다. 미국에서는 누구나 그 사이트들에 접속할 수 있었다.

당시에는 북한이 핵실험을 하는 것은 물론 미국 본토를 공격하기 위한 대륙 간 핵 탑재용 탄도미사일을 계속 시험 발사하고 있었기 때문에, 미국인들은 북한을 적으로 인식했다. 그래서 친북단체들은 음악회를 홍보할 때, 라흐마니노프, 차이코프스키, 베토벤 같은 클래식 거장의 유명한 레파토리를 전면에 내세웠다.
북한 지도자들에 대한 찬가는, 앵콜곡으로 "코리안 사람들이 좋아하는 곡"이라고 슬쩍 소개된 뒤 기습적으로 연주되거나, 아주 일반적인 다른 제목으로 바뀌어 리플렛에 적혀있곤 했다. 미국 언론들은, '이렇게 소개해놓고 김정은 찬가 등을 연주하는 것은 사기에 해당하는 것'이라며 부정적 시각을 드러냈다. 음악회에서 김정은, 김정일, 김일성 찬가에 박수를 쳤던 미국 관객들에게 그런 곡인 줄 알았느냐고 물으면 대부분 "몰랐다"면서, "미국의 적인 북한 지도자에 대한 찬양가인 줄 알았다면 박수를 칠 수 없었을 것"이라고 대답하곤 했다.

그러나, 당시 그 친북음악회들을 취재하며 놀란 점은, 관객이나 언론의 부정적인 반응이 아니었다. 물론 많은 미국인들이 북한을 적으로 인식하는데도 그런 음악이 연주될 수 있다는 사실 자체가 놀라웠다. 하지만 더욱 놀라운 것은, 그들이 아무런 제재도 받지 않고, 다시 똑같은 음악회를 열 수 있다는 것이었다.

2016년 9월 우륵교향악단의 음악회에서는 '김정은 찬가'가 앵콜곡으로 기습적으로 연주됐다. 하지만 2017년 2월 음악회의 '김정일 찬가'는 정규 프로그램에 포함돼 연주됐다. 우륵교향악단은 여전히 조심스러웠는지 김정일 찬가에 앞서 '아름다운 미국(America The Beautiful)'이란 미국의 오래된 애국가요를 연주하기도 했다. 그 뒤 2017년 4월, 김일성의 생일인 태양절을 앞두고 열린 음악회에서는 더욱 대담해졌다. 악단이 연주를 시작하자마자 '김일성 찬가'부터 연주한 것이다.

미국 정부가 북한을 적이라 부르더라도, 자유민주주의 미국의 현행법은 북한의 애국가나 북한 지도자들을 향한 찬가가 연주되는 것을 막지 못한다. 아니 막지 않는다. 친북 사이트를 만드는 것을 막지 않고, 친북단체를 만들어 활동하는 것을 막지 않는다. 친북단체들이 더욱 두려워하는 것은, 서로 때로는 험상궂게 대립하기도 하는 미국 내 반북단체들일 것이지, 미국의 법이나 사법당국은 아닐 것이다. 그것은 정치적 사상과 결사의 자유, 표현의 자유, 언론의 자유에 해당할 뿐이다. 그 친북단체들이 미국의 현행법을 위반하지 않는다면, 북한 체제를 위한 주장을 한다는 것 자체만으로 잡아넣을 수는 없다.

어쩌면 친북음악회에서 만난 유엔 주재 북한 차석대사의, "음악을 음악으로 들으면 됐지 문제될 게 뭐 있습니까"란 말대로 북한 최고지도자들을 향한 찬가를 연주하고 듣는 것도 많은 문화적 활동 중 하나일 뿐일 수도 있다.
자유민주주의국가 미국은, 만약 그게 문제를 일으킨다면, 미국의 기본적인 법제도와 미국의 정치사회적 역량으로 해결할 수 있으리라고 간주하는 것이다. 그것을 어떻게 판단하고 그에 대해 어떻게 처리할 지는 기본적으로 미국 국민들이 판단할 문제라고 보는 것이다.

■ 한국에서 북한의 애국가를 연주한다면 '국가보안법' 위반일까?

유엔에서 북한 외교관들을 취재하면서, 가끔 한국 취재기자들끼리 농담처럼 "우리 이렇게 북한 외교관들과 자주 접촉하면 국가보안법 위반 아냐?"라고 말하곤 했다.
국가보안법의 많은 조항들이 모호해, 과거에는 북한 사람들과 접촉했다는 게 충분히 국가보안법 위반 사항이 되었다. 북한과 관련된 글을 읽는 것은 물론이고, 사회주의는 커녕 정치철학에 대한 서적을 읽고 토론하는 것만으로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처벌받을 수 있었다는 것을, 우리는 영화 '변호인'을 통해 보기도 했다.

왜냐하면 '북한' 자체가 국가보안법에 따르면 '반국가단체'이기 때문이다. 그러니, 북한의 애국가를 연주하는 데까지 가기도 전에, 북한의 애국가를 듣는 것만으로도, '국가보안법' 위반 여부를 우려할 수도 있다. 1948년 12월 제정 뒤 13차례에 걸친 개정과 8차례에 걸친 헌법재판소 위헌 심판에도 국가보안법 상 '반국가단체 찬양고무죄' 조항은 여전히 생존해있다. 북한의 애국가를 연주하고 그에 박수를 치는 행위가 그 조항에 저촉된다는 법적 논란은 지금도 불가능하지 않다.

만약, 트럼프 지지자들의 저 행사장에 한국인이 참석해 북한 애국가로 피날레를 장식한 패션쇼의 첫번째 세션이 끝난 뒤 박수를 쳤다면, 그는 국가보안법을 위반한 걸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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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06-27 07:02:47
    취재K

[트럼프를 위한 버지니아 여성들]의 ‘트럼프 생일축하 행사’ 유튜브 영상. 1시간 14분 52초 쯤부터 패션쇼 배경음악으로 북한 ‘애국가’가 연주되며 연주 뒤 사회자가 “북한의 애국가”라고 소개한다.


■'트럼프 생일 축하' 지지자 행사에서 <북한 애국가> 연주

뉴욕타임스는 그 순간을 '행사의 한 절정'이었다고 묘사했다. 비단 소재를 사용한 화려한 흑백의 아시아풍 드레스가 등장하던 순간, 장엄한 군가풍의 음악이 연주되고 모델은 양팔을 벌려 당당하게 앞으로 행진한 뒤 붉은색 하트 모양의 상징물을 머리 위로 높이 들어올렸다. 그 때 사회자는 말한다. "우리의 위대한 대통령과 그가 이룬 북한과의 협상을 나타내는 저 곡은 바로 북한의 애국가입니다. 우리에게는 역대 어떤 대통령도 하지 못한 일을 해내는 훌륭한 대통령이 있는 것입니다" 라고 말이다.

<트럼프를 위한 버지니아 여성들>이란 이름의 트럼프 대통령 지지자들이, 지난 6월 14일 트럼프 대통령의 72세 생일을 축하하기 위해 마련한 행사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북미정상회담 성과를 칭송하려고 기획한 이벤트였다. 한국의 국가와 똑같은 이름 '애국가'로 불리는 북한의 국가가, 미국의 수도 워싱턴에서 울려퍼진 것이다. 행사는 현지시간 지난 24일 워싱턴 트럼프국제호텔에서 열렸지만, 트럼프대통령은 참석하지 못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자들은 미국의 정치적 스펙트럼 상에서도 가장 보수적인 성향으로 분류된다. 과거 북한을 '악의 축'이라 부르고, 북한의 3대 세습 정권을 국민을 학살하는 최악의 독재자로 불렀던 사람들이 대부분일 것이다. 그런 그들이라도 정치적인 목적에 따라 언제든 북한의 '애국가'쯤은 연주하고 박수를 칠 수 있다. 이는 북미 간 적대 감정이 최고조에 달했을 때 뉴욕 한복판에서 버젓이 북한 지도자들에 대한 찬양가가 울려퍼지던 장면을 연상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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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연이은 핵실험과 대륙간 탄도미사일 발사 등으로 북미관계가 최악으로 치달았던 지난 2016년에서 2017년 사이, 미국 뉴욕에서 김정은, 김정일, 김일성에 대한 찬가가 차례로 울려퍼진 적이 있다. 북한까지 오가며 활동 중인 미국 내 친북단체들이 후원하는 친북음악회에서였다. 지난 2016년 9월, 당시 유엔총회 참석 차 뉴욕에 온 리용호 북한 외무상 일행이 참석하기도 했던 미국 내 친북 관현악단 '우륵교향악단'의 링컨센터 음악홀 연주회에선 '김정은 찬가'가 앵콜곡으로 연주됐다. 우륵교향악단은 2017년 2월과 2017년 4월에도 비슷한 형태의 음악회를 열고 '김정일 찬가'와 '김일성 찬가'를 각각 연주했다. 관현악곡으로 편곡됐기 때문에 가사는 없었지만, 멜로디는 뚜렷이 귀에 들어왔다.

이런 친북음악회는, 뉴욕에 있는, 북한의 미국 내 유일한 공관인 유엔 주재 북한대표부의 북한 외교관들과, 미국 내 전역의 친북 인사들이 조우하는 자리이기도 하고, 또 태양절과 같은 북한의 행사에 동조하려는 목적으로 기획되기도 하고, 리용호 외무상 같은 북한 인사들의 미국 방문을 환영하기 위해서 열리기도 한다. 어쨌든 미국 내 친북단체들은 이렇게 공개적으로 활동을 하고 있다. 이 당시 미국에서는, 한국에서는 접속이 불가능했던 친북단체의 인터넷 사이트들에도 자유롭게 접속할 수 있었다. 북한 당국의 선전물들이 그대로 올라왔고, 당연히 북한 체제나 김정은을 찬양하는 글들도 있었다. 미국에서는 누구나 그 사이트들에 접속할 수 있었다.

당시에는 북한이 핵실험을 하는 것은 물론 미국 본토를 공격하기 위한 대륙 간 핵 탑재용 탄도미사일을 계속 시험 발사하고 있었기 때문에, 미국인들은 북한을 적으로 인식했다. 그래서 친북단체들은 음악회를 홍보할 때, 라흐마니노프, 차이코프스키, 베토벤 같은 클래식 거장의 유명한 레파토리를 전면에 내세웠다.
북한 지도자들에 대한 찬가는, 앵콜곡으로 "코리안 사람들이 좋아하는 곡"이라고 슬쩍 소개된 뒤 기습적으로 연주되거나, 아주 일반적인 다른 제목으로 바뀌어 리플렛에 적혀있곤 했다. 미국 언론들은, '이렇게 소개해놓고 김정은 찬가 등을 연주하는 것은 사기에 해당하는 것'이라며 부정적 시각을 드러냈다. 음악회에서 김정은, 김정일, 김일성 찬가에 박수를 쳤던 미국 관객들에게 그런 곡인 줄 알았느냐고 물으면 대부분 "몰랐다"면서, "미국의 적인 북한 지도자에 대한 찬양가인 줄 알았다면 박수를 칠 수 없었을 것"이라고 대답하곤 했다.

그러나, 당시 그 친북음악회들을 취재하며 놀란 점은, 관객이나 언론의 부정적인 반응이 아니었다. 물론 많은 미국인들이 북한을 적으로 인식하는데도 그런 음악이 연주될 수 있다는 사실 자체가 놀라웠다. 하지만 더욱 놀라운 것은, 그들이 아무런 제재도 받지 않고, 다시 똑같은 음악회를 열 수 있다는 것이었다.

2016년 9월 우륵교향악단의 음악회에서는 '김정은 찬가'가 앵콜곡으로 기습적으로 연주됐다. 하지만 2017년 2월 음악회의 '김정일 찬가'는 정규 프로그램에 포함돼 연주됐다. 우륵교향악단은 여전히 조심스러웠는지 김정일 찬가에 앞서 '아름다운 미국(America The Beautiful)'이란 미국의 오래된 애국가요를 연주하기도 했다. 그 뒤 2017년 4월, 김일성의 생일인 태양절을 앞두고 열린 음악회에서는 더욱 대담해졌다. 악단이 연주를 시작하자마자 '김일성 찬가'부터 연주한 것이다.

미국 정부가 북한을 적이라 부르더라도, 자유민주주의 미국의 현행법은 북한의 애국가나 북한 지도자들을 향한 찬가가 연주되는 것을 막지 못한다. 아니 막지 않는다. 친북 사이트를 만드는 것을 막지 않고, 친북단체를 만들어 활동하는 것을 막지 않는다. 친북단체들이 더욱 두려워하는 것은, 서로 때로는 험상궂게 대립하기도 하는 미국 내 반북단체들일 것이지, 미국의 법이나 사법당국은 아닐 것이다. 그것은 정치적 사상과 결사의 자유, 표현의 자유, 언론의 자유에 해당할 뿐이다. 그 친북단체들이 미국의 현행법을 위반하지 않는다면, 북한 체제를 위한 주장을 한다는 것 자체만으로 잡아넣을 수는 없다.

어쩌면 친북음악회에서 만난 유엔 주재 북한 차석대사의, "음악을 음악으로 들으면 됐지 문제될 게 뭐 있습니까"란 말대로 북한 최고지도자들을 향한 찬가를 연주하고 듣는 것도 많은 문화적 활동 중 하나일 뿐일 수도 있다.
자유민주주의국가 미국은, 만약 그게 문제를 일으킨다면, 미국의 기본적인 법제도와 미국의 정치사회적 역량으로 해결할 수 있으리라고 간주하는 것이다. 그것을 어떻게 판단하고 그에 대해 어떻게 처리할 지는 기본적으로 미국 국민들이 판단할 문제라고 보는 것이다.

■ 한국에서 북한의 애국가를 연주한다면 '국가보안법' 위반일까?

유엔에서 북한 외교관들을 취재하면서, 가끔 한국 취재기자들끼리 농담처럼 "우리 이렇게 북한 외교관들과 자주 접촉하면 국가보안법 위반 아냐?"라고 말하곤 했다.
국가보안법의 많은 조항들이 모호해, 과거에는 북한 사람들과 접촉했다는 게 충분히 국가보안법 위반 사항이 되었다. 북한과 관련된 글을 읽는 것은 물론이고, 사회주의는 커녕 정치철학에 대한 서적을 읽고 토론하는 것만으로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처벌받을 수 있었다는 것을, 우리는 영화 '변호인'을 통해 보기도 했다.

왜냐하면 '북한' 자체가 국가보안법에 따르면 '반국가단체'이기 때문이다. 그러니, 북한의 애국가를 연주하는 데까지 가기도 전에, 북한의 애국가를 듣는 것만으로도, '국가보안법' 위반 여부를 우려할 수도 있다. 1948년 12월 제정 뒤 13차례에 걸친 개정과 8차례에 걸친 헌법재판소 위헌 심판에도 국가보안법 상 '반국가단체 찬양고무죄' 조항은 여전히 생존해있다. 북한의 애국가를 연주하고 그에 박수를 치는 행위가 그 조항에 저촉된다는 법적 논란은 지금도 불가능하지 않다.

만약, 트럼프 지지자들의 저 행사장에 한국인이 참석해 북한 애국가로 피날레를 장식한 패션쇼의 첫번째 세션이 끝난 뒤 박수를 쳤다면, 그는 국가보안법을 위반한 걸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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