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구는 커녕 장맛비에 산사태 우려…위험한 가리왕산

입력 2018.07.09 (21:39) 수정 2018.07.10 (0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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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평창 동계 올림픽 알파인 스키 경기가 열렸던 강원도 가리왕산은 국가 산림유전자원 보호구역이기도 한데요.

올림픽 이후 강원도가 원상 복구하기로 약속했지만, 복원 작업 시작도 못한 채 장맛비로 곳곳이 쓸려나가 대형 산사태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장맛비가 휩쓸고 간 가리왕산을 김진호 기자가 다녀왔습니다.

[리포트]

동계올림픽 경기가 열렸던 가리왕산.

단 3일의 경기를 위해 500년 원시림을 밀어냈습니다.

해발 1,300m 슬로프 정상부입니다.

슬로프 아래 쪽으로 길고, 깊은 고랑이 생겼습니다.

곳곳에 쌓여 있는 돌무더기가 물살의 힘이 얼마나 셌던 지 짐작케 합니다.

슬로프와 산 경계면은 어떨까?

마치 굴삭기로 파낸 것 처럼 흙더미가 뭉텅 뭉텅 사라졌습니다.

빗물이 산자락으로 쏟아져 내리면서 만든 물길 입니다.

["산사태라는 게 크게 시작하는 게 아니고 이렇게 작은데서 시작해서 크게 벌어지는 거죠."]

이런 침식 지형은 아래로 갈 수록 더 많아집니다.

제 키보다 높은 토사 높이가 쓸려져 내려가 있습니다.

이곳은 이렇게 조금만 힘을 줘도 흙더미가 부서져 산사태 징후가 나타나고 있습니다.

해발 700미터. 피해가 가장 많이 발생한 곳입니다.

장맛비는 산자락 곳곳에 깊은 생채기를 남겼습니다.

쓰러진 나무와 돌무더기가 뒤섞인 산자락이 공사장을 방불케 합니다.

[임재은/산림기술사 : "물길이 오히려 주변에 침식을 가중시키는 현장들이 많이 나타납니다, 그래서 강우 강도가 높게 나타나면 그런 것들이 바로 산사태나 재해로 이어지는 거죠."]

사정이 이런데도 현재 대책은 산사태가 나면 토사를 가둬 놓을 큰 구덩이 두개가 고작입니다.

[강원도청 관계자/음성변조 : "침사지를 만들고 그래서 큰사태가 나지 않았으면 하는 것도 저희들 바람이죠."]

올림픽이라는 국가적 행사를 위해 가리왕산은 원상복구를 전제로 치명적인 생태계 파괴를 감수했던 곳입니다.

[배제선/녹색연합 자연생태팀장 : "평창올림픽에 가장 큰 슬로건이 환경올림픽이었습니다, 가리왕산이 이전 모습대로 복원되지 않고 방치된다면 국민적 합의뿐만 아니라 국제적 약속까지 저버리는 일입니다."]

환경부는 복원 사업은 시작도 못한 강원도에 지난달 천만원의 과태료 처분을 내렸습니다.

KBS 뉴스 김진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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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복구는 커녕 장맛비에 산사태 우려…위험한 가리왕산
    • 입력 2018-07-09 21:43:37
    • 수정2018-07-10 09:37:01
    뉴스 9
[앵커] 평창 동계 올림픽 알파인 스키 경기가 열렸던 강원도 가리왕산은 국가 산림유전자원 보호구역이기도 한데요. 올림픽 이후 강원도가 원상 복구하기로 약속했지만, 복원 작업 시작도 못한 채 장맛비로 곳곳이 쓸려나가 대형 산사태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장맛비가 휩쓸고 간 가리왕산을 김진호 기자가 다녀왔습니다. [리포트] 동계올림픽 경기가 열렸던 가리왕산. 단 3일의 경기를 위해 500년 원시림을 밀어냈습니다. 해발 1,300m 슬로프 정상부입니다. 슬로프 아래 쪽으로 길고, 깊은 고랑이 생겼습니다. 곳곳에 쌓여 있는 돌무더기가 물살의 힘이 얼마나 셌던 지 짐작케 합니다. 슬로프와 산 경계면은 어떨까? 마치 굴삭기로 파낸 것 처럼 흙더미가 뭉텅 뭉텅 사라졌습니다. 빗물이 산자락으로 쏟아져 내리면서 만든 물길 입니다. ["산사태라는 게 크게 시작하는 게 아니고 이렇게 작은데서 시작해서 크게 벌어지는 거죠."] 이런 침식 지형은 아래로 갈 수록 더 많아집니다. 제 키보다 높은 토사 높이가 쓸려져 내려가 있습니다. 이곳은 이렇게 조금만 힘을 줘도 흙더미가 부서져 산사태 징후가 나타나고 있습니다. 해발 700미터. 피해가 가장 많이 발생한 곳입니다. 장맛비는 산자락 곳곳에 깊은 생채기를 남겼습니다. 쓰러진 나무와 돌무더기가 뒤섞인 산자락이 공사장을 방불케 합니다. [임재은/산림기술사 : "물길이 오히려 주변에 침식을 가중시키는 현장들이 많이 나타납니다, 그래서 강우 강도가 높게 나타나면 그런 것들이 바로 산사태나 재해로 이어지는 거죠."] 사정이 이런데도 현재 대책은 산사태가 나면 토사를 가둬 놓을 큰 구덩이 두개가 고작입니다. [강원도청 관계자/음성변조 : "침사지를 만들고 그래서 큰사태가 나지 않았으면 하는 것도 저희들 바람이죠."] 올림픽이라는 국가적 행사를 위해 가리왕산은 원상복구를 전제로 치명적인 생태계 파괴를 감수했던 곳입니다. [배제선/녹색연합 자연생태팀장 : "평창올림픽에 가장 큰 슬로건이 환경올림픽이었습니다, 가리왕산이 이전 모습대로 복원되지 않고 방치된다면 국민적 합의뿐만 아니라 국제적 약속까지 저버리는 일입니다."] 환경부는 복원 사업은 시작도 못한 강원도에 지난달 천만원의 과태료 처분을 내렸습니다. KBS 뉴스 김진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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