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리포트] 호랑이가 나타났다!① 백두산 호랑이의 귀환

입력 2018.07.24 (14:24) 수정 2018.07.24 (1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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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 30일 새벽 중국 헤이룽장성 동북부 라오흐어셴 마을에 야생 호랑이가 나타났다. 새벽녘에 농민들이 키우던 말을 습격했다. 농장 관리인은 새벽 3시쯤 말 울음소리가 시끄럽게 들렸고 날이 밝아 나가봤더니 말들이 한데 모여 떨고 있었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호랑이는 말 한 마리 목을 물어 죽인뒤, 뒷다리를 뜯어먹고 사라졌다. 헤이룽장 임업관리국에서 말 사체 주변에 카메라를 설치하고 3일 동안 관찰했지만, 호랑이는 다시 돌아오지 않았다.

중국 헤이룽장 호랑이 보호구역에서 발견된 말 사체중국 헤이룽장 호랑이 보호구역에서 발견된 말 사체

앞서 6월 8일에는 라오흐어셴에서 북쪽으로 100킬로미터 정도 떨어진 야생 호랑이 보호구역 안에서 양봉업을 하던 부부가 호랑이를 목격했다. 호랑이는 이들 부부가 키우던 거위 8마리를 해쳤는데, 현장에는 호랑이 발자국이 선명하게 남아있었다. KBS 취재진이 사건 뒤 한달이 더 지난 7월 18일 현장을 방문했는데 최근에 찍힌 것으로 추정되는 호랑이 발자국이 어지럽게 찍혀 있었다. 호랑이 발자국은 기자 손의 한뼘(22센티미터 정도)보다 조금 작았다. 진흙에서는 호랑이 발자국이 실제보다 조금 더 크게 찍힌다고 하지만 분명 다자란 수컷 호랑이 발자국이었다. 이곳은 야생 호랑이가 계속 지나다니는 길목으로 추정된다.

중국에서 야생호랑이를 봤다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헤이룽장성과 지린성의 여러 마을에서 목격담 수백건이 이어지고 있는데 일부는 휴대전화 카메라로 찍기까지 했다. 호랑이가 사람이 다니는 길에까지 내려왔다가 목격된 사례도 있다.

2018년 2월 4일 훈춘에서 찍힌 야생 호랑이 모습(中 훈춘 임업관리국 제공)2018년 2월 4일 훈춘에서 찍힌 야생 호랑이 모습(中 훈춘 임업관리국 제공)

■아무르 타이거 = 둥베이후(동북호) = 조선범 = 백두산 호랑이

우리가 백두산호랑이라고 부르는 야생 호랑이는 러시아에서는 시베리아 호랑이 혹은 아무르강 유역에 산다고 해서 아무르 호랑이라고 부르고 중국에서는 둥베이후(東北虎)라 부르며, 북한에서는 조선범이라고 부른다. 현존하는 가장 큰 고양이과 동물이자 멸종위기 1급 보호 동물이다. 러시아 시호테 알린 산맥에서 중국 동북부로 이어지는 광활한 숲지대는 한반도의 백두산으로 이어지고, 백두대간을 따라 한때는 아무르 호랑이, 백두산 호랑이가 한반도 전역에 퍼져있었다.

백두산 호랑이는 한 때 러시아 시호테 알린 쪽에 수천 마리가 서식하고 있었지만 1990년대 구소련의 해체로 국경과 시장이 개방되고 호랑이 밀렵이 극에 달하면서 개체수가 급격히 줄어들었다. 중국 쪽은 더 심했다. 1920년대 잦은 전쟁과 일본의 침략, 거기에 삼림 파괴를 유발하는 난개발까지 겹치면서 개체수가 급감했고, 멸종 위기를 맞았다. 하물며 사람 먹을 것도 없었던 북한 쪽은 더 심했다. 남한 쪽에 언제까지 호랑이가 있었는지에 대해서는 여러 얘기들이 많이 있지만, 마지막 기록은 1921년 10월 경주 대덕산에서 도로 공사중에 인부들에게 붙잡힌 사례가 남아있다. 이렇듯 멸절 위기까지 갔던 호랑이가 다시 나타나고 있다.

중·러 국경에는 호랑이 먹잇감 멧돼지와 노루, 사슴, 오소리, 반달가슴곰, 너구리, 여우 등이 풍부하다.중·러 국경에는 호랑이 먹잇감 멧돼지와 노루, 사슴, 오소리, 반달가슴곰, 너구리, 여우 등이 풍부하다.

■러시아-중국-북한 3국 접경지 훈춘 숲에 백두산 호랑이가 돌아왔다

1998년 미국과 러시아, 중국 3국의 전문가들이 공동으로 아무르 호랑이 서식 실태 조사를 벌였다. 그 결과 중국 동북지역에는 세 마리에서 다섯 마리 정도의 호랑이 흔적이 발견됐을 뿐이었다. 그마저도 러시아 쪽에서 넘어와 어슬렁 거리며 지나간 흔적이 발견됐을 뿐, 독립적으로 번식한 고정된 주거지를 중국에 둔 호랑이는 발견되지 않았다. 중국 입장에서는 상당히 비관적인 조사 결과였다.

중국 당국은 바로 훈춘쪽부터 자연보호 구역을 지정해 난개발과 밀렵을 막기 시작했다. 그 결과 지난해인 2017년 중국 지린성 쪽에서만 27마리의 호랑이가 관찰되고 있다. 훈춘 임업 관리국의 한 관리는 KBS 기자에게 "아직 중앙 정부의 승인을 받지 못해 올해 조사결과를 발표하지 못하고 있지만, 지난해에 비해서도 훨씬 더 많은 호랑이 개체수가 확인된 상태"라고 말했다. 헤이룽장 쪽에서 발견되는 호랑이도 많기 때문에 전반적으로 봤을 때 현재 중국쪽에서 발견되는 호랑이는 50여 마리에 육박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멸종한 중국 화남호랑이는 백두산 호랑이에 비해 몸집이 훨씬 작다.멸종한 중국 화남호랑이는 백두산 호랑이에 비해 몸집이 훨씬 작다.

■중국인도 특별하게 생각하는 호랑이

우리 나라와 마찬가지로 중국 사람들도 호랑이를 좋아하고 특별하게 생각한다. 주역에 구름은 용으로부터 나오고 바람은 호랑이로부터 나온다는 말이 있듯이 중국인들에게 호랑이는 단순한 야생동물을 넘어 신비한 존재다. 그런 중국에는 크게 3종류의 호랑이가 살고 있었는데 첫째가 동북(東北) 호랑이고, 둘째가 화남(華南) 호랑이고 셋째가 인도차이나 호랑이다. 화남 호랑이는 양쯔강 유역 대나무 습지대에 살던 몸집이 비교적 작은 호랑이인데, 안타깝게도 1994년을 마지막으로 멸종됐다. 1950년대까지만 해도 수천마리가 있었는데 해로운 짐승으로 분류해 정부가 나서서 몰살시켰다고 한다. 인도차이나 호랑이는 주로 동남아시아 쪽에 살며, 중국 쪽에서는 별다른 연구가 돼있지 않다. 중국인들이 호랑이하면 가장 먼저 떠올리는 것이 그래서 동북 호랑이이고, 동북 호랑이에 대한 애착이 상당히 깊다.

시진핑 주석이 지난 2012년 18차 당대회에서 생태문명 건설을 외친 뒤 중국은 일사분란하게 움직이고 있다. 동북 호랑이 복원 프로젝트도 생태문명 건설의 일환이다. 훈춘 임업국의 한 관리는 "중앙 정부가 국가차원에서 야생 판다를 보호하는 것 이상으로 동북 호랑이 보호에 나선 상황"이라고 말했다. 다음편에서는 중국 당국의 어마어마한 호랑이 보호 프로젝트를 소개하고자 한다.

[연관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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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특파원리포트] 호랑이가 나타났다!① 백두산 호랑이의 귀환
    • 입력 2018-07-24 14:24:26
    • 수정2018-07-24 16:38:36
    특파원 리포트
지난 6월 30일 새벽 중국 헤이룽장성 동북부 라오흐어셴 마을에 야생 호랑이가 나타났다. 새벽녘에 농민들이 키우던 말을 습격했다. 농장 관리인은 새벽 3시쯤 말 울음소리가 시끄럽게 들렸고 날이 밝아 나가봤더니 말들이 한데 모여 떨고 있었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호랑이는 말 한 마리 목을 물어 죽인뒤, 뒷다리를 뜯어먹고 사라졌다. 헤이룽장 임업관리국에서 말 사체 주변에 카메라를 설치하고 3일 동안 관찰했지만, 호랑이는 다시 돌아오지 않았다.

중국 헤이룽장 호랑이 보호구역에서 발견된 말 사체
앞서 6월 8일에는 라오흐어셴에서 북쪽으로 100킬로미터 정도 떨어진 야생 호랑이 보호구역 안에서 양봉업을 하던 부부가 호랑이를 목격했다. 호랑이는 이들 부부가 키우던 거위 8마리를 해쳤는데, 현장에는 호랑이 발자국이 선명하게 남아있었다. KBS 취재진이 사건 뒤 한달이 더 지난 7월 18일 현장을 방문했는데 최근에 찍힌 것으로 추정되는 호랑이 발자국이 어지럽게 찍혀 있었다. 호랑이 발자국은 기자 손의 한뼘(22센티미터 정도)보다 조금 작았다. 진흙에서는 호랑이 발자국이 실제보다 조금 더 크게 찍힌다고 하지만 분명 다자란 수컷 호랑이 발자국이었다. 이곳은 야생 호랑이가 계속 지나다니는 길목으로 추정된다.

중국에서 야생호랑이를 봤다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헤이룽장성과 지린성의 여러 마을에서 목격담 수백건이 이어지고 있는데 일부는 휴대전화 카메라로 찍기까지 했다. 호랑이가 사람이 다니는 길에까지 내려왔다가 목격된 사례도 있다.

2018년 2월 4일 훈춘에서 찍힌 야생 호랑이 모습(中 훈춘 임업관리국 제공)
■아무르 타이거 = 둥베이후(동북호) = 조선범 = 백두산 호랑이

우리가 백두산호랑이라고 부르는 야생 호랑이는 러시아에서는 시베리아 호랑이 혹은 아무르강 유역에 산다고 해서 아무르 호랑이라고 부르고 중국에서는 둥베이후(東北虎)라 부르며, 북한에서는 조선범이라고 부른다. 현존하는 가장 큰 고양이과 동물이자 멸종위기 1급 보호 동물이다. 러시아 시호테 알린 산맥에서 중국 동북부로 이어지는 광활한 숲지대는 한반도의 백두산으로 이어지고, 백두대간을 따라 한때는 아무르 호랑이, 백두산 호랑이가 한반도 전역에 퍼져있었다.

백두산 호랑이는 한 때 러시아 시호테 알린 쪽에 수천 마리가 서식하고 있었지만 1990년대 구소련의 해체로 국경과 시장이 개방되고 호랑이 밀렵이 극에 달하면서 개체수가 급격히 줄어들었다. 중국 쪽은 더 심했다. 1920년대 잦은 전쟁과 일본의 침략, 거기에 삼림 파괴를 유발하는 난개발까지 겹치면서 개체수가 급감했고, 멸종 위기를 맞았다. 하물며 사람 먹을 것도 없었던 북한 쪽은 더 심했다. 남한 쪽에 언제까지 호랑이가 있었는지에 대해서는 여러 얘기들이 많이 있지만, 마지막 기록은 1921년 10월 경주 대덕산에서 도로 공사중에 인부들에게 붙잡힌 사례가 남아있다. 이렇듯 멸절 위기까지 갔던 호랑이가 다시 나타나고 있다.

중·러 국경에는 호랑이 먹잇감 멧돼지와 노루, 사슴, 오소리, 반달가슴곰, 너구리, 여우 등이 풍부하다.
■러시아-중국-북한 3국 접경지 훈춘 숲에 백두산 호랑이가 돌아왔다

1998년 미국과 러시아, 중국 3국의 전문가들이 공동으로 아무르 호랑이 서식 실태 조사를 벌였다. 그 결과 중국 동북지역에는 세 마리에서 다섯 마리 정도의 호랑이 흔적이 발견됐을 뿐이었다. 그마저도 러시아 쪽에서 넘어와 어슬렁 거리며 지나간 흔적이 발견됐을 뿐, 독립적으로 번식한 고정된 주거지를 중국에 둔 호랑이는 발견되지 않았다. 중국 입장에서는 상당히 비관적인 조사 결과였다.

중국 당국은 바로 훈춘쪽부터 자연보호 구역을 지정해 난개발과 밀렵을 막기 시작했다. 그 결과 지난해인 2017년 중국 지린성 쪽에서만 27마리의 호랑이가 관찰되고 있다. 훈춘 임업 관리국의 한 관리는 KBS 기자에게 "아직 중앙 정부의 승인을 받지 못해 올해 조사결과를 발표하지 못하고 있지만, 지난해에 비해서도 훨씬 더 많은 호랑이 개체수가 확인된 상태"라고 말했다. 헤이룽장 쪽에서 발견되는 호랑이도 많기 때문에 전반적으로 봤을 때 현재 중국쪽에서 발견되는 호랑이는 50여 마리에 육박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멸종한 중국 화남호랑이는 백두산 호랑이에 비해 몸집이 훨씬 작다.
■중국인도 특별하게 생각하는 호랑이

우리 나라와 마찬가지로 중국 사람들도 호랑이를 좋아하고 특별하게 생각한다. 주역에 구름은 용으로부터 나오고 바람은 호랑이로부터 나온다는 말이 있듯이 중국인들에게 호랑이는 단순한 야생동물을 넘어 신비한 존재다. 그런 중국에는 크게 3종류의 호랑이가 살고 있었는데 첫째가 동북(東北) 호랑이고, 둘째가 화남(華南) 호랑이고 셋째가 인도차이나 호랑이다. 화남 호랑이는 양쯔강 유역 대나무 습지대에 살던 몸집이 비교적 작은 호랑이인데, 안타깝게도 1994년을 마지막으로 멸종됐다. 1950년대까지만 해도 수천마리가 있었는데 해로운 짐승으로 분류해 정부가 나서서 몰살시켰다고 한다. 인도차이나 호랑이는 주로 동남아시아 쪽에 살며, 중국 쪽에서는 별다른 연구가 돼있지 않다. 중국인들이 호랑이하면 가장 먼저 떠올리는 것이 그래서 동북 호랑이이고, 동북 호랑이에 대한 애착이 상당히 깊다.

시진핑 주석이 지난 2012년 18차 당대회에서 생태문명 건설을 외친 뒤 중국은 일사분란하게 움직이고 있다. 동북 호랑이 복원 프로젝트도 생태문명 건설의 일환이다. 훈춘 임업국의 한 관리는 "중앙 정부가 국가차원에서 야생 판다를 보호하는 것 이상으로 동북 호랑이 보호에 나선 상황"이라고 말했다. 다음편에서는 중국 당국의 어마어마한 호랑이 보호 프로젝트를 소개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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