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세의 늪①] 주거비 ‘1000에 50’…너무나 무거운 20대의 무게

입력 2018.08.31 (11:01) 수정 2018.09.14 (1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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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지부동 '1000에 50'…"10만 원에 방 안 햇빛이 달라진다"

'1000에 50'. 경희대학교 4학년에 재학중인 24살 이정헌 씨는 이를 '마법의 숫자'라고 부른다. 보증금 1000만 원에 월세가 50만 원이란 뜻으로 학교 주변 원룸 값이 마치 약속이나 한 듯 이 수치에 고정돼 있기 때문이다. 방이 작든 크든 어딜 가나 월세 50만 원을 받으려고 한다는 게 이 씨의 설명이었다.

물론 이 씨도 현재 '1000에 50'에 살고 있다. "10만 원에 따라 빛을 얼마나 받느냐가 결정되는 게 이 근처의 현실인 것 같아요" 라고 말했다. 이 씨는 3년 전엔 '2000에 35'인 방에 살았다. 월세 부담이 적은, 흔치 않은 가격이라 서둘러 계약했지만 이내 후회가 밀려왔다.

햇빛이 잘 들어오지 않아 벽지엔 곰팡이가 피었고 보일러가 자주 고장나 겨울에 찬 물로 씻거나 잘 때 추위에 떨기 일쑤였다. 결국 보일러 수리 문제로 집 주인과 크게 싸운 뒤 방을 옮겼다. '500에 40'에 계약한 친구 역시 빛이 잘 들어오지 않는 반지하 원룸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다음 동영상을 클릭하면 좀 더 자세한 인터뷰 내용을 볼 수 있다.


"대학 주변을 떠나기 힘들 것 같다"…N포 세대의 한숨

더 두려운 건 현재가 아니라 오히려 미래다. 이 씨의 보증금 1000만 원은 부모님이 대줬지만, 월세 50만 원은 본인의 몫이다. 아르바이트를 하며 간신히 이를 감당해내고 있다. 학점과 토익, 경력 등 이른바 스펙을 쌓기엔 시간이 모자란 탓에 다른 친구들보다 늘 뒤처지는 것 같아 마음이 무겁다.

2015년 대통령 직속 청년위원회 조사에 따르면 전국 대학생 약 218만 명 가운데 40%는 다른 지역 출신으로 고향집을 떠나 생활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매달 방값 50만 원은 이 씨와 같은 처지에선 너무나 큰 돈이다. 비싼 등록금과 취업난 그리고 방 값은 고향집을 떠나 생활하는 청년들이 많은 것들을 포기하게 만든다. 아직 사회에 첫 발을 들이지도 않았건만 벌써부터 연애와 결혼, 아이들 그리고 주택 구입 등 정상적인 생활 속의 많은 것들을 포기하는 이른바 'N포 세대'로 이들을 내몰고 있다. 그들이 지어야할 삶의 무게는 어느 정도일까?

RIR 30% 이상은 '주거 빈곤층'…청년 평균은 18.9%?

임차 가구의 주거비 부담 정도를 분석할 때 자주 쓰는 지표 가운데 하나가 RIR (Rent to Income Ratio) 이다. 월 소득 대비 주택 임대료 비율이란 뜻인데 이 수치가 30% 이상이면 '주거 빈곤층'으로 분류한다. 이 씨의 가계부를 살펴봤다.


집에서 주는 생활비 60만 원에 아르바이트비 50만 원을 합쳐 한 달 소득은 110만 원. 이 가운데 월세 지출이 50만 원이므로 RIR은 약 45%에 이른다. 주거 빈곤층이다. 관리비와 교통비, 전기·가스와 휴대전화 요금 등 고정적으로 지출해야 하는 돈을 빼면 식비 등 개인적으로 쓸 수 있는 돈은 고작 매달 40만 원에 불과하다.

"옷이나 신발을 사는 건 엄두도 내지 못한다. 주로 학교 구내 식당에서 밥을 먹는데 친구들과 커피 한 잔 마시는 것도 부담스럽다" 라고 이 씨는 말했다.

국토연구원이 지난 5월 발표한 '2017년 주거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청년 가구의 RIR은 18.8%로 조사됐다. RIR이 45%인 이 씨와 비교하면 절반도 채 되지 않는 수치이다. 쉽게 이해가 되지 않는 결과다.

청년 기준 '20~34세'...20대만의 RIR은?

국토연구원은 '청년'의 기준을 만 20~34세로 잡고 있다. 이유를 묻자 "청년고용촉진 특별법에 따르면 공공기관과 지방 공기업이 고용하는 청년 대상이 만 34세 이하로 규정돼 있다. 또 결혼 이후 주거 형태가 크게 바뀌기 때문에 이런 점들을 고려해 34세까지로 설정했다."고 답했다. 취업도 결혼도 갈수록 늦어지고 있는 세태를 반영해 '만 20~34세'를 같은 청년으로 묶어서 본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또 청년 가구란 말 그대로 청년이 가구주란 뜻으로 이 씨처럼 혼자 사는 게 아니라 결혼을 해서 가정을 이루거나 부모와 함께 사는 등 여러 경우가 포함돼 있다. 따라서 이 씨와 같은 1인 가구로 대상을 좁힌 뒤 만 20~29세, 즉 20대 독거 청년의 주거비 부담은 어느 정도인지 RIR 수치를 구해보았다. 통계청 마이크로데이터 통합서비스에서 '2017년 주거실태조사' 원본 자료를 내려받은 뒤 연령별로 구분해 뽑아냈다.

독거 '20대 전체'는 RIR 27.5%… '20~24세'는 38.8%


혼자 사는 20대 전체의 RIR (중앙값 기준)은 27.5%로 나타났다. 주거빈곤층을 판가름하는 기준인 30%에 거의 육박하는 수치이다. 다른 연령층과도 비교해 보았다. 단 10대는 1인가구 표본크기가 작아 비교 대상에서 제외했다. 30대와 40대는 15% 수준으로 확실히 줄어들고 50대가 되면 조금씩 늘다가 70세 이상은 다시 급증하는 추세였다.

※ 중앙값 : 조사 대상의 모든 값을 나열했을 때 한 가운데에 있는 수치. 평균값을 내는 방법도 있지만 실태를 왜곡하는 경우가 있어 (예를 들어 △△당 국회의원 재산 평균액을 내면 고액자산가인 몇 명이 평균값을 끌어올릴 수 있음) 국토연구원도 이 중앙값으로 발표를 하기 때문에 같은 기준으로 맞췄다.

여전히 이 씨의 RIR(45%)은 20대 1인 가구의 RIR(27.5%)보다 훨씬 높다. 이에 대해 최은영 한국도시연구소 소장은 "20대에서도 대학생은 취업을 한 직장인과 소득 자체가 다르다. 취업을 하면 당장 한 달에 150~200만 원 정도를 벌겠지만 대학생은 부모에게 지원을 받는 이전 소득, 생활비가 대부분이고 본인이 버는 근로소득 일부를 합친 거라 분모가 작다. 하지만 지출해야 하는 월세 등 주거비는 크게 차이가 나지 않다보니 RIR이 폭증하는 것" 이라고 설명했다.


20-24세로 조금 더 범위를 좁히자 수치가 확연히 높아졌다. 20-24세의 RIR은 38.8%로 주거빈곤층 기준인 30%를 넘었다. 반면 만 25~29세는 19.7%로 30대와도 큰 차이를 보이지 않는다.

20대 1인 가구 중 47.1%가 '주거 빈곤층'…비율도 증가 추세

그렇다면 혼자 사는 20대 청년 가운데 RIR이 30% 이상인 주거 빈곤층은 어느 정도나 될까?


20대 전체의 경우 절반 가까운 47.1%가 주거 빈곤층으로 나타났다. 이를 만 20~24세, 25~29세로 다시 나누어 보면 24세 이하는 61.8%로 주거 빈곤층 비율이 훨씬 더 크다. 50대와 60대는 20대보다 주거 빈곤층 비율이 낮았다. 3,40대는 14%대에 불과하다.

연도별 추이도 살펴보았다. 2012년 주거실태조사는 세금을 내기 전 소득을 조사해 통계의 일관성이 없어 2014년부터 비교했다. 참고로 2년마다 실시되던 주거실태조사가 2017년부터 1년 주기로 단축됐고 표본이 2만 가구에서 6만 가구로 증가했다.


추이를 보면 주거 빈곤층 비율이 30대와 40대는 줄고 있지만 유독 20대는 39.6%에서 45.1%, 47.1%로 해마다 늘고 있다.

비혼·저출산·소득불평등으로 이어지는 주거비 부담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이태진 연구위원은 '청년층의 주거 실태는 어떠한가?'란 논문에서 과도한 청년 주거 부담이 야기하는 문제들을 다음과 같이 지적했다.

1. 청년 가구의 과중한 주거비 부담은 결혼 준비 지연으로 이어지고 만혼 혹은 비혼을 야기하며 저출산 문제를 악화시킬 수 있다.
2. 경제적 능력이 부족해 주거비를 부담하기 어려운 청년 가구일수록 양질의 일자리를 구하기 위해 필요한 지리적 이동이 제약될 수 있고 미래의 소득 불평등이 심화될 수 있다.
3. 주거비 부담 과중으로 부모에 대한 의존이 지속될 경우 가족 내 갈등 또한 증폭될 가능성이 있다.

청년 주거 문제가 비단 그들만의 문제가 아닌 사회 구성원 모두가 영향을 받으며 함께 관심을 기울여야 할 문제라는 얘기다.

"맘껏 고기 먹고 싶다"

'월세 50만 원이 사라진다면 무엇을 하고 싶으세요?'라고 이 씨에게 물었다. 이 씨는 "고기를 맘껏 먹고 싶다. 친구들과 달달한 디저트도 먹고 싶다" 고 말했다. 그리고 "독립된 경제 주체로 걱정없이 살고 싶다"고 말했다. 대답을 마친 뒤엔 기자에게 되물었다. "그런데 대체 대학 주변은 월세가 왜 이리 비싼 걸까요?"

이 씨의 이 같은 문제 제기는 어느 정도 사실과 부합할까? 다음 기사에서 서울시 집 값(월세) 데이터를 분석해 이 씨의 의문에 대한 답을 찾아보고자 한다.

* 데이터분석 : 이지연, 윤지희 * 인포그래픽 : 임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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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세의 늪②] 대학 주변 월세는 비싸다?…8만5천건 분석해 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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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세의 늪③] 내가 사는 대학 주변 월세는 어느 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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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월세의 늪①] 주거비 ‘1000에 50’…너무나 무거운 20대의 무게
    • 입력 2018-08-31 11:01:19
    • 수정2018-09-14 16:22:50
    데이터룸
요지부동 '1000에 50'…"10만 원에 방 안 햇빛이 달라진다"

'1000에 50'. 경희대학교 4학년에 재학중인 24살 이정헌 씨는 이를 '마법의 숫자'라고 부른다. 보증금 1000만 원에 월세가 50만 원이란 뜻으로 학교 주변 원룸 값이 마치 약속이나 한 듯 이 수치에 고정돼 있기 때문이다. 방이 작든 크든 어딜 가나 월세 50만 원을 받으려고 한다는 게 이 씨의 설명이었다.

물론 이 씨도 현재 '1000에 50'에 살고 있다. "10만 원에 따라 빛을 얼마나 받느냐가 결정되는 게 이 근처의 현실인 것 같아요" 라고 말했다. 이 씨는 3년 전엔 '2000에 35'인 방에 살았다. 월세 부담이 적은, 흔치 않은 가격이라 서둘러 계약했지만 이내 후회가 밀려왔다.

햇빛이 잘 들어오지 않아 벽지엔 곰팡이가 피었고 보일러가 자주 고장나 겨울에 찬 물로 씻거나 잘 때 추위에 떨기 일쑤였다. 결국 보일러 수리 문제로 집 주인과 크게 싸운 뒤 방을 옮겼다. '500에 40'에 계약한 친구 역시 빛이 잘 들어오지 않는 반지하 원룸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다음 동영상을 클릭하면 좀 더 자세한 인터뷰 내용을 볼 수 있다.


"대학 주변을 떠나기 힘들 것 같다"…N포 세대의 한숨

더 두려운 건 현재가 아니라 오히려 미래다. 이 씨의 보증금 1000만 원은 부모님이 대줬지만, 월세 50만 원은 본인의 몫이다. 아르바이트를 하며 간신히 이를 감당해내고 있다. 학점과 토익, 경력 등 이른바 스펙을 쌓기엔 시간이 모자란 탓에 다른 친구들보다 늘 뒤처지는 것 같아 마음이 무겁다.

2015년 대통령 직속 청년위원회 조사에 따르면 전국 대학생 약 218만 명 가운데 40%는 다른 지역 출신으로 고향집을 떠나 생활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매달 방값 50만 원은 이 씨와 같은 처지에선 너무나 큰 돈이다. 비싼 등록금과 취업난 그리고 방 값은 고향집을 떠나 생활하는 청년들이 많은 것들을 포기하게 만든다. 아직 사회에 첫 발을 들이지도 않았건만 벌써부터 연애와 결혼, 아이들 그리고 주택 구입 등 정상적인 생활 속의 많은 것들을 포기하는 이른바 'N포 세대'로 이들을 내몰고 있다. 그들이 지어야할 삶의 무게는 어느 정도일까?

RIR 30% 이상은 '주거 빈곤층'…청년 평균은 18.9%?

임차 가구의 주거비 부담 정도를 분석할 때 자주 쓰는 지표 가운데 하나가 RIR (Rent to Income Ratio) 이다. 월 소득 대비 주택 임대료 비율이란 뜻인데 이 수치가 30% 이상이면 '주거 빈곤층'으로 분류한다. 이 씨의 가계부를 살펴봤다.


집에서 주는 생활비 60만 원에 아르바이트비 50만 원을 합쳐 한 달 소득은 110만 원. 이 가운데 월세 지출이 50만 원이므로 RIR은 약 45%에 이른다. 주거 빈곤층이다. 관리비와 교통비, 전기·가스와 휴대전화 요금 등 고정적으로 지출해야 하는 돈을 빼면 식비 등 개인적으로 쓸 수 있는 돈은 고작 매달 40만 원에 불과하다.

"옷이나 신발을 사는 건 엄두도 내지 못한다. 주로 학교 구내 식당에서 밥을 먹는데 친구들과 커피 한 잔 마시는 것도 부담스럽다" 라고 이 씨는 말했다.

국토연구원이 지난 5월 발표한 '2017년 주거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청년 가구의 RIR은 18.8%로 조사됐다. RIR이 45%인 이 씨와 비교하면 절반도 채 되지 않는 수치이다. 쉽게 이해가 되지 않는 결과다.

청년 기준 '20~34세'...20대만의 RIR은?

국토연구원은 '청년'의 기준을 만 20~34세로 잡고 있다. 이유를 묻자 "청년고용촉진 특별법에 따르면 공공기관과 지방 공기업이 고용하는 청년 대상이 만 34세 이하로 규정돼 있다. 또 결혼 이후 주거 형태가 크게 바뀌기 때문에 이런 점들을 고려해 34세까지로 설정했다."고 답했다. 취업도 결혼도 갈수록 늦어지고 있는 세태를 반영해 '만 20~34세'를 같은 청년으로 묶어서 본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또 청년 가구란 말 그대로 청년이 가구주란 뜻으로 이 씨처럼 혼자 사는 게 아니라 결혼을 해서 가정을 이루거나 부모와 함께 사는 등 여러 경우가 포함돼 있다. 따라서 이 씨와 같은 1인 가구로 대상을 좁힌 뒤 만 20~29세, 즉 20대 독거 청년의 주거비 부담은 어느 정도인지 RIR 수치를 구해보았다. 통계청 마이크로데이터 통합서비스에서 '2017년 주거실태조사' 원본 자료를 내려받은 뒤 연령별로 구분해 뽑아냈다.

독거 '20대 전체'는 RIR 27.5%… '20~24세'는 38.8%


혼자 사는 20대 전체의 RIR (중앙값 기준)은 27.5%로 나타났다. 주거빈곤층을 판가름하는 기준인 30%에 거의 육박하는 수치이다. 다른 연령층과도 비교해 보았다. 단 10대는 1인가구 표본크기가 작아 비교 대상에서 제외했다. 30대와 40대는 15% 수준으로 확실히 줄어들고 50대가 되면 조금씩 늘다가 70세 이상은 다시 급증하는 추세였다.

※ 중앙값 : 조사 대상의 모든 값을 나열했을 때 한 가운데에 있는 수치. 평균값을 내는 방법도 있지만 실태를 왜곡하는 경우가 있어 (예를 들어 △△당 국회의원 재산 평균액을 내면 고액자산가인 몇 명이 평균값을 끌어올릴 수 있음) 국토연구원도 이 중앙값으로 발표를 하기 때문에 같은 기준으로 맞췄다.

여전히 이 씨의 RIR(45%)은 20대 1인 가구의 RIR(27.5%)보다 훨씬 높다. 이에 대해 최은영 한국도시연구소 소장은 "20대에서도 대학생은 취업을 한 직장인과 소득 자체가 다르다. 취업을 하면 당장 한 달에 150~200만 원 정도를 벌겠지만 대학생은 부모에게 지원을 받는 이전 소득, 생활비가 대부분이고 본인이 버는 근로소득 일부를 합친 거라 분모가 작다. 하지만 지출해야 하는 월세 등 주거비는 크게 차이가 나지 않다보니 RIR이 폭증하는 것" 이라고 설명했다.


20-24세로 조금 더 범위를 좁히자 수치가 확연히 높아졌다. 20-24세의 RIR은 38.8%로 주거빈곤층 기준인 30%를 넘었다. 반면 만 25~29세는 19.7%로 30대와도 큰 차이를 보이지 않는다.

20대 1인 가구 중 47.1%가 '주거 빈곤층'…비율도 증가 추세

그렇다면 혼자 사는 20대 청년 가운데 RIR이 30% 이상인 주거 빈곤층은 어느 정도나 될까?


20대 전체의 경우 절반 가까운 47.1%가 주거 빈곤층으로 나타났다. 이를 만 20~24세, 25~29세로 다시 나누어 보면 24세 이하는 61.8%로 주거 빈곤층 비율이 훨씬 더 크다. 50대와 60대는 20대보다 주거 빈곤층 비율이 낮았다. 3,40대는 14%대에 불과하다.

연도별 추이도 살펴보았다. 2012년 주거실태조사는 세금을 내기 전 소득을 조사해 통계의 일관성이 없어 2014년부터 비교했다. 참고로 2년마다 실시되던 주거실태조사가 2017년부터 1년 주기로 단축됐고 표본이 2만 가구에서 6만 가구로 증가했다.


추이를 보면 주거 빈곤층 비율이 30대와 40대는 줄고 있지만 유독 20대는 39.6%에서 45.1%, 47.1%로 해마다 늘고 있다.

비혼·저출산·소득불평등으로 이어지는 주거비 부담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이태진 연구위원은 '청년층의 주거 실태는 어떠한가?'란 논문에서 과도한 청년 주거 부담이 야기하는 문제들을 다음과 같이 지적했다.

1. 청년 가구의 과중한 주거비 부담은 결혼 준비 지연으로 이어지고 만혼 혹은 비혼을 야기하며 저출산 문제를 악화시킬 수 있다.
2. 경제적 능력이 부족해 주거비를 부담하기 어려운 청년 가구일수록 양질의 일자리를 구하기 위해 필요한 지리적 이동이 제약될 수 있고 미래의 소득 불평등이 심화될 수 있다.
3. 주거비 부담 과중으로 부모에 대한 의존이 지속될 경우 가족 내 갈등 또한 증폭될 가능성이 있다.

청년 주거 문제가 비단 그들만의 문제가 아닌 사회 구성원 모두가 영향을 받으며 함께 관심을 기울여야 할 문제라는 얘기다.

"맘껏 고기 먹고 싶다"

'월세 50만 원이 사라진다면 무엇을 하고 싶으세요?'라고 이 씨에게 물었다. 이 씨는 "고기를 맘껏 먹고 싶다. 친구들과 달달한 디저트도 먹고 싶다" 고 말했다. 그리고 "독립된 경제 주체로 걱정없이 살고 싶다"고 말했다. 대답을 마친 뒤엔 기자에게 되물었다. "그런데 대체 대학 주변은 월세가 왜 이리 비싼 걸까요?"

이 씨의 이 같은 문제 제기는 어느 정도 사실과 부합할까? 다음 기사에서 서울시 집 값(월세) 데이터를 분석해 이 씨의 의문에 대한 답을 찾아보고자 한다.

* 데이터분석 : 이지연, 윤지희 * 인포그래픽 : 임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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