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로 미래로] 탈북 학생들이 알려 주는 ‘분단’의 예술

입력 2018.10.13 (08:19) 수정 2018.10.13 (0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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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우리는 세계 유일의 분단국가에 살고 있지만 일상에서는 그 사실을 잊고 지내는 경우가 많습니다.

정전협정을 맺은지도 어느덧 65년인데요.

오래되다보니 모두가 분단에 익숙해진 것은 아닐까 싶네요.

그래서 오늘은 분단의 현실을 다시 한 번 생각하게 하는 전 세계의 예술작품들을 소개할까 합니다.

탈북민 학생들이 직접 작품들을 설명하는 오디오 가이드를 녹음하기도 했다는데요.

어떤 작품인지 정은지 리포터와 함께 만나보시죠.

[리포트]

가을이 온지도 모르는 지 부산현대미술관의 외벽은 아직 푸르기만 합니다.

남북화해에 대한 이슈가 연일 쏟아지는 요즘 많은 이들의 발길이 이곳을 향하는 건 예술작품을 통해 분단의 의미를 생각해보기 위해선데요.

‘비록 떨어져 있어도’라는 주제로 지난 9월 개막한 2018 부산비엔날레.

무려 35개국, 66명의 작가들이 참여한 대형 전시입니다.

[최승현/부산 비엔날레 전시팀 팀장 : "분리와 분단을 겪고 있는 나라는 굉장히 많고 그리고 전쟁이라는 어떤 원인 때문에 아픔을 안고 가는 사람들이 굉장히 많은데 그 이야기를 보편적으로 한 번 풀어보고 어떤 미래를 준비할 것인가에 대한 고찰을 한 번 해보자..."]

국내 3대 비엔날레 중 하나인 부산 비엔날레 현장입니다.

2년 전 열렸던 행사에 비해 규모가 대폭 축소되었지만 오히려 관객들의 반응은 뜨겁다는데요.

어떤 작품들인지 저와 함께 감상해보실까요?

독일 통일 후 나타난 부작용을 애도하는 의미로 세운 제단부터 집단 학살을 피해 망명한 작가의 트라우마를 눈물로 표현한 작품까지.

해외 작가들의 작품을 통해 관객들은 세계 곳곳의 분단과 분열을 경험합니다.

그러나 역시 한국 관객들에겐 우리 현실을 그린 한국 작가들의 작품이 좀 더 와 닿는 모양입니다.

[송선영/부산시 금정구 : "국외는 저희가 실제로 보지 못하는 뉴스로 자주 보는 그런 전쟁 같은 화면이 많이 있었고 국내 작품은 저희가 분단국가잖아요. 이산가족도 그렇고 저희가 쉽게 와 닿을 수 있는 그런 작품이 많아서..."]

방송국 스튜디오 중앙에 놓인 허수아비와 염소.

조금 우스꽝스럽게 보일 수 있는 풍경이지만 그 속엔 아픔이 있습니다.

1983년, 헤어진 가족을 찾기 위해 방송국 앞으로 몰려든 사람들.

한번이라도 더 카메라에 잡혀야 가족을 찾을 수 있다는 생각에 염소를 끌고 오거나 허수아비 복장을 하기도 했는데요.

당시 중학생이었던 임민욱 작가에게 이산가족 찾기 생방송은 잊지 못할 강렬한 기억이었습니다.

[임민욱/작가 : "엄마도 울고, 아버지도 울고 모든 이웃이 울었던 기억을 갖고 있을 거예요. 신원미상이라고 자신을 서술하면서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을 포기하지 않았던 사람들에 대한 경의를 더 표하고 싶다하는 마음에서..."]

산산조각 난 채 전시장을 꽉 채운 기둥들.

파괴의 순간이지만 어딘가 경쾌해 보이기도 하는데요.

부서진 기둥을 물끄러미 바라보는 여성은 이 기둥들을 세우고 또 부숴버린 장본인입니다.

[서민정/작가 : "서로서로가 이제 다 다른 세계관을 가지고 있지 않습니까? 남한뿐만이 아니라 아마 북한의 주민들도 마찬가지라고 생각을 합니다. 그들 안에 지금까지 견고하게 갇혀 있었던 세계관이 한번은 부서져야 되고 그거를 나아가 새로운 게 구축될 수 있다..."]

알쏭달쏭한 현대미술이지만 내막을 알면 재미있는 작품들!

미술 해설사의 설명을 듣거나 오디오 가이드를 이용한다면 전시를 더 제대로 즐길 수 있겠죠?

그런데 이번 비엔날레의 오디오 가이드엔 조금 특별한 점이 있다네요.

["냉전시대에 미국과 중국이라는 두 열강사이에 놓였던 타이완의 정치적, 경제적 상황살펴볼 수 있는 아카이브로 구성된다."]

작품을 설명하는 앳된 목소리에 묻어나는 북한 말씨. 영.호남 유일의 탈북민 학교인 장대현 학교 학생들의 목소리입니다.

[문주화/부산 비엔날레 홍보·마케팅 팀장 : "태어나면서부터 분단의 아픔을 겪어야 했던 그런 탈북 청소년들이 만약에 그들의 목소리로 작품 설명을 해 준다면 관람객이 조금 더 전시를 의미를 더 잘 이해할 수 있지 않을까."]

마침 이날은 녹음에 참여한 학생들이 자신이 가이드를 녹음한 작품들을 보기 위해 전시장을 찾았는데요.

오디오 가이드를 통해 다시 확인해보는 작품의 의미!

하지만 스피커를 통해 흘러나오는 자신의 목소리가 조금 쑥스러운 모양입니다.

[김예찬/장대현 학교 중학교 2학년 : "제 목소리를 제가 다른 목소리로 듣는 경우가 기분이 이상하긴 한데 좀 신선한 느낌이 들었어요. 작가마다 이렇게 분단을 생각하는 마음이 좀 다르구나 이렇게 표현할 수도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박세려/장대현 학교 고등학교 1학년 : "녹음했을 때는 그냥 글 읽느라 정신없었는데 이렇게 직접작품을 보니까 이런 작품들을 해설할 수 있게 돼서 좀 영광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제 뒤로 보이는 작품은 과자를 먹으며 평화를 기원하는 관객참여형 작품입니다.

이번 전시의 화제작 중 하나라는데요.

관객들의 바람처럼 언젠가 남과 북의 사람들이 함께 달달한 초코과자를 먹을 날을 기대케 합니다.

전시장을 찾은 사람들이 남북 평화를 기원하며 먹은 자리가 비면서 보름달처럼 둥그렇던 작품은 모양이 이지러졌습니다.

장대현 학교의 학생들도 과자를 먹으며 그 의미를 되새겨 보는데요.

[박세려/장대현 학교 고등학교 1학년 : "주변에도 북한에서 오신 분들이 많고 그러다 보니까 그냥 하루빨리 통일이 돼서 북한에 있는 가족들 빨리 만날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남북분단의 현실을 겪고 있는 관객들에게 이번 전시는 남다르게 다가올 수밖에 없습니다.

너무나 무거워서, 또 불편해서 외면하고 싶었던 분단이란 주제.

조금 용기를 내어 마주해보면 통일의 그 날도 한 걸음 일찍 찾아오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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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통일로 미래로] 탈북 학생들이 알려 주는 ‘분단’의 예술
    • 입력 2018-10-13 08:36:17
    • 수정2018-10-13 08:42:26
    남북의 창
[앵커]

우리는 세계 유일의 분단국가에 살고 있지만 일상에서는 그 사실을 잊고 지내는 경우가 많습니다.

정전협정을 맺은지도 어느덧 65년인데요.

오래되다보니 모두가 분단에 익숙해진 것은 아닐까 싶네요.

그래서 오늘은 분단의 현실을 다시 한 번 생각하게 하는 전 세계의 예술작품들을 소개할까 합니다.

탈북민 학생들이 직접 작품들을 설명하는 오디오 가이드를 녹음하기도 했다는데요.

어떤 작품인지 정은지 리포터와 함께 만나보시죠.

[리포트]

가을이 온지도 모르는 지 부산현대미술관의 외벽은 아직 푸르기만 합니다.

남북화해에 대한 이슈가 연일 쏟아지는 요즘 많은 이들의 발길이 이곳을 향하는 건 예술작품을 통해 분단의 의미를 생각해보기 위해선데요.

‘비록 떨어져 있어도’라는 주제로 지난 9월 개막한 2018 부산비엔날레.

무려 35개국, 66명의 작가들이 참여한 대형 전시입니다.

[최승현/부산 비엔날레 전시팀 팀장 : "분리와 분단을 겪고 있는 나라는 굉장히 많고 그리고 전쟁이라는 어떤 원인 때문에 아픔을 안고 가는 사람들이 굉장히 많은데 그 이야기를 보편적으로 한 번 풀어보고 어떤 미래를 준비할 것인가에 대한 고찰을 한 번 해보자..."]

국내 3대 비엔날레 중 하나인 부산 비엔날레 현장입니다.

2년 전 열렸던 행사에 비해 규모가 대폭 축소되었지만 오히려 관객들의 반응은 뜨겁다는데요.

어떤 작품들인지 저와 함께 감상해보실까요?

독일 통일 후 나타난 부작용을 애도하는 의미로 세운 제단부터 집단 학살을 피해 망명한 작가의 트라우마를 눈물로 표현한 작품까지.

해외 작가들의 작품을 통해 관객들은 세계 곳곳의 분단과 분열을 경험합니다.

그러나 역시 한국 관객들에겐 우리 현실을 그린 한국 작가들의 작품이 좀 더 와 닿는 모양입니다.

[송선영/부산시 금정구 : "국외는 저희가 실제로 보지 못하는 뉴스로 자주 보는 그런 전쟁 같은 화면이 많이 있었고 국내 작품은 저희가 분단국가잖아요. 이산가족도 그렇고 저희가 쉽게 와 닿을 수 있는 그런 작품이 많아서..."]

방송국 스튜디오 중앙에 놓인 허수아비와 염소.

조금 우스꽝스럽게 보일 수 있는 풍경이지만 그 속엔 아픔이 있습니다.

1983년, 헤어진 가족을 찾기 위해 방송국 앞으로 몰려든 사람들.

한번이라도 더 카메라에 잡혀야 가족을 찾을 수 있다는 생각에 염소를 끌고 오거나 허수아비 복장을 하기도 했는데요.

당시 중학생이었던 임민욱 작가에게 이산가족 찾기 생방송은 잊지 못할 강렬한 기억이었습니다.

[임민욱/작가 : "엄마도 울고, 아버지도 울고 모든 이웃이 울었던 기억을 갖고 있을 거예요. 신원미상이라고 자신을 서술하면서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을 포기하지 않았던 사람들에 대한 경의를 더 표하고 싶다하는 마음에서..."]

산산조각 난 채 전시장을 꽉 채운 기둥들.

파괴의 순간이지만 어딘가 경쾌해 보이기도 하는데요.

부서진 기둥을 물끄러미 바라보는 여성은 이 기둥들을 세우고 또 부숴버린 장본인입니다.

[서민정/작가 : "서로서로가 이제 다 다른 세계관을 가지고 있지 않습니까? 남한뿐만이 아니라 아마 북한의 주민들도 마찬가지라고 생각을 합니다. 그들 안에 지금까지 견고하게 갇혀 있었던 세계관이 한번은 부서져야 되고 그거를 나아가 새로운 게 구축될 수 있다..."]

알쏭달쏭한 현대미술이지만 내막을 알면 재미있는 작품들!

미술 해설사의 설명을 듣거나 오디오 가이드를 이용한다면 전시를 더 제대로 즐길 수 있겠죠?

그런데 이번 비엔날레의 오디오 가이드엔 조금 특별한 점이 있다네요.

["냉전시대에 미국과 중국이라는 두 열강사이에 놓였던 타이완의 정치적, 경제적 상황살펴볼 수 있는 아카이브로 구성된다."]

작품을 설명하는 앳된 목소리에 묻어나는 북한 말씨. 영.호남 유일의 탈북민 학교인 장대현 학교 학생들의 목소리입니다.

[문주화/부산 비엔날레 홍보·마케팅 팀장 : "태어나면서부터 분단의 아픔을 겪어야 했던 그런 탈북 청소년들이 만약에 그들의 목소리로 작품 설명을 해 준다면 관람객이 조금 더 전시를 의미를 더 잘 이해할 수 있지 않을까."]

마침 이날은 녹음에 참여한 학생들이 자신이 가이드를 녹음한 작품들을 보기 위해 전시장을 찾았는데요.

오디오 가이드를 통해 다시 확인해보는 작품의 의미!

하지만 스피커를 통해 흘러나오는 자신의 목소리가 조금 쑥스러운 모양입니다.

[김예찬/장대현 학교 중학교 2학년 : "제 목소리를 제가 다른 목소리로 듣는 경우가 기분이 이상하긴 한데 좀 신선한 느낌이 들었어요. 작가마다 이렇게 분단을 생각하는 마음이 좀 다르구나 이렇게 표현할 수도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박세려/장대현 학교 고등학교 1학년 : "녹음했을 때는 그냥 글 읽느라 정신없었는데 이렇게 직접작품을 보니까 이런 작품들을 해설할 수 있게 돼서 좀 영광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제 뒤로 보이는 작품은 과자를 먹으며 평화를 기원하는 관객참여형 작품입니다.

이번 전시의 화제작 중 하나라는데요.

관객들의 바람처럼 언젠가 남과 북의 사람들이 함께 달달한 초코과자를 먹을 날을 기대케 합니다.

전시장을 찾은 사람들이 남북 평화를 기원하며 먹은 자리가 비면서 보름달처럼 둥그렇던 작품은 모양이 이지러졌습니다.

장대현 학교의 학생들도 과자를 먹으며 그 의미를 되새겨 보는데요.

[박세려/장대현 학교 고등학교 1학년 : "주변에도 북한에서 오신 분들이 많고 그러다 보니까 그냥 하루빨리 통일이 돼서 북한에 있는 가족들 빨리 만날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남북분단의 현실을 겪고 있는 관객들에게 이번 전시는 남다르게 다가올 수밖에 없습니다.

너무나 무거워서, 또 불편해서 외면하고 싶었던 분단이란 주제.

조금 용기를 내어 마주해보면 통일의 그 날도 한 걸음 일찍 찾아오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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