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앉을 권리법’ 10년간 방치…쟁점 법안만 관심있는 국회

입력 2018.07.17 (21:15) 수정 2018.07.17 (2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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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반환점을 돈 20대 국회가 이달부터 후반기로 접어들었습니다.

전반기 국회는 평균적으로, 법률안 10건 가운데 3건(27.6%)도 처리하지 못했습니다.

본연의 책무인 입법 활동이 이렇게 뒷전으로 밀리면서 계류 법안은 만 건을 돌파했습니다.

모두 역대 최악입니다.

70주년 제헌절을 맞아 KBS는 먼지 쌓인 민생법안 속에 방치된 취약계층의 목소리를 들어봤습니다.

또 왜 이렇게 법안 처리가 기약 없이 미뤄지는지, 그 이유도 살펴봤습니다.

오늘(17일)은 첫 순서로 '앉을 권리법'을 놓고 법의 의미를 짚어봅니다.

황현택, 안다영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리포트]

["저희는 왜 서서 일하지?"]

["저희도 솔직히 힘들어서 앉고 싶어요."]

장시간 서 있는 건 괴로운 일입니다.

서비스 노동자들이 늘 질병과 통증을 안고 사는 이유입니다.

["발가락이 다 휘거나 하지정맥이 생기거나 허리 디스크 생기거나 그걸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서 의자가 꼭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간이 의자를 두도록 산업안전규칙이 생긴 건 2008년.

그러나 10년째 '권고 사항'에 그치면서 있어도 앉지 못하는 '투명 의자'만 늘었습니다.

[김민정/마트 안전요원 : "마트 시식 알바랑 편의점 해 봤습니다. 고객님 없을 때는 앉고 고객님 들어오시면 바로 접어서 다른 곳에 넣어 놓고..."]

[이은자/마트 고객만족센터 : "거의 서 있는 편이죠. (계속?) 네. 저희가 앉아 있으면 고객님이 보셨을 때 무례하다고 느낄까 봐."]

이른바 '앉을 권리법'을 발의한 의원은 앉아서 일할 수 있을까?

[원유철/자유한국당 의원 : "2시간 정도 일하고 있는데 벌써 허리도 아프고 다리도 아프고 그래요."]

["많이 아쉬워요. 민생 법안 같은 건 빨리빨리 통과를 시켰으면 저희한테 와 닿는데..."]

[은수미/당시 더불어민주당 의원 : "허리도 아프고 다리도 아프고 하여튼 온 몸이 아프더라고요."]

매일, 최장 시간 벌어지는 서비스 노동자들의 '필리버스터'.

이들의 서있기 기록은 오늘도 계속됩니다.

[김민정/마트 안전요원 : "기대는 처음부터 잘 안 했는데요. 통과가 안 된다고 해야 하나? 그런 걸 봐가지고. 아 오래 걸리겠구나 싶었어요."]

KBS 뉴스 황현택입니다.

[기자]

이른바 '앉을 권리법'은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서 다뤄야 합니다.

법안 통과를 위해서는 먼저, 소수의 위원들로 구성된 소위원회에서 심사를 하게 됩니다.

법안 통과를 위한 1차 관문인 셈입니다.

그런데 발의된 지 200일이 넘도록'앉을 권리법'은 이 첫 관문도 못 넘었습니다.

이유가 뭘까요?

지난 2월 회의록을 보면 당시 홍영표 환노위원장이 이런 말을 합니다.

"여야간 입장이 다른 쟁점법안에만 매달리다 다른 중요한 것들을 소홀히 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있다"고 말이죠.

이 우려, 현실이 됐습니다.

올해 상반기에 환노위 소위원회는 11차례 열렸는데, 두 차례를 빼고는 쟁점법안인 최저임금법, 근로시간법 심사만 했습니다.

여야간 입장 차가 별로 없는 비쟁점 법안 4백여 건은 후순위로 완전히 밀렸습니다.

이 소위원회가 제대로 열리지 않는 것도 문젭니다.

지난 1년간 전체 소위원회 실적을 봤을 때, 방송 관련 법 등을 다루는 과방위의 정보통신방송소위는 단 2차례 열렸고, 원자력 안전과 직결되는 과방위 과학기술원자력법안심사소위는 전체 회의시간이 3시간 47분으로 가장 적었습니다.

회의 시간이 3분 이하였던 경우도 6차례 있었습니다.

이러다보니 소위에서 법안 한 건을 심사하는데 드는 시간, 2분 27초에 불과했습니다.

KBS 뉴스 안다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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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앉을 권리법’ 10년간 방치…쟁점 법안만 관심있는 국회
    • 입력 2018-07-17 21:18:57
    • 수정2018-07-17 22:1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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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반환점을 돈 20대 국회가 이달부터 후반기로 접어들었습니다.

전반기 국회는 평균적으로, 법률안 10건 가운데 3건(27.6%)도 처리하지 못했습니다.

본연의 책무인 입법 활동이 이렇게 뒷전으로 밀리면서 계류 법안은 만 건을 돌파했습니다.

모두 역대 최악입니다.

70주년 제헌절을 맞아 KBS는 먼지 쌓인 민생법안 속에 방치된 취약계층의 목소리를 들어봤습니다.

또 왜 이렇게 법안 처리가 기약 없이 미뤄지는지, 그 이유도 살펴봤습니다.

오늘(17일)은 첫 순서로 '앉을 권리법'을 놓고 법의 의미를 짚어봅니다.

황현택, 안다영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리포트]

["저희는 왜 서서 일하지?"]

["저희도 솔직히 힘들어서 앉고 싶어요."]

장시간 서 있는 건 괴로운 일입니다.

서비스 노동자들이 늘 질병과 통증을 안고 사는 이유입니다.

["발가락이 다 휘거나 하지정맥이 생기거나 허리 디스크 생기거나 그걸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서 의자가 꼭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간이 의자를 두도록 산업안전규칙이 생긴 건 2008년.

그러나 10년째 '권고 사항'에 그치면서 있어도 앉지 못하는 '투명 의자'만 늘었습니다.

[김민정/마트 안전요원 : "마트 시식 알바랑 편의점 해 봤습니다. 고객님 없을 때는 앉고 고객님 들어오시면 바로 접어서 다른 곳에 넣어 놓고..."]

[이은자/마트 고객만족센터 : "거의 서 있는 편이죠. (계속?) 네. 저희가 앉아 있으면 고객님이 보셨을 때 무례하다고 느낄까 봐."]

이른바 '앉을 권리법'을 발의한 의원은 앉아서 일할 수 있을까?

[원유철/자유한국당 의원 : "2시간 정도 일하고 있는데 벌써 허리도 아프고 다리도 아프고 그래요."]

["많이 아쉬워요. 민생 법안 같은 건 빨리빨리 통과를 시켰으면 저희한테 와 닿는데..."]

[은수미/당시 더불어민주당 의원 : "허리도 아프고 다리도 아프고 하여튼 온 몸이 아프더라고요."]

매일, 최장 시간 벌어지는 서비스 노동자들의 '필리버스터'.

이들의 서있기 기록은 오늘도 계속됩니다.

[김민정/마트 안전요원 : "기대는 처음부터 잘 안 했는데요. 통과가 안 된다고 해야 하나? 그런 걸 봐가지고. 아 오래 걸리겠구나 싶었어요."]

KBS 뉴스 황현택입니다.

[기자]

이른바 '앉을 권리법'은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서 다뤄야 합니다.

법안 통과를 위해서는 먼저, 소수의 위원들로 구성된 소위원회에서 심사를 하게 됩니다.

법안 통과를 위한 1차 관문인 셈입니다.

그런데 발의된 지 200일이 넘도록'앉을 권리법'은 이 첫 관문도 못 넘었습니다.

이유가 뭘까요?

지난 2월 회의록을 보면 당시 홍영표 환노위원장이 이런 말을 합니다.

"여야간 입장이 다른 쟁점법안에만 매달리다 다른 중요한 것들을 소홀히 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있다"고 말이죠.

이 우려, 현실이 됐습니다.

올해 상반기에 환노위 소위원회는 11차례 열렸는데, 두 차례를 빼고는 쟁점법안인 최저임금법, 근로시간법 심사만 했습니다.

여야간 입장 차가 별로 없는 비쟁점 법안 4백여 건은 후순위로 완전히 밀렸습니다.

이 소위원회가 제대로 열리지 않는 것도 문젭니다.

지난 1년간 전체 소위원회 실적을 봤을 때, 방송 관련 법 등을 다루는 과방위의 정보통신방송소위는 단 2차례 열렸고, 원자력 안전과 직결되는 과방위 과학기술원자력법안심사소위는 전체 회의시간이 3시간 47분으로 가장 적었습니다.

회의 시간이 3분 이하였던 경우도 6차례 있었습니다.

이러다보니 소위에서 법안 한 건을 심사하는데 드는 시간, 2분 27초에 불과했습니다.

KBS 뉴스 안다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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