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브리핑 (17) 어느 보수주의자의 토로

입력 2018.07.13 (20:36) 수정 2018.07.15 (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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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위원장 친서 공개한 트럼프 대통령(2018.7.12, 트윗)김정은 위원장 친서 공개한 트럼프 대통령(2018.7.12, 트윗)
1. 미국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의 정상회담에 합의하고 6‧12 북‧미 정상회담을 거쳐 7월 6~7일 북‧미 고위급회담을 마친 지금까지, 미국과 한국에선 묘한 동조 혹은 정신적 연대가 나타나고 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반감, 강대국 특유의 일방주의, 북한에 대한 뿌리 깊은 불신, 국내에서의 정치적 이해가 씨줄과 날줄처럼 얽혀 북‧미 협상을 계속 비판하고 공격을 늦추지 않는 것입니다. 한국의 친미적인 일부 언론이 반미로 돌아섰다는 우스갯소리에 태극기 집회에선 성조기가 사라지고 일장기가 등장했다는 얘기도 들립니다.

한반도 브리핑에서는 이른바 보수층은 북‧미 정상회담과 이후의 상황을 어떻게 보는지 짚으려 합니다. 오늘은 먼저 전직 고위당국자와의 인터뷰를 전합니다. 30년가량 공직에 있으면서 북한 문제를 다뤘던 이 전직 고위당국자는 이름을 밝히지 않는 조건으로 북‧미, 남북 대화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가감 없이 전했습니다. 자신은 보수적이라거나 보수주의자가 아니라고 설명했지만, 강경하진 않고 나름 합리적인 보수라는 게 대체적인 평입니다. 인터뷰는 7월 12일, 여의도의 한 음식점과 자리를 옮겨 전통 찻집에서 2시간 가까이 진행했습니다.

“북, 지금도 ‘벼랑 끝 전술’…국제 질서상 북이 유연해야”

2. 먼저 최근 미국 폼페이오 국무장관의 3차 방북을 놓고 이 전직 고위당국자는 북한이 “벼랑 끝 전술을 지금도 써먹는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미국이 6‧12 정상회담에서 CVID는커녕 V(검증)도 넣지 못했는고 북한이 정상회담 끝났다고 순순히 나오지 않은 것이라며, 폼페이오 국무가 “이번에 가서 저렇게 당하고 온 것은 충분히 예견됐던 상황”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정상회담을 비롯한 북‧미 협상에 너무 비판만 하는 것 아니냐, 지금의 접근법에 대한 대안을 묻자, 북‧미가 “서로 요구할 수 있는 행동의 리스트를 전부 내놓고, 일시에 할지 단계적으로 할지 정하고 시한을 정하”하는데서 시작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한편으론 “국제 질서를 보면 북한이 좀 유연한 자세를 가질 필요가 있다”며 북한의 선제적 양보를 요구했습니다.

중국 의장대 사열하는 김정은 위원장(2018.5.19, 중국 베이징)중국 의장대 사열하는 김정은 위원장(2018.5.19, 중국 베이징)
흥미로운 건 중국에 대한 평가인데, “북한 핵을 해결했는데 미국의 영향력이 더 세졌다면 중국으로선 동의하기 어려울 거”라며 “이런 상황에서 북한 핵 문제 해결이 그렇게 달갑지 않을 거”라고 진단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중국 훼방론’과 비슷한 맥락으로 읽힙니다. 특히 중국의 전략 자산까지 적용한다는 조건에서, “한‧미 합동군사훈련, 북한의 비핵지대화론은 북한이 진짜로 핵 포기한다면 검토할 수 있다”며 다소 파격적인 주장도 내놓았습니다.

“중국, 북핵 문제 해결 달갑지 않을 수도…조건부 비핵지대화론 검토”

문재인 대통령이 올해 안 종전선언 추진을 재확인한데 대해서는, “종전선언을 했다고 해서 더 좋아지고 안 했다고 더 나빠지는 건 아니다”, “(북‧미 협상이) 아무것도 없는데 종전선언 했다고 해서 윤활유 되는 건 아니다”며 소극적인 입장을 내비쳤습니다.

북한에 대한 평가를 묻자 세계 보편 가치로 볼 때 “이상한 체제”지만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만난 경험으로 볼 때 북한 내부에도 강경파의 입장으로 보일 수 있는 “관료들의 관성”이 있지만 최고지도자의 결단에 따라선 “개방”이 가능할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다만 2000년 중국 상하이를 방문한 김정일 위원장이 “자본주의 체제가 참으로 좋다는 걸 인정”하면서도 “남조선 때문에 개방 못 한다고 했다”며, 북이 “개방만 한다면 어떻게 보면 베트남보다 훨씬 유리하다”고 분석했습니다.

“북 개방만 하면 베트남보다 훨씬 유리”

3. 흔히 다르다고 해서 틀린 것은 아니라고 합니다. 그것 자체는 일리 있고 귀담아 들을 얘기가 맞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기도 합니다. 한반도 브리핑에서는 앞으로도 북‧미 협상, 남북 관계에 대한 다양한 의견들을 다루려고 합니다. 동의, 공감하지는 못해도 어떤 다른 의견이 있는지 아는 건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다만 지나치게 과격하거나 호전적이거나 논리적 근거보다는 감정적이고 선동적 주장에 대해서는 조심스럽습니다.

이런 관점에서 진행한 이번 첫 번째 인터뷰를 찬찬히, 꼼꼼히, 필요하면 약간의 인내를 갖고 읽어주시길 부탁합니다.

[관련 기사]
한반도 브리핑 ⑰ “북, 지금도 벼랑 끝 전술…북이 유연해야” (인터뷰 전문)
한반도 브리핑 ⑮ “대화 상태로서 진지한 대우를 받고 싶다”
한반도 브리핑 ⑭ “나의 강경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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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반도 브리핑 (17) 어느 보수주의자의 토로
    • 입력 2018-07-13 20:36:29
    • 수정2018-07-15 09:20:40
    정치
김정은 위원장 친서 공개한 트럼프 대통령(2018.7.12, 트윗)1. 미국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의 정상회담에 합의하고 6‧12 북‧미 정상회담을 거쳐 7월 6~7일 북‧미 고위급회담을 마친 지금까지, 미국과 한국에선 묘한 동조 혹은 정신적 연대가 나타나고 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반감, 강대국 특유의 일방주의, 북한에 대한 뿌리 깊은 불신, 국내에서의 정치적 이해가 씨줄과 날줄처럼 얽혀 북‧미 협상을 계속 비판하고 공격을 늦추지 않는 것입니다. 한국의 친미적인 일부 언론이 반미로 돌아섰다는 우스갯소리에 태극기 집회에선 성조기가 사라지고 일장기가 등장했다는 얘기도 들립니다.

한반도 브리핑에서는 이른바 보수층은 북‧미 정상회담과 이후의 상황을 어떻게 보는지 짚으려 합니다. 오늘은 먼저 전직 고위당국자와의 인터뷰를 전합니다. 30년가량 공직에 있으면서 북한 문제를 다뤘던 이 전직 고위당국자는 이름을 밝히지 않는 조건으로 북‧미, 남북 대화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가감 없이 전했습니다. 자신은 보수적이라거나 보수주의자가 아니라고 설명했지만, 강경하진 않고 나름 합리적인 보수라는 게 대체적인 평입니다. 인터뷰는 7월 12일, 여의도의 한 음식점과 자리를 옮겨 전통 찻집에서 2시간 가까이 진행했습니다.

“북, 지금도 ‘벼랑 끝 전술’…국제 질서상 북이 유연해야”

2. 먼저 최근 미국 폼페이오 국무장관의 3차 방북을 놓고 이 전직 고위당국자는 북한이 “벼랑 끝 전술을 지금도 써먹는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미국이 6‧12 정상회담에서 CVID는커녕 V(검증)도 넣지 못했는고 북한이 정상회담 끝났다고 순순히 나오지 않은 것이라며, 폼페이오 국무가 “이번에 가서 저렇게 당하고 온 것은 충분히 예견됐던 상황”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정상회담을 비롯한 북‧미 협상에 너무 비판만 하는 것 아니냐, 지금의 접근법에 대한 대안을 묻자, 북‧미가 “서로 요구할 수 있는 행동의 리스트를 전부 내놓고, 일시에 할지 단계적으로 할지 정하고 시한을 정하”하는데서 시작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한편으론 “국제 질서를 보면 북한이 좀 유연한 자세를 가질 필요가 있다”며 북한의 선제적 양보를 요구했습니다.

중국 의장대 사열하는 김정은 위원장(2018.5.19, 중국 베이징)흥미로운 건 중국에 대한 평가인데, “북한 핵을 해결했는데 미국의 영향력이 더 세졌다면 중국으로선 동의하기 어려울 거”라며 “이런 상황에서 북한 핵 문제 해결이 그렇게 달갑지 않을 거”라고 진단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중국 훼방론’과 비슷한 맥락으로 읽힙니다. 특히 중국의 전략 자산까지 적용한다는 조건에서, “한‧미 합동군사훈련, 북한의 비핵지대화론은 북한이 진짜로 핵 포기한다면 검토할 수 있다”며 다소 파격적인 주장도 내놓았습니다.

“중국, 북핵 문제 해결 달갑지 않을 수도…조건부 비핵지대화론 검토”

문재인 대통령이 올해 안 종전선언 추진을 재확인한데 대해서는, “종전선언을 했다고 해서 더 좋아지고 안 했다고 더 나빠지는 건 아니다”, “(북‧미 협상이) 아무것도 없는데 종전선언 했다고 해서 윤활유 되는 건 아니다”며 소극적인 입장을 내비쳤습니다.

북한에 대한 평가를 묻자 세계 보편 가치로 볼 때 “이상한 체제”지만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만난 경험으로 볼 때 북한 내부에도 강경파의 입장으로 보일 수 있는 “관료들의 관성”이 있지만 최고지도자의 결단에 따라선 “개방”이 가능할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다만 2000년 중국 상하이를 방문한 김정일 위원장이 “자본주의 체제가 참으로 좋다는 걸 인정”하면서도 “남조선 때문에 개방 못 한다고 했다”며, 북이 “개방만 한다면 어떻게 보면 베트남보다 훨씬 유리하다”고 분석했습니다.

“북 개방만 하면 베트남보다 훨씬 유리”

3. 흔히 다르다고 해서 틀린 것은 아니라고 합니다. 그것 자체는 일리 있고 귀담아 들을 얘기가 맞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기도 합니다. 한반도 브리핑에서는 앞으로도 북‧미 협상, 남북 관계에 대한 다양한 의견들을 다루려고 합니다. 동의, 공감하지는 못해도 어떤 다른 의견이 있는지 아는 건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다만 지나치게 과격하거나 호전적이거나 논리적 근거보다는 감정적이고 선동적 주장에 대해서는 조심스럽습니다.

이런 관점에서 진행한 이번 첫 번째 인터뷰를 찬찬히, 꼼꼼히, 필요하면 약간의 인내를 갖고 읽어주시길 부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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