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로 미래로] 안나, 평양에서 영화 배우다!

입력 2018.09.29 (08:19) 수정 2018.09.29 (0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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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전주리 아나운서는 북한 영화하면 어떤 생각이 드세요?

최근에는 다소 부드러워 지긴 했지만 아무래도 강력한 체제 선전 도구라는 생각이 가장 먼저 들죠.

그렇습니다. 그런데 북한 영화의 이런 특성에 주목한 외국 영화인이 있습니다.

직접 평양을 찾아 다큐멘터리 영화를 만들었다는데요.

북한 영화 제작 현장에 대한 많은 이야기들이 담겨 있다고 합니다.

어떤 영화이고, 또 어떤 내용이 담겼을까요? 정은지 리포터와 함께 보시죠.

[리포트]

인천 주안역 인근 한 상가건물에 자리잡은 다양성 영화 전용관.

이곳에선 매달 한편의 영화를 선정해 관객들에게 소개하고 있습니다.

이번엔 선보일 작품. 아주 특별하다고 하는데 어떤 작품일까요?

[황진미/ 영화 평론가 : "굉장히 진귀한 필름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우리가 거의 접할 수 없었던 북한의 영화 만드는 산업의 모습들. 그리고 북한영화 같은 것을 잘 볼 수가 있었고요."]

잠시 후 이곳에서 관객들을 만나게 될 영화는 선전영화를 배우기 위해 북한을 방문한 안나 브로이노스키 감독의 체험기를 그린 영화입니다.

국내외의 여러 영화제에서 호평 받은 작품이라는데 과연 어떤 영화일까요?

마치 5,60년대 종로를 연상케 하는 거리.

머리가 하얀 남성의 설명을 들으며 안나 감독이 이곳저곳을 둘러보는데요.

바로 평양 영화제작소 세트장입니다. 일제 강점기 남한 거리를 만들어 놓은 거라는데요.

["여기는 어디 입니까?"]

여기는 남조선 거리. 해방 전. 이것은 형제주점, 형제가 하는 술집.

["남한은 술집하고 안마시술소 천지군요."]

다큐멘터리 영화 ‘안나, 평양에서 영화를 배우다’의 한 장면입니다.

세트를 설명하는 흰 머리의 남성은 북한 공훈예술가 박정주 감독.

북한 영화계에서 손꼽히는 연출가인 영화계 원로입니다.

박정주 감독은 특히 화내는 연기를 잘하지 못하는 배우에게 몰입할 수 있도록 지도하는 방법으로 유명하다는데요.

과연 어떤 방법일까요?

["스무 번만 앉았다 일어나 보라우. 빨리빨리! 그러는 것이 육체적 행동과 감정을 배합시키는 거야 이거. 액션!"]

이밖에도 안나 감독의 영화엔 내로라하는 북한 영화계 인사들이 총출동합니다.

리관암 감독의 영화제작 현장에선 월북한 미군으로 북한 최고의 악역 배우인 제임스 조셉 드렉스녹의 아들을 만나기도 합니다.

["(여기 사는 거예요?) 네 여기 살아요."]

북한에서 태어난 그는 아버지의 뒤를 이어 배우로 활동 중이라네요.

북한 영화음악 최고 권위자인 작곡가 배용삼 씨는 직접 영화 주제가를 선사하고, 또 음악에 대한 철학도 들려줬습니다.

["인민 앞에 사회 앞에 어떤 노래를 내가 내놓겠는가. 목적이. 수천 곡을 써도 필요 없다는 것. 단 한곡을 써도 인민들이 애창할 때 작곡가로서의 긍지가 있지 않겠습니까?"]

영화광이던 김정일 위원장 총애를 받았던 북한 최고 배우들도 화면 곳곳에 등장합니다.

그만큼 북한 당국도 안나 감독의 영화에 관심을 갖고 협조를 아끼지 않았다는 건데요.

["(엄마는 북한에 갈 거야.) 북한에요? 먹을 게 별로 없을 걸요?"]

안나 감독이 북한의 영화 제작 기법에 주목한 건 북한 영화만이 지닌 강력한 선전선동 기법 때문입니다.

다국적 기업들이 호주 시드니의 탄층가스 채굴에 나서면서 환경 파괴가 잇따르자, 안나 감독은 이를 막으려는 영화를 만들기로 결심합니다.

주목한 제작 기법도 바로 김정일 위원장이 직접 쓴 영화 지침서에 나오는 내용이었습니다.

우여곡절 끝에 평양까지 찾은 안나 감독. 처음에는 모든 게 두려웠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공포감은 편안함으로 바뀌었다고 하네요.

[안나 브로이노스키/영화감독 :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르기 때문에 조금 두려웠습니다. 그러나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는 것을 깨달았죠. 저는 정치적인 것이 아니라 영화제작에 대해서 알기 위해 북한에 갔던 것이고, 그들도 저를 믿었거든요."]

["인간을 사랑하고 자연을 사랑하고 후대들을 사랑하는 거 이런 영화를 만드는 사람들은 다 한 가족이나 같지 뭐."]

국가와 인종, 체제를 넘어 북한 영화제작현장의 다양한 모습을 전하는 <안나, 평양에서 영화를 배우다.>

촬영을 하는 동안 감독은 영화제작자로서 북한의 영화인들과 큰 유대감을 형성했다는데요.“이 다큐멘터리가 전하는 메시지는 결국 인류애다“라고 말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관객들을 만나기 위해 한국을 방문한 안나 브로이노스키 감독 사실 이 영화를 남한사회에 선보이는 건 쉽지 않았습니다.

[안나 브로노이스키/영화감독 : "잘못된 정치적 메시지를 전달하지는 않았나. 아니면 너무 논란이 많은 주제인 건 아니었는지 고민했습니다."]

[이안/영화공간 주안 관장 : "한국의 모든 영화제가 이 영화를 안나 감독이 어플라이를 해도 외면을 했어요. 남북관계가 어려웠었잖아요. 그러다 보니까 평양에서 찍은 영화를 상영한다는 자체를 심지어 국제영화제 프로그래머들조차도 어려워하는 시기였고…"]

그래서인지 감독은 한국에서 관객들을 만나는 이 시간이 꿈만 같다는데요. 북한 영화 제작의 현실을 좀 더 가까이서 보게 된 남한 영화 감독들도 새로운 꿈을 꿔봅니다.

[유동식/영화감독 : "남한이나 북한이 서로에게 가지고 있는 어떤 편견들을 영화를 통해서 치유하거나 해소할 수 있는 방법이 분명히 있다고 생각이 들어요. 그러한 영화를 서로 협력해서 좀 만들어나간다면 좋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듭니다."]

한반도에 풀어오는 평화의 바람.

안나 감독은 이제 남북 영화인들도 함께 할 시점이 됐다고 말합니다.

[안나 브로이노스키/영화감독 : "남북한의 영화제작자들이 모여서 영화를 만든다면 멋질 거예요. 카누 용선이나 태권도 같은 스포츠 선수들은 이미 단일팀을 이뤘잖아요. 이젠 영화 제작자들 차례에요."]

그의 말처럼 남북의 영화인들이 함께 만든 영화가 하루 빨리 극장에 걸리길 기대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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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통일로 미래로] 안나, 평양에서 영화 배우다!
    • 입력 2018-09-29 08:31:36
    • 수정2018-09-29 08:50:00
    남북의 창
[앵커]

전주리 아나운서는 북한 영화하면 어떤 생각이 드세요?

최근에는 다소 부드러워 지긴 했지만 아무래도 강력한 체제 선전 도구라는 생각이 가장 먼저 들죠.

그렇습니다. 그런데 북한 영화의 이런 특성에 주목한 외국 영화인이 있습니다.

직접 평양을 찾아 다큐멘터리 영화를 만들었다는데요.

북한 영화 제작 현장에 대한 많은 이야기들이 담겨 있다고 합니다.

어떤 영화이고, 또 어떤 내용이 담겼을까요? 정은지 리포터와 함께 보시죠.

[리포트]

인천 주안역 인근 한 상가건물에 자리잡은 다양성 영화 전용관.

이곳에선 매달 한편의 영화를 선정해 관객들에게 소개하고 있습니다.

이번엔 선보일 작품. 아주 특별하다고 하는데 어떤 작품일까요?

[황진미/ 영화 평론가 : "굉장히 진귀한 필름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우리가 거의 접할 수 없었던 북한의 영화 만드는 산업의 모습들. 그리고 북한영화 같은 것을 잘 볼 수가 있었고요."]

잠시 후 이곳에서 관객들을 만나게 될 영화는 선전영화를 배우기 위해 북한을 방문한 안나 브로이노스키 감독의 체험기를 그린 영화입니다.

국내외의 여러 영화제에서 호평 받은 작품이라는데 과연 어떤 영화일까요?

마치 5,60년대 종로를 연상케 하는 거리.

머리가 하얀 남성의 설명을 들으며 안나 감독이 이곳저곳을 둘러보는데요.

바로 평양 영화제작소 세트장입니다. 일제 강점기 남한 거리를 만들어 놓은 거라는데요.

["여기는 어디 입니까?"]

여기는 남조선 거리. 해방 전. 이것은 형제주점, 형제가 하는 술집.

["남한은 술집하고 안마시술소 천지군요."]

다큐멘터리 영화 ‘안나, 평양에서 영화를 배우다’의 한 장면입니다.

세트를 설명하는 흰 머리의 남성은 북한 공훈예술가 박정주 감독.

북한 영화계에서 손꼽히는 연출가인 영화계 원로입니다.

박정주 감독은 특히 화내는 연기를 잘하지 못하는 배우에게 몰입할 수 있도록 지도하는 방법으로 유명하다는데요.

과연 어떤 방법일까요?

["스무 번만 앉았다 일어나 보라우. 빨리빨리! 그러는 것이 육체적 행동과 감정을 배합시키는 거야 이거. 액션!"]

이밖에도 안나 감독의 영화엔 내로라하는 북한 영화계 인사들이 총출동합니다.

리관암 감독의 영화제작 현장에선 월북한 미군으로 북한 최고의 악역 배우인 제임스 조셉 드렉스녹의 아들을 만나기도 합니다.

["(여기 사는 거예요?) 네 여기 살아요."]

북한에서 태어난 그는 아버지의 뒤를 이어 배우로 활동 중이라네요.

북한 영화음악 최고 권위자인 작곡가 배용삼 씨는 직접 영화 주제가를 선사하고, 또 음악에 대한 철학도 들려줬습니다.

["인민 앞에 사회 앞에 어떤 노래를 내가 내놓겠는가. 목적이. 수천 곡을 써도 필요 없다는 것. 단 한곡을 써도 인민들이 애창할 때 작곡가로서의 긍지가 있지 않겠습니까?"]

영화광이던 김정일 위원장 총애를 받았던 북한 최고 배우들도 화면 곳곳에 등장합니다.

그만큼 북한 당국도 안나 감독의 영화에 관심을 갖고 협조를 아끼지 않았다는 건데요.

["(엄마는 북한에 갈 거야.) 북한에요? 먹을 게 별로 없을 걸요?"]

안나 감독이 북한의 영화 제작 기법에 주목한 건 북한 영화만이 지닌 강력한 선전선동 기법 때문입니다.

다국적 기업들이 호주 시드니의 탄층가스 채굴에 나서면서 환경 파괴가 잇따르자, 안나 감독은 이를 막으려는 영화를 만들기로 결심합니다.

주목한 제작 기법도 바로 김정일 위원장이 직접 쓴 영화 지침서에 나오는 내용이었습니다.

우여곡절 끝에 평양까지 찾은 안나 감독. 처음에는 모든 게 두려웠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공포감은 편안함으로 바뀌었다고 하네요.

[안나 브로이노스키/영화감독 :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르기 때문에 조금 두려웠습니다. 그러나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는 것을 깨달았죠. 저는 정치적인 것이 아니라 영화제작에 대해서 알기 위해 북한에 갔던 것이고, 그들도 저를 믿었거든요."]

["인간을 사랑하고 자연을 사랑하고 후대들을 사랑하는 거 이런 영화를 만드는 사람들은 다 한 가족이나 같지 뭐."]

국가와 인종, 체제를 넘어 북한 영화제작현장의 다양한 모습을 전하는 <안나, 평양에서 영화를 배우다.>

촬영을 하는 동안 감독은 영화제작자로서 북한의 영화인들과 큰 유대감을 형성했다는데요.“이 다큐멘터리가 전하는 메시지는 결국 인류애다“라고 말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관객들을 만나기 위해 한국을 방문한 안나 브로이노스키 감독 사실 이 영화를 남한사회에 선보이는 건 쉽지 않았습니다.

[안나 브로노이스키/영화감독 : "잘못된 정치적 메시지를 전달하지는 않았나. 아니면 너무 논란이 많은 주제인 건 아니었는지 고민했습니다."]

[이안/영화공간 주안 관장 : "한국의 모든 영화제가 이 영화를 안나 감독이 어플라이를 해도 외면을 했어요. 남북관계가 어려웠었잖아요. 그러다 보니까 평양에서 찍은 영화를 상영한다는 자체를 심지어 국제영화제 프로그래머들조차도 어려워하는 시기였고…"]

그래서인지 감독은 한국에서 관객들을 만나는 이 시간이 꿈만 같다는데요. 북한 영화 제작의 현실을 좀 더 가까이서 보게 된 남한 영화 감독들도 새로운 꿈을 꿔봅니다.

[유동식/영화감독 : "남한이나 북한이 서로에게 가지고 있는 어떤 편견들을 영화를 통해서 치유하거나 해소할 수 있는 방법이 분명히 있다고 생각이 들어요. 그러한 영화를 서로 협력해서 좀 만들어나간다면 좋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듭니다."]

한반도에 풀어오는 평화의 바람.

안나 감독은 이제 남북 영화인들도 함께 할 시점이 됐다고 말합니다.

[안나 브로이노스키/영화감독 : "남북한의 영화제작자들이 모여서 영화를 만든다면 멋질 거예요. 카누 용선이나 태권도 같은 스포츠 선수들은 이미 단일팀을 이뤘잖아요. 이젠 영화 제작자들 차례에요."]

그의 말처럼 남북의 영화인들이 함께 만든 영화가 하루 빨리 극장에 걸리길 기대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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