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따라잡기] 폭염 버텨냈더니 폭우가…수확 앞두고 ‘비상’

입력 2018.09.03 (08:32) 수정 2018.09.03 (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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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여름 막바지 곳곳에서 물난리가 계속되고 있습니다.

특히, 지난주에는 하늘에 구멍이 난 듯 게릴라 호우, 때 아닌 가을장마로 전국적인 피해가 컸습니다.

비가 간절했던 여름엔 폭염으로 애를 태우더니, 과일과 곡식이 잘 여물어야 하는 수확을 코앞에 두고 쏟아진 비로 농민들의 걱정은 어느 때보다 큽니다.

추석 대목을 앞에 두고 시름이 더 깊어지고 있는 현장을 다녀왔습니다.

[리포트]

복숭아 재배로 유명한 충북 음성.

나흘간 내렸던 비가 채 빠지지 않아 과수원 곳곳에 웅덩이를 만들었고, 그 위로 알 굵은 복숭아들이 떨어져 있습니다.

농부의 발걸음, 무겁기만 한데요.

[권순안/복숭아 재배 농민 : "다 자랐는데 (떨어져서) 농민으로서 한숨밖에 안 나옵니다. 이렇게 피해가 있는데 밭에 들어오고 싶은 마음이 있겠어요?"]

비만 아니었다면 이번 주 내다 팔 최상품이었습니다.

[권순안/복숭아 재배 농민 : "다 까맣게 썩고 있어요. 이렇게 바닥에 물이 닿은 부분은 더 빨리 썩고 있고..."]

쉽게 멍이 잘 드는 통에 떨어지기만 해도 상품성이 떨어지는데 이번 비에 낙과한 건 내다팔 수도 없습니다.

[권순안/복숭아 재배 농민 : "올해 같은 경우는 날이 계속 뜨거워서 전체적으로 농가의 과일들이 다 작았어요."]

봄엔 냉해로 여름엔 기록적인 폭염으로 어려움을 겪다가 이제 드디어 한해 수확을 하나 했더니 예상치 못한 폭우에 당하고 만 겁니다.

[권용익/복숭아 재배 농민 : "3분의 1은 떨어졌어. 3분의 1. 그러니깐 100짝 딸 것이었다면 30짝은 떨어진 것이죠."]

[강종순/복숭아 재배 농민 : "눈물 나지. 고생한 보람이 없으니까."]

대부분 농가가 애지중지 키우던 복숭아 30~40% 정도를 이번 비로 잃었다고 하는데요,

[권용익/복숭아 재배 농민 : "바람에 흔들려서 가지에 닿으면 이렇게 되는 거지. 멍들면 못 파는 거예요."]

하나라도 건질까 비를 맞으며 수확을 했지만 이미 바람에 빗방울에 상처투성이.

떨어지지 않은 과일도 안심하기 이릅니다.

[권순안/복숭아 재배 농민 : "달려있어도 비를 계속 맞고 있으니까 썩는 현상도 벌어지고 있어요."]

이대로 추석 대목을 놓치는 건 아닐까 농가의 시름은 커져만 가는데요.

이번에는 사과 농가로 가보겠습니다.

전북 진안의 사과 농장.

도로가 비탈 풀숲 사이로 사과들이 나뒹굴고 있습니다.

[박지용/사과 재배 농민 : "여기도 그렇고 수로를 통해서 저 밑쪽으로 유실된 것이 상당히 많다고 봅니다."]

나무 밑으로 떨어진 사과들이 비에 떠밀려 내려간 건데 그 양이 얼마나 될지 가늠하기 힘듭니다.

[박지용/사과 재배 농민 : "간밤에 비가 왔는데 양동이로 물을 퍼붓는 느낌이 들었어요."]

여름 내 간절히 바랄 땐 내리지 않던 비가 이제 햇볕을 쬐어 빨갛게 색만 입히면 되는 다 익은 사과 농사를 망친 겁니다.

[박지용/사과 재배 농민 : "일 년 동안 농사지은 것이 수확을 앞두고 있었으니까 사실 바닥을 내려다보고 있으면 가슴이 아프고 속상하고 그렇습니다. 말로 어떻게 표현을 못 하겠어요."]

추석 대목을 잡으려면 아직 고비가 남아있다는데요.

[진정대/충주시 농업기술센터 과수연구팀장 : "집중강우에 의해서 탄저병이나 부패병들이 전염될 가능성도 있습니다. 그래서 마지막까지 방제를 철저히 해주시고요."]

이번엔 전북 익산.

상추를 재배하는 비닐하우스 안이 갯벌처럼 진창으로 변했습니다.

지난달 말에 내린 폭우가 비닐하우스 9동을 모두 덮친 겁니다.

[김혜옥/상추 재배 농민 : "다리는 후들후들 떨리고 날씨가 사람 같으면 한번 때렸으면 좋겠더라고요."]

추석 대목이 있는 9월 내내 수확을 할 계획이었다는데요.

[김혜옥/상추 재배 농민 : "전멸이죠. 상추는 뿌리에 물이 차면 다 그대로 소금물에 배추 절이듯이 이렇게 돼버리는 거예요."]

하필 상추 가격이 가장 좋은 시기에 벌어진 일입니다.

[김혜옥/상추 재배 농민 : "우리가 여름 한철 농사를 잘 지어야 그나마 일 년을 그래도 버티는 것인데 이런 식으로 돼 버리면 일 년은 그냥 끝나는 거죠."]

이웃 농가의 사정도 마찬가지.

한창 수확 중이던 11개 동이 모두 물에 잠겼습니다.

한낮 햇볕을 받으면 한증막처럼 변해 땅이 마르기만을 기다립니다.

[이응남/상추 재배 농민 : "땅이 꼬들꼬들해지면 이걸 다 거둬내는 거예요. 한 달 기간을 둬도 다 마른다고 보장을 못 해요."]

땅이 마르고, 새 모종을 키워 심고 다시 수확하기까지 3달. 농부의 마음은 타들어 갑니다.

[김혜옥/상추 재배 농민 : "배수로가 좋아서 물이 좀 쫙쫙 빠져나간다면 피해를 훨씬 덜 보죠."]

[이병구/상추 재배 농민 : "배수펌프장까지 거리가 6km에요. 6km. 너무 길다 보니까 침수될 수밖에 없거든."]

이번에는 벼농사 농가.

시간 당 최대 90mm 이틀간 400mm가 넘는 폭우가 퍼부었던 경기도 양주시인데요.

추석 전 수확하기로 했던 벼들이 토사에 밀려 쓰러져 있습니다.

[장대환/벼 재배 농민 : "여기 차가 막 떠다닐 정도였고, 우리 집에도 물이 목까지 찰 정도로..."]

불어난 물에 논둑이 무너지면서 벼 3분이 1일 쓰러진 겁니다.

[장대환/벼 재배 농가 : "진짜 이거 못 써요. 위에 있는 건 이삭만 잘라야 해요. 누워있는 건 밑에서 싹이 나고, 쥐가 먹고 해서 수확 못 하는 것으로 봐야 해."]

20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라는데요.

사라진 논둑 먼저 세워보지만 물에 잠겼던 집수리까지 해야 해 쓰러진 벼를 세울 여유도 없다고 합니다.

앞으로 몇 차례 더 내린다는 비가 또 다른 피해로 이어지지 않는 게 추석을 앞둔 농가들의 간절한 바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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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스 따라잡기] 폭염 버텨냈더니 폭우가…수확 앞두고 ‘비상’
    • 입력 2018-09-03 08:34:57
    • 수정2018-09-03 10:1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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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여름 막바지 곳곳에서 물난리가 계속되고 있습니다.

특히, 지난주에는 하늘에 구멍이 난 듯 게릴라 호우, 때 아닌 가을장마로 전국적인 피해가 컸습니다.

비가 간절했던 여름엔 폭염으로 애를 태우더니, 과일과 곡식이 잘 여물어야 하는 수확을 코앞에 두고 쏟아진 비로 농민들의 걱정은 어느 때보다 큽니다.

추석 대목을 앞에 두고 시름이 더 깊어지고 있는 현장을 다녀왔습니다.

[리포트]

복숭아 재배로 유명한 충북 음성.

나흘간 내렸던 비가 채 빠지지 않아 과수원 곳곳에 웅덩이를 만들었고, 그 위로 알 굵은 복숭아들이 떨어져 있습니다.

농부의 발걸음, 무겁기만 한데요.

[권순안/복숭아 재배 농민 : "다 자랐는데 (떨어져서) 농민으로서 한숨밖에 안 나옵니다. 이렇게 피해가 있는데 밭에 들어오고 싶은 마음이 있겠어요?"]

비만 아니었다면 이번 주 내다 팔 최상품이었습니다.

[권순안/복숭아 재배 농민 : "다 까맣게 썩고 있어요. 이렇게 바닥에 물이 닿은 부분은 더 빨리 썩고 있고..."]

쉽게 멍이 잘 드는 통에 떨어지기만 해도 상품성이 떨어지는데 이번 비에 낙과한 건 내다팔 수도 없습니다.

[권순안/복숭아 재배 농민 : "올해 같은 경우는 날이 계속 뜨거워서 전체적으로 농가의 과일들이 다 작았어요."]

봄엔 냉해로 여름엔 기록적인 폭염으로 어려움을 겪다가 이제 드디어 한해 수확을 하나 했더니 예상치 못한 폭우에 당하고 만 겁니다.

[권용익/복숭아 재배 농민 : "3분의 1은 떨어졌어. 3분의 1. 그러니깐 100짝 딸 것이었다면 30짝은 떨어진 것이죠."]

[강종순/복숭아 재배 농민 : "눈물 나지. 고생한 보람이 없으니까."]

대부분 농가가 애지중지 키우던 복숭아 30~40% 정도를 이번 비로 잃었다고 하는데요,

[권용익/복숭아 재배 농민 : "바람에 흔들려서 가지에 닿으면 이렇게 되는 거지. 멍들면 못 파는 거예요."]

하나라도 건질까 비를 맞으며 수확을 했지만 이미 바람에 빗방울에 상처투성이.

떨어지지 않은 과일도 안심하기 이릅니다.

[권순안/복숭아 재배 농민 : "달려있어도 비를 계속 맞고 있으니까 썩는 현상도 벌어지고 있어요."]

이대로 추석 대목을 놓치는 건 아닐까 농가의 시름은 커져만 가는데요.

이번에는 사과 농가로 가보겠습니다.

전북 진안의 사과 농장.

도로가 비탈 풀숲 사이로 사과들이 나뒹굴고 있습니다.

[박지용/사과 재배 농민 : "여기도 그렇고 수로를 통해서 저 밑쪽으로 유실된 것이 상당히 많다고 봅니다."]

나무 밑으로 떨어진 사과들이 비에 떠밀려 내려간 건데 그 양이 얼마나 될지 가늠하기 힘듭니다.

[박지용/사과 재배 농민 : "간밤에 비가 왔는데 양동이로 물을 퍼붓는 느낌이 들었어요."]

여름 내 간절히 바랄 땐 내리지 않던 비가 이제 햇볕을 쬐어 빨갛게 색만 입히면 되는 다 익은 사과 농사를 망친 겁니다.

[박지용/사과 재배 농민 : "일 년 동안 농사지은 것이 수확을 앞두고 있었으니까 사실 바닥을 내려다보고 있으면 가슴이 아프고 속상하고 그렇습니다. 말로 어떻게 표현을 못 하겠어요."]

추석 대목을 잡으려면 아직 고비가 남아있다는데요.

[진정대/충주시 농업기술센터 과수연구팀장 : "집중강우에 의해서 탄저병이나 부패병들이 전염될 가능성도 있습니다. 그래서 마지막까지 방제를 철저히 해주시고요."]

이번엔 전북 익산.

상추를 재배하는 비닐하우스 안이 갯벌처럼 진창으로 변했습니다.

지난달 말에 내린 폭우가 비닐하우스 9동을 모두 덮친 겁니다.

[김혜옥/상추 재배 농민 : "다리는 후들후들 떨리고 날씨가 사람 같으면 한번 때렸으면 좋겠더라고요."]

추석 대목이 있는 9월 내내 수확을 할 계획이었다는데요.

[김혜옥/상추 재배 농민 : "전멸이죠. 상추는 뿌리에 물이 차면 다 그대로 소금물에 배추 절이듯이 이렇게 돼버리는 거예요."]

하필 상추 가격이 가장 좋은 시기에 벌어진 일입니다.

[김혜옥/상추 재배 농민 : "우리가 여름 한철 농사를 잘 지어야 그나마 일 년을 그래도 버티는 것인데 이런 식으로 돼 버리면 일 년은 그냥 끝나는 거죠."]

이웃 농가의 사정도 마찬가지.

한창 수확 중이던 11개 동이 모두 물에 잠겼습니다.

한낮 햇볕을 받으면 한증막처럼 변해 땅이 마르기만을 기다립니다.

[이응남/상추 재배 농민 : "땅이 꼬들꼬들해지면 이걸 다 거둬내는 거예요. 한 달 기간을 둬도 다 마른다고 보장을 못 해요."]

땅이 마르고, 새 모종을 키워 심고 다시 수확하기까지 3달. 농부의 마음은 타들어 갑니다.

[김혜옥/상추 재배 농민 : "배수로가 좋아서 물이 좀 쫙쫙 빠져나간다면 피해를 훨씬 덜 보죠."]

[이병구/상추 재배 농민 : "배수펌프장까지 거리가 6km에요. 6km. 너무 길다 보니까 침수될 수밖에 없거든."]

이번에는 벼농사 농가.

시간 당 최대 90mm 이틀간 400mm가 넘는 폭우가 퍼부었던 경기도 양주시인데요.

추석 전 수확하기로 했던 벼들이 토사에 밀려 쓰러져 있습니다.

[장대환/벼 재배 농민 : "여기 차가 막 떠다닐 정도였고, 우리 집에도 물이 목까지 찰 정도로..."]

불어난 물에 논둑이 무너지면서 벼 3분이 1일 쓰러진 겁니다.

[장대환/벼 재배 농가 : "진짜 이거 못 써요. 위에 있는 건 이삭만 잘라야 해요. 누워있는 건 밑에서 싹이 나고, 쥐가 먹고 해서 수확 못 하는 것으로 봐야 해."]

20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라는데요.

사라진 논둑 먼저 세워보지만 물에 잠겼던 집수리까지 해야 해 쓰러진 벼를 세울 여유도 없다고 합니다.

앞으로 몇 차례 더 내린다는 비가 또 다른 피해로 이어지지 않는 게 추석을 앞둔 농가들의 간절한 바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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