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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세의 늪④] 최저주거기준 14㎡ 못 미쳐도 월세가 46만 원
입력 2018.09.20 (16:24) 수정 2018.09.20 (20:15) 데이터룸
[월세의 늪④] 최저주거기준 14㎡ 못 미쳐도 월세가 46만 원
“감옥에 갇힌 기분이 들었다”…20대 1인가구 11.3%가 고시원

대학생들 사이에선 '지·옥·고'란 말이 있다. '반지하, 옥탑방, 고시원'을 일컫는 말인데 열악한 주거환경을 상징적으로 표현하는 말이다. 서울의 한 여대 4학년인 김 모 씨도 '지·옥·고' 에 산 적이 있다.

"죄를 지은 것도 아닌데 감옥에 갇힌 기분이 들었다"고 김 씨는 말했다. "옆방에서 휴대전화 벨소리가 들릴 정도로 방음이 잘 안 돼 밤에는 창문을 열지 못했다. 곰팡이 냄새 때문에 낮엔 창문을 열어놓고 나가도 좀처럼 가시질 않았다. 난방이 안 돼 겨울엔 너무 추워서 패딩을 입고 잤고 화장실은 변기가 벽에 너무 가까이 붙어 있어서 조금 틀어서 앉아야 했다."고 말했다.

통계청 '2017년 주거실태조사'에 따르면 고시원에 거주하는 1인 가구의 비율은 20대가 가장 높다.


전 연령을 통틀어 고시원 거주 비율은 평균 5%인데 20대는 11.3%나 된다. 평균치의 두 배가 넘는다. 그 다음으론 30대가 6.5%로 높았고 40대와 50대는 상대적으로 낮다.

보증금 1,000만 원 월세 46만 원인 12㎡ 원룸의 모습

여대생 김 씨는 취재진에게 사진 한 장을 보여주며 말했다.

"홍익대 근처에 사는 제 친구 집이에요. 고시원이 아니고 원룸이에요. 보증금이 1,000 만원이고 월세가 46만 원인데 크기가 12㎡밖에 안 되요. 고시원보다 못한 것 같아요."


일단 화장실을 보면 성인 한 명이 들어가면 꽉 찰 공간에 변기와 샤워기가 힘들게 설치된 느낌이다.


침대와 옷장, 냉장고를 놓고 나면 공간이 없어 TV는 선반 위에 올려져 있다.


전자렌지는 건물 계단 중간에, 세탁기는 건물 옥상에 공용으로 하나씩 놓여 있다.

최저 주거기준 ‘14㎡’…20대 단독가구 11.9%가 거주

이 대학생이 사는 집은 주택법에 규정된 '최저 주거기준'에 못 미치는 방이다. 1인 가구의 최소 주거면적은 14㎡이다. 여기서 2㎡가 모자라지만 보증금 '1,000', 월세 '50'에 근접한 임대료를 부담하고 있다.


최저 주거기준엔 면적 외에도 방음과 환기, 대피 설비 등 다양한 세부 기준이 있다. 하지만 모든 집의 주거 상태를 일일이 확인하기엔 현실적으로 어려운 상황이다. 객관적인 자료를 얻기 위해 취재진은 최소 주거 면적인 '14㎡'에 못 미치는 집에 얼마나 많은 청년들이 살고 있으며, 또 소득 중 월세로 인한 부담은 어느 정도인지 살펴보았다.

앞서 살펴본 '2017년 주거실태조사' 원본 자료를 토대로 분석했다.


1인 가구 가운데 14㎡ 미만인 공간에 사는 비율 역시 고시원 1인 가구 비율과 마찬가지로 20대가 11.9%로 모든 연령을 통틀어 가장 높았다. 30대는 7.9%, 40대는 5.5%에 그쳤다.

14㎡ 미만에 사는 20대 단독 가구가 부담하는 월세는 어느 정도일까? 보증금까지 월세로 환산한 금액은 평균 31만 7천 원으로 14㎡ 이상인 38만 2천 원에 비해서 6만 5천 원 저렴한 수준이다.


월 소득 가운데 주택 임대료가 차지하는 비율인 RIR(Rent to Income Ratio)을 계산해 보았다. 14㎡ 미만에 사는 20대는 RIR이 무려 37.5%로 전체 연령의 RIR인 27.5%와 큰 차이를 보인다. 무엇보다 '주거 빈곤층’의 RIR 기준이 30%임을 생각해보면, 14㎡ 미만에 거주하는 20대 1인 가구의 RIR은 '주거빈곤층'의 수준에도 못미친다는 얘기다. 같은 14㎡ 미만에 거주하더라도 30, 40대 1인 가구는 RIR이 16.7%에 불과하다.

14㎡ 미만 원룸도 대학에 가까울수록 더 비싸


14㎡ 미만의 원룸 역시 대학과 거리가 가까울수록 비싸지는 것은 마찬가지였다. 보증금을 모두 월세로 환산한 뒤 3.3㎡ 기준으로 나눈 월세전환액을 기준으로 볼 때, 대학 반경 500m 안에 있으면 13만 원, 반경 1km와 2km 안에 있는 곳은 각각 12만 천 원과 11만 8천 원으로 나타났다.

취업을 해도 벗어나기 힘든 늪…“인간답게 살 권리 보장해달라”

열악한 주거환경에 시달리면서도 무거운 월세 부담을 지는 일은 단지 대학생에 국한되진 않는다. 서울 소재 호텔 관련 학과를 졸업한 김 모 씨는 졸업 전 보증금 2,000만 원에 월세 55만원짜리 원룸에 살았지만 오히려 취업한 뒤에는 '지·옥·고' 중 하나인 옥탑방에서 살게 됐다.

지금 사는 곳은 면적도 10㎡ 정도로 최저 주거기준에 한참 못 미치는데도 보증금 3,000만 원에 월세가 40만 원이나 한다. 취직한 호텔이 홍익대학교 근처에 있는 탓에 매달 15만 원의 지출을 줄이기 위해서 대학가 옥탑방을 선택했다.

김 씨는 "월급이 150만 원 안팎인데 15만 원이면 큰 돈이다. 홍대 주변이 워낙 월세가 비싸서 어쩔 수 없었다. 직장 동료들은 신도림 근처에 많이 사는데 새로 지은 건물은 월세가 70만 원 정도라 엄두를 내지 못한다."고 하소연했다.

그러면서 "겨울엔 온수매트를 틀면 나은데 햇빛을 바로 받는 여름이 힘들다. 이번 여름은 너무 더워서 견디기 괴로웠다. 매일 지방에 새로 들어서는 호텔이 있는지 알아보고 있는데 이직할 수 있다면 서울을 떠나고 싶다."고 말했다.

청년 주거문제를 다루는 단체 '민달팽이 유니온'의 최지희 위원장은 이 같은 현실이 "한국 사회가 부동산 투기를 중심으로 성장하면서 곪은 것들이 청년들에게 터진 것 같다"고 말했다. 최 위원장은 "중산층이 무너지면 무언가 큰 일이 난 것처럼 난리가 나지만 정작 청년들은 '젊어서 고생은 좀 해도 돼', '그래도 반짝반짝한 희망찬 존재'라고 생각한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다음 동영상을 클릭하면 좀 더 자세한 인터뷰 내용을 볼 수 있다.


최 위원장은 "사글세에서 월세, 전세, 자가로 가는 '주거 상향 사다리' 라는 건 청년들에겐 이제 기대하기 힘든 일이다. 집을 소유하지 않아도 인간답게 살 수 있는 주거권을 인정받았으면 좋겠다" 라고 강조했다.

* 데이터분석 : 이지연, 윤지희 * 인포그래픽 : 임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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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정 2018.09.20 (20:15)
    데이터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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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생들 사이에선 '지·옥·고'란 말이 있다. '반지하, 옥탑방, 고시원'을 일컫는 말인데 열악한 주거환경을 상징적으로 표현하는 말이다. 서울의 한 여대 4학년인 김 모 씨도 '지·옥·고' 에 산 적이 있다.

"죄를 지은 것도 아닌데 감옥에 갇힌 기분이 들었다"고 김 씨는 말했다. "옆방에서 휴대전화 벨소리가 들릴 정도로 방음이 잘 안 돼 밤에는 창문을 열지 못했다. 곰팡이 냄새 때문에 낮엔 창문을 열어놓고 나가도 좀처럼 가시질 않았다. 난방이 안 돼 겨울엔 너무 추워서 패딩을 입고 잤고 화장실은 변기가 벽에 너무 가까이 붙어 있어서 조금 틀어서 앉아야 했다."고 말했다.

통계청 '2017년 주거실태조사'에 따르면 고시원에 거주하는 1인 가구의 비율은 20대가 가장 높다.


전 연령을 통틀어 고시원 거주 비율은 평균 5%인데 20대는 11.3%나 된다. 평균치의 두 배가 넘는다. 그 다음으론 30대가 6.5%로 높았고 40대와 50대는 상대적으로 낮다.

보증금 1,000만 원 월세 46만 원인 12㎡ 원룸의 모습

여대생 김 씨는 취재진에게 사진 한 장을 보여주며 말했다.

"홍익대 근처에 사는 제 친구 집이에요. 고시원이 아니고 원룸이에요. 보증금이 1,000 만원이고 월세가 46만 원인데 크기가 12㎡밖에 안 되요. 고시원보다 못한 것 같아요."


일단 화장실을 보면 성인 한 명이 들어가면 꽉 찰 공간에 변기와 샤워기가 힘들게 설치된 느낌이다.


침대와 옷장, 냉장고를 놓고 나면 공간이 없어 TV는 선반 위에 올려져 있다.


전자렌지는 건물 계단 중간에, 세탁기는 건물 옥상에 공용으로 하나씩 놓여 있다.

최저 주거기준 ‘14㎡’…20대 단독가구 11.9%가 거주

이 대학생이 사는 집은 주택법에 규정된 '최저 주거기준'에 못 미치는 방이다. 1인 가구의 최소 주거면적은 14㎡이다. 여기서 2㎡가 모자라지만 보증금 '1,000', 월세 '50'에 근접한 임대료를 부담하고 있다.


최저 주거기준엔 면적 외에도 방음과 환기, 대피 설비 등 다양한 세부 기준이 있다. 하지만 모든 집의 주거 상태를 일일이 확인하기엔 현실적으로 어려운 상황이다. 객관적인 자료를 얻기 위해 취재진은 최소 주거 면적인 '14㎡'에 못 미치는 집에 얼마나 많은 청년들이 살고 있으며, 또 소득 중 월세로 인한 부담은 어느 정도인지 살펴보았다.

앞서 살펴본 '2017년 주거실태조사' 원본 자료를 토대로 분석했다.


1인 가구 가운데 14㎡ 미만인 공간에 사는 비율 역시 고시원 1인 가구 비율과 마찬가지로 20대가 11.9%로 모든 연령을 통틀어 가장 높았다. 30대는 7.9%, 40대는 5.5%에 그쳤다.

14㎡ 미만에 사는 20대 단독 가구가 부담하는 월세는 어느 정도일까? 보증금까지 월세로 환산한 금액은 평균 31만 7천 원으로 14㎡ 이상인 38만 2천 원에 비해서 6만 5천 원 저렴한 수준이다.


월 소득 가운데 주택 임대료가 차지하는 비율인 RIR(Rent to Income Ratio)을 계산해 보았다. 14㎡ 미만에 사는 20대는 RIR이 무려 37.5%로 전체 연령의 RIR인 27.5%와 큰 차이를 보인다. 무엇보다 '주거 빈곤층’의 RIR 기준이 30%임을 생각해보면, 14㎡ 미만에 거주하는 20대 1인 가구의 RIR은 '주거빈곤층'의 수준에도 못미친다는 얘기다. 같은 14㎡ 미만에 거주하더라도 30, 40대 1인 가구는 RIR이 16.7%에 불과하다.

14㎡ 미만 원룸도 대학에 가까울수록 더 비싸


14㎡ 미만의 원룸 역시 대학과 거리가 가까울수록 비싸지는 것은 마찬가지였다. 보증금을 모두 월세로 환산한 뒤 3.3㎡ 기준으로 나눈 월세전환액을 기준으로 볼 때, 대학 반경 500m 안에 있으면 13만 원, 반경 1km와 2km 안에 있는 곳은 각각 12만 천 원과 11만 8천 원으로 나타났다.

취업을 해도 벗어나기 힘든 늪…“인간답게 살 권리 보장해달라”

열악한 주거환경에 시달리면서도 무거운 월세 부담을 지는 일은 단지 대학생에 국한되진 않는다. 서울 소재 호텔 관련 학과를 졸업한 김 모 씨는 졸업 전 보증금 2,000만 원에 월세 55만원짜리 원룸에 살았지만 오히려 취업한 뒤에는 '지·옥·고' 중 하나인 옥탑방에서 살게 됐다.

지금 사는 곳은 면적도 10㎡ 정도로 최저 주거기준에 한참 못 미치는데도 보증금 3,000만 원에 월세가 40만 원이나 한다. 취직한 호텔이 홍익대학교 근처에 있는 탓에 매달 15만 원의 지출을 줄이기 위해서 대학가 옥탑방을 선택했다.

김 씨는 "월급이 150만 원 안팎인데 15만 원이면 큰 돈이다. 홍대 주변이 워낙 월세가 비싸서 어쩔 수 없었다. 직장 동료들은 신도림 근처에 많이 사는데 새로 지은 건물은 월세가 70만 원 정도라 엄두를 내지 못한다."고 하소연했다.

그러면서 "겨울엔 온수매트를 틀면 나은데 햇빛을 바로 받는 여름이 힘들다. 이번 여름은 너무 더워서 견디기 괴로웠다. 매일 지방에 새로 들어서는 호텔이 있는지 알아보고 있는데 이직할 수 있다면 서울을 떠나고 싶다."고 말했다.

청년 주거문제를 다루는 단체 '민달팽이 유니온'의 최지희 위원장은 이 같은 현실이 "한국 사회가 부동산 투기를 중심으로 성장하면서 곪은 것들이 청년들에게 터진 것 같다"고 말했다. 최 위원장은 "중산층이 무너지면 무언가 큰 일이 난 것처럼 난리가 나지만 정작 청년들은 '젊어서 고생은 좀 해도 돼', '그래도 반짝반짝한 희망찬 존재'라고 생각한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다음 동영상을 클릭하면 좀 더 자세한 인터뷰 내용을 볼 수 있다.


최 위원장은 "사글세에서 월세, 전세, 자가로 가는 '주거 상향 사다리' 라는 건 청년들에겐 이제 기대하기 힘든 일이다. 집을 소유하지 않아도 인간답게 살 수 있는 주거권을 인정받았으면 좋겠다" 라고 강조했다.

* 데이터분석 : 이지연, 윤지희 * 인포그래픽 : 임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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