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따라잡기] ‘다슬기 익사’ 20명 넘어…원인·예방법은?

입력 2018.08.21 (08:34) 수정 2018.08.21 (08: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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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요즘 하천이나 계곡에서 다슬기 잡으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보통 무릎 정도 깊이에서 물속을 들여다보면서 시간가는 줄 모르고 잡게 되죠.

그런데 다슬기 잡으려다 물에 빠져서 목숨까지 잃은 사람이 올해 스무명이 넘었다고 합니다.

특히, 올해처럼 가뭄이 심할 때, 익사사고에 더 주의해야 한다고 하는데요, 과연 이유는 뭘까요?

오늘 뉴스따라잡기는 다슬기 채취의 위험성에 대해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충북 영동군을 지나는 금강 상류.

큰 길과 떨어진 탓에 평소 인적은 드문 곳인데요.

지난 18일 낮, 신고전화를 받은 119대원들이 이곳으로 출동했습니다.

[김진호/충북 영동소방서 지휘조사팀장 : "대전 인근 지역에서 온 지인 3명이 다슬기를 채취하러 왔다가 그중 일행 한 명이 물에 빠진 걸 보고서 119에 신고했습니다."]

구급대원들이 하천에 도착했을 때, 물에 빠졌던 50대 남성은 이미 시야에서 사라진 상황.

수중수색 끝에 발견된 남성을 병원으로 이송했지만 끝내 숨졌습니다.

[김진호/충북 영동소방서 지휘조사팀장 : "작년에 왔다 갔던 곳이라 지리를 잘 알고 하니까 왔던 거 같습니다."]

지난해에 이어 다슬기를 잡으러 다시 이곳 하천을 찾았다고 합니다.

과연 하천의 깊이는 어느 정도였을까요?

일행들이 다슬기 잡이를 하던 곳의 수심은 1미터에서 1.5미터 정도.

그렇다면, 성인 남성이라면 충분히 걸어 나올 수 있는 깊이였는데, 왜 빠져나오지 못한 걸까요?

[김진호/충북 영동소방서 지휘조사팀장 : "앞에 보이는 곳은 얕다가 하류 쪽으로 가면서 수심이 급격히 깊어져서 한 3~4미터 정도 나왔고 거기서 갑자기 중심을 잃고 넘어지면서 빠진 거 같습니다."]

자 문제는 이렇습니다.

보통 다슬기 잡이를 할 때 이렇게 바닥이 투명한 바구니를 물안경 삼아 하천 구석구석을 누비는데요.

물에 얼굴을 파묻고 걸어 다니다 보면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수심이 깊거나 물살이 쎈 곳까지 가는 경우가 많다는 겁니다.

지난 6월에도 인근 하천에서 다슬기 잡이를 하던 60대 남성이 숨졌습니다.

[김진호/충북 영동소방서 지휘조사팀장 : "영동지역에서는 다슬기 채취 중에 간혹 이런 사고가 일어납니다."]

지난달 29일에는 금강 상류의 또 다른 지역에서도 다슬기를 잡던 60대 남성이 실종된 지 50분 만에 숨진 채 발견됐습니다.

[김시환/충남 금산소방서 소방교 : "보시기엔 계곡물이 얕아 보이는데 계곡 구조상 움푹 팬 부분이 있어 그쪽으로 사람이 빠지면 수영 잘 하시는 분이어도 공황상태가 와서 빠져나오기가 힘듭니다."]

충북 지역에서만 지난 3년간 18명이 다슬기를 잡다가 목숨을 잃었습니다.

실제 취재진이 금강 유역을 따라가 보니 곳곳에 익사사고가 발생한 곳임을 알리는 현수막이 걸려있었습니다.

하지만 경고와는 달리 이곳에서 다슬기를 채취하는 분들은 생각보다 크게 위험하다고 생각하지는 않고 있었습니다.

[다슬기 채취객/음성변조 : "안 깊어요. 한 70~80cm?"]

[다슬기 채취객/음성변조 : "위험하지 않은데? 위험하진 않아요."]

대부분 다슬기는 수심이 깊지 않은 여울 등에서 많이 잡힌다는데요,

올해는 특히, 가뭄으로 수위가 낮은 탓에 다슬기 잡기엔 더 좋은 조건이라고 합니다.

[다슬기 채취객/음성변조 : "물 많을 때는 못 하는 거고 물 적을 때 하는 거고……. 물이 많을 때는 흙탕물 내려가면 다슬기가 살이 빠져요. 먹지 않으니까."]

하지만 이럴 때일수록 더 조심해야 한다는데요,

물 속에는 미끌거리는 이끼나 수초가 많아서 미끌어지기가 더 쉽다는 겁니다.

다슬기 잡는 재미에 빠져 물 속을 걷다보면 이끼나 수초에 미끄러져 몸의 균형을 잃기도 하고 익사사고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범혁/충북 영동소방서 예방안전팀장 : "가뭄이 있을 때는 물이 얕아지고 수온이 올라가다보면 아무래도 물의 부영양화 현상으로 말풀이라든지 이끼가 번성하게 됩니다. 그러다보면 자갈이라든지 바위 또 수중지형에 이끼가 껴서 많은 미끄러움이 발생을 하죠."]

또 사고를 피하려면 반드시 2명 이상 한 조를 이뤄 다슬기 잡이에 나서고 지형 파악을 위해서는 자주 허리를 펴서 주변의 환경을 살펴야 합니다.

해마다 되풀이되는 익사사고에 구명조끼도 곳곳에 구비돼 있지만 취재진이 나갔던 어제도 이곳에서 안전장비를 갖추고 다슬기를 잡는 사람은 찾기 어려웠습니다.

[다슬기 채취객/음성변조 : "구명조끼는 안 입었지. 물이 얕잖아요. 여기까지 밖에 안 닿아."]

[다슬기 채취객/음성변조 : "아, 입으라고 놓은 거예요? 우리는 안 해."]

그러다보니 다슬기잡이 명소가 있을법한 지자체마다 익사사고 예방을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습니다.

[OO군청 관계자/음성변조 : "물놀이 감시요원 분들이 물놀이만 (감시)하는 게 아니고 가급적이면 다슬기도 할 수 있게 하고요. 매달 한 번씩 안전점검 캠페인 하거든요. 그럴 때 다슬기 관련해서 채취할 때 주의하시라고 홍보물 돌리고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하천은 워낙 길고 광범위한데다 인력을 배치하는건 쉽지 않습니다.

관내 홍보는 물론 멀리서 찾아오는 외지인들에게 하천 지형의 위험성을 알리기엔 역부족인 게 현실입니다.

[하천 안전관리 요원/음성변조 : "다슬기 잡으면 깊은 데 들어가지 말라고 방송을 하죠. 얕은 데서 해라. 이쪽 건너 깊으니까 건너오지 마라. 말 안 들어요. 이거 백날 써 붙여야 안 돼."]

올들어 지난달까지 전국에서 다슬기를 잡다가 숨진 사람은 20명이 넘었고, 해마다 20명 안팎이 목숨을 잃고 있습니다.

다슬기잡이 안전불감증에 대한 경고등이 켜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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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스 따라잡기] ‘다슬기 익사’ 20명 넘어…원인·예방법은?
    • 입력 2018-08-21 08:45:04
    • 수정2018-08-21 08:5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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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요즘 하천이나 계곡에서 다슬기 잡으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보통 무릎 정도 깊이에서 물속을 들여다보면서 시간가는 줄 모르고 잡게 되죠.

그런데 다슬기 잡으려다 물에 빠져서 목숨까지 잃은 사람이 올해 스무명이 넘었다고 합니다.

특히, 올해처럼 가뭄이 심할 때, 익사사고에 더 주의해야 한다고 하는데요, 과연 이유는 뭘까요?

오늘 뉴스따라잡기는 다슬기 채취의 위험성에 대해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충북 영동군을 지나는 금강 상류.

큰 길과 떨어진 탓에 평소 인적은 드문 곳인데요.

지난 18일 낮, 신고전화를 받은 119대원들이 이곳으로 출동했습니다.

[김진호/충북 영동소방서 지휘조사팀장 : "대전 인근 지역에서 온 지인 3명이 다슬기를 채취하러 왔다가 그중 일행 한 명이 물에 빠진 걸 보고서 119에 신고했습니다."]

구급대원들이 하천에 도착했을 때, 물에 빠졌던 50대 남성은 이미 시야에서 사라진 상황.

수중수색 끝에 발견된 남성을 병원으로 이송했지만 끝내 숨졌습니다.

[김진호/충북 영동소방서 지휘조사팀장 : "작년에 왔다 갔던 곳이라 지리를 잘 알고 하니까 왔던 거 같습니다."]

지난해에 이어 다슬기를 잡으러 다시 이곳 하천을 찾았다고 합니다.

과연 하천의 깊이는 어느 정도였을까요?

일행들이 다슬기 잡이를 하던 곳의 수심은 1미터에서 1.5미터 정도.

그렇다면, 성인 남성이라면 충분히 걸어 나올 수 있는 깊이였는데, 왜 빠져나오지 못한 걸까요?

[김진호/충북 영동소방서 지휘조사팀장 : "앞에 보이는 곳은 얕다가 하류 쪽으로 가면서 수심이 급격히 깊어져서 한 3~4미터 정도 나왔고 거기서 갑자기 중심을 잃고 넘어지면서 빠진 거 같습니다."]

자 문제는 이렇습니다.

보통 다슬기 잡이를 할 때 이렇게 바닥이 투명한 바구니를 물안경 삼아 하천 구석구석을 누비는데요.

물에 얼굴을 파묻고 걸어 다니다 보면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수심이 깊거나 물살이 쎈 곳까지 가는 경우가 많다는 겁니다.

지난 6월에도 인근 하천에서 다슬기 잡이를 하던 60대 남성이 숨졌습니다.

[김진호/충북 영동소방서 지휘조사팀장 : "영동지역에서는 다슬기 채취 중에 간혹 이런 사고가 일어납니다."]

지난달 29일에는 금강 상류의 또 다른 지역에서도 다슬기를 잡던 60대 남성이 실종된 지 50분 만에 숨진 채 발견됐습니다.

[김시환/충남 금산소방서 소방교 : "보시기엔 계곡물이 얕아 보이는데 계곡 구조상 움푹 팬 부분이 있어 그쪽으로 사람이 빠지면 수영 잘 하시는 분이어도 공황상태가 와서 빠져나오기가 힘듭니다."]

충북 지역에서만 지난 3년간 18명이 다슬기를 잡다가 목숨을 잃었습니다.

실제 취재진이 금강 유역을 따라가 보니 곳곳에 익사사고가 발생한 곳임을 알리는 현수막이 걸려있었습니다.

하지만 경고와는 달리 이곳에서 다슬기를 채취하는 분들은 생각보다 크게 위험하다고 생각하지는 않고 있었습니다.

[다슬기 채취객/음성변조 : "안 깊어요. 한 70~80cm?"]

[다슬기 채취객/음성변조 : "위험하지 않은데? 위험하진 않아요."]

대부분 다슬기는 수심이 깊지 않은 여울 등에서 많이 잡힌다는데요,

올해는 특히, 가뭄으로 수위가 낮은 탓에 다슬기 잡기엔 더 좋은 조건이라고 합니다.

[다슬기 채취객/음성변조 : "물 많을 때는 못 하는 거고 물 적을 때 하는 거고……. 물이 많을 때는 흙탕물 내려가면 다슬기가 살이 빠져요. 먹지 않으니까."]

하지만 이럴 때일수록 더 조심해야 한다는데요,

물 속에는 미끌거리는 이끼나 수초가 많아서 미끌어지기가 더 쉽다는 겁니다.

다슬기 잡는 재미에 빠져 물 속을 걷다보면 이끼나 수초에 미끄러져 몸의 균형을 잃기도 하고 익사사고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범혁/충북 영동소방서 예방안전팀장 : "가뭄이 있을 때는 물이 얕아지고 수온이 올라가다보면 아무래도 물의 부영양화 현상으로 말풀이라든지 이끼가 번성하게 됩니다. 그러다보면 자갈이라든지 바위 또 수중지형에 이끼가 껴서 많은 미끄러움이 발생을 하죠."]

또 사고를 피하려면 반드시 2명 이상 한 조를 이뤄 다슬기 잡이에 나서고 지형 파악을 위해서는 자주 허리를 펴서 주변의 환경을 살펴야 합니다.

해마다 되풀이되는 익사사고에 구명조끼도 곳곳에 구비돼 있지만 취재진이 나갔던 어제도 이곳에서 안전장비를 갖추고 다슬기를 잡는 사람은 찾기 어려웠습니다.

[다슬기 채취객/음성변조 : "구명조끼는 안 입었지. 물이 얕잖아요. 여기까지 밖에 안 닿아."]

[다슬기 채취객/음성변조 : "아, 입으라고 놓은 거예요? 우리는 안 해."]

그러다보니 다슬기잡이 명소가 있을법한 지자체마다 익사사고 예방을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습니다.

[OO군청 관계자/음성변조 : "물놀이 감시요원 분들이 물놀이만 (감시)하는 게 아니고 가급적이면 다슬기도 할 수 있게 하고요. 매달 한 번씩 안전점검 캠페인 하거든요. 그럴 때 다슬기 관련해서 채취할 때 주의하시라고 홍보물 돌리고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하천은 워낙 길고 광범위한데다 인력을 배치하는건 쉽지 않습니다.

관내 홍보는 물론 멀리서 찾아오는 외지인들에게 하천 지형의 위험성을 알리기엔 역부족인 게 현실입니다.

[하천 안전관리 요원/음성변조 : "다슬기 잡으면 깊은 데 들어가지 말라고 방송을 하죠. 얕은 데서 해라. 이쪽 건너 깊으니까 건너오지 마라. 말 안 들어요. 이거 백날 써 붙여야 안 돼."]

올들어 지난달까지 전국에서 다슬기를 잡다가 숨진 사람은 20명이 넘었고, 해마다 20명 안팎이 목숨을 잃고 있습니다.

다슬기잡이 안전불감증에 대한 경고등이 켜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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