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국종의 분노②] 모자란 전문의…“진료수준 차이 벌어질 것”

입력 2018.07.18 (10:38) 수정 2018.07.18 (1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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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국종 교수의 주장과는 달리 전국 17곳으로 분산 배치가 결정된 권역외상센터. 현재 문을 연 곳은 모두 11곳이다. 과연 제 역할을 하고 있을까?

환자 9%만 권역외상센터에서 치료…허술한 이송 체계


지난해 전국에서 발생한 중증 외상환자는 76,390명. 이 가운데 권역외상센터를 운영중이거나 센터 지정을 받은 병원에서 진료한 환자는 6,932명으로 9%에 불과하다. 나머지는 종전처럼 응급 진료가 가능한 전국 4백여 곳의 일반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이송방법과 체계, 119구급대의 판단 능력 등 여러가지 문제가 있기 때문인데 많은 의료계 종사자들이 지적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이에 대해선 추후 기사를 통해 자세히 다룰 계획이다. 정부도 지난 3월 관계부처 합동으로 발표한 '중증외상 진료체계 개선대책'에서 밝힌 것처럼 문제점을 인지하고 있지만 단 시간에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어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

환자 이송 체계의 현실은 그렇다 하더라도 이국종 교수가 제기한 권역센터의 '선택과 집중' 문제는 어느 정도 타당한 지적일까? 이 교수의 지적은 한정된 인력과 예산을 6곳보다 훨씬 많은 17곳으로 나눠 운영하는 것이 중증외상환자들에게, 또 이들을 치료하는 의료진에게 얼마나 도움이 되는가의 문제다.

의사가 없다…복지부 지침 충족 센터 '0곳'

권역외상센터로 선정되면 해당 병원은 외상환자 전용 병상과 수술실, 소생실 등을 갖춰야 한다. 그리고 각 센터에는 정부 예산 80억원이 일괄적으로 지원되다보니 시설과 장비를 갖추는 것은 사실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니다.

문제는 '의사'다. 생사를 다투는 중증외상환자를 치료하는 부담감에다 수술시간도 길고, 응급상황에 대비해 24시간 대기해야 하는탓에 지원자가 많지 않다. 중증외상환자 발생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대구와 경북 등에서 아직 한 곳의 센터조차 열지 못하고 있는 것도 전문의를 구하지 못한 탓이다.

복지부는 '권역외상센터 운영 지침'은 24시간, 365일 진료가 가능하도록 센터별로 3개 이상의 외상팀을 구성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또 각 팀에는 반드시 외상외과(외과 혹은 흉부외과) 전문의가 2명 이상이어야 하고, 신경외과와 응급의학과 전문의도 각각 1명씩 있어야 하기 때문에 최소한 4명의 전문의가 필요하다고 적시했다.


하지만 지난해 12월 기준으로 이 지침을 충족하는 외상센터는 단 한 곳도 없다. 기껏해야 전남의 목포한국병원과 울산의 울산대병원이 2팀을 유지하고 있고, 강원의 원주기독병원과 광주의 전남대병원, 경기의 아주대병원은 단 1팀 뿐이다.

버젓이 지침이 있는데 이를 지키는 병원은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외상센터로 지정되고 문을 여는 데는 문제가 되질 않았다. 보건복지부는 전문의 채용이 쉽지 않은 상태기 때문에 응급상황이 발생하면 센터 외의 병원 인력을 지원받아 운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복지부는 또 각 병원이 센터로 지정된 이후 해마다 전문의를 충원해 5년차부터는 적어도 전문의를 28명 이상 확보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권고를 충족하는 외상센터는 단 한 곳도 없다.


한 응급의학과 전문의는 "전형적인 탁상공론이다. 가뜩이나 전문의가 부족한데 17곳으로 흩어놓는다는 게 말이 되냐 불만을 토로했다. 그는 또 "6곳의 병원만 권역외상센터로 지정하면, 제외된 다른 대형병원들이 '왜 우리는 지원을 안 해주냐' 며 항의를 했을테고, 지자체에서도 '왜 우리 지역엔 센터가 없냐'며 난리를 피웠을 것이다." 라는 냉소적인 반응을 보였다.

센터별로 진료한 환자 수는 어느 정도나 될까? 여기엔 '중증' 외상환자 뿐만 아니라 일반 외상환자도 포함돼 있다. 일단 센터로 오면 의사들은 진료를 해야 하고 '중증'인지 여부는 MRI나 CT 등 진단이 끝난 뒤 ISS(Injury Severity Score)라는 기준에 따라 점수가 15점 이상이면 분류되는 사후 개념이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눈을 칼에 찔린 환자가 있다면 생명이 위급하다고 판단돼 권역외상센터로 이송되고 치료를 받지만 결과적으로 ISS 15점 이상이 되지 않을 수도 있다.

진료 환자 많은 경기·인천 센터…충북은 상대적으로 적어


외상환자를 가장 많이 진료한 곳은 인천의 가천대길병원으로 3,452명. 가장 적은 곳은 충북대병원으로 1,498명을 진료했다. 2배가 넘게 차이가 난다. 반면 외상환자 가운데 중증외상환자의 수를 보면 부산대병원이 924명으로 가장 많고 이어 아주대와 가천대길병원 순으로 많다. 전체 외상환자에서 중증외상환자가 차지하는 비율을 보면 문을 연 센터 11곳 가운데 절반 가까운 5곳은 중중외상환자 비율이 20%도 채 되지 않아 권역외상센터의 본래 목적에 맞게 운영될 필요가 있다.


일반환자든 중증환자든 센터로 이송되면 치료를 맡아야 한다. 외상센터마다 보유한 전문의는 많게는 18명에서 적게는 8명. 이는 전문의 한 사람당 한해 평균 199명의 외상환자 (중증 외상환자는 평균 40.5명)를 치료하고 있는 수준이다.

진료 환자수 3배 차이...정부 지원금은 동일

문제는 센터마다 편차가 크다는 것이다. 경기의 의정부 성모병원이 전문의 1인당 393명으로 가장 많은데, 이는 1인당 환자수가 가장 적은 충북 청주의 충북대병원 136명보다 3배 가량 많은 수치다. 하지만 진료 환자수 등과 상관없이 의정부성모병원이나 충북대병원 모두 똑같이 전문의 한 사람 당 1년에 1억 4천4백만 원의 정부 지원금을 받는다.

한 외과 전문의는 "센터마다 진료 수준의 차이가 더 벌어질 것"이라며 우려했다. "기피 분야긴 하지만 기본적으로 수술 능력을 연마한 뒤 실력을 인정받아 대형병원 외과로 옮기고 싶어하는 의사들은 환자가 많은 외상센터에 지원할 것이다. 반면 환자가 적은 외상센터엔 지원자가 적을 것이고 부족한 경험과 실력에도 불구하고 의사들은 정부 지원금 수준의 보수에 만족하며 근무할 것" 이라고 꼬집었다.

이국종 교수는 상대적으로 환자가 많지 않은 센터에서 근무하는 의사는 수술 사례가 부족해 능력 감퇴현상까지 걱정해야 한다고 말한다. 이 교수가 외상센터 설립의 '선택과 집중'을 주장하는 주요 이유 가운데 하나다.

[연관기사] [이국종의 분노①] 권역외상센터 ‘쪼개기 설치’ 일리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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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국종의 분노②] 모자란 전문의…“진료수준 차이 벌어질 것”
    • 입력 2018-07-18 10:38:55
    • 수정2018-07-18 10:4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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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국종 교수의 주장과는 달리 전국 17곳으로 분산 배치가 결정된 권역외상센터. 현재 문을 연 곳은 모두 11곳이다. 과연 제 역할을 하고 있을까?

환자 9%만 권역외상센터에서 치료…허술한 이송 체계


지난해 전국에서 발생한 중증 외상환자는 76,390명. 이 가운데 권역외상센터를 운영중이거나 센터 지정을 받은 병원에서 진료한 환자는 6,932명으로 9%에 불과하다. 나머지는 종전처럼 응급 진료가 가능한 전국 4백여 곳의 일반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이송방법과 체계, 119구급대의 판단 능력 등 여러가지 문제가 있기 때문인데 많은 의료계 종사자들이 지적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이에 대해선 추후 기사를 통해 자세히 다룰 계획이다. 정부도 지난 3월 관계부처 합동으로 발표한 '중증외상 진료체계 개선대책'에서 밝힌 것처럼 문제점을 인지하고 있지만 단 시간에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어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

환자 이송 체계의 현실은 그렇다 하더라도 이국종 교수가 제기한 권역센터의 '선택과 집중' 문제는 어느 정도 타당한 지적일까? 이 교수의 지적은 한정된 인력과 예산을 6곳보다 훨씬 많은 17곳으로 나눠 운영하는 것이 중증외상환자들에게, 또 이들을 치료하는 의료진에게 얼마나 도움이 되는가의 문제다.

의사가 없다…복지부 지침 충족 센터 '0곳'

권역외상센터로 선정되면 해당 병원은 외상환자 전용 병상과 수술실, 소생실 등을 갖춰야 한다. 그리고 각 센터에는 정부 예산 80억원이 일괄적으로 지원되다보니 시설과 장비를 갖추는 것은 사실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니다.

문제는 '의사'다. 생사를 다투는 중증외상환자를 치료하는 부담감에다 수술시간도 길고, 응급상황에 대비해 24시간 대기해야 하는탓에 지원자가 많지 않다. 중증외상환자 발생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대구와 경북 등에서 아직 한 곳의 센터조차 열지 못하고 있는 것도 전문의를 구하지 못한 탓이다.

복지부는 '권역외상센터 운영 지침'은 24시간, 365일 진료가 가능하도록 센터별로 3개 이상의 외상팀을 구성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또 각 팀에는 반드시 외상외과(외과 혹은 흉부외과) 전문의가 2명 이상이어야 하고, 신경외과와 응급의학과 전문의도 각각 1명씩 있어야 하기 때문에 최소한 4명의 전문의가 필요하다고 적시했다.


하지만 지난해 12월 기준으로 이 지침을 충족하는 외상센터는 단 한 곳도 없다. 기껏해야 전남의 목포한국병원과 울산의 울산대병원이 2팀을 유지하고 있고, 강원의 원주기독병원과 광주의 전남대병원, 경기의 아주대병원은 단 1팀 뿐이다.

버젓이 지침이 있는데 이를 지키는 병원은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외상센터로 지정되고 문을 여는 데는 문제가 되질 않았다. 보건복지부는 전문의 채용이 쉽지 않은 상태기 때문에 응급상황이 발생하면 센터 외의 병원 인력을 지원받아 운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복지부는 또 각 병원이 센터로 지정된 이후 해마다 전문의를 충원해 5년차부터는 적어도 전문의를 28명 이상 확보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권고를 충족하는 외상센터는 단 한 곳도 없다.


한 응급의학과 전문의는 "전형적인 탁상공론이다. 가뜩이나 전문의가 부족한데 17곳으로 흩어놓는다는 게 말이 되냐 불만을 토로했다. 그는 또 "6곳의 병원만 권역외상센터로 지정하면, 제외된 다른 대형병원들이 '왜 우리는 지원을 안 해주냐' 며 항의를 했을테고, 지자체에서도 '왜 우리 지역엔 센터가 없냐'며 난리를 피웠을 것이다." 라는 냉소적인 반응을 보였다.

센터별로 진료한 환자 수는 어느 정도나 될까? 여기엔 '중증' 외상환자 뿐만 아니라 일반 외상환자도 포함돼 있다. 일단 센터로 오면 의사들은 진료를 해야 하고 '중증'인지 여부는 MRI나 CT 등 진단이 끝난 뒤 ISS(Injury Severity Score)라는 기준에 따라 점수가 15점 이상이면 분류되는 사후 개념이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눈을 칼에 찔린 환자가 있다면 생명이 위급하다고 판단돼 권역외상센터로 이송되고 치료를 받지만 결과적으로 ISS 15점 이상이 되지 않을 수도 있다.

진료 환자 많은 경기·인천 센터…충북은 상대적으로 적어


외상환자를 가장 많이 진료한 곳은 인천의 가천대길병원으로 3,452명. 가장 적은 곳은 충북대병원으로 1,498명을 진료했다. 2배가 넘게 차이가 난다. 반면 외상환자 가운데 중증외상환자의 수를 보면 부산대병원이 924명으로 가장 많고 이어 아주대와 가천대길병원 순으로 많다. 전체 외상환자에서 중증외상환자가 차지하는 비율을 보면 문을 연 센터 11곳 가운데 절반 가까운 5곳은 중중외상환자 비율이 20%도 채 되지 않아 권역외상센터의 본래 목적에 맞게 운영될 필요가 있다.


일반환자든 중증환자든 센터로 이송되면 치료를 맡아야 한다. 외상센터마다 보유한 전문의는 많게는 18명에서 적게는 8명. 이는 전문의 한 사람당 한해 평균 199명의 외상환자 (중증 외상환자는 평균 40.5명)를 치료하고 있는 수준이다.

진료 환자수 3배 차이...정부 지원금은 동일

문제는 센터마다 편차가 크다는 것이다. 경기의 의정부 성모병원이 전문의 1인당 393명으로 가장 많은데, 이는 1인당 환자수가 가장 적은 충북 청주의 충북대병원 136명보다 3배 가량 많은 수치다. 하지만 진료 환자수 등과 상관없이 의정부성모병원이나 충북대병원 모두 똑같이 전문의 한 사람 당 1년에 1억 4천4백만 원의 정부 지원금을 받는다.

한 외과 전문의는 "센터마다 진료 수준의 차이가 더 벌어질 것"이라며 우려했다. "기피 분야긴 하지만 기본적으로 수술 능력을 연마한 뒤 실력을 인정받아 대형병원 외과로 옮기고 싶어하는 의사들은 환자가 많은 외상센터에 지원할 것이다. 반면 환자가 적은 외상센터엔 지원자가 적을 것이고 부족한 경험과 실력에도 불구하고 의사들은 정부 지원금 수준의 보수에 만족하며 근무할 것" 이라고 꼬집었다.

이국종 교수는 상대적으로 환자가 많지 않은 센터에서 근무하는 의사는 수술 사례가 부족해 능력 감퇴현상까지 걱정해야 한다고 말한다. 이 교수가 외상센터 설립의 '선택과 집중'을 주장하는 주요 이유 가운데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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