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따라잡기] ‘코미디 1번지’ 청도군, 축제 앞두고 ‘잡음’…무슨 일이?

입력 2018.10.03 (08:34) 수정 2018.10.03 (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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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소싸움으로 잘 알려진 경북 청도가 요즘 유명세를 타는게 또 한가지 있는데요,

바로 개그맨 전유성씨가 기획한 코미디 축제입니다.

관광객이 몰리면서 청도를 알리는 지역축제로 자리매김했는데요,

그런데 청도군 주민임을 자랑하며 이곳을 코미디 중심지로 만든 전유성씨가 올해 축제를 앞두고 갑자기 청도를 떠났습니다.

어찌된 사연인지 그 속사정을 따라가 봤습니다.

[리포트]

경상북도 청도군의 한 마을.

이곳엔 매년 10월이 되면 30만 명이 넘는 관광객이 몰려듭니다.

바로 세계코미디아트페스티벌이 열리기 때문인데요.

어떻게 작은 시골마을이 세계적인 코미디 축제가 열리는 명소가 된 걸까요.

그 시작은 개그맨 전유성 씨 였습니다.

코미디와 청도의 인연은 2007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전유성 씨 지인/음성변조 : "(전유성 씨가)좋은 아이디어가 있다. 청도가 소가 유명하니까 ‘개나 소나 콘서트’를 하면 어떻겠냐고 해서…."]

2년의 준비 끝에 열린 ‘개나 소나 콘서트’.

반려동물과 함께 즐길 수 있는 데다가 유명 가수들이 출연해 재밌다는 입소문이 퍼졌습니다.

[전유성 씨 지인/음성변조 : "야외 공연장이 꽉 찰 정도로 앞에 도로가 다 막힐 정도로 (관광객이 많이 왔어요)."]

코미디 콘서트가 흥행하면서 2011년에는 철가방 극장까지 개관합니다.

철가방 극장에 대한 애착이 남달랐던 전 씨.

[전유성/2014년 '인간의 조건' 중 : "코미디만을 위해서 만들어진 곳은 여기 하나야."]

[김준호/2014년 '인간의 조건' 중 : "여기 극장이 들어올 자리가 아니잖아요. 여기에 극장을 짓고 공연한다는 거 자체가 콜럼버스…."]

전 씨는 공연을 올릴 개그맨 후배들을 양성하기 위해 함께 공연을 기획하고 가르치기도 했습니다.

[전유성 씨 지인/음성변조 : "아무 수입이 없는데 먹이고 재우고 해야 되잖아요. 자기가 아끼던 카메라까지 팔아서 후진 양성을 했죠."]

고생 덕분이었을까요. 철가방 극장은 7년 간 20만 명이 공연을 보기 위해 다녀갈 정도로 인기였는데요.

[전유성 씨 지인/음성변조 : "주말마다 매일 거의 매진이 되었어요. 관광버스도 많이 오고…. 문화 행사가 대단하다."]

관광객이 늘자, 청도군의 경제도 살아났습니다.

[경북 청도군 군민/음성변조 : "일단 (공연을) 보러 오면 커피라도 한 잔 더 팔았죠. (전유성 씨가) 방송 한 번씩 나와서 청도 이야기 하면 (관광객들이) 많이 찾아왔거든요."]

관광객들이 늘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바로 전유성만이 개발한 콘텐츠와, 시골에서는 보기 힘든 유명 개그맨과 가수들의 출연 때문이었는데요.

[전유성 씨 지인/음성변조 : "이문세 씨나 이런 사람들이 무료 출연을 했어요. ‘지나가는 길에 들렸습니다.’ 하면서 그냥 공연을 해주고…. 개그맨은 거의 다 왔다고 보시면 되고요."]

3년 전부턴 세계 코미디 아트 페스티벌을 열면서 세계적인 관심도 받게 되는데요.

전 씨가 조직위원장을 맡으면서 직접 해외에서 연기자들을 섭외하기도 했습니다.

[김준호/2014년 '인간의 조건' 중 : "청도를 코미디의 메카로 만들려고 하시는 거예요?"]

[전유성/2014년 '인간의 조건' 중 : "그럼. 이왕이면 내가 있는 동안에는."]

그런데, 올해 행사를 한 달도 채 남겨두지 않고 돌연 전유성 씨는 청도를 떠났습니다.

개인 SNS에 의미심장한 글도 남겼는데요.

이번 세계코미디아트페스티벌은 자신이 한 게 아니라며 자신은 지리산으로 이사 왔다는 내용입니다.

전 씨는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10년 동안 함께 일해 온 청도군청에 모욕감을 느껴 떠날 수밖에 없다고 말했습니다.

코미디를 위해 평생을 살아온 전 씨가 모욕감을 느꼈던 이유는 뭘까.

[청도군청 관계자/음성변조 : "3일간 진행되는 대규모 행사인 만큼 전 분야에 대한 행사를 총괄하고자 청도군에서 주관하게 되었고요. 그다음에 공연의 기획과 연출은 전유성 씨 자문을 받아 추진하기로 그렇게 결정이 되었습니다."]

주최를 전 씨가 소속된 민간단체에서 군청으로 바꾸는 데 전 씨의 의사는 배제된 채 진행됐다는데요.

그 과정에서 갈등이 있었던 걸로 보입니다.

[청도군청 관계자/음성변조 : "결정 사항을 미리 전유성 씨한테 전달할 타이밍을 군에서 조금 맞추지 못해서 그런 오해가 생긴 것 같습니다. 협의하려고 하는 와중에 먼저 알고 들어와서 안 좋은 일이 좀 있었던 것 같습니다."]

뒤늦게 다른 사람을 통해, 주최가 바뀌었다는 걸 알게 된 전 씨. 화가 나 급기야 군청에 찾아오기까지 했다는데요.

그 과정에서 담당 직원과 말다툼을 벌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전유성 씨 지인/음성변조 : "내가 당신한테 보고를 왜 해, 민간인한테 우리가 보고할 이유가 없지 않냐…."]

군청에서 뒤늦게 말실수를 했다며 사과에 나섰지만 전 씨의 마음을 돌려놓을 순 없었습니다.

주민들과 가까이 지내며 진정한 청도의 군민이 되고자 했던 전 씨. 주민들은 아쉬움을 지울 수 없습니다.

[경북 청도 군민/음성변조 : "많이 도와주셨죠. 술도 한 잔 먹고 좋은 소리 하시고 ‘장사 잘해라.’ 하고…. 전유성 씨 때문에 청도 많이 발전했죠."]

개그계의 대부인 전 씨를 따라 청도에서 매년 공연을 했던 후배들도 아쉬운 건 마찬가지인데요.

[개그맨/음성변조: "저는 가서 응원하는 거 밖에는 할 게 없더라고요. 속상했죠."]

지역 축제에서 가장 중요한 건 축제를 기획하는 능력과 노하우를 가진 인재가 중심이 돼야 한다는 걸 지자체들은 잊지 말아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하는데요.

[김수경/우송정보대학 호텔관광과 교수 : "조직위원회가 가지고 있는 그동안의 노하우. 그리고 전유성 씨의 어떤 브랜드 가치 그리고 전유성 씨를 바탕으로 한 다양한 축제 프로그램에 대한 가치가 상당히 높다고 판단을 하고 나름의 교류를 지속할 필요는 있다고 봅니다."]

군청은 12일부터 시작되는 세계코미디아트 페스티벌이 차질없이 진행될 거라고 밝혔습니다.

전세계에 다시 없을 시골 마을의 코미디 관광 상품화 성공 사례.

청도군의 효자 노릇을 하는 코미디 축제가 어떤 모습으로 변모할지, 지켜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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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스 따라잡기] ‘코미디 1번지’ 청도군, 축제 앞두고 ‘잡음’…무슨 일이?
    • 입력 2018-10-03 08:42:38
    • 수정2018-10-03 09:2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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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소싸움으로 잘 알려진 경북 청도가 요즘 유명세를 타는게 또 한가지 있는데요,

바로 개그맨 전유성씨가 기획한 코미디 축제입니다.

관광객이 몰리면서 청도를 알리는 지역축제로 자리매김했는데요,

그런데 청도군 주민임을 자랑하며 이곳을 코미디 중심지로 만든 전유성씨가 올해 축제를 앞두고 갑자기 청도를 떠났습니다.

어찌된 사연인지 그 속사정을 따라가 봤습니다.

[리포트]

경상북도 청도군의 한 마을.

이곳엔 매년 10월이 되면 30만 명이 넘는 관광객이 몰려듭니다.

바로 세계코미디아트페스티벌이 열리기 때문인데요.

어떻게 작은 시골마을이 세계적인 코미디 축제가 열리는 명소가 된 걸까요.

그 시작은 개그맨 전유성 씨 였습니다.

코미디와 청도의 인연은 2007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전유성 씨 지인/음성변조 : "(전유성 씨가)좋은 아이디어가 있다. 청도가 소가 유명하니까 ‘개나 소나 콘서트’를 하면 어떻겠냐고 해서…."]

2년의 준비 끝에 열린 ‘개나 소나 콘서트’.

반려동물과 함께 즐길 수 있는 데다가 유명 가수들이 출연해 재밌다는 입소문이 퍼졌습니다.

[전유성 씨 지인/음성변조 : "야외 공연장이 꽉 찰 정도로 앞에 도로가 다 막힐 정도로 (관광객이 많이 왔어요)."]

코미디 콘서트가 흥행하면서 2011년에는 철가방 극장까지 개관합니다.

철가방 극장에 대한 애착이 남달랐던 전 씨.

[전유성/2014년 '인간의 조건' 중 : "코미디만을 위해서 만들어진 곳은 여기 하나야."]

[김준호/2014년 '인간의 조건' 중 : "여기 극장이 들어올 자리가 아니잖아요. 여기에 극장을 짓고 공연한다는 거 자체가 콜럼버스…."]

전 씨는 공연을 올릴 개그맨 후배들을 양성하기 위해 함께 공연을 기획하고 가르치기도 했습니다.

[전유성 씨 지인/음성변조 : "아무 수입이 없는데 먹이고 재우고 해야 되잖아요. 자기가 아끼던 카메라까지 팔아서 후진 양성을 했죠."]

고생 덕분이었을까요. 철가방 극장은 7년 간 20만 명이 공연을 보기 위해 다녀갈 정도로 인기였는데요.

[전유성 씨 지인/음성변조 : "주말마다 매일 거의 매진이 되었어요. 관광버스도 많이 오고…. 문화 행사가 대단하다."]

관광객이 늘자, 청도군의 경제도 살아났습니다.

[경북 청도군 군민/음성변조 : "일단 (공연을) 보러 오면 커피라도 한 잔 더 팔았죠. (전유성 씨가) 방송 한 번씩 나와서 청도 이야기 하면 (관광객들이) 많이 찾아왔거든요."]

관광객들이 늘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바로 전유성만이 개발한 콘텐츠와, 시골에서는 보기 힘든 유명 개그맨과 가수들의 출연 때문이었는데요.

[전유성 씨 지인/음성변조 : "이문세 씨나 이런 사람들이 무료 출연을 했어요. ‘지나가는 길에 들렸습니다.’ 하면서 그냥 공연을 해주고…. 개그맨은 거의 다 왔다고 보시면 되고요."]

3년 전부턴 세계 코미디 아트 페스티벌을 열면서 세계적인 관심도 받게 되는데요.

전 씨가 조직위원장을 맡으면서 직접 해외에서 연기자들을 섭외하기도 했습니다.

[김준호/2014년 '인간의 조건' 중 : "청도를 코미디의 메카로 만들려고 하시는 거예요?"]

[전유성/2014년 '인간의 조건' 중 : "그럼. 이왕이면 내가 있는 동안에는."]

그런데, 올해 행사를 한 달도 채 남겨두지 않고 돌연 전유성 씨는 청도를 떠났습니다.

개인 SNS에 의미심장한 글도 남겼는데요.

이번 세계코미디아트페스티벌은 자신이 한 게 아니라며 자신은 지리산으로 이사 왔다는 내용입니다.

전 씨는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10년 동안 함께 일해 온 청도군청에 모욕감을 느껴 떠날 수밖에 없다고 말했습니다.

코미디를 위해 평생을 살아온 전 씨가 모욕감을 느꼈던 이유는 뭘까.

[청도군청 관계자/음성변조 : "3일간 진행되는 대규모 행사인 만큼 전 분야에 대한 행사를 총괄하고자 청도군에서 주관하게 되었고요. 그다음에 공연의 기획과 연출은 전유성 씨 자문을 받아 추진하기로 그렇게 결정이 되었습니다."]

주최를 전 씨가 소속된 민간단체에서 군청으로 바꾸는 데 전 씨의 의사는 배제된 채 진행됐다는데요.

그 과정에서 갈등이 있었던 걸로 보입니다.

[청도군청 관계자/음성변조 : "결정 사항을 미리 전유성 씨한테 전달할 타이밍을 군에서 조금 맞추지 못해서 그런 오해가 생긴 것 같습니다. 협의하려고 하는 와중에 먼저 알고 들어와서 안 좋은 일이 좀 있었던 것 같습니다."]

뒤늦게 다른 사람을 통해, 주최가 바뀌었다는 걸 알게 된 전 씨. 화가 나 급기야 군청에 찾아오기까지 했다는데요.

그 과정에서 담당 직원과 말다툼을 벌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전유성 씨 지인/음성변조 : "내가 당신한테 보고를 왜 해, 민간인한테 우리가 보고할 이유가 없지 않냐…."]

군청에서 뒤늦게 말실수를 했다며 사과에 나섰지만 전 씨의 마음을 돌려놓을 순 없었습니다.

주민들과 가까이 지내며 진정한 청도의 군민이 되고자 했던 전 씨. 주민들은 아쉬움을 지울 수 없습니다.

[경북 청도 군민/음성변조 : "많이 도와주셨죠. 술도 한 잔 먹고 좋은 소리 하시고 ‘장사 잘해라.’ 하고…. 전유성 씨 때문에 청도 많이 발전했죠."]

개그계의 대부인 전 씨를 따라 청도에서 매년 공연을 했던 후배들도 아쉬운 건 마찬가지인데요.

[개그맨/음성변조: "저는 가서 응원하는 거 밖에는 할 게 없더라고요. 속상했죠."]

지역 축제에서 가장 중요한 건 축제를 기획하는 능력과 노하우를 가진 인재가 중심이 돼야 한다는 걸 지자체들은 잊지 말아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하는데요.

[김수경/우송정보대학 호텔관광과 교수 : "조직위원회가 가지고 있는 그동안의 노하우. 그리고 전유성 씨의 어떤 브랜드 가치 그리고 전유성 씨를 바탕으로 한 다양한 축제 프로그램에 대한 가치가 상당히 높다고 판단을 하고 나름의 교류를 지속할 필요는 있다고 봅니다."]

군청은 12일부터 시작되는 세계코미디아트 페스티벌이 차질없이 진행될 거라고 밝혔습니다.

전세계에 다시 없을 시골 마을의 코미디 관광 상품화 성공 사례.

청도군의 효자 노릇을 하는 코미디 축제가 어떤 모습으로 변모할지, 지켜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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