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따라잡기] “1분도 아까워요”…병사들의 첫 평일 외출

입력 2018.08.22 (08:31) 수정 2018.08.22 (0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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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이른바 '저녁이 있는 삶'은 누구나 꿈꾸는데요,

모든 직장인들의 꿈이 군인들에게 실현되는 날이 왔습니다.

국방부가 평일 일과 시간이 끝난 뒤 병사들의 부대 밖 외출을 허용하는 제도를 시행하기 위해 시범 운영에 나선 건데요.

일과 후 6시부터 밤 10시 안에만 부대로 복귀하면 되는데 길어야 3시간 남짓이지만 병사들에게는 천금 같은 시간이었습니다.

바로 그제 첫 시행됐는데, 병사들의 반응 궁금하시죠?

뉴스따라잡기에서 따라가봤습니다.

[리포트]

강원도 철원군의 한 군부대 지역, 평일 낮인데도 식당 사장님은 분주합니다.

평소 같으면 한가하게 쉬는 시간인데요.

[전숙자/식당 운영 : "삼겹살, 갈비 그런 건데 오늘 저녁부터 군인들이 (외출) 나온다고 해서 평소보다 조금 더 준비해놨어요."]

예전에는 주말에만 손님이 몰렸지만, 병사들이 평일에 외출을 하게 되면서 앞으로 기대가 크다고 합니다.

[전숙자/식당 운영 : "(주말에는 병사들이) 아침 7시 30분부터 와요. 평일과 비교했을 때는 한 7배 정도로 많이 차이가 나요. 기대가 많이 돼요."]

병사들의 외출을 가장 크게 기대하는 곳은 뭐니 뭐니해도 바로 병사들이 많이 찾는 PC방입니다.

[김유아/PC방 운영 : "장병들을 상대로 하는 곳이라서 평일에는 거의 손님이 없다고 봐도 무방하거든요. 잠깐이지만 저녁 시간에 3~4시간 정도 군인들이 외출함으로써 지역 경제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저는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있습니다."]

이번 달부터 육해공군과 해병대 등 13개 부대에서 시범 운영에 들어간 '병사 평일 외출 제도'.

국방부는 내년 전면 시행을 앞두고 바로 그제부터 시범 운영을 시작했는데요.

평일 일과 후 외출 시간에는 부모나 가족과의 면회와 병원 진료, 부대 단합 활동 등을 할 수 있고, 당일 밤 10시 전에 복귀해야 합니다.

[최현수/국방부 대변인 : "'병사들에게 자율과 창의를 확대할 기회를 줄 필요가 있다.' 그런 차원에서 병영문화 개선의 일환으로 추진되고 있습니다. 작전과 훈련준비를 위한 휴식 등을 충분히 보장하기 위해서 평일 외출 활성화 방안을 마련한 것입니다."]

저녁 6시가 되자, 병사들을 실은 군부대 버스가 시내에 도착하고 군 장병들이 내립니다.

[병사/음성변조 : "간부님들한테 신청을 받아서 평일에 일주일에 한 번 정도 외출 나올 수 있습니다."]

첫날인 그제, 전국 13개 부대에서 많은 병사들이 외출에 나섰는데요. 병사들의 반응은 어떨까요?

[병사/음성변조 : "매일 부대에 있는 것보다 한 번쯤 평일에 나와서 이런 쏠쏠한 재미를 느끼는 게 좋을 거 같아요."]

[병사/음성변조 : "항상 안에 있다 보니까 밖에 나오는 것 자체가 좋은 거 같아요."]

외출 시작과 동시에 귀대 시간까지는 3시간 남짓, 이 소중한 외출 시간을 어떻게 보낼까요?

[병사/음성변조 : "일단 밥 먹고 PC방 가서 게임 좀 하다가 들어가려고 해요."]

[병사/음성변조 : "부대에서 못 먹는 맛있는 것 먹고 싶습니다."]

역시 먹는 게 1순위네요, 병사들은 삼삼오오 모여 발걸음을 옮기는데요.

평소 같으면 7시만 지나도 문을 닫았을 식당들이 병사 손님들로 북적입니다.

[식당 운영/음성변조 : "'(손님이 많아서) 이상하다, 심부름 나왔나, 병원 나왔나.' 이런 생각까지 했는데 지금 말씀 들어보니까 조금 자유화가 됐나 보네요."]

휴대전화도 마음껏 사용할 수 있어 미뤄뒀던 전화도 하는데요. 과연 누구랑 할까요?

[병사/음성변조 : "오늘 처음으로 평일 외출 시행돼서 너한테 전화했어. 잘 지내고 있어? 응. 나도 보고 싶어."]

군부대 인근 상권도 활기를 띠는 분위깁니다.

[황규동/PC방 운영 : "평일은 아예 손님이 없어서 문 안 열어요. 주말만 장사하고. 어제부터 (평일) 장사했는데 훨씬 나아졌어요. 내가 받은 손님은 한 50명은 되지 않을까."]

짧은 시간에 식사도 해결해야 하니 분식집이나 편의점 등도 호황을 누렸습니다.

[분식집 운영 : "7시면 딱 (손님이) 끊어졌죠, 근데 예상치 못하게 지금까지 한 30명. 그래서 속으로 감사했죠."]

시간은 왜 이렇게 빨리 가는 걸까요?

꿀맛 같은 시간도 잠시, 8시가 가까워지자 게임을 즐기던 병사들이 슬슬 일어날 준비를 합니다.

점호시간인 10시를 맞추기 위해선 서둘러야 하는데요.

[병사/음성변조 : "밤 9시까지 부대에 아예 들어가야 하는 거니까 한 8시 40분쯤에는 가야 해요."]

8시를 넘기자 병사들이 뛰어가기 시작하는데요.

시내와 다소 거리가 있는 만큼 실질적으로 밖에서 보낼 수 있는 시간은 길지 않습니다.

[병사/음성변조 : "오후 4시 30분에 나오는데 간부들 출퇴근 버스 타고 나오는 건데 도착하면 거의 5시고 7시에 복귀해야 돼서 2시간 밖에 없어서 뭐 할 수 없는 시간이 없어요."]

때문에 외출을 나온 병사들의 단골 메뉴는 PC방이나 패스트푸드점이었습니다.

[병사/음성변조 : "나왔을 때 즐길 수 있는 콘텐츠가 많이 부족한 거 같아서 좀 더 다양한 할 거리가 필요하고 그런 게 갖춰져야 병사들도 매일 나오고…."]

일정하게 외출을 할 수 있는 건 아니라 취미나 자기 계발 활동 등은 힘들어 보입니다.

[병사/음성변조 : "외출을 고정적으로 계속 나갈 수 있는 건 아니다 보니까, 정기적으로 약속을 해야 하는 그런 모임은 하기 힘들 것 같아요."]

[병사/음성변조 : "영화 같은 걸 좀 미리 예매하고 시간을 보고 나올 수 있으면 좀 더 좋을 거 같아요. 딱 세 시간 동안 영화 한 편 보고 밥 먹고 들어갈 수 있으니까…."]

병원이나 은행 등이 일찍 문을 닫은 점도 아쉽다고 합니다.

[병사/음성변조 : "병원 가고 싶어도 6시에 나오면 문 다 닫으니까 실질적으로 이용하고 싶어도 힘들죠."]

병사들의 외출로 인한 기강 해이와 전투력 약화를 우려하는 시선도 있지만, 국방부는 시범 운영을 통해 외출 기준을 완화하고 문제점도 보완하겠다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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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스 따라잡기] “1분도 아까워요”…병사들의 첫 평일 외출
    • 입력 2018-08-22 08:37:50
    • 수정2018-08-22 08:4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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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이른바 '저녁이 있는 삶'은 누구나 꿈꾸는데요,

모든 직장인들의 꿈이 군인들에게 실현되는 날이 왔습니다.

국방부가 평일 일과 시간이 끝난 뒤 병사들의 부대 밖 외출을 허용하는 제도를 시행하기 위해 시범 운영에 나선 건데요.

일과 후 6시부터 밤 10시 안에만 부대로 복귀하면 되는데 길어야 3시간 남짓이지만 병사들에게는 천금 같은 시간이었습니다.

바로 그제 첫 시행됐는데, 병사들의 반응 궁금하시죠?

뉴스따라잡기에서 따라가봤습니다.

[리포트]

강원도 철원군의 한 군부대 지역, 평일 낮인데도 식당 사장님은 분주합니다.

평소 같으면 한가하게 쉬는 시간인데요.

[전숙자/식당 운영 : "삼겹살, 갈비 그런 건데 오늘 저녁부터 군인들이 (외출) 나온다고 해서 평소보다 조금 더 준비해놨어요."]

예전에는 주말에만 손님이 몰렸지만, 병사들이 평일에 외출을 하게 되면서 앞으로 기대가 크다고 합니다.

[전숙자/식당 운영 : "(주말에는 병사들이) 아침 7시 30분부터 와요. 평일과 비교했을 때는 한 7배 정도로 많이 차이가 나요. 기대가 많이 돼요."]

병사들의 외출을 가장 크게 기대하는 곳은 뭐니 뭐니해도 바로 병사들이 많이 찾는 PC방입니다.

[김유아/PC방 운영 : "장병들을 상대로 하는 곳이라서 평일에는 거의 손님이 없다고 봐도 무방하거든요. 잠깐이지만 저녁 시간에 3~4시간 정도 군인들이 외출함으로써 지역 경제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저는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있습니다."]

이번 달부터 육해공군과 해병대 등 13개 부대에서 시범 운영에 들어간 '병사 평일 외출 제도'.

국방부는 내년 전면 시행을 앞두고 바로 그제부터 시범 운영을 시작했는데요.

평일 일과 후 외출 시간에는 부모나 가족과의 면회와 병원 진료, 부대 단합 활동 등을 할 수 있고, 당일 밤 10시 전에 복귀해야 합니다.

[최현수/국방부 대변인 : "'병사들에게 자율과 창의를 확대할 기회를 줄 필요가 있다.' 그런 차원에서 병영문화 개선의 일환으로 추진되고 있습니다. 작전과 훈련준비를 위한 휴식 등을 충분히 보장하기 위해서 평일 외출 활성화 방안을 마련한 것입니다."]

저녁 6시가 되자, 병사들을 실은 군부대 버스가 시내에 도착하고 군 장병들이 내립니다.

[병사/음성변조 : "간부님들한테 신청을 받아서 평일에 일주일에 한 번 정도 외출 나올 수 있습니다."]

첫날인 그제, 전국 13개 부대에서 많은 병사들이 외출에 나섰는데요. 병사들의 반응은 어떨까요?

[병사/음성변조 : "매일 부대에 있는 것보다 한 번쯤 평일에 나와서 이런 쏠쏠한 재미를 느끼는 게 좋을 거 같아요."]

[병사/음성변조 : "항상 안에 있다 보니까 밖에 나오는 것 자체가 좋은 거 같아요."]

외출 시작과 동시에 귀대 시간까지는 3시간 남짓, 이 소중한 외출 시간을 어떻게 보낼까요?

[병사/음성변조 : "일단 밥 먹고 PC방 가서 게임 좀 하다가 들어가려고 해요."]

[병사/음성변조 : "부대에서 못 먹는 맛있는 것 먹고 싶습니다."]

역시 먹는 게 1순위네요, 병사들은 삼삼오오 모여 발걸음을 옮기는데요.

평소 같으면 7시만 지나도 문을 닫았을 식당들이 병사 손님들로 북적입니다.

[식당 운영/음성변조 : "'(손님이 많아서) 이상하다, 심부름 나왔나, 병원 나왔나.' 이런 생각까지 했는데 지금 말씀 들어보니까 조금 자유화가 됐나 보네요."]

휴대전화도 마음껏 사용할 수 있어 미뤄뒀던 전화도 하는데요. 과연 누구랑 할까요?

[병사/음성변조 : "오늘 처음으로 평일 외출 시행돼서 너한테 전화했어. 잘 지내고 있어? 응. 나도 보고 싶어."]

군부대 인근 상권도 활기를 띠는 분위깁니다.

[황규동/PC방 운영 : "평일은 아예 손님이 없어서 문 안 열어요. 주말만 장사하고. 어제부터 (평일) 장사했는데 훨씬 나아졌어요. 내가 받은 손님은 한 50명은 되지 않을까."]

짧은 시간에 식사도 해결해야 하니 분식집이나 편의점 등도 호황을 누렸습니다.

[분식집 운영 : "7시면 딱 (손님이) 끊어졌죠, 근데 예상치 못하게 지금까지 한 30명. 그래서 속으로 감사했죠."]

시간은 왜 이렇게 빨리 가는 걸까요?

꿀맛 같은 시간도 잠시, 8시가 가까워지자 게임을 즐기던 병사들이 슬슬 일어날 준비를 합니다.

점호시간인 10시를 맞추기 위해선 서둘러야 하는데요.

[병사/음성변조 : "밤 9시까지 부대에 아예 들어가야 하는 거니까 한 8시 40분쯤에는 가야 해요."]

8시를 넘기자 병사들이 뛰어가기 시작하는데요.

시내와 다소 거리가 있는 만큼 실질적으로 밖에서 보낼 수 있는 시간은 길지 않습니다.

[병사/음성변조 : "오후 4시 30분에 나오는데 간부들 출퇴근 버스 타고 나오는 건데 도착하면 거의 5시고 7시에 복귀해야 돼서 2시간 밖에 없어서 뭐 할 수 없는 시간이 없어요."]

때문에 외출을 나온 병사들의 단골 메뉴는 PC방이나 패스트푸드점이었습니다.

[병사/음성변조 : "나왔을 때 즐길 수 있는 콘텐츠가 많이 부족한 거 같아서 좀 더 다양한 할 거리가 필요하고 그런 게 갖춰져야 병사들도 매일 나오고…."]

일정하게 외출을 할 수 있는 건 아니라 취미나 자기 계발 활동 등은 힘들어 보입니다.

[병사/음성변조 : "외출을 고정적으로 계속 나갈 수 있는 건 아니다 보니까, 정기적으로 약속을 해야 하는 그런 모임은 하기 힘들 것 같아요."]

[병사/음성변조 : "영화 같은 걸 좀 미리 예매하고 시간을 보고 나올 수 있으면 좀 더 좋을 거 같아요. 딱 세 시간 동안 영화 한 편 보고 밥 먹고 들어갈 수 있으니까…."]

병원이나 은행 등이 일찍 문을 닫은 점도 아쉽다고 합니다.

[병사/음성변조 : "병원 가고 싶어도 6시에 나오면 문 다 닫으니까 실질적으로 이용하고 싶어도 힘들죠."]

병사들의 외출로 인한 기강 해이와 전투력 약화를 우려하는 시선도 있지만, 국방부는 시범 운영을 통해 외출 기준을 완화하고 문제점도 보완하겠다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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