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따라잡기] 주 52시간 근무제…‘버스 대란’ 조짐은?

입력 2018.07.03 (08:36) 수정 2018.07.04 (0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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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이번달부터 주 52시간 근무제가 도입됐습니다.

직장인들의 삶에 큰 변화를 가져올 제도지만 현장에서는 혼란도 만만치 않습니다.

그중에 한 곳을 꼽으라면 바로 버스 업계입니다.

그동안 주당 70시간 안팎을 운전하며 임금을 유지해왔는데, 당장 월급이 줄어들게 된거죠.

기사들의 이직으로 일부에선 노선이 폐지되고 배차시간이 길어지고 있는데요,

앞으로 '버스 대란'이 일어날 것이라는 전망까지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뉴스따라잡기에서 현장을 다녀왔습니다.

[리포트]

어제 아침, 경기도 안양시의 버스 정류장.

출근길, 버스를 기다리는 사람들이 길게 줄을 늘어섭니다.

주 52시간 근무제 도입 후 첫 출근길.

평소보다 좀 더 붐비는 모습인데요.

[윤진원/경기도 시흥시 : "오늘 평소보다 두 배로 사람이 많긴 한 거 같거든요. 배차 간격이 사실 너무 길어서요."]

하지만 당초 예상됐던 것 만큼의 버스 대란 정도는 아니었습니다.

[시민/음성변조 : "불편하다고 느낄 정도(의 대란은) 없었던 거 같아요. 늘 뭐 비슷비슷했던 거 같아요."]

같은 시간, 경기도 고양시의 버스 정류장.

버스를 기다리는 시민들이 많이 보이는데요,

특별히 오늘이 평소보다 많은 것은 아니라고 합니다.

[시민/음성변조 : "법안 안 나왔다고 해도 어차피 불편했었던 거는 마찬가지여서. 법안 때문에 불편하다고 생각은 솔직히 별로 (안 했어요.)"]

사실 이번달부터 주 52시간 근무제 실시가 예고되면서 버스 업계의 파행이 예상되기도 했는데요,

많은 버스 기사들은 격일제로 근무를 하면서 사실상 주당 70시간이 넘는 근무를 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김용운/경기도 버스 기사 : "운전하는 시간은 (하루에) 17시간에서 18시간 정도 되거든요. 제가 하는 노선에는 심야도 있어서 심야까지 하게 되면 거의 20시간 정도 운전을 한다고 보시면 됩니다."]

기본급이 적다 보니 초과 근무수당으로 월급을 보전해왔던 버스 기사들은 임금이 줄까봐 걱정이 큰 것이 사실입니다.

[김용운/경기도 버스 기사 : "지금 석 달 동안 거의 한 80명에서 100명 정도가 퇴사를 하거나 이직을 한 상태에요. 그래서 지금 기사들도 많이 부족한 상태고요."]

이번에는 강릉시외버스 터미널.

여기서 춘천, 부산을 가는 노선의 행 횟수는 크게 줄었습니다.

강릉에서 제천까지 운행하던 노선은 아예 폐지됐다고 하는데요.

버스기사가 부족하자 손님이 적은 노선을 중심으로 운행횟수를 줄인 겁니다.

[ 강한길/경기도 성남시 : "결국은 시골이나 그런 지역에 사시는 분들이 더 피해를 많이 볼 것 같더라고요."]

주 52시간 근무제의 도입으로 위기를 느낀 버스 기사들이 대거 관뒀기 때문입니다.

[강원도 버스 기사/음성변조 : "주위에서만 해도 합치면 한 40,50명 되죠. 배차 시간을 일단 다 못 뛴다고... 하는 기사가 없는데."]

특히, 대도시보다 임금이 낮은데 근로시간까지 단축되면, 생계에 위협을 느낄 정도라는게 기사들의 하소연입니다.

[강원도 버스 기사/음성변조 : "아들 둘 대학 다니는데 급여가 줄어들면 저 어떻게 할지 어떻게 대책이 안 나와요. 지금. 월급에서 한 150만 원이 줄어든다고 하면 어떻게 생활할 방법이 없잖아."]

[김학만/동해상사고속 노조위원장 : "영동지역에는 전체 수도권에 근무하는 운전기사들보다 임금이 현재에도 30~40% 더 적었습니다. 현재도 300여만 원의 임금을 받고 근무를 하는데 근로시간이 52시간으로 단축된다면 100만 원에서 120만 원 정도가 임금 감소가 됩니다."]

기사 충원을 위해 통합 채용사이트를 만들기도 했지만 결과가 신통치 않습니다.

[강원도 관계자/음성변조 : "강원도만 구한다면 괜찮겠습니다만 전국이 똑같은 상황이거든요. 사실 좀 답이 없는 상태죠."]

일단 국토부가 꺼내든 대안은 탄력 근무제 도입입니다.

노사 합의로 근무시간을 유연하게 68시간으로 맞추기로 한 겁니다.

이렇게 되면 결국 주 52시간 근무제가 시행됐지만 변하는 것은 아무것도 없게 된 상황.

[이정수/경기도 버스 기사 : "과거에도 한 주는 52시간 일했고, 한 주는 72시간 일했는데 변화된 게 하나도 없다는 거죠."]

그나마 탄력 근무제 도입도 임시 방편에 불과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습니다.

[강상욱/한국 교통연구원 박사 : "운전기사 부족의 따른 문제, 노사 갈등 문제, 재정 부담의 문제, 여러 가지 문제들이 하나도 해결되지 않은 상태에서 (내년) 7월로 연기된 것입니다."]

현재 전국적으로 필요한 버스 기사 숫자는 9천여 명.

특히, 내년에는 만 7천여 명이 추가로 필요할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오지만, 충원은 쉽지 않은 상황입니다.

결국 서울과 지방이 더욱 격차가 벌어지는 빈익빈부익부 현상이 나타나지 않겠냐는 우려도 나옵니다.

실제, 경기도의 경우 지난 5월부터 운전기사 3천백여 명 통합 채용에 나섰지만, 실제 모집된 인원은 380여 명 뿐이었습니다.

결국 이런 상황이 계속되면 배차간격이 늘어나거나 앞서 강원도에서 보신 것처럼 노선 폐지로 이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김용운/경기도 버스 기사 : "손님이 많이 없는 노선 있잖아요. 그런 데 있는 기사분들을 손님이 많거나 돈이 되는 노선으로 모셔서 운행을 하고 있는 상태에요."]

정부는 버스 준공영제를 전국적으로 확대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민간 운수업체가 서비스를 공급하고 수익금 공동관리나 재정지원을 지자체가 떠맡는 방식인데, 넘어야 할 산이 많습니다.

[강상욱/한국교통연구원 박사 : "재정부담 증가 문제, 업체의 도덕적 해이 문제, 비효율적인 노선 조정 관리의 이런 문제들이 여전히 숙제로 남아있습니다. 중소도시 현실에 맞는 준공영제의 방식을 새로 만들어내야 할 것입니다."]

버스 대란으로 가느냐, 기사들이 안심하고 운전에 전념할 수 있느냐, 새로 출범한 민선 7기 지자체들마다 숙제가 놓여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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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스 따라잡기] 주 52시간 근무제…‘버스 대란’ 조짐은?
    • 입력 2018-07-03 08:36:50
    • 수정2018-07-04 09:4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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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이번달부터 주 52시간 근무제가 도입됐습니다.

직장인들의 삶에 큰 변화를 가져올 제도지만 현장에서는 혼란도 만만치 않습니다.

그중에 한 곳을 꼽으라면 바로 버스 업계입니다.

그동안 주당 70시간 안팎을 운전하며 임금을 유지해왔는데, 당장 월급이 줄어들게 된거죠.

기사들의 이직으로 일부에선 노선이 폐지되고 배차시간이 길어지고 있는데요,

앞으로 '버스 대란'이 일어날 것이라는 전망까지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뉴스따라잡기에서 현장을 다녀왔습니다.

[리포트]

어제 아침, 경기도 안양시의 버스 정류장.

출근길, 버스를 기다리는 사람들이 길게 줄을 늘어섭니다.

주 52시간 근무제 도입 후 첫 출근길.

평소보다 좀 더 붐비는 모습인데요.

[윤진원/경기도 시흥시 : "오늘 평소보다 두 배로 사람이 많긴 한 거 같거든요. 배차 간격이 사실 너무 길어서요."]

하지만 당초 예상됐던 것 만큼의 버스 대란 정도는 아니었습니다.

[시민/음성변조 : "불편하다고 느낄 정도(의 대란은) 없었던 거 같아요. 늘 뭐 비슷비슷했던 거 같아요."]

같은 시간, 경기도 고양시의 버스 정류장.

버스를 기다리는 시민들이 많이 보이는데요,

특별히 오늘이 평소보다 많은 것은 아니라고 합니다.

[시민/음성변조 : "법안 안 나왔다고 해도 어차피 불편했었던 거는 마찬가지여서. 법안 때문에 불편하다고 생각은 솔직히 별로 (안 했어요.)"]

사실 이번달부터 주 52시간 근무제 실시가 예고되면서 버스 업계의 파행이 예상되기도 했는데요,

많은 버스 기사들은 격일제로 근무를 하면서 사실상 주당 70시간이 넘는 근무를 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김용운/경기도 버스 기사 : "운전하는 시간은 (하루에) 17시간에서 18시간 정도 되거든요. 제가 하는 노선에는 심야도 있어서 심야까지 하게 되면 거의 20시간 정도 운전을 한다고 보시면 됩니다."]

기본급이 적다 보니 초과 근무수당으로 월급을 보전해왔던 버스 기사들은 임금이 줄까봐 걱정이 큰 것이 사실입니다.

[김용운/경기도 버스 기사 : "지금 석 달 동안 거의 한 80명에서 100명 정도가 퇴사를 하거나 이직을 한 상태에요. 그래서 지금 기사들도 많이 부족한 상태고요."]

이번에는 강릉시외버스 터미널.

여기서 춘천, 부산을 가는 노선의 행 횟수는 크게 줄었습니다.

강릉에서 제천까지 운행하던 노선은 아예 폐지됐다고 하는데요.

버스기사가 부족하자 손님이 적은 노선을 중심으로 운행횟수를 줄인 겁니다.

[ 강한길/경기도 성남시 : "결국은 시골이나 그런 지역에 사시는 분들이 더 피해를 많이 볼 것 같더라고요."]

주 52시간 근무제의 도입으로 위기를 느낀 버스 기사들이 대거 관뒀기 때문입니다.

[강원도 버스 기사/음성변조 : "주위에서만 해도 합치면 한 40,50명 되죠. 배차 시간을 일단 다 못 뛴다고... 하는 기사가 없는데."]

특히, 대도시보다 임금이 낮은데 근로시간까지 단축되면, 생계에 위협을 느낄 정도라는게 기사들의 하소연입니다.

[강원도 버스 기사/음성변조 : "아들 둘 대학 다니는데 급여가 줄어들면 저 어떻게 할지 어떻게 대책이 안 나와요. 지금. 월급에서 한 150만 원이 줄어든다고 하면 어떻게 생활할 방법이 없잖아."]

[김학만/동해상사고속 노조위원장 : "영동지역에는 전체 수도권에 근무하는 운전기사들보다 임금이 현재에도 30~40% 더 적었습니다. 현재도 300여만 원의 임금을 받고 근무를 하는데 근로시간이 52시간으로 단축된다면 100만 원에서 120만 원 정도가 임금 감소가 됩니다."]

기사 충원을 위해 통합 채용사이트를 만들기도 했지만 결과가 신통치 않습니다.

[강원도 관계자/음성변조 : "강원도만 구한다면 괜찮겠습니다만 전국이 똑같은 상황이거든요. 사실 좀 답이 없는 상태죠."]

일단 국토부가 꺼내든 대안은 탄력 근무제 도입입니다.

노사 합의로 근무시간을 유연하게 68시간으로 맞추기로 한 겁니다.

이렇게 되면 결국 주 52시간 근무제가 시행됐지만 변하는 것은 아무것도 없게 된 상황.

[이정수/경기도 버스 기사 : "과거에도 한 주는 52시간 일했고, 한 주는 72시간 일했는데 변화된 게 하나도 없다는 거죠."]

그나마 탄력 근무제 도입도 임시 방편에 불과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습니다.

[강상욱/한국 교통연구원 박사 : "운전기사 부족의 따른 문제, 노사 갈등 문제, 재정 부담의 문제, 여러 가지 문제들이 하나도 해결되지 않은 상태에서 (내년) 7월로 연기된 것입니다."]

현재 전국적으로 필요한 버스 기사 숫자는 9천여 명.

특히, 내년에는 만 7천여 명이 추가로 필요할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오지만, 충원은 쉽지 않은 상황입니다.

결국 서울과 지방이 더욱 격차가 벌어지는 빈익빈부익부 현상이 나타나지 않겠냐는 우려도 나옵니다.

실제, 경기도의 경우 지난 5월부터 운전기사 3천백여 명 통합 채용에 나섰지만, 실제 모집된 인원은 380여 명 뿐이었습니다.

결국 이런 상황이 계속되면 배차간격이 늘어나거나 앞서 강원도에서 보신 것처럼 노선 폐지로 이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김용운/경기도 버스 기사 : "손님이 많이 없는 노선 있잖아요. 그런 데 있는 기사분들을 손님이 많거나 돈이 되는 노선으로 모셔서 운행을 하고 있는 상태에요."]

정부는 버스 준공영제를 전국적으로 확대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민간 운수업체가 서비스를 공급하고 수익금 공동관리나 재정지원을 지자체가 떠맡는 방식인데, 넘어야 할 산이 많습니다.

[강상욱/한국교통연구원 박사 : "재정부담 증가 문제, 업체의 도덕적 해이 문제, 비효율적인 노선 조정 관리의 이런 문제들이 여전히 숙제로 남아있습니다. 중소도시 현실에 맞는 준공영제의 방식을 새로 만들어내야 할 것입니다."]

버스 대란으로 가느냐, 기사들이 안심하고 운전에 전념할 수 있느냐, 새로 출범한 민선 7기 지자체들마다 숙제가 놓여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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