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리포트] 호랑이가 나타났다!② 中 세계 최대 호랑이 국립공원 조성

입력 2018.07.24 (15:11) 수정 2018.07.24 (1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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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정부가 발표한 중국 호랑이·표범 국가 공원 경계도중국 정부가 발표한 중국 호랑이·표범 국가 공원 경계도

□ 중국, 서울 25배 면적 세계 최대 야생호랑이 국가공원 조성

중국이 호랑이 국가공원을 건설하겠다고 발표했다. 2020년까지 완공을 목표로 하고 있는데 그 규모가 어마어마 하다. 전체면적은 14,612㎢, 지린성 부분이 10,380㎢로 71%면적을 차지하고 나머지 29%는 헤이룽장성 부분이다. 러시아 국경과 북한 국경을 접하고 있으며, 중국 동북지역에 산재해있는 자연보호 구역과 호랑이 보호 구역 등을 통합한 것이다. 미국 옐로우스톤 국립공원이 9천 제곱킬로미터라는 점에서 중국의 호랑이 국가 공원이 얼마나 광대한지를 가늠해 볼 수 있다. 서울 면적의 25배이고, 지리산 면적의 35배라고 보면 된다.

훈춘쪽 호랑이 국립공원 안으로 들어가 봤다. 공원이 워낙 넓어서 울타리 같은 것은 없다. 대신 곳곳에 설치 중인 호랑이 관련 간판들로 이곳이 국립 공원임을 알 수 있었다. 공원 내에는 울창한 삼림과 오염되지 않은 강물, 그리고 다양한 야생동물이 서식하고 있었다. 호랑이가 좋아하는 사슴과 노루, 멧돼지, 오소리 등이 풍부하다. 험악한 산지 지형이 아닌 낮은 구릉과 평지가 많았고, 상당 부분은 물이 많은 습지였다.


□ 공원 내 모든 것을 실시간 감측하는 지능형 시스템 구축

단순히 규모만 큰 것이 아니다. 인터넷과 인공지능을 결합한 최첨단 감측 시스템이 적용된다. 북경사범대학과 중국 최대 통신사 롄통(联通), 그리고 관영 CCTV가 공동으로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십만 여개의 각종 감측 장비를 곳곳에 설치해 호랑이 등 야생 동물은 물론, 공원 관리인들과 외부 침입자의 동선까지 실시간으로 파악하는 시스템이 시범 가동 중이다. 움직임은 물론, 수질과 기후 토양 상태까지 감측하는 장비들도 설치되고 있다. 어떤 상황이 생기더라도 몇분 안에 대응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고 있다. 클라우드 저장 시스템과 빅데이터 스마트 분석 기법 등을 활용한 인공지능을 접목해 장기적으로는 공원 관리의 일부를 자동화 하는 방안까지 추진 중이다. 중국의 진화가 실로 놀랍다.


□ 가장 큰 문제는 공원 내 원주민 이주 문제

하지만 어려운 문제도 있다. 2002년 1월 훈춘시 춘화에서 마을사람 1명이 야생 호랑이에 물려 죽었다. 호랑이 보호 정책을 막 시작하던 중국 임업 당국은 급히 보상정책을 마련했고, 당시 5백 위안의 위로금을 전달했다. 2002년 이후 지금까지 산에 약초를 캐러 다니던 사람들이 호랑이에게 습격을 받는 사례는 끊이지 않고 있다. 산에 풀어 놓은 가축들의 피해도 거의 며칠 간격으로 이어지고 있는데 중국 당국은 보상 정책을 가다듬어 인간의 복수를 막는데는 어느정도 성공을 거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근본적인 문제가 남았다. 바로 사람들을 호랑이로부터 멀리 떨어뜨리는 작업이다. 원주민들의 삶의 터전을 옮겨야 하는 문제이기도 하다. 호랑이 국가공원으로 지정된 구역내에는 현재 약 8만 명의 주민들이 살고 있다. 주로 농업이나 목축업, 그리고 양봉업을 하는 농민들인데, 이들을 어떻게 해야 할지 중국 당국이 고민 중이다. 호랑이 국가공원 관리국의 한 관리는 "100년 동안 국립 공원을 운영해온 미국도 여전히 해결하지 못한 문제가 바로 원주민 문제"라며 "미국의 선례를 바탕으로 대안을 마련 중"이라고 답변했다. 지금까지는 젊은이들을 대상으로 보상 이주 정책을 추진 중이며, 노인 층들은 호랑이 출몰 지역과 좀 떨어진 곳에 모여살도록 유도하고 있다.

호랑이 국가공원 내에서도 호랑이 출몰이 잦은 마을이 있다. 그중 한 곳인 훈춘의 마디다(马滴達) 마을을 찾아갔다. 주민들은 최근 일주일 사이 주민들이 산에 풀어 놓은 소 2마리가 호랑이에게 물려갔다고 말했다. 지난해에는 호랑이가 마을 주변 옥수수밭에까지 내려온 것을 목격하기도 했다. 하지만 주민들은 하나같이 호랑이가 무섭지는 않다고 한다. 오히려 호랑이가 사람을 피한다면서. 하지만 정부 당국이 오랜 삶의 터전을 떠나라고 할까봐 그게 걱정이라고 말했다.

호랑이 국가 공원 안에 있는 석탄 광산을 찾아가 봤다. 올해 9월까지 영업을 중단할 것을 통보받았다고 한다. 광부들은 하나같이 일자리가 없어지게 됐다며 불만을 표시했다. 다만 정부가 석탄 광산을 없앤 자리에 1년 동안 나무를 심으라고 했다며 1년 뒤가 걱정이라고 말했다. 호랑이 국가 공원으로 지정되면서 인간이 할 수 없는 것들이 많아졌다. 야생동물을 잡는 것은 물론이고, 많은 경제 행위들이 제약받게 됐다.

훈춘임업국에 게시된 시진핑 표어훈춘임업국에 게시된 시진핑 표어

□ 지속가능한 해법 연구하는 과학자들

먹이사슬의 최정점에 있는 야생 호랑이를 보호하기 위해서는 그 아랫단계까지 모든 생태계가 건강하게 복원돼야 한다. 호랑이 한마리가 활동하는데 필요한 숲이 적어도 400 제곱킬로미터이며, 이 안에 사슴 500마리가 필요하다고 한다. 이런 생태계가 유지되려면 인간이 사라지거나, 아니면 인간이 많은 노력을 해야 한다.

지린성 옌지와 훈춘을 오가며 지속가능한 보호 네트워크(Sustainable Conservative Network)를 연구하는 중국인 이영 연구원과 한국인 류희경 연구원을 만났다. 이들은 보호구역내 농민들에게 유기농법을 가르치고 있다. 통상적으로 중국 농민들은 권장량보다 훨씬 많은 농약을 사용하는데, 이게 숲의 생태계를 위협하기 때문이다. 이영 연구원은 "호랑이가 야생 상태에서 건강하려면 인간이 호랑이 서식지에 대한 간섭을 줄여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유기농업이나 다른 유효한 방식으로 농민들이 생태를 교란하는 것을 막으려 한다"고 말했다. 농약을 치지 않은 건강한 채소를 팔아 더 큰 수익을 남기면 호랑이와 인간이 공존할 수도 있지 않겠냐는게 이들의 생각이다. 호랑이 국가 공원이 진짜 완성되기 위해서는 이렇게 많은 과제들이 해결돼야 한다. 다음편에서는 백두산에 호랑이가 아직 살아있을 가능성을 짚어본다.

[연관기사]
[특파원리포트] 호랑이가 나타났다!① 백두산 호랑이의 귀환
[특파원리포트] 호랑이가 나타났다!③ 백두산에는 호랑이가 살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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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특파원리포트] 호랑이가 나타났다!② 中 세계 최대 호랑이 국립공원 조성
    • 입력 2018-07-24 15:11:03
    • 수정2018-07-24 16:38:36
    특파원 리포트
중국 정부가 발표한 중국 호랑이·표범 국가 공원 경계도
□ 중국, 서울 25배 면적 세계 최대 야생호랑이 국가공원 조성

중국이 호랑이 국가공원을 건설하겠다고 발표했다. 2020년까지 완공을 목표로 하고 있는데 그 규모가 어마어마 하다. 전체면적은 14,612㎢, 지린성 부분이 10,380㎢로 71%면적을 차지하고 나머지 29%는 헤이룽장성 부분이다. 러시아 국경과 북한 국경을 접하고 있으며, 중국 동북지역에 산재해있는 자연보호 구역과 호랑이 보호 구역 등을 통합한 것이다. 미국 옐로우스톤 국립공원이 9천 제곱킬로미터라는 점에서 중국의 호랑이 국가 공원이 얼마나 광대한지를 가늠해 볼 수 있다. 서울 면적의 25배이고, 지리산 면적의 35배라고 보면 된다.

훈춘쪽 호랑이 국립공원 안으로 들어가 봤다. 공원이 워낙 넓어서 울타리 같은 것은 없다. 대신 곳곳에 설치 중인 호랑이 관련 간판들로 이곳이 국립 공원임을 알 수 있었다. 공원 내에는 울창한 삼림과 오염되지 않은 강물, 그리고 다양한 야생동물이 서식하고 있었다. 호랑이가 좋아하는 사슴과 노루, 멧돼지, 오소리 등이 풍부하다. 험악한 산지 지형이 아닌 낮은 구릉과 평지가 많았고, 상당 부분은 물이 많은 습지였다.


□ 공원 내 모든 것을 실시간 감측하는 지능형 시스템 구축

단순히 규모만 큰 것이 아니다. 인터넷과 인공지능을 결합한 최첨단 감측 시스템이 적용된다. 북경사범대학과 중국 최대 통신사 롄통(联通), 그리고 관영 CCTV가 공동으로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십만 여개의 각종 감측 장비를 곳곳에 설치해 호랑이 등 야생 동물은 물론, 공원 관리인들과 외부 침입자의 동선까지 실시간으로 파악하는 시스템이 시범 가동 중이다. 움직임은 물론, 수질과 기후 토양 상태까지 감측하는 장비들도 설치되고 있다. 어떤 상황이 생기더라도 몇분 안에 대응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고 있다. 클라우드 저장 시스템과 빅데이터 스마트 분석 기법 등을 활용한 인공지능을 접목해 장기적으로는 공원 관리의 일부를 자동화 하는 방안까지 추진 중이다. 중국의 진화가 실로 놀랍다.


□ 가장 큰 문제는 공원 내 원주민 이주 문제

하지만 어려운 문제도 있다. 2002년 1월 훈춘시 춘화에서 마을사람 1명이 야생 호랑이에 물려 죽었다. 호랑이 보호 정책을 막 시작하던 중국 임업 당국은 급히 보상정책을 마련했고, 당시 5백 위안의 위로금을 전달했다. 2002년 이후 지금까지 산에 약초를 캐러 다니던 사람들이 호랑이에게 습격을 받는 사례는 끊이지 않고 있다. 산에 풀어 놓은 가축들의 피해도 거의 며칠 간격으로 이어지고 있는데 중국 당국은 보상 정책을 가다듬어 인간의 복수를 막는데는 어느정도 성공을 거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근본적인 문제가 남았다. 바로 사람들을 호랑이로부터 멀리 떨어뜨리는 작업이다. 원주민들의 삶의 터전을 옮겨야 하는 문제이기도 하다. 호랑이 국가공원으로 지정된 구역내에는 현재 약 8만 명의 주민들이 살고 있다. 주로 농업이나 목축업, 그리고 양봉업을 하는 농민들인데, 이들을 어떻게 해야 할지 중국 당국이 고민 중이다. 호랑이 국가공원 관리국의 한 관리는 "100년 동안 국립 공원을 운영해온 미국도 여전히 해결하지 못한 문제가 바로 원주민 문제"라며 "미국의 선례를 바탕으로 대안을 마련 중"이라고 답변했다. 지금까지는 젊은이들을 대상으로 보상 이주 정책을 추진 중이며, 노인 층들은 호랑이 출몰 지역과 좀 떨어진 곳에 모여살도록 유도하고 있다.

호랑이 국가공원 내에서도 호랑이 출몰이 잦은 마을이 있다. 그중 한 곳인 훈춘의 마디다(马滴達) 마을을 찾아갔다. 주민들은 최근 일주일 사이 주민들이 산에 풀어 놓은 소 2마리가 호랑이에게 물려갔다고 말했다. 지난해에는 호랑이가 마을 주변 옥수수밭에까지 내려온 것을 목격하기도 했다. 하지만 주민들은 하나같이 호랑이가 무섭지는 않다고 한다. 오히려 호랑이가 사람을 피한다면서. 하지만 정부 당국이 오랜 삶의 터전을 떠나라고 할까봐 그게 걱정이라고 말했다.

호랑이 국가 공원 안에 있는 석탄 광산을 찾아가 봤다. 올해 9월까지 영업을 중단할 것을 통보받았다고 한다. 광부들은 하나같이 일자리가 없어지게 됐다며 불만을 표시했다. 다만 정부가 석탄 광산을 없앤 자리에 1년 동안 나무를 심으라고 했다며 1년 뒤가 걱정이라고 말했다. 호랑이 국가 공원으로 지정되면서 인간이 할 수 없는 것들이 많아졌다. 야생동물을 잡는 것은 물론이고, 많은 경제 행위들이 제약받게 됐다.

훈춘임업국에 게시된 시진핑 표어
□ 지속가능한 해법 연구하는 과학자들

먹이사슬의 최정점에 있는 야생 호랑이를 보호하기 위해서는 그 아랫단계까지 모든 생태계가 건강하게 복원돼야 한다. 호랑이 한마리가 활동하는데 필요한 숲이 적어도 400 제곱킬로미터이며, 이 안에 사슴 500마리가 필요하다고 한다. 이런 생태계가 유지되려면 인간이 사라지거나, 아니면 인간이 많은 노력을 해야 한다.

지린성 옌지와 훈춘을 오가며 지속가능한 보호 네트워크(Sustainable Conservative Network)를 연구하는 중국인 이영 연구원과 한국인 류희경 연구원을 만났다. 이들은 보호구역내 농민들에게 유기농법을 가르치고 있다. 통상적으로 중국 농민들은 권장량보다 훨씬 많은 농약을 사용하는데, 이게 숲의 생태계를 위협하기 때문이다. 이영 연구원은 "호랑이가 야생 상태에서 건강하려면 인간이 호랑이 서식지에 대한 간섭을 줄여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유기농업이나 다른 유효한 방식으로 농민들이 생태를 교란하는 것을 막으려 한다"고 말했다. 농약을 치지 않은 건강한 채소를 팔아 더 큰 수익을 남기면 호랑이와 인간이 공존할 수도 있지 않겠냐는게 이들의 생각이다. 호랑이 국가 공원이 진짜 완성되기 위해서는 이렇게 많은 과제들이 해결돼야 한다. 다음편에서는 백두산에 호랑이가 아직 살아있을 가능성을 짚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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