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리포트] “살아갈 의미가 없다”라니…日, 우생사회의 그늘
입력 2018.07.26 (19:18)
수정 2018.07.26 (1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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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부터 2년 전, 2016년 7월 26일 이른 아침. 특파원으로 온 지 불과 한 달도 안 됐을 당시, 아침부터 낯선 기계음이 요란하게 울려댔다.
개통한 지 얼마 안 된 휴대전화의 익숙지 않은 울림에 잠깐 어리둥절했다가 정신을 수습할 겨를도 없이 받아든 전화에서 다급한 목소리가 튀어나왔다.
"장애인 시설에 괴한이 난입해서 열 명 넘게 숨졌어. 빨리!"
숨돌릴 겨를도 없이 아침 6시 뉴스부터 전화연결. 일본 사회를 뒤흔든 사가미하라 장애인 시설 살인난동 사건이 터졌던 날이다.
□ 그 뒤 2년...아직 시작 못 한 재판
장애인 보호 시설에 침입한 전 직원이 휘두른 흉기에 거동이 힘든 대항력조차 없는 장애인 19명이 속절없이 목숨을 잃은 사건.
[연관 기사] 누가 악마를 풀어줬나?
그로부터 만 730일이 흘렀지만, 아직 일본 사회는 그 충격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는 듯하다. 게다가 범인 우에마츠 히로시에 대한 재판은 아직 제대로 시작도 못 한 상태다.
검찰은 2017년 2월 기소에 앞서 정신 감정을 실시했는데, 범행을 저지르기 전 '대마정신병','망상장해','비사회성 인격장애' 등의 판정을 받아 격리된 적이 있었던 우에마츠는 다시 이뤄진 감정에서도 '자기애성 인격 장애'라는 진단이 나왔다.
하지만 변호인 측은 다시 한 번 정신감정을 요청해 현재 그 결과를 기다리는 단계다.
그리고 그 사이 그는 어떤 변화라도 보였을까?
□ "희생자가 잊혀져서는 안돼"
도쿄 신문은 우에마츠와의 면회 내용을 24일 실었다.
"사건에서 2년이 흘렀습니다. 19명의 생명을 빼앗은 것에 대한 생각은?"
"죄송하다고 생각하지만, 어쩔 수 없었다고 봅니다."
"무죄를 주장하는 건가요?"
"무죄라기보다는 '인간을 죽인 것이 아니다.'라고 주장하고 싶습니다."
요미우리 신문과의 면회에서도 우에마츠는 같은 주장을 반복했다.
"현세에서는 범죄행위일지 모르지만, 사형이 처해지더라도 언젠가는 나의 주장이 옳다고 여겨질 겁니다."
장애인을 심실자(心失者)로 표현하며 "살아갈 의미가 없다"는 주장을 강하게 폈다고도 요미우리는 전했다.
요미우리 신문은 당시 55세의 오빠를 잃은 동생의 이야기를 실었다. 어렸을 적 높은 열로 지적장애를 갖게 됐지만, 감정을 표현하고 같이 놀고, 또 엄마를 좋아하던 오빠의 이야기가 전해졌다.
그리고 이어지는 말은 가족의 아픔, 그리고 지금 우리가 무엇에 맞서야 하는 지를 전해준다.
"사건 후 그런 오빠의 목숨을 앗아간 범인의 주장이 연일 보도됐다.'장애인은 주변 사람을 불행하게 한다'. 여성의 가슴 한가운데서 '아니야'라는 외침이 계속됐고, 자신을 가만히 두길 바랐다. 하지만 시간이 흘러 보도가 줄어들면서, 이제는 희생자가 잊히는 것 같아 가슴이 아파왔다.(26일 요미우리 신문)
그리고 이 동생은 2년이 지난 지금 언론에 자신의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고, 재판에 나가 자신의 오빠를 증언하기로 했다.
□ 우생만 있어야 하는 '일본 사회'의 그늘
이 같은 우에마츠의 허황된 주장은 전후 일본 사회에서 이뤄진 국가에 의한 '강제 불임 수술'을 떠오르게 한다고 도쿄 신문은 26일 지적했다.
9살 소녀부터 1만 6천여 명을 강제로 수술대로 올린 단 하나의 이유는 유전적으로 결함이 있는 '불량한 자손'을 남겨서는 안 된다는 단순한 목적이었다.

[연관 기사] 日, 전쟁 후 ‘강제불임수술’…미성년 장애인도 수술대에
도쿄 신문은 2016년 4월 강제 불임 수술 피해자들이 후생노동성 관계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당시는 합법, 적법이었다. 불임수술은 신중한 결정 과정을 통해 이뤄졌다."는 답을 들어야 했다며, 피해자들이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 국가의 자세는 일본 사회에서 장애인에 대한 차별을 조장하고 있는 것 아닌가"라고 느꼈다 전했다.
그리고 그 해 7월에 우에마츠에 의한 장애인 살해 사건이 일어났다. 도쿄 신문은 "범인에 동조하는 의견들이 인터넷상에 올라온다는 보도가 나오는 등 '우생 사상'이 일본 사회에 이어지고 있다"고 우려했다.
일본 언론은 사건 이후 아픔을 그대로 묻은 채 한 사람 정신 이상자의 돌발적 사건으로 사건 발생 2년을 지나치기보단, 다시는 이런 일이 있어서는 안 되는 이유, 그리고 자신들의 사회를 다시 한 번 들여다보는 기회로 삼는 분위기다.
기억의 풍화, 그리고 또 다른 사건의 반복을 막아야 한다는 뜻이다.
□ 사회적 약자에 대한 무차별 범죄
우에마츠의 장애인에 대한 범죄 말고도 최근 일본 사회에서는 사회적 약자에 대한 무차별, 묻지마 식의 엽기적 범죄가 자주 발생하고 있다.
요코하마 시의 한 병원에서 간호사가 링거에 약품을 넣어 노인 수십 명을 숨지게 한 사건(공식 확인된 사망자는 4명). 사건 전후 약 2개월간 숨진 사람만 50명에 이르고, 많게는 하루 5명이 숨지기도 한 희대의 사건이다.

병원은 말기 암 환자나 회복하기 힘든 고령자를 대상으로 한 완화치료를 하는 곳으로 이렇듯 대항할 수 없는, 사회적 약자를 범행으로 삼은 것은 '생명'을 존중하지 않고 인정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장애인 집단 살인 사건과 맥을 같이 한다.
"사건 발각 2~3개월 전부터 많은 환자에게 계면활성제를 섞어 넣었다. 점점 감각이 마비됐다."고 용의자 구보키 아유미는 말했다.
10년 넘게 어린 소녀들만을 대상으로 폭행, 살인을 저지른 가츠타 사건에서부터, 사람이 죽어가는 걸 보고 싶다며 77세 할머니에게 둔기를 휘둘러 숨지게 한 지방 명문대 여대생까지.
법정 스케치(NHK 캡처)
또 자신의 아파트로 사람을 유인해 숨지게 한 뒤 9명의 시신을 보관하고 있던 20대 남성 용의자가 지난해 11월 붙잡히기도 했다.
일본 사람들이 흔히 잘하는 말 중에 하나가 "일본에서 태어나서 다행이야"라는 말이 있다. 그만큼 안전한 나라 일본에 대한 스스로의 자부심이 묻어나는 말이지만, 알지 못하는 사이 일본 사회 속에 약자에 대한 폭력적 성향이 깊이 스며들고 있는 것은 아닌지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현대 사회의 내면에 깊이 자리 잡고 있는 폭력적 성향, 그리고 이를 약자를 통해 표출하는 사회 병리적 사건의 반복. 우생 사회를 외쳤던 일본 사회가 맞닥뜨리고 있는 깊은 어둠의 일면이다. 그리고 일본 언론은 이러함 어둠을 들여다보고 이를 막기 위해 고심하고 있는 듯하다.
개통한 지 얼마 안 된 휴대전화의 익숙지 않은 울림에 잠깐 어리둥절했다가 정신을 수습할 겨를도 없이 받아든 전화에서 다급한 목소리가 튀어나왔다.
"장애인 시설에 괴한이 난입해서 열 명 넘게 숨졌어. 빨리!"
숨돌릴 겨를도 없이 아침 6시 뉴스부터 전화연결. 일본 사회를 뒤흔든 사가미하라 장애인 시설 살인난동 사건이 터졌던 날이다.
□ 그 뒤 2년...아직 시작 못 한 재판
장애인 보호 시설에 침입한 전 직원이 휘두른 흉기에 거동이 힘든 대항력조차 없는 장애인 19명이 속절없이 목숨을 잃은 사건.
[연관 기사] 누가 악마를 풀어줬나?
그로부터 만 730일이 흘렀지만, 아직 일본 사회는 그 충격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는 듯하다. 게다가 범인 우에마츠 히로시에 대한 재판은 아직 제대로 시작도 못 한 상태다.
검찰은 2017년 2월 기소에 앞서 정신 감정을 실시했는데, 범행을 저지르기 전 '대마정신병','망상장해','비사회성 인격장애' 등의 판정을 받아 격리된 적이 있었던 우에마츠는 다시 이뤄진 감정에서도 '자기애성 인격 장애'라는 진단이 나왔다.
하지만 변호인 측은 다시 한 번 정신감정을 요청해 현재 그 결과를 기다리는 단계다.
그리고 그 사이 그는 어떤 변화라도 보였을까?
□ "희생자가 잊혀져서는 안돼"
도쿄 신문은 우에마츠와의 면회 내용을 24일 실었다.
"사건에서 2년이 흘렀습니다. 19명의 생명을 빼앗은 것에 대한 생각은?"
"죄송하다고 생각하지만, 어쩔 수 없었다고 봅니다."
"무죄를 주장하는 건가요?"
"무죄라기보다는 '인간을 죽인 것이 아니다.'라고 주장하고 싶습니다."
요미우리 신문과의 면회에서도 우에마츠는 같은 주장을 반복했다.
"현세에서는 범죄행위일지 모르지만, 사형이 처해지더라도 언젠가는 나의 주장이 옳다고 여겨질 겁니다."
장애인을 심실자(心失者)로 표현하며 "살아갈 의미가 없다"는 주장을 강하게 폈다고도 요미우리는 전했다.
요미우리 신문은 당시 55세의 오빠를 잃은 동생의 이야기를 실었다. 어렸을 적 높은 열로 지적장애를 갖게 됐지만, 감정을 표현하고 같이 놀고, 또 엄마를 좋아하던 오빠의 이야기가 전해졌다.
그리고 이어지는 말은 가족의 아픔, 그리고 지금 우리가 무엇에 맞서야 하는 지를 전해준다.
"사건 후 그런 오빠의 목숨을 앗아간 범인의 주장이 연일 보도됐다.'장애인은 주변 사람을 불행하게 한다'. 여성의 가슴 한가운데서 '아니야'라는 외침이 계속됐고, 자신을 가만히 두길 바랐다. 하지만 시간이 흘러 보도가 줄어들면서, 이제는 희생자가 잊히는 것 같아 가슴이 아파왔다.(26일 요미우리 신문)
그리고 이 동생은 2년이 지난 지금 언론에 자신의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고, 재판에 나가 자신의 오빠를 증언하기로 했다.
□ 우생만 있어야 하는 '일본 사회'의 그늘
이 같은 우에마츠의 허황된 주장은 전후 일본 사회에서 이뤄진 국가에 의한 '강제 불임 수술'을 떠오르게 한다고 도쿄 신문은 26일 지적했다.
9살 소녀부터 1만 6천여 명을 강제로 수술대로 올린 단 하나의 이유는 유전적으로 결함이 있는 '불량한 자손'을 남겨서는 안 된다는 단순한 목적이었다.

[연관 기사] 日, 전쟁 후 ‘강제불임수술’…미성년 장애인도 수술대에
도쿄 신문은 2016년 4월 강제 불임 수술 피해자들이 후생노동성 관계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당시는 합법, 적법이었다. 불임수술은 신중한 결정 과정을 통해 이뤄졌다."는 답을 들어야 했다며, 피해자들이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 국가의 자세는 일본 사회에서 장애인에 대한 차별을 조장하고 있는 것 아닌가"라고 느꼈다 전했다.
그리고 그 해 7월에 우에마츠에 의한 장애인 살해 사건이 일어났다. 도쿄 신문은 "범인에 동조하는 의견들이 인터넷상에 올라온다는 보도가 나오는 등 '우생 사상'이 일본 사회에 이어지고 있다"고 우려했다.
일본 언론은 사건 이후 아픔을 그대로 묻은 채 한 사람 정신 이상자의 돌발적 사건으로 사건 발생 2년을 지나치기보단, 다시는 이런 일이 있어서는 안 되는 이유, 그리고 자신들의 사회를 다시 한 번 들여다보는 기회로 삼는 분위기다.
기억의 풍화, 그리고 또 다른 사건의 반복을 막아야 한다는 뜻이다.
□ 사회적 약자에 대한 무차별 범죄
우에마츠의 장애인에 대한 범죄 말고도 최근 일본 사회에서는 사회적 약자에 대한 무차별, 묻지마 식의 엽기적 범죄가 자주 발생하고 있다.
요코하마 시의 한 병원에서 간호사가 링거에 약품을 넣어 노인 수십 명을 숨지게 한 사건(공식 확인된 사망자는 4명). 사건 전후 약 2개월간 숨진 사람만 50명에 이르고, 많게는 하루 5명이 숨지기도 한 희대의 사건이다.

병원은 말기 암 환자나 회복하기 힘든 고령자를 대상으로 한 완화치료를 하는 곳으로 이렇듯 대항할 수 없는, 사회적 약자를 범행으로 삼은 것은 '생명'을 존중하지 않고 인정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장애인 집단 살인 사건과 맥을 같이 한다.
"사건 발각 2~3개월 전부터 많은 환자에게 계면활성제를 섞어 넣었다. 점점 감각이 마비됐다."고 용의자 구보키 아유미는 말했다.
10년 넘게 어린 소녀들만을 대상으로 폭행, 살인을 저지른 가츠타 사건에서부터, 사람이 죽어가는 걸 보고 싶다며 77세 할머니에게 둔기를 휘둘러 숨지게 한 지방 명문대 여대생까지.

또 자신의 아파트로 사람을 유인해 숨지게 한 뒤 9명의 시신을 보관하고 있던 20대 남성 용의자가 지난해 11월 붙잡히기도 했다.
일본 사람들이 흔히 잘하는 말 중에 하나가 "일본에서 태어나서 다행이야"라는 말이 있다. 그만큼 안전한 나라 일본에 대한 스스로의 자부심이 묻어나는 말이지만, 알지 못하는 사이 일본 사회 속에 약자에 대한 폭력적 성향이 깊이 스며들고 있는 것은 아닌지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현대 사회의 내면에 깊이 자리 잡고 있는 폭력적 성향, 그리고 이를 약자를 통해 표출하는 사회 병리적 사건의 반복. 우생 사회를 외쳤던 일본 사회가 맞닥뜨리고 있는 깊은 어둠의 일면이다. 그리고 일본 언론은 이러함 어둠을 들여다보고 이를 막기 위해 고심하고 있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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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07-26 19:18:13
- 수정2018-07-26 19:57:48

지금부터 2년 전, 2016년 7월 26일 이른 아침. 특파원으로 온 지 불과 한 달도 안 됐을 당시, 아침부터 낯선 기계음이 요란하게 울려댔다.
개통한 지 얼마 안 된 휴대전화의 익숙지 않은 울림에 잠깐 어리둥절했다가 정신을 수습할 겨를도 없이 받아든 전화에서 다급한 목소리가 튀어나왔다.
"장애인 시설에 괴한이 난입해서 열 명 넘게 숨졌어. 빨리!"
숨돌릴 겨를도 없이 아침 6시 뉴스부터 전화연결. 일본 사회를 뒤흔든 사가미하라 장애인 시설 살인난동 사건이 터졌던 날이다.
□ 그 뒤 2년...아직 시작 못 한 재판
장애인 보호 시설에 침입한 전 직원이 휘두른 흉기에 거동이 힘든 대항력조차 없는 장애인 19명이 속절없이 목숨을 잃은 사건.
[연관 기사] 누가 악마를 풀어줬나?
그로부터 만 730일이 흘렀지만, 아직 일본 사회는 그 충격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는 듯하다. 게다가 범인 우에마츠 히로시에 대한 재판은 아직 제대로 시작도 못 한 상태다.
검찰은 2017년 2월 기소에 앞서 정신 감정을 실시했는데, 범행을 저지르기 전 '대마정신병','망상장해','비사회성 인격장애' 등의 판정을 받아 격리된 적이 있었던 우에마츠는 다시 이뤄진 감정에서도 '자기애성 인격 장애'라는 진단이 나왔다.
하지만 변호인 측은 다시 한 번 정신감정을 요청해 현재 그 결과를 기다리는 단계다.
그리고 그 사이 그는 어떤 변화라도 보였을까?
□ "희생자가 잊혀져서는 안돼"
도쿄 신문은 우에마츠와의 면회 내용을 24일 실었다.
"사건에서 2년이 흘렀습니다. 19명의 생명을 빼앗은 것에 대한 생각은?"
"죄송하다고 생각하지만, 어쩔 수 없었다고 봅니다."
"무죄를 주장하는 건가요?"
"무죄라기보다는 '인간을 죽인 것이 아니다.'라고 주장하고 싶습니다."
요미우리 신문과의 면회에서도 우에마츠는 같은 주장을 반복했다.
"현세에서는 범죄행위일지 모르지만, 사형이 처해지더라도 언젠가는 나의 주장이 옳다고 여겨질 겁니다."
장애인을 심실자(心失者)로 표현하며 "살아갈 의미가 없다"는 주장을 강하게 폈다고도 요미우리는 전했다.
요미우리 신문은 당시 55세의 오빠를 잃은 동생의 이야기를 실었다. 어렸을 적 높은 열로 지적장애를 갖게 됐지만, 감정을 표현하고 같이 놀고, 또 엄마를 좋아하던 오빠의 이야기가 전해졌다.
그리고 이어지는 말은 가족의 아픔, 그리고 지금 우리가 무엇에 맞서야 하는 지를 전해준다.
"사건 후 그런 오빠의 목숨을 앗아간 범인의 주장이 연일 보도됐다.'장애인은 주변 사람을 불행하게 한다'. 여성의 가슴 한가운데서 '아니야'라는 외침이 계속됐고, 자신을 가만히 두길 바랐다. 하지만 시간이 흘러 보도가 줄어들면서, 이제는 희생자가 잊히는 것 같아 가슴이 아파왔다.(26일 요미우리 신문)
그리고 이 동생은 2년이 지난 지금 언론에 자신의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고, 재판에 나가 자신의 오빠를 증언하기로 했다.
□ 우생만 있어야 하는 '일본 사회'의 그늘
이 같은 우에마츠의 허황된 주장은 전후 일본 사회에서 이뤄진 국가에 의한 '강제 불임 수술'을 떠오르게 한다고 도쿄 신문은 26일 지적했다.
9살 소녀부터 1만 6천여 명을 강제로 수술대로 올린 단 하나의 이유는 유전적으로 결함이 있는 '불량한 자손'을 남겨서는 안 된다는 단순한 목적이었다.

[연관 기사] 日, 전쟁 후 ‘강제불임수술’…미성년 장애인도 수술대에
도쿄 신문은 2016년 4월 강제 불임 수술 피해자들이 후생노동성 관계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당시는 합법, 적법이었다. 불임수술은 신중한 결정 과정을 통해 이뤄졌다."는 답을 들어야 했다며, 피해자들이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 국가의 자세는 일본 사회에서 장애인에 대한 차별을 조장하고 있는 것 아닌가"라고 느꼈다 전했다.
그리고 그 해 7월에 우에마츠에 의한 장애인 살해 사건이 일어났다. 도쿄 신문은 "범인에 동조하는 의견들이 인터넷상에 올라온다는 보도가 나오는 등 '우생 사상'이 일본 사회에 이어지고 있다"고 우려했다.
일본 언론은 사건 이후 아픔을 그대로 묻은 채 한 사람 정신 이상자의 돌발적 사건으로 사건 발생 2년을 지나치기보단, 다시는 이런 일이 있어서는 안 되는 이유, 그리고 자신들의 사회를 다시 한 번 들여다보는 기회로 삼는 분위기다.
기억의 풍화, 그리고 또 다른 사건의 반복을 막아야 한다는 뜻이다.
□ 사회적 약자에 대한 무차별 범죄
우에마츠의 장애인에 대한 범죄 말고도 최근 일본 사회에서는 사회적 약자에 대한 무차별, 묻지마 식의 엽기적 범죄가 자주 발생하고 있다.
요코하마 시의 한 병원에서 간호사가 링거에 약품을 넣어 노인 수십 명을 숨지게 한 사건(공식 확인된 사망자는 4명). 사건 전후 약 2개월간 숨진 사람만 50명에 이르고, 많게는 하루 5명이 숨지기도 한 희대의 사건이다.

병원은 말기 암 환자나 회복하기 힘든 고령자를 대상으로 한 완화치료를 하는 곳으로 이렇듯 대항할 수 없는, 사회적 약자를 범행으로 삼은 것은 '생명'을 존중하지 않고 인정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장애인 집단 살인 사건과 맥을 같이 한다.
"사건 발각 2~3개월 전부터 많은 환자에게 계면활성제를 섞어 넣었다. 점점 감각이 마비됐다."고 용의자 구보키 아유미는 말했다.
10년 넘게 어린 소녀들만을 대상으로 폭행, 살인을 저지른 가츠타 사건에서부터, 사람이 죽어가는 걸 보고 싶다며 77세 할머니에게 둔기를 휘둘러 숨지게 한 지방 명문대 여대생까지.

또 자신의 아파트로 사람을 유인해 숨지게 한 뒤 9명의 시신을 보관하고 있던 20대 남성 용의자가 지난해 11월 붙잡히기도 했다.
일본 사람들이 흔히 잘하는 말 중에 하나가 "일본에서 태어나서 다행이야"라는 말이 있다. 그만큼 안전한 나라 일본에 대한 스스로의 자부심이 묻어나는 말이지만, 알지 못하는 사이 일본 사회 속에 약자에 대한 폭력적 성향이 깊이 스며들고 있는 것은 아닌지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현대 사회의 내면에 깊이 자리 잡고 있는 폭력적 성향, 그리고 이를 약자를 통해 표출하는 사회 병리적 사건의 반복. 우생 사회를 외쳤던 일본 사회가 맞닥뜨리고 있는 깊은 어둠의 일면이다. 그리고 일본 언론은 이러함 어둠을 들여다보고 이를 막기 위해 고심하고 있는 듯하다.
개통한 지 얼마 안 된 휴대전화의 익숙지 않은 울림에 잠깐 어리둥절했다가 정신을 수습할 겨를도 없이 받아든 전화에서 다급한 목소리가 튀어나왔다.
"장애인 시설에 괴한이 난입해서 열 명 넘게 숨졌어. 빨리!"
숨돌릴 겨를도 없이 아침 6시 뉴스부터 전화연결. 일본 사회를 뒤흔든 사가미하라 장애인 시설 살인난동 사건이 터졌던 날이다.
□ 그 뒤 2년...아직 시작 못 한 재판
장애인 보호 시설에 침입한 전 직원이 휘두른 흉기에 거동이 힘든 대항력조차 없는 장애인 19명이 속절없이 목숨을 잃은 사건.
[연관 기사] 누가 악마를 풀어줬나?
그로부터 만 730일이 흘렀지만, 아직 일본 사회는 그 충격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는 듯하다. 게다가 범인 우에마츠 히로시에 대한 재판은 아직 제대로 시작도 못 한 상태다.
검찰은 2017년 2월 기소에 앞서 정신 감정을 실시했는데, 범행을 저지르기 전 '대마정신병','망상장해','비사회성 인격장애' 등의 판정을 받아 격리된 적이 있었던 우에마츠는 다시 이뤄진 감정에서도 '자기애성 인격 장애'라는 진단이 나왔다.
하지만 변호인 측은 다시 한 번 정신감정을 요청해 현재 그 결과를 기다리는 단계다.
그리고 그 사이 그는 어떤 변화라도 보였을까?
□ "희생자가 잊혀져서는 안돼"
도쿄 신문은 우에마츠와의 면회 내용을 24일 실었다.
"사건에서 2년이 흘렀습니다. 19명의 생명을 빼앗은 것에 대한 생각은?"
"죄송하다고 생각하지만, 어쩔 수 없었다고 봅니다."
"무죄를 주장하는 건가요?"
"무죄라기보다는 '인간을 죽인 것이 아니다.'라고 주장하고 싶습니다."
요미우리 신문과의 면회에서도 우에마츠는 같은 주장을 반복했다.
"현세에서는 범죄행위일지 모르지만, 사형이 처해지더라도 언젠가는 나의 주장이 옳다고 여겨질 겁니다."
장애인을 심실자(心失者)로 표현하며 "살아갈 의미가 없다"는 주장을 강하게 폈다고도 요미우리는 전했다.
요미우리 신문은 당시 55세의 오빠를 잃은 동생의 이야기를 실었다. 어렸을 적 높은 열로 지적장애를 갖게 됐지만, 감정을 표현하고 같이 놀고, 또 엄마를 좋아하던 오빠의 이야기가 전해졌다.
그리고 이어지는 말은 가족의 아픔, 그리고 지금 우리가 무엇에 맞서야 하는 지를 전해준다.
"사건 후 그런 오빠의 목숨을 앗아간 범인의 주장이 연일 보도됐다.'장애인은 주변 사람을 불행하게 한다'. 여성의 가슴 한가운데서 '아니야'라는 외침이 계속됐고, 자신을 가만히 두길 바랐다. 하지만 시간이 흘러 보도가 줄어들면서, 이제는 희생자가 잊히는 것 같아 가슴이 아파왔다.(26일 요미우리 신문)
그리고 이 동생은 2년이 지난 지금 언론에 자신의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고, 재판에 나가 자신의 오빠를 증언하기로 했다.
□ 우생만 있어야 하는 '일본 사회'의 그늘
이 같은 우에마츠의 허황된 주장은 전후 일본 사회에서 이뤄진 국가에 의한 '강제 불임 수술'을 떠오르게 한다고 도쿄 신문은 26일 지적했다.
9살 소녀부터 1만 6천여 명을 강제로 수술대로 올린 단 하나의 이유는 유전적으로 결함이 있는 '불량한 자손'을 남겨서는 안 된다는 단순한 목적이었다.

[연관 기사] 日, 전쟁 후 ‘강제불임수술’…미성년 장애인도 수술대에
도쿄 신문은 2016년 4월 강제 불임 수술 피해자들이 후생노동성 관계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당시는 합법, 적법이었다. 불임수술은 신중한 결정 과정을 통해 이뤄졌다."는 답을 들어야 했다며, 피해자들이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 국가의 자세는 일본 사회에서 장애인에 대한 차별을 조장하고 있는 것 아닌가"라고 느꼈다 전했다.
그리고 그 해 7월에 우에마츠에 의한 장애인 살해 사건이 일어났다. 도쿄 신문은 "범인에 동조하는 의견들이 인터넷상에 올라온다는 보도가 나오는 등 '우생 사상'이 일본 사회에 이어지고 있다"고 우려했다.
일본 언론은 사건 이후 아픔을 그대로 묻은 채 한 사람 정신 이상자의 돌발적 사건으로 사건 발생 2년을 지나치기보단, 다시는 이런 일이 있어서는 안 되는 이유, 그리고 자신들의 사회를 다시 한 번 들여다보는 기회로 삼는 분위기다.
기억의 풍화, 그리고 또 다른 사건의 반복을 막아야 한다는 뜻이다.
□ 사회적 약자에 대한 무차별 범죄
우에마츠의 장애인에 대한 범죄 말고도 최근 일본 사회에서는 사회적 약자에 대한 무차별, 묻지마 식의 엽기적 범죄가 자주 발생하고 있다.
요코하마 시의 한 병원에서 간호사가 링거에 약품을 넣어 노인 수십 명을 숨지게 한 사건(공식 확인된 사망자는 4명). 사건 전후 약 2개월간 숨진 사람만 50명에 이르고, 많게는 하루 5명이 숨지기도 한 희대의 사건이다.

병원은 말기 암 환자나 회복하기 힘든 고령자를 대상으로 한 완화치료를 하는 곳으로 이렇듯 대항할 수 없는, 사회적 약자를 범행으로 삼은 것은 '생명'을 존중하지 않고 인정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장애인 집단 살인 사건과 맥을 같이 한다.
"사건 발각 2~3개월 전부터 많은 환자에게 계면활성제를 섞어 넣었다. 점점 감각이 마비됐다."고 용의자 구보키 아유미는 말했다.
10년 넘게 어린 소녀들만을 대상으로 폭행, 살인을 저지른 가츠타 사건에서부터, 사람이 죽어가는 걸 보고 싶다며 77세 할머니에게 둔기를 휘둘러 숨지게 한 지방 명문대 여대생까지.

또 자신의 아파트로 사람을 유인해 숨지게 한 뒤 9명의 시신을 보관하고 있던 20대 남성 용의자가 지난해 11월 붙잡히기도 했다.
일본 사람들이 흔히 잘하는 말 중에 하나가 "일본에서 태어나서 다행이야"라는 말이 있다. 그만큼 안전한 나라 일본에 대한 스스로의 자부심이 묻어나는 말이지만, 알지 못하는 사이 일본 사회 속에 약자에 대한 폭력적 성향이 깊이 스며들고 있는 것은 아닌지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현대 사회의 내면에 깊이 자리 잡고 있는 폭력적 성향, 그리고 이를 약자를 통해 표출하는 사회 병리적 사건의 반복. 우생 사회를 외쳤던 일본 사회가 맞닥뜨리고 있는 깊은 어둠의 일면이다. 그리고 일본 언론은 이러함 어둠을 들여다보고 이를 막기 위해 고심하고 있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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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철 기자 neost@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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