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로즈업 북한] “생수 병은 부의 상징”…북한 물 관리 실태는?

입력 2018.07.21 (08:08) 수정 2018.07.21 (0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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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우리에겐 생수란 일상적인데요.

하지만 북한에서는 값이 비싸다보니 부의 상징이라고 합니다.

북한당국은 이런 생수 사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지만 정작 주민들은 생수는커녕 열악한 상수도 여건 때문에 수돗물 마시기조차 쉽지 않다고 합니다.

이러면서 오염된 주요 하천 물을 식수로 사용하기도 한다는데요.

클로즈업 북한, 이번 주는 개선되지 않고 있는 북한의 수질 문제 짚어봤습니다.

[리포트]

시원하게 쏟아져 나오는 물.

주민들이 옹기종기 모여 수도꼭지에서 나오는 물을 받고 있다.

물을 마시면서 즐거운 탄식을 터뜨리기도 한다.

[방하규/북한주민 : "캬~ 시원하다~ 이 물을 마시니 아주 참 좋습니다. 이 물을 마시니 아주 건강이 좋지 않습니까? 그래서 늘 샘물공급소를 찾아오곤 합니다."]

북한 남포시에 위치한 남산 샘물 사업소.

이곳처럼 주민들에게 깨끗하고 좋은 물을 공급한다는 샘물 사업소나 생수 공장은 북한 매체에 자주 등장하는 단골 메뉴다.

최고 지도자가 수시로 현지 시찰에 나서기도 한다.

지난 2007년 김정일 지시로 건설된 룡악산 샘물 공장.

평양의 금강산이라고 불리는 룡악산 물줄기가 수원이다.

북한 매체는 여기서 생산하는 생수 모두가 평양 시민들에게 공급된다고 보도했다.

지난 2016년에는, 김정은 위원장이 이곳을 직접 찾아 샘물 생산량을 두 배로 늘릴 것을 지시했다.

평양 주민에게 샘물을 더 풍족하게 공급하라는 것이다.

[조선중앙TV ‘김정은 룡악산 샘물 공장 현지지도’/2016년 9월 : "인민들에게 샘물을 공급해 주는 문제는 인민성에 관한 문제이며 우리나라 사회주의제도의 우월성을 과시하기 위한 중요한 사업이라는 것이..."]

북한 전역에선 최근 이렇듯 생수 공장을 새로 짓거나 생수 생산능력을 확대하는 사업이 한창이다.

생수 사업의 시작이라고 할 수 있는 샘물 발굴도 빼놓을 수 없는 작업 중 하나다.

밤, 낮 가리지 않고 발굴 작업에 매달린 노동자의 이야기가 영웅담처럼 전파를 탈 정도다.

[박은심/대화봉 샘물공장 노동자 : "샘물이 나오는 원수장은 저 산마루 가까이에 있었습니다. 길이 너무 험하다보니 돌부리에 치여서 넘어져서 밥그릇이랑 몽땅 저 골짜기로 굴러 떨어져서 밥이랑 국이랑 뒤죽박죽이 됐습니다. 그때 너무나도 속상해서 앉아서 혼자 막 울었습니다."]

2016년 방영된 드라마에선 샘물로 유명한 산골마을이 촬영지로 등장했다.

["이야~ 물맛이 참 좋습니다. (그래?) 냄새와 잡맛이 없고 흐림도와 색도가 1도 피하가 7이므로 음료수로의 질이 아주 좋습니다. 샘물이 참 깨끗합니다."]

북한 주민들이 생수를 이용하는 모습도 북한 매체를 통해 종종 전해진다.

중요한 회의 장면에서는 생수병이 빠지지 않고 등장한다.

외신이 촬영한 평양 시민의 일상에서도 생수병이 포착됐다.

평양 거리에는 약수라 이름 붙인 전문 생수 판매대도 생겨났다.

깨끗하고 질 좋은 물을 생산 공급하고 있다고 선전하는 북한.

하지만 당 간부를 비롯한 이른바 힘 있는 계층만이 이용할 수 있을뿐 보통 주민들에게는 말 그대로 그림의 떡이라는 게 탈북민의 공통된 의견이다.

[박현숙/2015년 탈북 : "병에다 넣어서리 파는 거는 2000원부터 1700원 사이거든요. 우리 북한 돈으로 그러면 월급이 제가 4000원을 받았는데 물 2병을 사면 끝인 겁니다. 그런데 내가 하루 종일 나 혼자서도 2리터를 더 넘어 마시는데 이거는 안 되는 불가능한 일이에요. 정말 평양에 잘 사는 사람들 100분의 1만한 사람들이 사먹을 거지 일반 주민들은 상상도 못하는 일입니다."]

극히 일부 계층에게만 혜택이 돌아가고 있지만 북한 당국이 생수 사업에 매달릴 수밖에 없는 이유는 뭘까?

바로 상하수 시설이 부실하기 때문이다.

[김연권/‘K water’ 스마트워터연구소 미래상하수도 팀장 : "70년대 이미 북한의 계략적인 상수도 시설이 인프라가 갖추어졌다고 합니다. 그런데 고난의 행군을 거치면서 정상적으로 운영이 되지 못하다 보니까 그 기능이 또 구조적으로 역할을 제대로 못하고 있는 거죠. 경제적인 문제로 인해서 시설을 새로 증축하지 못하고 있던 시설을 운영을 정상적으로 하지 못하다 보니까 새로운 물 자원의 확보의 차원으로 샘물을 이용하게 되는 것이죠."]

만성적인 경제난과 전력난을 겪으며 상수도를 개보수할 여력이 없었던 북한.

아직도 지하수나 강물을 그대로 사용하고, 중요 시설조차 제한급수를 하는 등 물 공급은 여전히 열악하기만 하다.

[박현숙/2015년 탈북 : "수도도 우리가 시간별로 물을 주고 있습니다. 뭐 예를 들어 해강도는 몇 시부터 몇시 해명동은 몇 시부터 몇 시 그런데 그 몇 시부터라는 그 시간에 내가 물을 받지 못하면 안 되고 고무호수를 이만큼 길게 해 가지고 바케츠가 눈이 아찔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줄을 쳐있습니다. 그렇게 심각한 겁니다."]

지난 2015년, 수해복구 지원을 위해 북한을 방문한 국제적십자사.

당시 평양에서 150킬로미터 떨어진 시골 마을엔 수돗물 공급이 완전히 끊어진 상태였다.

당연히 국제적십자사의 지원은 가정에 식수를 공급하는 데 가장 큰 초점이 맞춰졌다.

[북한주민 : "도와줘서 고맙습니다. 물 나오게 해 줘서..."]

북한 관계자 역시 당시 물 부족에 대한 어려움을 토로하기도 했다.

[리원우/북한 적십자사 관계자 : "물이 없어서 생활에서 얼마나 많은 고통을 받습니까. 특히나 여성들, 노인들,어린이들."]

그나마 집안에서 물을 공급 받아 쓸 수 있는 건 다행스러운 일이다.

전력난으로 상수도가 마비된 지역 주민들은 공동 우물에서 물을 길어 먹어야 한다.

["(먹는 물이에요?) 먹는 물이에요. 먹으니까 길어가지"]

문제는 주민들이 길어 먹는 수자원 상당수가 오염돼 있다는 점이다.

북한 당국이 정확한 통계를 발표하지 않아 실태 파악은 어렵지만 대도시나 공장, 광산지역을 통과하는 주요 강들은 오염 정도가 심각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김연권/‘K water’ 스마트워터연구소 미래상하수도 팀장 : "대동강 같은 경우에 북한에 굉장히 중요한 한강과 같이 중요한 수자원이죠. 대표하는 강이기도하고요. 그런데 그쪽의 수질도 지금 북한을 다녀오신 많은 분들의 이야기를 듣게 되면 수질의 상태가 우리가 먹는 물로 쓰기에는 어려운 정도다 도심지 인근에 우리가 먹는 물과 관련해서는 아무래도 수질에 관심이 많게 되는데 그쪽의 수질은 저희가 생각했던 것보다는 좀 더 안 좋은 쪽으로 유지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지난 2014년, 북-중 접경지대인 두만강 굴착기가 분주히 움직이며 강바닥에서 모래를 퍼 올린다.

북한 최대의 철광석 매장지인 무산 광산 주변에 있는 두만강 자락에서 철가루를 채취하고 있는 모습이다.

두만강 상류에서 중류까지 약 200km에 걸쳐 이뤄지는 철가루 채취...

한 눈에 보기에도 강물의 오염 정도가 심각해 보인다.

북한 양강도 혜산시의 중요 식수원인 압록강.

물이 귀한 만큼 주민들은 강물을 길어 밥을 해먹고 마시기도 한다.

그러나 압록강 역시 수질 오염이 심각하다는 게 이 지역 출신 탈북민의 설명이다.

[박현숙/2015년 탈북 : "물 한 바가지 딱 푸면 그 물 한바기 쓰레기들이 올라오는 게 오염물이 올라오는 게 우리 눈으로 알리거든요. 그리고 물 60리터를 이제 딱 가시다가 하루만 재워놓으면 앙금이 이만큼씩 앉습니다. 위에서리 사람들이 다 빨래를 하니까 그 빨래하는 물 또 축산을 하다 보니까 그 축산된 그 쓰레기들 그렇게 그 시체가 둥둥 떠내려오는 걸 보면서 그 물을 퍼다 먹어야 되는 상황입니다. 그 물조차도 없으면 우리가 어디가 해결할 데가 없거든요."]

북한 샘물 사업소 관계자도 샘물 사업의 시작은 수질 오염에 있었다고 밝힌 바 있다.

[박봉남/남포시 인민위원회 부위원장 : "우리 남포시는 역대로 내려오면서 이 물 문제, 특히 수질이 나빠서 상당히 불편을 느끼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일각에선 북한 당국이 생수 사업을 확장하는 건 수질 문제보다는 경제적 목적 때문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조봉현/IBK 경제연구소 부소장 : "북한의 수질이 좋지 않아 가지고 생수를 통해서 대체하는 측면도 있지만 그보다는 오히려 경제적 측면이 더 강하다고 하겠습니다. 한편에서는 국제사회의 대북제재로 인해 북한이 실제 수출을 통해서 외화를 벌 수 있는 게 매우 한계가 있기 때문에 이러한 생수 부분은 대북제재와 관계 없이 수출을 통해서 외화를 벌 수 있는 좋은 하나의 사업으로 보고 생수사업을 육성하고 있지 않나 분석됩니다."]

지난 3월, 대한민국 예술단의 평양공연을 위해 북측 통일각에서 열린 남북 실무회담.

그 자리에도 북한은 자신들의 생수를 자리에 가져다 놓았다.

지난 5월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 당시 초청된 외신 기자들에게도 북한 생수가 제공됐다.

실제 2000년대 초 우리나라에도 금강산 샘물이 일시적으로 수입 판매됐고, 중국은 현재도 북한 생수를 수입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조선중앙TV ‘물을 귀중히 여기라’ : "우리나라에서도 물 자원을 보호하고 물을 합리적으로 이용하기 위한 사업이 적극 추진되고 있습니다."]

최근까지도 북한당국은 매체를 통해 물관리가 잘 되고 있음은 물론 국제기구와의 협력 사업도 이뤄지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자신들의 샘물 사업도 부각시키고 있다.

샘물 사업이 잘 진행되고 있다고 주장하지만 주민 대부분은 그런 혜택을 전혀 입지 못하고 있는 북한.

전문가들은 북한 당국이 이런 구조적 모순을 해결하지 못하면 결국 주민들의 생명이 위협 받을 수도 있다고 말한다.

한국이 대책 마련에 적극 나서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다.

[조봉현/IBK 경제연구소 부소장 : "북한 자체가 수질이 좋지 않으면 그것이 자연스럽게 우리 남쪽까지도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부분이고 또한 나중에 통일 됐을 때 북한 자체가 수질이 좋지 않은 것은 결국은 통일비용으로 귀결이 된다고 하겠습니다. 그래서 통일비용을 줄이는 측면에서라도 지금부터라도 북한의 수질개선을 위한 적극적으로 교류협력사업들이 필요하다고 하겠습니다."]

[김연권/‘K water’ 스마트워터연구소 미래상하수도 팀장 : "물이 물 하나로만 그치는 것이 아닙니다. 물을 이용해서 주민의 어떤 삶의 질을 높이고 사회제도의 안정화를 이끄는 것도 있지만 물이라는 재화를 잘 자원을 다스리게 되면 경제와도 직접적인 관련이 있기 때문에 북한과 남한이 물이라는 주제를 놓고 또 다른 형태의 테이블을 빨리 만들어야 될 필요가 있다고 보여집니다."]

북한 주민의 생존과 직결된 물.

맑고 질 좋은 샘물을 주민들에게 마음껏 공급하겠다는 북한 당국의 바람이 생수 사업은 물론 실질적인 물 관리로까지 이어지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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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클로즈업 북한] “생수 병은 부의 상징”…북한 물 관리 실태는?
    • 입력 2018-07-21 08:25:16
    • 수정2018-07-21 08:38:43
    남북의 창
[앵커]

우리에겐 생수란 일상적인데요.

하지만 북한에서는 값이 비싸다보니 부의 상징이라고 합니다.

북한당국은 이런 생수 사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지만 정작 주민들은 생수는커녕 열악한 상수도 여건 때문에 수돗물 마시기조차 쉽지 않다고 합니다.

이러면서 오염된 주요 하천 물을 식수로 사용하기도 한다는데요.

클로즈업 북한, 이번 주는 개선되지 않고 있는 북한의 수질 문제 짚어봤습니다.

[리포트]

시원하게 쏟아져 나오는 물.

주민들이 옹기종기 모여 수도꼭지에서 나오는 물을 받고 있다.

물을 마시면서 즐거운 탄식을 터뜨리기도 한다.

[방하규/북한주민 : "캬~ 시원하다~ 이 물을 마시니 아주 참 좋습니다. 이 물을 마시니 아주 건강이 좋지 않습니까? 그래서 늘 샘물공급소를 찾아오곤 합니다."]

북한 남포시에 위치한 남산 샘물 사업소.

이곳처럼 주민들에게 깨끗하고 좋은 물을 공급한다는 샘물 사업소나 생수 공장은 북한 매체에 자주 등장하는 단골 메뉴다.

최고 지도자가 수시로 현지 시찰에 나서기도 한다.

지난 2007년 김정일 지시로 건설된 룡악산 샘물 공장.

평양의 금강산이라고 불리는 룡악산 물줄기가 수원이다.

북한 매체는 여기서 생산하는 생수 모두가 평양 시민들에게 공급된다고 보도했다.

지난 2016년에는, 김정은 위원장이 이곳을 직접 찾아 샘물 생산량을 두 배로 늘릴 것을 지시했다.

평양 주민에게 샘물을 더 풍족하게 공급하라는 것이다.

[조선중앙TV ‘김정은 룡악산 샘물 공장 현지지도’/2016년 9월 : "인민들에게 샘물을 공급해 주는 문제는 인민성에 관한 문제이며 우리나라 사회주의제도의 우월성을 과시하기 위한 중요한 사업이라는 것이..."]

북한 전역에선 최근 이렇듯 생수 공장을 새로 짓거나 생수 생산능력을 확대하는 사업이 한창이다.

생수 사업의 시작이라고 할 수 있는 샘물 발굴도 빼놓을 수 없는 작업 중 하나다.

밤, 낮 가리지 않고 발굴 작업에 매달린 노동자의 이야기가 영웅담처럼 전파를 탈 정도다.

[박은심/대화봉 샘물공장 노동자 : "샘물이 나오는 원수장은 저 산마루 가까이에 있었습니다. 길이 너무 험하다보니 돌부리에 치여서 넘어져서 밥그릇이랑 몽땅 저 골짜기로 굴러 떨어져서 밥이랑 국이랑 뒤죽박죽이 됐습니다. 그때 너무나도 속상해서 앉아서 혼자 막 울었습니다."]

2016년 방영된 드라마에선 샘물로 유명한 산골마을이 촬영지로 등장했다.

["이야~ 물맛이 참 좋습니다. (그래?) 냄새와 잡맛이 없고 흐림도와 색도가 1도 피하가 7이므로 음료수로의 질이 아주 좋습니다. 샘물이 참 깨끗합니다."]

북한 주민들이 생수를 이용하는 모습도 북한 매체를 통해 종종 전해진다.

중요한 회의 장면에서는 생수병이 빠지지 않고 등장한다.

외신이 촬영한 평양 시민의 일상에서도 생수병이 포착됐다.

평양 거리에는 약수라 이름 붙인 전문 생수 판매대도 생겨났다.

깨끗하고 질 좋은 물을 생산 공급하고 있다고 선전하는 북한.

하지만 당 간부를 비롯한 이른바 힘 있는 계층만이 이용할 수 있을뿐 보통 주민들에게는 말 그대로 그림의 떡이라는 게 탈북민의 공통된 의견이다.

[박현숙/2015년 탈북 : "병에다 넣어서리 파는 거는 2000원부터 1700원 사이거든요. 우리 북한 돈으로 그러면 월급이 제가 4000원을 받았는데 물 2병을 사면 끝인 겁니다. 그런데 내가 하루 종일 나 혼자서도 2리터를 더 넘어 마시는데 이거는 안 되는 불가능한 일이에요. 정말 평양에 잘 사는 사람들 100분의 1만한 사람들이 사먹을 거지 일반 주민들은 상상도 못하는 일입니다."]

극히 일부 계층에게만 혜택이 돌아가고 있지만 북한 당국이 생수 사업에 매달릴 수밖에 없는 이유는 뭘까?

바로 상하수 시설이 부실하기 때문이다.

[김연권/‘K water’ 스마트워터연구소 미래상하수도 팀장 : "70년대 이미 북한의 계략적인 상수도 시설이 인프라가 갖추어졌다고 합니다. 그런데 고난의 행군을 거치면서 정상적으로 운영이 되지 못하다 보니까 그 기능이 또 구조적으로 역할을 제대로 못하고 있는 거죠. 경제적인 문제로 인해서 시설을 새로 증축하지 못하고 있던 시설을 운영을 정상적으로 하지 못하다 보니까 새로운 물 자원의 확보의 차원으로 샘물을 이용하게 되는 것이죠."]

만성적인 경제난과 전력난을 겪으며 상수도를 개보수할 여력이 없었던 북한.

아직도 지하수나 강물을 그대로 사용하고, 중요 시설조차 제한급수를 하는 등 물 공급은 여전히 열악하기만 하다.

[박현숙/2015년 탈북 : "수도도 우리가 시간별로 물을 주고 있습니다. 뭐 예를 들어 해강도는 몇 시부터 몇시 해명동은 몇 시부터 몇 시 그런데 그 몇 시부터라는 그 시간에 내가 물을 받지 못하면 안 되고 고무호수를 이만큼 길게 해 가지고 바케츠가 눈이 아찔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줄을 쳐있습니다. 그렇게 심각한 겁니다."]

지난 2015년, 수해복구 지원을 위해 북한을 방문한 국제적십자사.

당시 평양에서 150킬로미터 떨어진 시골 마을엔 수돗물 공급이 완전히 끊어진 상태였다.

당연히 국제적십자사의 지원은 가정에 식수를 공급하는 데 가장 큰 초점이 맞춰졌다.

[북한주민 : "도와줘서 고맙습니다. 물 나오게 해 줘서..."]

북한 관계자 역시 당시 물 부족에 대한 어려움을 토로하기도 했다.

[리원우/북한 적십자사 관계자 : "물이 없어서 생활에서 얼마나 많은 고통을 받습니까. 특히나 여성들, 노인들,어린이들."]

그나마 집안에서 물을 공급 받아 쓸 수 있는 건 다행스러운 일이다.

전력난으로 상수도가 마비된 지역 주민들은 공동 우물에서 물을 길어 먹어야 한다.

["(먹는 물이에요?) 먹는 물이에요. 먹으니까 길어가지"]

문제는 주민들이 길어 먹는 수자원 상당수가 오염돼 있다는 점이다.

북한 당국이 정확한 통계를 발표하지 않아 실태 파악은 어렵지만 대도시나 공장, 광산지역을 통과하는 주요 강들은 오염 정도가 심각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김연권/‘K water’ 스마트워터연구소 미래상하수도 팀장 : "대동강 같은 경우에 북한에 굉장히 중요한 한강과 같이 중요한 수자원이죠. 대표하는 강이기도하고요. 그런데 그쪽의 수질도 지금 북한을 다녀오신 많은 분들의 이야기를 듣게 되면 수질의 상태가 우리가 먹는 물로 쓰기에는 어려운 정도다 도심지 인근에 우리가 먹는 물과 관련해서는 아무래도 수질에 관심이 많게 되는데 그쪽의 수질은 저희가 생각했던 것보다는 좀 더 안 좋은 쪽으로 유지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지난 2014년, 북-중 접경지대인 두만강 굴착기가 분주히 움직이며 강바닥에서 모래를 퍼 올린다.

북한 최대의 철광석 매장지인 무산 광산 주변에 있는 두만강 자락에서 철가루를 채취하고 있는 모습이다.

두만강 상류에서 중류까지 약 200km에 걸쳐 이뤄지는 철가루 채취...

한 눈에 보기에도 강물의 오염 정도가 심각해 보인다.

북한 양강도 혜산시의 중요 식수원인 압록강.

물이 귀한 만큼 주민들은 강물을 길어 밥을 해먹고 마시기도 한다.

그러나 압록강 역시 수질 오염이 심각하다는 게 이 지역 출신 탈북민의 설명이다.

[박현숙/2015년 탈북 : "물 한 바가지 딱 푸면 그 물 한바기 쓰레기들이 올라오는 게 오염물이 올라오는 게 우리 눈으로 알리거든요. 그리고 물 60리터를 이제 딱 가시다가 하루만 재워놓으면 앙금이 이만큼씩 앉습니다. 위에서리 사람들이 다 빨래를 하니까 그 빨래하는 물 또 축산을 하다 보니까 그 축산된 그 쓰레기들 그렇게 그 시체가 둥둥 떠내려오는 걸 보면서 그 물을 퍼다 먹어야 되는 상황입니다. 그 물조차도 없으면 우리가 어디가 해결할 데가 없거든요."]

북한 샘물 사업소 관계자도 샘물 사업의 시작은 수질 오염에 있었다고 밝힌 바 있다.

[박봉남/남포시 인민위원회 부위원장 : "우리 남포시는 역대로 내려오면서 이 물 문제, 특히 수질이 나빠서 상당히 불편을 느끼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일각에선 북한 당국이 생수 사업을 확장하는 건 수질 문제보다는 경제적 목적 때문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조봉현/IBK 경제연구소 부소장 : "북한의 수질이 좋지 않아 가지고 생수를 통해서 대체하는 측면도 있지만 그보다는 오히려 경제적 측면이 더 강하다고 하겠습니다. 한편에서는 국제사회의 대북제재로 인해 북한이 실제 수출을 통해서 외화를 벌 수 있는 게 매우 한계가 있기 때문에 이러한 생수 부분은 대북제재와 관계 없이 수출을 통해서 외화를 벌 수 있는 좋은 하나의 사업으로 보고 생수사업을 육성하고 있지 않나 분석됩니다."]

지난 3월, 대한민국 예술단의 평양공연을 위해 북측 통일각에서 열린 남북 실무회담.

그 자리에도 북한은 자신들의 생수를 자리에 가져다 놓았다.

지난 5월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 당시 초청된 외신 기자들에게도 북한 생수가 제공됐다.

실제 2000년대 초 우리나라에도 금강산 샘물이 일시적으로 수입 판매됐고, 중국은 현재도 북한 생수를 수입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조선중앙TV ‘물을 귀중히 여기라’ : "우리나라에서도 물 자원을 보호하고 물을 합리적으로 이용하기 위한 사업이 적극 추진되고 있습니다."]

최근까지도 북한당국은 매체를 통해 물관리가 잘 되고 있음은 물론 국제기구와의 협력 사업도 이뤄지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자신들의 샘물 사업도 부각시키고 있다.

샘물 사업이 잘 진행되고 있다고 주장하지만 주민 대부분은 그런 혜택을 전혀 입지 못하고 있는 북한.

전문가들은 북한 당국이 이런 구조적 모순을 해결하지 못하면 결국 주민들의 생명이 위협 받을 수도 있다고 말한다.

한국이 대책 마련에 적극 나서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다.

[조봉현/IBK 경제연구소 부소장 : "북한 자체가 수질이 좋지 않으면 그것이 자연스럽게 우리 남쪽까지도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부분이고 또한 나중에 통일 됐을 때 북한 자체가 수질이 좋지 않은 것은 결국은 통일비용으로 귀결이 된다고 하겠습니다. 그래서 통일비용을 줄이는 측면에서라도 지금부터라도 북한의 수질개선을 위한 적극적으로 교류협력사업들이 필요하다고 하겠습니다."]

[김연권/‘K water’ 스마트워터연구소 미래상하수도 팀장 : "물이 물 하나로만 그치는 것이 아닙니다. 물을 이용해서 주민의 어떤 삶의 질을 높이고 사회제도의 안정화를 이끄는 것도 있지만 물이라는 재화를 잘 자원을 다스리게 되면 경제와도 직접적인 관련이 있기 때문에 북한과 남한이 물이라는 주제를 놓고 또 다른 형태의 테이블을 빨리 만들어야 될 필요가 있다고 보여집니다."]

북한 주민의 생존과 직결된 물.

맑고 질 좋은 샘물을 주민들에게 마음껏 공급하겠다는 북한 당국의 바람이 생수 사업은 물론 실질적인 물 관리로까지 이어지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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