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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후] 침묵하는 세종누리학교와 ‘학교 명예’ 챙겨 주는 학부모회…사실 따져보니
입력 2018.10.19 (11:30) 수정 2018.10.20 (14:38) 취재후
KBS는 지난 15일과 17일 세종시 공립 특수학교인 누리학교에서 벌어진 폭력 사건을 연속 보도했습니다. 지난해 4월 교사 A씨는 당시 9살 김 모 군의 뒷목을 잡아 매트에 누르고 양 팔을 잡아 흔들었습니다. 올해 1월에는 사회복무요원이 김 군의 양 팔을 잡아 흔들어 앉히고, 무릎으로 복부 등을 눌렀습니다. 두 사건 모두 김 군의 아버지가 직접 목격했고, 증거 사진과 진단서가 남아 있습니다.



지난 8월에는 또 다 교사 B씨가 2학년 김 모 양의 양 발을 잡고, 복도에서 교실까지 2미터 가량 질질 끌고 들어갔습니다. 이 모습은 학교 복도 CCTV에 고스란히 담겼습니다.


누리학교 “폭력적인 김 군 말리려다 그랬다”…김 양에 대해선 ‘묵묵부답’

KBS는 보도 전 누리학교에 사실 확인을 요청했습니다. 학교는 "김 군이 교사의 뺨과 낭심을 때리는 등 폭력적 행동을 보여 이를 막으려다 벌어진 일"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또 "김 군 부모와 합의해 A 교사의 '각서'만 받고 징계하지 않았다"고 밝혔습니다. 사회복무요원의 폭력 역시 "김 군이 다른 교사와 학생들에게 물건을 던져 사회복무요원이 막으려던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김 양을 복도에서 끌어간 부분에 대해서도 여러 차례 해명을 요구했지만 답이 없었습니다. 다만 세종시교육청을 통해 "교사와 학생이 평소에 친근한 사이였고, 복도에 둘 수 없어 그랬다"는 해명을 전해들었습니다.

학교는 말이 없는데…“학교 명예 실추됐다”는 학부모회

보도가 이어지자 KBS에 항의한 건 학교가 아니었습니다. 세종 누리학교 학부모회는 어제(18일) 오전 11시 학교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KBS 보도로 학교의 명예가 실추됐다"고 밝혔습니다. 아래는 기자회견문입니다.


요약하면, 김 군은 9살도 피해자도 아닌 학교폭력 가해자이고, A교사를 징계 또는 신고하지 않은 것도 김 군 부모가 동의해 문제가 없다는 겁니다.


먼저 사실관계를 바로잡기 위해 김 군의 진단서 일부를 공개합니다. 2008년 생, 지난해 만 9살입니다.

학부모회는 "임원진 8명이 그제(17일) 모여 기자회견문을 썼고, 기자회견 1시간 전인 어제(18일) 오전 10시 학부모 전체 회의를 열었다"고 밝혔습니다. "전체 회의에는 20여 명이 참석했고, 참석자가 모두 동의해 회견문을 발표했다"고 덧붙였습니다. 누리학교 재학생은 모두 132명입니다. 김 군의 나이에 대해서는 "실제로는 올해 13살이라는 말을 학교에서 전해 들었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KBS와 통화한 다른 학부모는 "학부모회가 부모가 아닌 학교의 입장을 대변하는 것 같다"며, "기자회견문도 사전에 충분한 설명 없이 발표됐다"고 말했습니다. 다른 학부모도 "기자회견 전에 회견문의 내용을 몰랐다"며, "회의의 주된 내용은 김 군의 폭력성에 대한 것이었다"고 했습니다. 또 "김 양을 복도에서 끌어낸 부분에 대해선 얘기가 거의 없었다"고 대답했습니다.

사건 당시 김 군 부모가 A교사에 대한 징계나 경찰 신고를 학교 측에 강하게 요구하지 못한 점은 맞습니다. KBS는 당시 상황이 잘 드러난 인권지원단 협의록 일부를 공개합니다. 인권지원단에서는 학교와 교육청, 경찰, 김 군 부모 등이 모여 사태 해결을 논의했습니다.


이 회의에 대해 김 군 부모는 "용서하지 않을 수 없는 분위기였다"고 말하지만, 학교 측은 "당시 모두 동의가 끝난 사안"이라고 주장합니다.

자폐 장애 2급 김 군, 어떻게 가해자가 되었나.

그렇다면 학교와 일부 학부모들은 김 군에게 왜 자꾸 피해자가 아닌 '가해자'라고 하는 걸까요?

김 군은 자폐 장애 2급입니다. 활발한 의사소통이 어렵고 폭력적 '문제 행동'을 할 수 있습니다. 학교는 지난 1월 김 군이 다른 학생 10명에게 총 57회, 교사 4명에게 총 33회 폭행을 저질렀다며, 이 사실을 한꺼번에 모아 학교폭력위원회를 열었습니다. 결과는 '강제 전학'이었습니다.

어떤 폭행을 저질렀는지 학교에 물었습니다. 학교는 "김 군이 30cm 자를 휘두르고, 물건을 던져 맞은 학생이 피가 나고, 친구의 후드티를 당기는 등 폭행을 했다"며, "피해 학부모들이 강하게 항의해 학폭위를 열었고 절차에 따라 처리했다"고 설명했습니다. 폭력 행동을 보일 수 있는 장애 학생이 폭력적이라며 특수학교에서 잘린 셈입니다.

김 군 부모는 "김 군도 친구들에게 비슷한 수준의 폭행을 당한 적이 있었고, 교사의 폭력 등을 문제삼았더니 학교가 아이를 강제 전학시켰다"고 주장합니다. 이 주장을 잠시 접어두더라도, 김 군의 문제 행동이 자폐장애를 가진 김 군의 '잘못'일까요? 장애인 교육기관인 특수학교가 김 군을 '강제 전학' 시켜 학교 밖으로 내보내는 것이 최선일까요?

김 군은 지난 3월 일반학교 특수반으로 옮긴 뒤 학교 생활에 잘 적응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김 군 부모는 "비장애인 학생들과 통합수업도 한다"며, "담임 선생님은 아들을 '장난기 많고 밝은 아이'로 안다"고 말했습니다.

특수학교 안에서 충돌하는 인권.."시스템 개선해야"

특수학교 안에서 학생 대 학생, 학생 대 교사의 인권은 시시때때로 충돌합니다. 학생은 다른 학생을 때리기도 하고, 교사에게 물건을 던지기도 합니다. 하지만 '고의'가 아니라 '장애'로 인한 것이고, 특수학교는 이런 '문제 행동'을 극복해 보자며 만든 곳입니다. 이런 학교에서 교사가 학생을 과도하게 제압하면, 이번엔 학생의 인권이 침해됩니다.

전문가들은 교사들의 '양심'에 맡기기 보다 제도적인 문제를 개선해야 한다고 지적합니다. 서울교대 특수교육학과 홍성두 교수는 "현재 특수교사 양성 시스템에서 교사는 이론으로 장애인 인권을 배우고, 임용고시에 붙자마자 현장에 투입된다"고 설명합니다. "실전적 경험이 부족한 상황에서 부족한 인력을 메우다 보면 아이들을 기다려 줄 여유가 없다"는 겁니다. 교사도 사람인 만큼 중요한 지적입니다.

폭력 가해자가 되고 싶은 교사는 없을 겁니다. 마찬가지로 의도적으로 문제 행동을 하는 발달장애 학생도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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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10.19 (11:30)
    • 수정 2018.10.20 (14:38)
    취재후
KBS는 지난 15일과 17일 세종시 공립 특수학교인 누리학교에서 벌어진 폭력 사건을 연속 보도했습니다. 지난해 4월 교사 A씨는 당시 9살 김 모 군의 뒷목을 잡아 매트에 누르고 양 팔을 잡아 흔들었습니다. 올해 1월에는 사회복무요원이 김 군의 양 팔을 잡아 흔들어 앉히고, 무릎으로 복부 등을 눌렀습니다. 두 사건 모두 김 군의 아버지가 직접 목격했고, 증거 사진과 진단서가 남아 있습니다.



지난 8월에는 또 다 교사 B씨가 2학년 김 모 양의 양 발을 잡고, 복도에서 교실까지 2미터 가량 질질 끌고 들어갔습니다. 이 모습은 학교 복도 CCTV에 고스란히 담겼습니다.


누리학교 “폭력적인 김 군 말리려다 그랬다”…김 양에 대해선 ‘묵묵부답’

KBS는 보도 전 누리학교에 사실 확인을 요청했습니다. 학교는 "김 군이 교사의 뺨과 낭심을 때리는 등 폭력적 행동을 보여 이를 막으려다 벌어진 일"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또 "김 군 부모와 합의해 A 교사의 '각서'만 받고 징계하지 않았다"고 밝혔습니다. 사회복무요원의 폭력 역시 "김 군이 다른 교사와 학생들에게 물건을 던져 사회복무요원이 막으려던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김 양을 복도에서 끌어간 부분에 대해서도 여러 차례 해명을 요구했지만 답이 없었습니다. 다만 세종시교육청을 통해 "교사와 학생이 평소에 친근한 사이였고, 복도에 둘 수 없어 그랬다"는 해명을 전해들었습니다.

학교는 말이 없는데…“학교 명예 실추됐다”는 학부모회

보도가 이어지자 KBS에 항의한 건 학교가 아니었습니다. 세종 누리학교 학부모회는 어제(18일) 오전 11시 학교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KBS 보도로 학교의 명예가 실추됐다"고 밝혔습니다. 아래는 기자회견문입니다.


요약하면, 김 군은 9살도 피해자도 아닌 학교폭력 가해자이고, A교사를 징계 또는 신고하지 않은 것도 김 군 부모가 동의해 문제가 없다는 겁니다.


먼저 사실관계를 바로잡기 위해 김 군의 진단서 일부를 공개합니다. 2008년 생, 지난해 만 9살입니다.

학부모회는 "임원진 8명이 그제(17일) 모여 기자회견문을 썼고, 기자회견 1시간 전인 어제(18일) 오전 10시 학부모 전체 회의를 열었다"고 밝혔습니다. "전체 회의에는 20여 명이 참석했고, 참석자가 모두 동의해 회견문을 발표했다"고 덧붙였습니다. 누리학교 재학생은 모두 132명입니다. 김 군의 나이에 대해서는 "실제로는 올해 13살이라는 말을 학교에서 전해 들었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KBS와 통화한 다른 학부모는 "학부모회가 부모가 아닌 학교의 입장을 대변하는 것 같다"며, "기자회견문도 사전에 충분한 설명 없이 발표됐다"고 말했습니다. 다른 학부모도 "기자회견 전에 회견문의 내용을 몰랐다"며, "회의의 주된 내용은 김 군의 폭력성에 대한 것이었다"고 했습니다. 또 "김 양을 복도에서 끌어낸 부분에 대해선 얘기가 거의 없었다"고 대답했습니다.

사건 당시 김 군 부모가 A교사에 대한 징계나 경찰 신고를 학교 측에 강하게 요구하지 못한 점은 맞습니다. KBS는 당시 상황이 잘 드러난 인권지원단 협의록 일부를 공개합니다. 인권지원단에서는 학교와 교육청, 경찰, 김 군 부모 등이 모여 사태 해결을 논의했습니다.


이 회의에 대해 김 군 부모는 "용서하지 않을 수 없는 분위기였다"고 말하지만, 학교 측은 "당시 모두 동의가 끝난 사안"이라고 주장합니다.

자폐 장애 2급 김 군, 어떻게 가해자가 되었나.

그렇다면 학교와 일부 학부모들은 김 군에게 왜 자꾸 피해자가 아닌 '가해자'라고 하는 걸까요?

김 군은 자폐 장애 2급입니다. 활발한 의사소통이 어렵고 폭력적 '문제 행동'을 할 수 있습니다. 학교는 지난 1월 김 군이 다른 학생 10명에게 총 57회, 교사 4명에게 총 33회 폭행을 저질렀다며, 이 사실을 한꺼번에 모아 학교폭력위원회를 열었습니다. 결과는 '강제 전학'이었습니다.

어떤 폭행을 저질렀는지 학교에 물었습니다. 학교는 "김 군이 30cm 자를 휘두르고, 물건을 던져 맞은 학생이 피가 나고, 친구의 후드티를 당기는 등 폭행을 했다"며, "피해 학부모들이 강하게 항의해 학폭위를 열었고 절차에 따라 처리했다"고 설명했습니다. 폭력 행동을 보일 수 있는 장애 학생이 폭력적이라며 특수학교에서 잘린 셈입니다.

김 군 부모는 "김 군도 친구들에게 비슷한 수준의 폭행을 당한 적이 있었고, 교사의 폭력 등을 문제삼았더니 학교가 아이를 강제 전학시켰다"고 주장합니다. 이 주장을 잠시 접어두더라도, 김 군의 문제 행동이 자폐장애를 가진 김 군의 '잘못'일까요? 장애인 교육기관인 특수학교가 김 군을 '강제 전학' 시켜 학교 밖으로 내보내는 것이 최선일까요?

김 군은 지난 3월 일반학교 특수반으로 옮긴 뒤 학교 생활에 잘 적응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김 군 부모는 "비장애인 학생들과 통합수업도 한다"며, "담임 선생님은 아들을 '장난기 많고 밝은 아이'로 안다"고 말했습니다.

특수학교 안에서 충돌하는 인권.."시스템 개선해야"

특수학교 안에서 학생 대 학생, 학생 대 교사의 인권은 시시때때로 충돌합니다. 학생은 다른 학생을 때리기도 하고, 교사에게 물건을 던지기도 합니다. 하지만 '고의'가 아니라 '장애'로 인한 것이고, 특수학교는 이런 '문제 행동'을 극복해 보자며 만든 곳입니다. 이런 학교에서 교사가 학생을 과도하게 제압하면, 이번엔 학생의 인권이 침해됩니다.

전문가들은 교사들의 '양심'에 맡기기 보다 제도적인 문제를 개선해야 한다고 지적합니다. 서울교대 특수교육학과 홍성두 교수는 "현재 특수교사 양성 시스템에서 교사는 이론으로 장애인 인권을 배우고, 임용고시에 붙자마자 현장에 투입된다"고 설명합니다. "실전적 경험이 부족한 상황에서 부족한 인력을 메우다 보면 아이들을 기다려 줄 여유가 없다"는 겁니다. 교사도 사람인 만큼 중요한 지적입니다.

폭력 가해자가 되고 싶은 교사는 없을 겁니다. 마찬가지로 의도적으로 문제 행동을 하는 발달장애 학생도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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